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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여행과 나들이

꿈에서 본 걸까 - 호숫가의 우아한 시옹성



그림같은 성, 스위스 시옹성  (Château de Chillon )







여행을 떠나 오기 전에 가 볼 곳들을 미리 서칭을 했었다.

그 중 시옹성. 웹에서 사진을 보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련한 기분. 

워낙 유명한 성이라 어디선가 봤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너머의 다른 느낌이었다.


잔잔한 호숫가 물 옆에 소담스레 서 있는 성. 지나치게 기하학적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성도 아니고, 색깔도 붉거나 하얗게 치장하지도 않았다. 자잘한 돌들을 쌓은 성. 하지만, 작아도 단단하게 보이고 수수한 가운데에서도 우아한 기품이 느껴졌다.


이 기억은 뭘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옹성을 향해 간다.

너머로 성의 꼭대기가 보인다.





추억 속의 시옹성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교실 미화를 해야 했는데 내가 호기롭게 그림 2 장을 그려 가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약속부터 하고 날씨 좋은 일요일날, 햇볕이 잘 드는 내 방에 이젤과 붓들을 꺼내 놓았다.


뭘 그리지...


당시 사 두었던 "여학생" 이라는 잡지의 컬러 화보 부분을 들추어 보았다. 세계의 성 (castle) 을 모아 둔 페이지가 눈에 들어 왔다. 그 중 내가 꽂혔던 한 사진.


물 가에 서 있던 작은 성. 근경에는 노란 꽃이 잔잔하게 피어 있었고 꿈같이 아련하게 저 먼 곳에 그 성이 서 있었다.


이걸로 정했어 -!!!


투 스피커 오디오에 라디오를 켜 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FM 팬 매거진을 받아 두었었는데 그 시간에 "I like Chopin " 노래가 예약되어 있었다. DJ 가 ' I like Chopin' 입니다, 안내말을 하고 노래가 흘러 나왔다. 설레며 성의 윤곽을 스케치했다. 노래가 몽환적이라서 그랬는지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그 성이 예뻐서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하는 건 그 때 내가 참 행복했다는 것이다. 이 순간을 기억해야지... 햇볕이 좋은  이 일요일 오후를 기억해야지 라고 생각했다는 걸 떠올렸다.


지금 그리는 이 성은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일까? 평생 이곳을 가 볼 기회가 있을까? 그림 그리는 걸로 끝날 지도 모르지...


열다섯살에게 사진 속 장소는 너무 멀었고 가게 될 시간도 너무 멀었다. 성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는데.


가만히 시옹성의 사진을 들여다 보니 그 성이 이 성이였던거다. 

그게 시옹성이었구나...


세 방향에 창이 뚫려 있어서 볕이 잘 들던 내 소녀시절의 그 방은 건물 증개축으로 이제 사라졌다. 그 방과 음악이 흐르던 일요일 낮의 기억들도 모두 과거 속 아련함이 되었다.  





지금 간다.


시옹성으로.







매표소 들어 서기 전 오른쪽으로 바라 본 레만 호수의 풍경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앞에 앞서 가던 커플이 한국인들이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으니 그걸 빌려야된다고 하는 얘길 줏어 들었다.


앗싸 -











아름다운 성 외곽과는 달리 여기 지하에는 악명높은 지하 감옥이 있다.






바닥에 쇠사슬을 묶어 두었던 자국도 남아 있었다.


수감되었던 죄수들이 벽에 그린 성화 그림도 남아 있었다. 죄수 중에 프랑수아 보니바르라는 사람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감옥이 보니바르의 감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종교가였다고 하는데 다소 반항적인 성격이었다고 하고 뭔가 괘씸죄로 수감된 게 아닐까? 6년동안 이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햇볕도 잘 들지 않고 요만한 쪽창문으로 겨우 겨우 빛을 보는 정도.






감옥 방과 방이 연결되는 회랑 쪽에 있는 창.






지하 감옥이라서 위쪽으로도 창이 나 있다.







자갈돌들의 자연스런 색감이 정답다.

일정하게 같은 색깔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갈색조에서 변주를 보이는 색깔들. 그리고 크기도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그런데 원래의 시옹성은 하얗게 회칠을 해서 화사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리를 안 하면서 색이 벗겨져 이런 갈색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머릿 속에 떠올리는 시옹성의 이미지가 이 색깔이라서 다시 하얗게 칠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벽난로






식당으로 보이는데 벽지 무늬가 특이하다.







샹데리에를 보다가 시선이 천장으로 이어진다.






처음 보는 천장 양식.







시옹성에서는 호숫가를 내다 보는 창이 중요하다.






보초병이 여기 서서 창 밖을 보다가 저 멀리 적이 탄 배가 보이면 -


적이닷~!!!











천장 장식들도 또한 건축의 포인트.






고가구들을 모아 둔 방.






묵직한 나무의 느낌이 고풍스럽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보던 그 느낌 그대로이다.








이런 건 값으로 따지면 ?









침대.







구석에 있는 저건 일종의 보일러.








저 안에 땔감을 때면 방이 훈훈해진다고.

올라 가는 작은 계단도 있다.

불을 때고 저 옆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따뜻했겠지.























미니어쳐.










이 방 천장은 또 이러하다.









당시 목욕은 성내 귀족들만 누릴 수 있는 고급 문화였다고 한다.


옛날 쓰던 목욕통 재현.







옛날 화장실.


저 구멍은 바로 성 옆의 호수물로 연결되어서 바로 강물에 투하된다.






나름 위생적인 화장실이다.







귀에 댄 저것은 전화가 아니다.

오디오 가이드의 스피커 부분을 귀에 갖다 댄 것.

이어폰을 들고 갔더라면 꽂아 쓸 수 있었을텐데.







물결이 잔잔한 것이 진짜 호수가 맞구나.








천장에 그려진 그림들





바래졌지만 흔적은 남아 있다.







이 창문은 원래 푸른 터키 블루색으로 칠해져 있었다고 한다.

터키 블루색 염료가 비싸서 귀한 색이었는데 그 색이 칠해진 이 창문은 귀한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만 칠해 질 수 있었단다.

옛날 시옹성은 하얗게 회칠이 되어 있었다고 하니 하얀 성에 대비되어 파랗게 칠해진 저 창문은 시리도록 눈에 띄었을 것이다. 


















13세기에 저 길들은 성내 사람들이 걸어 다녔겠지.







제네바 호수에 전략적으로 위치한 중세의 성채

제네바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는 시용 성은 한때 사부아 백작의 권력 중심지였으며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던 성채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성이 누리던 권력과 영향력은 감퇴했으나 그림과 같은 정경은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을 이끈다. 통계에 따르면 이 성은 스위스의 다른 어떤 역사 유적보다도 더 많은 관광객이 온다고 한다.

시용 성이 서 있는 드라마틱한 위치는 성이 누렸던 성공의 비결이었다. 높이 솟은 산과 널찍한 호수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성은, 북유럽과 남유럽을 오가는 주요 통로 중 하나를 지배하고 있는 필수적이고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한 셈이었다. 군사적인 중요성 이외에도,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비싼 통행료를 물릴 수 있었으므로 이 성은 상당한 수입의 원천이 되어 주기도 했다. 이 지역에는 로마 시대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현재의 건물 대부분은 13세기 사부아 백작이었던 피에르 2세가 축조한 것이다. 그는 신중하게도 호숫가와 맞닿은 구획에 방어 시설이 단단히 갖춰지도록 했으며, 우아하고 당당한 그의 저택은 호수를 내다보며 지어졌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용 성 [Château de Chillon]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리처드 카벤디쉬, 코이치로 마츠무라, 김희진)














성 뒷 편.











중학교 때 그린 성은 이 방향이 아니다.


반대편에서 찍은 거.





보고 나왔다.


이 성을 또 올 일은 없겠지? 

세상에 볼 데가 얼마나 많은데. 

다시 올 가능성은 극히 낮고 아마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시옹성 구경이 되지 않을까?


안녕, 시옹성 -







시옹성 주변 기차길 풍경이다.


이제 몽트뢰로 갈 예정이다. 후레디 머큐리 동상으로 유명한 곳.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처음부터 그 마을의 퍼브릭 주차장으로 잡아 두고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