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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에피소드] 어젯밤에 생긴 일 -

 

 

그 땐 그랬지 - 추억담 에피소드 다음 화 입니다.

이 글은 기원이가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적었던 것입니다 -

 

 

*****

 

 

 우리 부부가 나란히  누워 잠을 자 본지가 언제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이
게 무언  소린가 하시겠지만, 이건  어린 애를 가진 분이시라면  끄덕끄덕~
고개를 흔들어가시며 수긍하실 수 있는 얘길겁니다.

 

 

우리 애기를 낳고 난후 친정에서 몸조리를 마치고  난후, 다시 이곳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애기의 잠자리는 우리의  더블베드옆 땅바닥이었습니다. 유달
리 키가 큰 울 아저씨땜에 전 시집올  때부터 돈많이 드는 킹 사이즈더블베
드를 혼수로 준비해왔었고, 덕분에 그  운동장같은 침대위에서 맘껏 몸부림
을 쳐가며  잘 수가 있엇습니다. 당연히  이 넓은 자리를  아이에게 양보할
수는 없었기에 침대옆  널따란 땅바닥에 유아용 요를 깔고 그  위에 아기를
뉘인 겁니다. 그렇게  첨으로 이 집에 우리 애기를 재우던  날을 아직도 기
억합니다. 우리 부부가  침대에 누운 후 불을 끄자, 조용한  방안에는 여태
까지 들리지 않던 또 하나의 소리가 들리고 있던 겁니다.

 

쌕쌕~~~

 

 

애기의 조그만 숨소리에  우리 부부는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가  안다는 듯
이 식~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식구가  늘은 겁니다. 둘만이 살던 이 집에  또 하나의 생명이
생겨났다는 사실이  정말로 가슴에 팍  와 닿았던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속된 말로, 아! 우리도 이제 새끼쳤구나! 한 거지요...

 

 

그러던 것이 애기가 돌을 지나면서부터  얘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밤마다
우유달라고, 기저귀 갈아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서 이 엄마의  두 팔
이  떨어져나갈듯  아프게 만들고 잠못자는 두 눈이 벌겋게  빠져나갈 듯이
만들었던 고생이 끝난  건 정말 행복한 일인데, 이젠 저도  컸다고 제 의견
이 생기고 고집이  생기는 통에  어린 부모들이 아주  괴로워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느 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아이도 엄마랑 아빠가  잘되는 걸 못 봅니다. 어쩌다 지네  아빠가 엄마손만 잡아도 금새 울듯한  얼굴이 되어가지고서는,

 

 

- 울 엄마다이. 씨~

 

 

당장 달려들어 둘 사이를 떼어 놓습니다. 아이에게  있어 엄마는 영원한 동지요, 아빠는 영원한 적입니다.

 

 

이걸  보면 정말로 오이디푸스콤플렉스라던가 뭔가가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로서, 여자아이들은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이 사실인가는 주위에서  자주 확인해볼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에, 기원이는  나만 따라다니면서  잘려고 하고, 침대위에서  셋이서
자기는 넘 좁고...이런  사연으로 당분간 우리 부부는 따로  자기로 한겁니
다.

         *********************************************

 

 

이건 어젯 저녁에 생긴 일입니다.

 

 

기원이가 날더러 '물  도!(물줘)'라고 말하는 걸 귀찮아서 모른  체 했습니
다.(나쁜 엄마같으니라구) 저녁에 내내 청소하고  설겆이하고 1시간여를 쉬
지않고 서서  돌아다녔던 때문에 더는  움직이기도 싫었고, 청소하는  내내
옆에서 누워  텔레비만보는 그이가 좀  미워보이기도 해서(어제 울  그이는
회사안가고 하루종일 집에 있었음), 물달라는  기원이에게 아빠를 눈짓해주
엇습니다. 애기는  금새 내  말을 이해하고는  아빠한테 가서는, 다시  '물
도!'!!!!

 

 


아빠도 뭉기적뭉기적!! 괜시리  나쁜 엄마가 둘 사이를  이간질 시켜놓습니
다.

 

 

" 니네 아빠, 너 안 좋아하나보다. 물도 안 주고!!! 나쁜 아빠다, 그치?"

 

금새 기원이는 뭘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덩달아 흥분합니다.

 

 

" 아빠, 미워! 아빠는 나쁜 사람!!! 물도 안 주고... 내 안 좋아한다!!"

 

 

평소에 어떻게든 기원이한테  점수를 얻어볼려고 노력하던 아빠는  이 말에
아주 화가 나 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벌떡 일어서서 물을 갖다주면서도
약이 올랐던지  반바지 입은 제 다리통을  철썩!! 한 대  때리고 가더군요.
어찌나 세게 때렸던지 눈물이 찔끔...에고나, 아퍼라....

 

" 나도 자기 싫어! 나쁜 남편이야, 머. 씨....."

 

 

괜히 입이 뚱하니  나와서 컴앞에 와 버렸습니다. 책상위에  한쪽다리를 올
려놓고 컴을 두드리자니  (제 자세가 좀 그렇습니다.) 아직도  다리에 손자
국이...빨갛게....흑흑~~

 

 

손자국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씩씩  거리고 있으려니 기원이가 옆에  와서
그 자리를 자기도 들여다 봅니다.

 

 

" 아빠가 때려서 엄마, 아야! 했어..흑흑!"

 

 

괜히 아픈 체  하니까, 기원이가 갑자기 흥분했습니다.  거실에서 텔레비보
는 아빠쪽으로 가더니, 떠드는 소리가 이 방까지 .....

 

 

" 아빠, 울 엄마다이, 씨, 땟찌하지 마아. 씨~~"

 

그러고는 다시 쪼르르 달려오더니,

 

" 엄마, 내가 아빠한테 머라머라했다. "

 

 

보고하는 그 꼴이 귀여워서 가만히 보고 웃으니 얘는 아예 신이 났는지,

 

" 엄마, 내가 아빠 팍~ 찼삘끼다."

 

 

그러고는 다시 거실로 나가는 소리.. 얍얍! 하는  기합소리가 몇 번 들려오
고.....아니, 이 자식이  어디서 아빠한테 발길질을.....! 이런  소리가 들
려오더니.... 으앙!!!!  기원이의 째지는 울음소리.... 에그!  니가 사자를
건드렸구나..!!

 

 


방으로 다시 들어와  하소연 하는 기원이를 달랬더니,,  한시간여를 그렇게
깨갱거리다가 잠이 들더군요..

 

 

우리도 마, 자자!!

 

 


그이는 언제나이듯 아래쪽에 잠자리를 펴고  누웠고, 기원이랑 나랑은 침대
위에 누웠습니다. 자는  듯 했던 기원이가 불을 끄자 갑자기  눈을 번쩍 뜨
고는 말똥말똥!! 얘가  안 자고 큰일났네!!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자라, 자!! 억지로 토독토독 두드리며 잠을  재우는데...

 

 


조용한 침묵을 깨고 울 그이가 저녁에 뭘 잘못 먹었는지 ,

 

 

뽀옹~~~

 

우씨~~

 

 


하지만, 그거 아는  체 할 시기도 지났고,(결혼한 지 3년이  넘으면 이렇게
된다나?) 모른 체  하고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게 아니
더군요.

 

 


으아, 학학~~~

 

 


침대옆 창문을 신경질적으로  팍~ 열어제치니 울 그이는 능청을 떠는건지
정말 몰라서 모르는 건지,

 

 

" 왜 그으래? "

 

" 자기, 정말  그럴거야? 느낌이 오면 얼른 발딱 일어나서  밖에 나갈 것이
지. 지금 자기의 한번의 실수에 몇명이 이 고통을 견뎌야 하냐구!! "

 

 

창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하는 내 말에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진 울 그이는,

 

" 아, 거, 미안하다 안하나!! 마, 그냥 자자!!"

 

우리 기원이는 그냥 눈만 멀뚱멀뚱~~~


기원아, 자자!! 에고, 구여운 우리 기원이! 넌 냄새안나니?


멀뚱멀뚱 눈을 굴리는 기원이의 얼굴에 내 얼굴이  가까워지자, 이건 또 웬
냄새?!
( 너도 입냄새 나니? 요 조그만 게 벌써 입냄새가 나네? )

 

 

" 기원아! 네  입에서 똥구린내난다! 엄마랑 빨리 목욕탕가서  빨랑 이빨닦
고 와서 자자, 응?"

 

 

기원이의 눈이 무슨  말인지 몰라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구린내란  말이 무
슨 뜻인지 아무래도  감이 안 오는 모양입니다.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기원이가 내뱉는 말,

 

" 나, 빵구 안했다! 빵구, 아빠했다!!"

 

하하하하!!!!

 

 

한참 웃던 울 그이가 아무래도 오늘 밤만은  이 꼬마를 자기 자리로 쫓아야
겠다는 결심을  했었나봅니다. 베개를 싸들고는 침대 한귀퉁이로  올라와 자
는데, 어쩌든지 자리를  안 뺏겨볼려고 중간에 아둥바둥 옹크리고  잠을 청
하던 기원이, 마침내 못 참겠는지, 벌떡 일어나버리더군요.

 

 

" 씨~ 넘 좁따!! 아빠, 내리가세요!! " (사투리임)

 

 

참 내,  애들 말배우는 것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니깐요. 너,
좁따라는 말은 언제 배웠니?

 

 

" 기원아, 좁으면 네가 내려가서 저기 가 자!  엄마가 조금 있다가 따라 내
려갈께, 응?" (따라가긴 뭘 따라가! 그냥 잠들면 그만이지,머...)

 

 

 슬슬 꼬시는 말에 웬일인지 순순히  베개를 들고 내려가는 기원이..수상하
다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베개를 바닥에 두고 누우려던  기원이는 뭔
가 아니다라고 느꼈나봅니다. 다시 베개를  들고 주섬주섬 침대위로 올라오
더니 둘 사이에 옹크리고 눕더군요.

 

 

" 너, 안 좁니? 그냥 내려가서 자지, 그래?"

 

 

좁아서 옆으로 누운 기원이의 등에 아무 기척이  없습니다. 가만히 있던 기
원이가 한마디 합니다.

 

 

" 인자 안 좁따!! 자자!!"

 

 

...............

 

 

 

언제쯤이면 얘를 따로 재울 수 있을까요? 쩝~~

 

 


애기가 맨날  이불을 걷어차고 그 위에서  자는 통에 옆에 누워  자는 저도
이불덮어 본 지가 아주 옛날같구만요...

*******

 

이 얘기 지금 기원이한테 읽어주니 신기해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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