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은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 -
어제 오전엔 집안 대청소, 비슷한 일을 시작했다.
- 당신,나 설겆이 하는 동안 거실 창문 좀 닦아줘요 -
- 어어.....싫은데.....
창문닦는 세제와 걸레까지 갖다주고는 엉덩이를 떠밀다시피 창문가로 데려다 주었다.
- 같이 일을 빨리 끝내야 둘이 같이 앉아서 쉬지.. 나 일하는데 자기 앉아서 텔레비 주욱 보면 맘이 편할 것 같아? 나, 설겆이랑 빨래가 조금 더 남았거든.
투덜거리면서 창문 쪽으로 가는 남편이 좀 안되보여서 기운 북돋아 주기 -
- 창 닦으면 기분 좋아진다는 그런 시도 있어. 세상으로 나가는 눈이 맑아진다....뭐, 그런 시.
- 흥흥. 그런 시가 어딨어? 난 그런 시 보도 듣도 못했다.
- 있다니까.....잠깐만 기다려봐..
서재에 가서 한국명시집을 뽑아왔다.
- 명시집? 유명한 시라고? 흥..그런 시 있음 나 손에 장을 지진다.
- 있다니까.......잠깐 있어봐.
뒤척거리며 내내 찾았다.
- 어..왜 이렇게 안 보이지? 자기가 가진 시의 데이타가 적어서 모르는 거지, 그런 시가 없는 거 아냐. 속단하지 말라구.....가만 있자.....어디 있지?
뒤척거리다가 드디어~ 찾았다~!
큰 소리로 낭송해 주었다.
창 (窓)
窓을 사랑한다는 것은,
太陽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窓을 잃으면
倉空(창공)으로 나가는 海峽(해협)을 잃고,
明郞(명랑)은 우리에게
오늘의 뉴우스다.
窓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他國이라고........
窓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來日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 金 顯 承 -
남편이 갑자기 투덜거림을 멈추고 열심히 창을 닦았다.
창을 깨끗이 지키는 게 맑은 눈을 가지게 한다잖아.. 창이 더러우면 창공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잖아. 창닦으면서 노래도 부를 수 있다니 , 창 닦는 일은 정말
즐겁고 상쾌한 일~! ^ ^ 우리 빛나는 마음, 내일을 기다리는 - 정말로 명랑해질
것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들지 않는가?
반짝거리는 우리 집 창 - 도 그렇지만 창을 닦을 때마다 맑은, 해협, 명랑, 창공, 태양, 별들, 착하게 뜨는 눈, 빛나는 마음, 내일,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게 된 것이 어제의 최대수확~!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이런 저런, 라이프 스토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 세상에 말걸기 ◀◀ > ●아딸라의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talk] 여름의 절정, 해운대를 다녀오다 - (0) | 2006.08.16 |
---|---|
꼬마 금붕어 두마리가 살아 온 덕분에 - (0) | 2004.06.10 |
황당했던 스토리~ (0) | 2004.04.09 |
87년 6월의 뒷얘기(2) (0) | 2004.04.01 |
87년 6월의 뒷얘기 (1) (0) | 2004.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