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콩국수 등 콩국물 만들어 먹고 싶은 시기가 왔습니다.
전 콩국을 참 좋아해요. 어릴 때 버스 정류장 같은 데에 큰 드럼통에 따끈한 콩국물파는 상인들이 가끔 있었어요.
친구랑 오백원 정도 내고 한 그릇 사서 마시기도 했습니다. 정수기 물 뽑듯이 드럼통 아래에 수도 꼭지가 달려 있고
따뜻한 콩국물을 큰 대접 가득히 담은 뒤에 말린 바게뜨 빵 같은 것도 몇 조각 얹어요. 거기 땅콩 부순 것도 한 숟갈, 소금도
한 꼬집 얹어서 줬죠. 아주 추울 때 한 그릇 훌훌 마시면 참 고소하고 따뜻하고 좋았었는데 말입니다.
시중에 파는 두유 등은 첨가물이 많이 들었다면서요? 거기 대두유도 들어 있는데 그게 어떤 대두유인지도 알 수 없어요.
유전자 변형 콩으로 만들었는지 어떤지 안 적혀 있으니 알 수가 없죠. 그리고 그 외에도 뭐가 많이 들어있어서 좀 그래요.
목마를 때 음료수 정도로 마시면 되겠지만 건강을 위해 꾸준히 장복하기에는 뭔가 믿음이 안 가는 게 사실입니다.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만들어 먹는 게 제일 안전하다 - 이긴 한데 구찮아서리 ㅜㅠ 모든 먹을 거리를 일일이
만들어 먹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콩국 정도는 제가 워낙 좋아하니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불끈~!!!!
집에 휴롬이 있는데요, 거기 설명서에 보면 콩국물은 고운 망을 써야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휴롬에는 이렇게 망이 두 가지가 있어요. 왼쪽 것은 과일즙등을 짤 때 쓰는 구멍이 큰 망이구요, 오른쪽 망은
촘촘하게 고운 망이죠. 설명서에는 저걸 복합망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걸로 콩즙을 짜래요.
근데 저걸로 짜니 너무 말간거에요. 정말로 소이 '쥬스'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묽은 쥬스가 나와요.
그 고운 국물로 두부를 만든다면 아마 연두부 급의 보드라운 두부가 나올 것 같죠? 두부도 실은 만들어 봤어요.
저렇게 말간 물로 하는데도 아주 보드라운 두부는 안 나오더라구요. 제법 까슬거리는 두부가 나와요.
맛있기는 그래도 엄청 고소하니 맛있긴 했는데, 연두부급으로 하려면 두어번 더 걸러야 된다는군요. 설명서에.
두부용으로 만들 수 있을만큼 고운 국물이라서 저같이 콩국수 용으로 뻑뻑한 국물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저 복합망이
지나치게 고운 망입니다. 그렇다면 왼쪽 저 과즙망으로 하면 될 것 같죠?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요, 안되더라구요.
위로 꾸역꾸역 다 올라오고 넘쳐서 부엌 난장판 되요...ㅜㅠ ㅋㅋㅋㅋㅋㅋ 휴롬을 아마 통째로 빨아야 되는 사태를 맞을 겁니다.
더불어 싱크대 위도 걸레 몇 판을 빨아 대며 닦아야 할 것 -
게다가 고운 복합망으로 하면 콩비지 나오는 거 버리기 참 아깝더군요. 콩 건더기가 그냥 왕창 다 나오는 것 같아서요.
자, 그러면 적당하게 뻑뻑하면서도 까슬거리는 큰 덩어리없이 고소한 콩국물은 어떻게 뽑으면 될까요?
처음 생각해 낸 게 분쇄 믹서로 아주아주 곱게 갈은 뒤에 고운 체에 받혀서 꼭 짜낸다 - 였습니다.
분쇄 믹서로 갈아서만 먹어도 되긴 한데 고운 콩물을 한번 먹고 나니 너무 거칠어서요. 한번 걸러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짜는 게 힘들어요... 시간의 힘을 빌리자니 저거 다 받쳐 내려면 반나절 이상 걸릴걸요?
그래서 제가 해 본 결과 최선의 방법
분쇄기에 간다 - 과즙망에다 간다.
이겁니다. 휴롬 씻기 귀찮다구요? 아... 저걸 손으로 다 짠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고, 휴롬, 너 있어서 고맙구나, 씻는 게 대수냐? 할걸요?
1. 콩을 잘 씻어서 밤새 불린다. 물은 콩과 1대 1로.
2. 그 물과 콩을 그대로 삶는다. 끓고 난 뒤 불을 줄여서 7~8분.
지나치게 많이 삶으면 메주콩같이 되면서 고소한 맛이 줄어든다.
3. 그 물과 콩을 같이 분쇄 믹서로 곱게 간다. 물을 한 컵정도는 남겨둔다.
4. 휴롬의 큰 구멍 망으로 짜낸다. 마지막에 남겨뒀던 한컵의 물로 기계 안의
걸쭉한 마지막 콩즙을 씻어내며 작동시킨다.
찌꺼기도 포슬포슬하고 바짝 짜지니까 - 만족할 겁니다.
사실 휴롬의 그 분쇄기는 눌러 으깨서 짜내는 거니까요. 콩이 국물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살짝 걸쭉하고 적당하게 콩가루가 있는 국물을 먹으려면 갈아 내는 것 따로 먼저 하고 휴롬은
'짜내는' 역할 정도로만 쓰면 딱인 것 같습니다.
칼국수 생면 삶아서 콩국물에 넣고 위에 한줌 견과 빻아서 올렸어요.
겁나게 맛있더라구요- >.<
찍어 놨던 게 있어서 - 아래는 전에 집에서 만들어 본 두부 사진입니다. 세 번 정도 해 먹었어요. 애들은
맛있다고 또 해 먹자고 하던데 좀 귀찮아서리;; 간수 사 놓은 건 두 통이나 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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