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눈이 왔습니다~~ 꺄아아아아~~~~ !!!!!
이렇게 펑펑 눈이 내리는 것이 몇 년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대략 10년전쯤에 어느 날 밤 지금처럼 눈이 펑펑 내렸던 적이 있었죠. 그 날밤도 지금처럼~~~ ㅋ
남편이랑 창 밖 눈을 보고는 그 밤에 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너무 심하게 내리는 눈 때문에 근처 편의점에서 장우산 하나를 샀던
기억도 나네요. 아무도 밟지 않았던 곳만 골라서 빠지직 빠지직 소리를 즐기면서 깡총거리며 걸었던 기억도...
그리고 따끈한 정종과 오뎅탕이 나오는 술집 창가에 앉아서 창 밖을 하염없이 내다 봤던 기억도 납니다.
그 때도 근 10년만에 왔던 눈이었습니다.
제가 결혼하던 겨울, 한복을 입고 시댁 일가친척들께 인사를 다니던 그 날도
10년만에 큰 눈이 내렸다고 했었죠. 고무신 안의 버선 발 안으로 눈송이들이 들어와 발이 차가와졌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결혼하던 그 해, 그 달에 눈이 왔고 - 10여년이 지나서 또 눈오던 밤엔 정종을 먹었고 -
그 날 밤, 정종 가게 창 밖을 내다보니 스키장에서나 입을 수 있었던 보드바지들을 꺼내 입고 활보하는 젊은이들이 보였고 -
오른쪽 사진이 바로 10년전 눈오던 날밤에 찍은 사진이에요 -ㅋ
옛날 싸이에 올려뒀던 사진인데 다들 곰 같다고 놀려대던 사진이랍니다.
곰 한마리가 두 팔을 벌리고 있고 , 다른 곰 한마리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중.
귀여운 아기 곰들은 이미 1시가 넘은 시각이라 잠자리에 들었겠죠.
엄마곰은 날씬해야 되는데 그렇지가 못하군요.. 흠...
아... 눈 한번 올 때마다 세월이 훅~ 하니 왔다가 또 훅~ 하니
새 10년이 오고 그럽니다. 세월무상.
자연은 변함이 없고 그대로 순환이 되는데 우리 사람들만 자라고 나이먹고 그러네요.
오늘 울산은 눈이 5~7 센치 정도 쌓인다고 합니다.
방금 작은 아이를 학원까지 실어다 줬는데 차들이 다들 엉금엉금 기어가더라고요.
8차선 정도 되는 대로에는 차들의 통행으로 눈들이 녹아 물이 되었지만, 뒷길이나 조금 폭이 좁은 도로의 경우는
길이 미끄러웠어요. 기아 1단이랑 2단에서 출발하려니 바퀴가 헛돌기도 했습니다. 브레이크 잡으니 바퀴에서 뭔가
날카로운 것이 나온 듯 땅을 긁는 소리가 났습니다...ㅜㅠ 엉... 무서웠어요..ㅜㅠ
둘째는 이런 날도 학원가야 되냐며 투덜거렸지만, 우리 외국여행다녀온다고 여러 날 빼먹었는데
자꾸 빼먹으면 안된다고 - 엄마 운전 솜씨 믿지? 라며 기어코 학원까지 싣고 갔습니다.
동영상 속에선 저기 자동차 위에 쌓여진 눈들을 긁어 모아 무언가를 작업중인 아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무언가를 작업중일까요?? 예에~~~ 아마도 눈사람?? ㅎ
아.. 눈사람 얘길하니 결혼하고 3년이 되었을 무렵에도 울산에 큰 눈이 왔었습니다. 지금 기억이 났어요.
애기 분유가 똑 떨어져서 큰 애 양말 신기고 포대기에 들쳐 업고는 집 앞 슈퍼를 갔었습니다.
나가려고 아파트 복도를 나서는데 창 밖이 훤한거에요 . 그리고 왁자지껄 꼬마들의 고함소리 -
엄마들이 다들 얼마나 꽁꽁 싸매서 중무장을 시켜줬는지 모자랑 장갑 마후라로 둘러 싸 놓았는데 빼꼼 두 눈만 보이더라고요.
그 보이는 눈들이 다들 웃고 있어서 ~~ ㅎㅎ 울 애도 얼른 커서 저렇게 눈오면 장갑 끼워서 보내야지... 했는데...
지금은 나보다도 키가 커졌어요..ㅎㅎ
요건 앞 베란다 쪽 샷시 위에 쌓여진 눈들 -
그 바깥 쪽으로 시선을 이동하니 -
하얀 도화지같은 세상 - 차들이 간 곳은 선들이 그어져 있고 - 아래쪽에 동그란 건 얼룩이 아니랍니다.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본 누군가의 우산인거죠 -
눈 내리는 날엔 검정색 코트가 멋진 것 같아요.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
이런 날은 웬간하면 치킨이나 중국 요리 배달시키지 않으면 어떨까 싶네요. 오토바이 배달하시기 힘들 듯 싶습니다.
아... 저희 남편은 오늘 집으로 올 수나 있을까요?? ;;
눈 보면서 잠깐 옛날 추억에 잠겼는데 현실로 돌아오니 보통 일이 아니군요 -
지금 이 글 읽는 여러분들, 사시는 곳에서는 무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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