늑대의 유혹 촬영후기 영상을 먼저 봤고 뒤이어 오늘 형사 촬영후기..라기에는 감독의 변같은
영상을 오늘 오전부터 지금 이 시각까지 모두 보았다.
늑대의 유혹 촬영후기 영상은 - viewr를 많이 배려한 아주 친절하고 정돈된 영상이라고 한다면
형사 촬영후기 - 정확히 말하자면 Special Edition 의 부가 영상 2 Disc - 는 감독이 말하고 싶었
던 것들을 싸그리 모아 놓은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같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긴 시간 꽤 집중력있게 몰두할 수 있는 사람조차도 약간은 인내를
요하는 영상들이었다.
먼저 늑대의 유혹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
각 파트 담당자들, - 음악, 무술, 미술, 등등 - 에게 전달한 감독의 메세지가 매우 선명했다는 것.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동원군에게 말했던 그 우산씬의 설명 - 자신의 온 몸에서 빛이 난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 달라...는 감독의 주문.
그 이야기를 동원군이 계속 기억하고 있다는 건, 그 주문에 대해 동원군이 잘 이해를 하고
그 느낌을 깊게 각인받았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나 조차도 그 표현에 대해 느낌이 왔으니까.
그리고 음악담당자가 감독이 요구했던 음악의 느낌에 대한 묘사를 얘기하는데 그것 또한
영상과 음악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적합한 언어로 잘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의 능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그 영화의 각 요소들에 대해 자기의 머리속에서만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맡는 각각의 파트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말로써 묘사하고 전달할 수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균 감독은 그런 표현에 있어서 매우 깔끔하고 전달력이 우수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촬영후기 영상에서 각 파트 담당자의 코멘트들도 어쩌면 그렇게나 군더더기없이 핵심만을
정확하게 전달하시는지 -이것 또한 감독의 요구사항?)
현장에서의 느낌도 감정과잉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표현에 있어서도 절제, 깔끔,
그대로 연결되는 것 같다.
형사의 이명세 감독의 경우는 .. 자의식이 굉장히 강하고 , 본인의 머리속에서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을 현장에서 전달할 때 100% 전달하지 못하는 듯 느껴졌다.
서로 필이 와야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 ^;;
같이 일하는 스텝들의 고뇌에 찬 표정들을 주르륵 카메라가 훑어가는데 난감하겠다 싶으면서도
참 웃음이 나왔다.
정확히 어떤 것이다 싶게 짚어 감독이 지시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스탭은 본인이 전문
인이 아니라 어떤 일꾼정도로밖에 대접못받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고 했지만, 어떤 면에
서는 그 한도 내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건 스탭 하기 나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지휘자는 감독이니까.
그리고, 나의 포커스, 동원이.
동원이는 늑대의 유혹 때와는 달리 좀 경직되어 보였는데,
그 캐릭터에 몰두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고,
촬영 현장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연기자의 몫이 그만큼 적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슬픈 눈 캐릭이 감정의 표현이 크지 않아서 감독과의 소통이 남순이보다는 적어서 일수도
있겠고 - 그래서 침잠한 결과 -
또래 연기자가 없어서 일 수도 있겠고 -
여러 이유 중의 하나겠다.
동원이는 형사 때 실 조명 아래서 보니 거의 메이크업이 없는 파리한 느낌이었는데
영화 속에서의 그 느낌들은 메이크업이 아니라 단지 조명에 의한 때문?
동원이는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배우.
감정이입이 한번 되고 나면 푹 빠져 드는 배우라고 느껴졌다.
늑대의 유혹 예고편 제작현장에서 청아를 뛰어가고 있는 태성이에게 뭘 찍느냐고 물으니
청아를 쫓는 애닲은 태성이의 표정과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 감정을 그대로 안고 가려는 동원이가 보였다.
- 제가... 찍고 있거든요...
웃음이 없다. 툭 치면 울 것 같다.
이렇게 매끈하고 세련된 남자가 이러기가 쉽지 않은데 여러모로 신기한 배우.
노컷 인터뷰에서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가 자꾸 내려와서요... 하면서 벗는다.
일단 선글이 의상의 컨셉이었으면 끝까지 고수하는 게 보통인데 -
모 배우는 시상식의 발표자로 나왔다가 수상자 명단 카드가 안 보여서 뽀대나던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관객의 웃음을 받기도 했잖나. -
중간에 벗고는 얼굴을 끊임없이 매만진다. 메이크업을 안한건지 지워질까봐 걱정이 안되는건지.
패션이 치장이 아니라 걍 생활인가보다 하는 느낌이 왔다.
모델이었는데... 신기한 배우다.
늑대의 유혹 때 어느 기자는 (평론가?) 요기 서린 미모,..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실 청순하면서도 색기..- 가 더 적합한 어휘일 수도 - 있는 배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 수줍음에 그런 색기라니 여러모로 신기한 배우.
어려서부터 잘 생긴 외모로 주변의 관심을 많이 받았을텐데 이런 사람 대부분은 지나치게
강한 자의식으로 역에 몰입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러모로 신기한 배우.
형사에서는 - 모델 촬영현장에서는 게으른 표현이라고 하더만 - 미묘한 눈빛, 손짓으로만
감정표현을 한다 싶다가도 액션장면에서는 그 긴 팔과 다리로 '신체언어'를 보여준 점도
사실 가만 동원이라는 배우의 평소 표현양식을 생각하면 놀랍다.
원래 몸이 그런 쪽으로 풀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런 큰 액션들이 부담을 가져오는지
보통 사람들은... 알까?
탈을 쓰고 탈춤 추듯 액션하는 장면.
고개짓으로 머리카락의 움직임까지 생각하며 표현을 하는데 , 저렇게 몸을 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겠다 싶었다.
영화 제작이라는 거대한 판에서는 배우도 스탭도 거대한 장기판의 말과 같은 존재. 감독이 판을
어떻게 구상하느냐에 따라 한 칸 앞으로 보내졌다가 옆 칸으로 갔다가 -
자의식강한 사람이라면 그걸 못 견딜 수도 있고 -
합창도 그렇고, 합주도 그렇고 - 목소리가 특이한 사람은 목소리 톤을 죽여야 되고, 그 특이한
목소리를 필요로 할 땐 솔로파트를 한 부분 떼어서 줄 것이고 -
동원이는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그렇게 자기 몫 안에서 충실히 제 몫을 한 것 같아 보였다.
나름대로 그 시스템에 잘 적응하며 작업한 듯 보였다.
촬영후기 영상에서는 그다지 감독의 동원사랑의 느낌이 보이지 않았는데
후속 영화에서 동원군을 계속 쓴다는 것이 - 이 영상만 가지고 생각할 때는 - 살짝 신기하기도
하다.
제 몫을 잘해주는 배우라서?
아.. 그리고 한 가지 꼬랑지 - 첨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까지 주욱 생각하는 점. 형사의 파이널
송은 - 내가 느끼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 많이.. 가요적이고 그래서 그 앞의 ,사극임에도 모던한
감각을 일순간에 약간의 신파로 끌어내리는 멜로디칼한 노래라고 생각된다. -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원한거였다면, 아마도 .. 그렇기 때문에?
* 꼬랑지 1 - 이명세 감독의 ' 영화는 다른 표현수단이 아닌 영화로써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말에는 많이 공감했다.
요즘 사람들은 사실 시보다는 소설, 추상화보다는 구체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추상화는 생각할 여지를 주기 때문에 두고두고 보아도 그 생각의 여백에서 또 다른 것을
발견해 내는 묘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
형사는 .. 영상은 구체적이지만 그렇게 스토리상 친절하지 않음으로 해서 두고두고 소장해서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드는 여백이 있는 영화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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