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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방/글향기

[환한별] 마이 샤이닝 스타 -

예전 나우누리 통신이 잘 나가던 시절 -

 

 나는 거기 통신작가로 2년정도 활동했었다 -

 

 거기 통신작가가 5분이 계셨는데 내 옆방에 환한별님이 있었다.

 

 메모로 얘기를 나누다가 나중에 작가들끼리 오프도 하고 만나고 보니 대학 후배더라 -

 

학교 교정에서 한번 만나기도 하고 그랬는데 -

 

이 소설은 환한별님의 초기작들중 하나 - 유명한 것. 영화로 만든다고 하기도 했었는데 여러 가지로

 

진행이 잘 안되서인지 그냥 없던 일 되었고 - 93년도 환한별님의 짱짱한 대학시절. 지금보다 조금은

 

턱선이 더 샤프하던 시절에 적었던 글이다 -

 

 옮겨본다 -

 

 환한별님 글중에는 이것말고도 멋진 글들이 많죠....

 

 

 

제목

 

 

내가 이 찻집에서 일한지도 벌써 10년째다. 나는 항상 출근을 하면 청소를 하기전에 가게를 쭉 둘러본다. 어제 왔었던 사람들을 기억해 보고 빙긋이 웃는다.

 

 

아무도 없는 찻집이 왁자지껄 해진다. 그들의 숨소리, 웃음소리들이 살아 움직인다.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이 내 유일한 기쁨이다.

 

 

왜 우리찻집이 My Shining Star란 이름이 붙었는가 하면 맑은 낯시간에는 거의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비가 오는 날엔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로 꽉 차버리는 이상한 찻집, 그것이 우리찻집의 자랑이기도 한 매력 이다.

 

 

누구라도 우리 찻집에 들어서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는 꼭 다시 찾곤한다. 나또한 그 매력탓인지 다른 자리를 마다하고 눌러앉아 있는 것이고 숱한 단골손님 또한 그렇다.

 

 

일단 한 번 와보면 알겠지만 우리 찻집은 바닷가에 지어진 7층 건물의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다를 향한 벽에 커다란(한면이 모두 창이라 할만큼) 창이 있어 손님들은 가장자리 창쪽에 앉길 바란다. 그렇지만 바닷가의 모든 식당과 찻집, 술집에는 이런 창이 있다. 하지만 어느 곳도 없는 것이 우리 찻집에는 있다. 바로 천장이다. 우리 찻집의 천장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My Shining Star'의 매력이다.

 

 

사람들은 우리 찻집의 푹신푹신한 의자를 뒤로 제치고 비스듬이 누워 차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길 좋아한다. 낮엔 수영복 차림의 미녀들이 누워 일광욕을 하는가 하면 밤엔 연인들이 의자를 붙이고 나란히 누워 간단한 칵테일을 홀짝 거리며 별자리를 찾는다. 게다가 혹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유리에 부딪히는 빗방울들을 보기를 좋아하는 연인들도 있다.

 

 

하늘을 보는 것을 잠시 잊어버렸던 사람들은 가끔씩 좋은 친구를 만나면 '하늘 보러가자.'든지 '별보러 가자.'며 우리 찻집을 찾아 몇시간이고 누워서 하늘을 보다 가기도 한다.

 

 

내가 처음 이 찻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나는 누워서 차를 마시는 것이 그렇게 어색할 수 없어서 한참을 당황해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우리 찻집에 오는 손님들이 다 눕지는 않는 다. 몇몇 나이든 어른들은 앉아서 이야기하길 좋아해 내가 차를 끓이고 칵테일을 만드는 바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꿈꾸는 젊음을 부러워 하기도 한다.

 

 

나는 우리 찻집에 오는 손님들을 지켜보길 좋아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와 만나 보고 싶고 그들의 꿈과 그들의 삶을 듣고 싶다.

 

 

실제로 나는 이 찻집에서 만났다가 결혼을 한 많은 연인들을 기억해 낼 수 있으며 그들의 꿈 또한 잘 알고 있다. 나는 비록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도 다른 사람의 꿈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어느덧 'My Shining Star'는 내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 찻집에서 일한 지 10년 째지만 아직 주인을 만나 보지 못했다. 주인은 항상 내게 간단한 쪽지를 보낸다. 물론 팩스로.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모른다. 그저 나는 온라인으로 부쳐오는 내 보수를 받고 가게수입을 주인의 구좌에 예입하고 다시 각종 영수증과 서류를 팩스로 보낸다. 실제로 나는 이 찻집을 운영하며 내가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간혹 주인인양 착각하기도 한다. 주인 또한 내 경영방식이 마음에 드는지 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내 보수는 늘어가고 나는 그 보수중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을 떼어 적금을 들고 있다.

 

 

언젠가는 주인에게서 이 찻집을 살거라는 소망을 위해 찻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뭐니뭐니 해도 유리를 닦는 일이다. 안팎을 모두 깨끗이 닦아 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그날이 바로 우리 찻집의 휴일이기도 하다. 휴일이 오면 나는 내 손으로 창을 닦기 시작한다. 사다리를 놓고서

 

 

안유리부터 잘 닦아 낸 다음 바깥유리를 닦는다. 이때는 닦기 쉬운 천장유리는 쉽지만 바다를 향한 유리는 약간 위험한 일이다. 7층 높이에서 밑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위태위태한 밧줄 하나만 허리에 묶고서는.

 

 

이만하면 우리 찻집 소개는 대충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이야기는 우리 찻집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의 기록이다. 나는 그 때의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가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우리 찻집엔 손님들이 별로 없었고 나 또한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유리로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보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려와 바빠지는 걸 원치않아 했다.

 

 

창가에 몇몇의 연인들이 나란히 누워 정답게 속삭이며 불루마운틴과 블루하와이 등을 마시고 있었고, 밤에는 최대한 어둡게 하여 보름달의 신비로운 빛이나 촘촘한 별빛을 쐬게 한다는 내 방침에 따라 찻집은 어두컴컴한 채 비를 맞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란히 기댄채 나즈막히 이야기하는 게 전부라서 매우 퇴폐적인 분위기가 될거라는 주위의 걱정을 싹 가시게 한 점이다. 그날은 비가와서 인지 천장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려 일부러 음악도 틀지 않았다. 단지 습기를 없애려 촛불을 여러군데 켜 놓았다는 것 밖엔.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나는 꽤 오랫동안 여기서 일해 왔지만 혼자서 여길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적어도 누구를 만나러 여기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에스프렛소 한 잔을 주문했다. 그는 바모퉁이에 앉아서 아주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우리 찻집에 온 손님들 중 내가 처음 보았던 슬픈 눈이었다.

 

 

에스프렛소를 한 잔 만들어 주자 그는 빙그레 웃었다. 참 슬픈 웃음이었다.

 

 

 

- 처음 오십니까?

- 아뇨, 10년만이요.

- 그래요?

- 그 때 당신은 처음 여기서 일하게 되었지요. 그 때도 에스프렛소를 주문했는데 맛이 형편 없었소.

- 지금은 썩 괜찮을 겁니다.

- 그때는 이곳 분위기를 참 좋아했는데 .

- 지금은 어떠십니까?

- 지금은 저렇게 하늘을 보기가 점점 두려워 지오. 별빛을 보거나 빗방울들을 지켜 보는게 그 때는 정말 행복했었는데 말이오...

 

 

더이상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더 묻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손님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해 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그 남자는 아주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에스프렛소를 마시고는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가 버렸다. 옛날의 내 눈빛도 저랬으리라.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갈 때의 모습 .

 

 

그 남자에 대한 추억이 다시 살아난 것은 문을 닫기 위해 불을 끄고 나가려는 순간, 비가 그쳤다는 것을 알았고 날씨가 개이는 것을 보려고 불을 끈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구름이 빠르게 걷히고 별빛이 하나, 둘 드러날 때, 나는 거의 완벽한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냈다. 물론 그 옆에 있던 한 여자도 .

 

 

내가 My Shining Star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작정 여기 해변으로 와서 밥벌이를 목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했었다. 마침 그만두는 사람이 있어 자리를 구하고 인수인계를 마치고 며칠 안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들로 인해 이 곳 My Shining Star를 사랑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 와! 이런 곳도 다 있었군요!

 

 

각종 컵들을 씻고 있던 내가 문득 입구를 보니 작고 귀여운 느낌의 여자가 (소녀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탄성을 올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 남자가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둘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때 남자는 에스프렛소를, 여자는 레모네이드를 시켰었다) 그들은 처음엔 의자를 세우고 마주 보고 있었다. 여자는 자주 고개를 들고 자꾸만 천장을 올려다 보았고 그런 모습을 남자는 아주 행복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주문한 음료를 갖다주자 여자가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된다.

 

 

- 어떻게 이런 곳을 다 알아 뒀죠? 꼭 날 위해 만들어진 곳 같아요.

 

 

여자는 계속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보다 못한 내가 충고를 했다.

 

 

- 의자를 젖히시고 누워서 하늘을 보세요. 훨씬 편할 겁니다.

- 네에 .

 

 

여자는 쑥쓰러운 듯 잠시 망설이다 남자를 보았다. 그렇게 하라는 뜻인지 남자가 웃었고 조심스럽게 그녀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들은 그 후로도 거의 매일을 이곳에 들르게 되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져 나란히 누워서 빗방울이 유리로 떨어지는 것을 함께 보거나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는 밤하늘과, 그믐날 지독스레 반짝이는 별빛을 보는 걸 좋아 했다. 나는 우연히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 저 있잖아요. 이렇게 멋진 곳에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눈이 소복히 유리창에 쌓인다면 난 아마 기절할 꺼에요.

- 그럴 일은 없을거야. 여긴 절대로 눈이 오지 않으니까. 무척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 언젠가는 눈이 꼭 오겠죠. 우리가 변치 않는다면 언젠가 첫눈오는 날, 여길 다시 찾을 거구요.

 

 

그 때 그 여자의 아름다운 눈빛을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후로 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꿈꾸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었다. My Shining Star가 내 꿈이 되어버린 것도 그 때부터일 것이다.

 

그렇게도 좋아보였던 그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된 것도, 10년만에 그가 여길 다시 찾은 것도 내게 참을 수 없는 의문이었다. 그의 그런 슬프고 허무한 눈빛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왕국에서 그런 쓸쓸함을 보이다니 .

 

 

그가 다시 온다면 꼭 물어봐야지 하고 결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찾아왔다. 비가 다시 내리는 날이었다.

 

 

그는 에스프렛소 한잔을 아주 오랜 습관처럼 천천히 마셨다. 잔을 치우면서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 당신을 기억해 냈습니다.

- 쓸데 없는 일을 했군요. 이제 그때의 나는 지금 어디에도 없습니다.

- 그 여자분은 어디 있지요? 헤어졌나요?

- 글쎄요 . 어딘가에서 이 하늘 보고 있겠지요.

 

 

그는 잠시 황망히 천장을 올려다 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 그녀는 비오는 날을 가장 좋아했지요. 빗방울이 유리창에 끝없이 부서지는 모습을 사랑했어요. 또, 그런 빗방울들이 온통 눈송이로 변한다면 하는 꿈을 꾸면서 . 다 끝나버렸어요.

 

- 왜 그랬죠? 왜 헤어진거죠?

 

 

 

그는 담배를 찾아 물었다.

 

 

- 올 겨울도 눈은 안내리겠죠? 여긴 너무 따뜻하니까 .

- 이해할 수 없군요. 그렇게 좋아보였는데 .

- 다 내 잘못이지요. 그녀는 내가 떠나는 게 항상 두려웠어요. 내가 떠나고 난 뒤 깨어져 버릴 행복을 견딜 수 없어 먼저 떠나려 했어요. 난 그녀를 잡지 못했죠. 그저 멍하니 뒤돌아 선 모습만 보고 있었을 뿐이었죠. 바보같이 돌아올 것 이라는 착각을 하며, 한 사흘후면 웃으며 돌아올거라 믿으며 그냥 보냈어요. 내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인지도 모른채 .

- 돌아올 겁니다. 반드시 .

 

 

나는 그를 위로하려 했지만 도무지 그런 절망의 눈빛을 바꿀 순 없었다.

 

 

- 사람들을 보세요! 저사람들은 여기에 와서 각자 하늘을 보고 자기만의 별을 하나씩 정해놓고 가지요 그 별빛을 보며 자기의 잃어버인 꿈을 되찾기도 한답니다. 가끔씩 외롭고 지치면 다시 찾아와 자기만의 빛나는 별을 찾으며 힘을 얻기도 한답니다. 자! 힘을 내고 당신의 별을 찾아요. 가장 빛나는 나만의 별을 .

 

 

나는 제법 힘있게 말했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 소용없어요. 난 별빛이 눈부신 밤하늘을 볼 자신이 없어요. 밤하늘을 볼 자신이 없어요. 밤하늘을 아무리 찾아도 내별이 없다는 걸 알아내곤 실망하는게 두려워요. 내 별은 저 하늘엔 없어요. 아니, 내겐 그런 하늘조차 없는 거죠.

 

 

그는 일어섰다. 축 처진 어깨로 찻집을 나가는 그의 모습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는 그후로 좀처럼 다시 오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안올지도 .

 

 

겨울이 깊어가고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날, 나는 더 추워지기 전에 유리를 닦아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휴점>이라는 팻말을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붙이고선 아침부터 유리를 닦기 시작했다. 맑은 겨울 하늘을 보다 잘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꼼꼼히 닦아야 했다. 천장의 바깥유리를 닦을 때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약간의 허무감에 빠져서 내려왔다. 참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중얼거리며 이왕 휴일을 선언한 김에 일찍 들어가서 잠이나 푹 자둬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선 불을 끄려 찾집에 들어 갔다. 아무도 없는 그곳엔 또 자그마한 소리들이 되살아나 떠들고 있었다. 그 소리들 중에는 그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도 있었다. 나는 잠시 슬퍼졌다.

 

 

 

- 오오! 맙소사!

 

 

빗방울 보려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나는 그만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이, 눈이 오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몇 십년만에 이 고장에 눈이 오는 것이다. 드디어 My Shining Star의 유리지붕에도 눈이 쌓이는 것이다. 나는 허겁지겁 1층으로 달려가 <휴점>간판을 걷엇다. 불을 켜고 손님맞을 준비를 했다. 눈이 오다니 . 정말 가슴 벅찬 일이었다. 눈내리는 하늘을 보게 되다니 .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첫손님이었다.

 

 

 

- 눈이 옵니다. 드디어 My Shining Star에도 눈이 오는 거죠.

 

 

빙긋 웃으며 신나게 말하던 나는 문앞에서 서있는 여자의 안타까움을 그녀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 아무도 없나요?

- 문을 연지 5분도 안됩니다. 기다리시지요.

- 그래요. 오늘은 밤을 새서라도 기다려야죠.

 

 

그녀는 길다란 머리카락에 묻은 눈을 털 생각도 않고, 창가에 앉아 눈이 내리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 뭘로 하시겠습니까?

- 에스프렛소.

 

 

나는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조금은 말랐고 머리가 길어 얼름 못알아 봤지만 그 눈매만은 변하지 않았다. 오오 이럴수가!

 

나는 그때 그 남자의 연락처를 알아놓지 않았음을 후회하고 있었다. 에스프렛소를 끓이는 내손은 점점 떨려왔다. 손님들이 하나, 둘 쌍쌍으로 들어오기 시작 했다. 나는 주문을 받는 것도,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다는 것도 잊고 멍하니 출입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리는가 싶더니, 곧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왔다.

 

 

My Shining Star의 리지붕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 했다. 그러나 유독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 보지 않고 눈 내리는 바다만 지켜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절망으로 둘둘 싼 듯한 그 남자가 들어왔다.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 뉴스를 듣고 비행기로 세시간을 날아왔소! 20년만에 처음이라죠. 한 번만 이 모습을 보려고 마지막으로 한번만 .

- 마지막이라고요? 천만에!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가 그녀를 발견한 것과 동시에 그녀도 그를 보고 일어났다. 그는 다급히 나를 보고 말했다.

 

 

- 이럴 수가! 이것 봐요! 전화기 밑을 들춰보면 빨간 단추가 있을 거요. 그녀를 위해 준비한 건데 , 이건 정말 바보 짓꺼리라고 수 없이 비웃으며 그래도 그래도 하며 준비한 건데 , 그녀가 돌아 왔어! 돌아와 줬어!

- 이 것 봐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어서 가봐요!

 

 

나는 그의 등을 밀었다. 그가 외쳤다.

 

 

- 내가 바로 My Shining Star의 주인이란 말이오! 어서 단추를 찾아 눌러요!

 

 

나는 놀라움과 당황함 속에서도 단추를 허겁지겁 찾아 눌렀다. 그러자 My Shining Star의 유리지붕이 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얀 눈이 찻집안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커피잔 위에도, 탁자위에도, 잠시 떠나 있었던 둘의 머리위에도 .

 

 

둘은 머지않아 결혼을 한다. 참 멋진 한 쌍이 될 것이다. 아주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영원히 .

 

 

그날은 내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My Shining Star의 주인을 처음 보았고, 또 숨겨진 비밀을 알았고, 아주 아름다운 사랑을 보았고, 내 My Shining Star가 처음으로 눈속에 파묻힌 그 눈부신 밤을 보았다.

 

 

펙스가 왔다. 주인이 보낸 것이다.

 

 

<여긴 스키장이오! 그녀가 좋아하는 눈이 지천에 깔렸소. 그녀도 이젠 눈에 질리기 시작했지만 그때의 눈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그건 눈이 아니라 별이었으니 . 당신구좌의 잔고를 함부로 조사한 데에 대해 용서를 구하오. 꽤 많은 저축을 했더군요. My Shining Star를 소유할 만큼 많은 돈을 .

 

 

함부로 지붕을 열지말기를 바라오. 당신의 꿈이 이뤄지기까지는 . 계약은 돌아가서 하기로 합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그 쪽지를 쥐고서 전화기 밑에 숨겨진 단추를 누른다. 자정이 지난 밤하늘을 향해 지붕이 열린다. 나만의 별이 반짝인다.

 

 

그 별빛이 내려온다.

 

 

내려온다.

 

 

내려온다.

 

 

아니면, 내가 별빛을 향해 올라가는 것인지 . (1993. 1. 24)

 

 

- 나우누리의 환한별 이승민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