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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2011 수능 고사날, 그 뒷 이야기

 

 어제 우리 아들 시험보고 왔습니다. 완전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일단 분위기 깨지 않으려 식사부터 하고 온 뒤에 천천히 점수를 매겨 보았습니다. 수능고사일 일주일전에 보았던 모의고사 점수에 비해 대략 30점 정도가 다운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의고사 점수로 원점수는 전교 1등이었고 표준점수로 계산하니 2등이었습니다.

 

너만 못 본 거냐, 아님 다들 못 본 거냐?? 모르겠다고....ㅜㅠ 재수를 생각해야 되는건지 - 앞으로 있을 몇 개의 논술고사를 볼 수는 있는 건지 고민을 했습니다.

 

다행히 최저 등급 하한선에는 걸리지 않아서 논술 시험을 볼 자격은 될 듯 했습니다. 일단 논술 고사일 때까지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것만 생각하고 이후의 일은 차차 고민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

오늘 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친구들 분위기는 어떻더냐고 물었습니다.

 

문과 친구들이 하교길에 미분 적분 책을 사가지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내년 수능에는 문과도 미적분을 보아야 합니다.;;

 

 

 

모델 지망생이자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잘 생기고 집안 형편도 괜찮은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수능점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친구인데도 자신의 명예(!) 를 위해서 잘 보고 싶다고 했답니다. 고 3 된 이후 옆에서 보기에도 놀랄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공부를 했었고 또 점수도 많이 올랐던 친구라고 합니다. 그 친구, 오늘 계속 울고 그래서 다들 위로해 준다고 같이 우울했다고 합니다.

 

문과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수시도 서울대만 넣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대 수시에서 떨어지고 이번 수능도 망쳤다고 합니다. 재수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니 집안 형편이 어려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가만 생각하니 수시원서 , 웬간하면 될만한 데는 다 집어 넣는 편인데 서울대 하나만 넣은 것도 형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서비 7~8만원에 지방에서 시험치러 올라갔다 오면 부모 중 한 명이랑 본인의 교통비로 2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즉, 논술 고사 한번에 30만원 가까이가 드는거죠. 식사비까지 합한다면요. 정말로 욕심나는 학교 한 개 정도만 지원 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번 달 연세대 논술고사장 풍경 

시험치는 자녀를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연세대 논술 고사를 칠 때도 주변에 같은 논술학원 학생들로 보이는 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똑같은 교재를 들고 다니고 시험을 마친 후에도 삼삼오오 보여서 적은 답들을 비교하는 모습들을 볼 때요. 이 곳 울산에서 한달간 논술 고사 지도를 받을 시 수강료가 90만원정도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이것도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대 논술 볼 동안 근처 커피숍에서 - 아우라님과 

아우라님과 신발인증 - 


그 날 비도 오고 참 우중충했죠.  아이가 시험보는 동안 머물 데를 찾아봤지만,

근처 커피숍마다 다 사람들이 다 찼고 겨우 찾은 쥬스 전문점의 한 자리 -  기다리고 있을 때

아우라님이 거기까지 절 찾아오셨어요. 약속이나 한 듯 둘다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인증샷 하나 찍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 중 10%는

다 모여있지 않나 싶었던 그 아수라장 -  원서비만 해도 학교가 건물 하나를 세울 수 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듯 -

 

 

 

또 아들의 친구 녀석 중에  내신은 매우 좋은 편인데 모의고사 성적이 형편없는 친구가 있습니다. 정시로는 웬간한 데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이고 수시로야 어느 정도 원하는 곳에 두드려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군데 원서를 넣었었는데 다 떨어지고 유니스트 (울산 과기대)만 1차에서 합격한 뒤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유니스트 면접이 좀 쉬운 편이었던지 면접 보고 온 학생들마다 '나는 확실하게 걸렸다~!!' 며 자신만만해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도 역시 면접을 보고 온 뒤에 걸린 것 같다며 이후 공부를 접고 피씨방도 놀러다니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결과는- 떨어졌죠.  이후 있었던 기말고사도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쳐서 거의 뒤에서 등수를 헤아리는 게 빠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재수를 한다고 해도 기말고사 성적이 워낙 엉망이라 수시를 다시 지원해보기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 엄마랑도 제가 아는 사이인데 제가 다 마음이 무겁군요. ;;;

 

이번 시험이 영어도 많이 어려웠습니다. ebs 교재에서도 많이 나왔는데 그대로 나온 건 한 문제이고 나머지는 많이 변형시켜서 나왔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EBS 교재에서 나온 문제들은 난이도가 아주 쉬운 것들이라 굳이 EBS 를 공부하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 실력만 되는 학생이라면, 다른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했더라도 충분히 맞출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어제 시험에서 우리 아들보다 평소 영어 성적이 많이 안 좋은 친구들이랑 우리 아들 영어 점수가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랑 평소 영어 점수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던 친구도 우리 아들이랑 점수가 같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이번 수능에선 1등급을 제외하고는 점수가 아래 쪽에서 비슷하게, 하향 평준화로 나왔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가 어려워도 1등급의 하한 점수는 매년 비슷합니다. 문제가 어려우면 그 아래 2등급의 점수가 더 떨어지죠. 1등급과 2급등의 점수 차이가 크게 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무슨 얘기냐 하면 아무리 영어 문제가 어렵게 나와도 잘 하는 상위 4% 의 학생들은 점수에 변동이 없고 그 아래 학생들만 죽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들 말로는 , 영어 잘하는 애들은 어릴 때부터 그 점수가 굳어져 있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고 하는군요. 영어 1등급은 정해져 있다구요. 2등급 이하로의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2등급 최고 점수로까지는 올라갈 수 있어도 1등급 안으로 진입하기는 아주 힘들다고 합니다. 학년이 아주 올라간 뒤에 영어 1등급을 위해 과외를 하거나 하더라도 그건 아주 힘든 일이 될 거라고. 3등급을 2등급으로 올리기는 쉽지만 2등급이 1등급이 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 아들은 국어는 아주 잘합니다. 모의고사를 쳐도 전국 0.3 % 안에 자주 들어갑니다. 내신이고 모의고사고 1등급을 놓쳐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시험에서도 50문제 중 49 문제를 맞췄다고 하는군요. 제가 학력고사칠 때 50문제 만점 받았습니다. ㅎ ^ ^;; 몇 년전 학부모 교육 강좌를 받으러 가서 작년 수능 국어 시험문제입니다 - 라고 하면서 문제지를 내어 줬는데 그 때도 그 안의 어머님들 중 제가 최고 점수를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 문제 틀리고 다 맞은 것 같습니다. 풀면서도 굉장히 어렵군... 풀고 싶은 의욕이 조금 생기는 문제군.... 이러면서 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난 척 ..;;; 아이의 국어 점수는 -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하고 항상 책에서 손을 놓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게 하는  노하우를 익힌 게 있는데 시간이 되면 ;;; 한번 블로그 글로써 풀어 드리겠습니다. 가능하리라고 믿으며 -

 

그런데 우리 아들, 영어는 잘 못합니다. 아주 못했는데 그나마 고등학교 올라와서 모의고사 보면서는 점수가 많이 올랐습니다. 게을러서 단어 외우기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영어 점수가 잘 나오는 건 수능 문제 유형이 독해 위주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선생님 말로는 어휘력과 문장을 추리하는 능력이 좋아서 대충 앞 뒤로 영어 문장 읽으면서 잘 끼워 맞추고 추리한다고 합니다. 영어도 반절 이상은 국어 공부와 관계있다는 말이겠죠.

 

모든 과목을 잘 하면 좋겠지만, 우리 애같은 경우는 국어, 수학은 좋아했지만 영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매일매일 꼼꼼하게 외워야 하는 영어는 정말 싫어했죠. 따라 다니면서 그날 그날 학원의 단어 숙제를 제가 검사하고  책상 옆에 제 걸상 갖다 놓고 거의 같이 공부를 했지만 영어는 - 너무 하기 싫어했어요. 반면에 수학은 - 어려운 문제일수록 활활 불타는 투지를 가지고 덤벼 들었던 기억이 ;;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영재들만 간다는 수학학원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었는데, 경시대회 문제라면서 내 주더군요. 50점만 받아도 아주 우수한 학생이라고 하는 난이도 높은 문제였습니다. 애가 3시간을 엉덩이를 떼지 않고 계속 풀더군요. 집중도가 이렇게 뛰어난 학생은 처음 봤다면서 학원장도 놀랐습니다. 문제지를 보니 -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자기가 아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이렇게도 풀어보고 저렇게도 풀어보고 - 온갖 시도를 다 했더군요.  집에 오는 길에도 그 문제, 어떻게 풀면 되었던 걸가... 라고 아이는 궁금해했었는데.......아....세월이 흘러 그 초등학생이 수능을 봤습니다.....ㅜㅠ 근데 별로  잘 치질 못해서.....ㅜㅠ 마음이 아픕니다.......ㅜㅠ

 

 

 

 

어제 수능고사를 치고 나오는 교문 앞의 풍경입니다. 기다리다 보니 우리 멋있는 아들이 걸어 나오더군요.  녹차를 넣어주었던 보온병은 어디다 흘리고는 웃으면서 나왔었어요.

 

보온 도시락을 고 3이 되면 사 두어야 합니다. 자율 학습을 토요일, 일요일도 하는데요, 급식이 안 나오거든요. 그러면 점심, 저녁, 2 끼를 밖에서 사 먹어야 하는데, 식당이 학교 근처에 가까우면 또 모르겠지만, 식당을 왔다갔다하면서 피곤한 것도 크기 때문에 - 또 계속 사 먹다보면 사 먹을 것도 없구요. 도시락을 싸 줘야 됩니다. 보온 도시락이 꽤 비싸거든요. 10만원 정도 합니다. 하나 사 두면 어제같이 수능 날, 도시락을 지참해야 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쓸 수가 있는 거죠.

 

어제 도시락은 특별히 한우 불고기에다가 애가 원해서 넣어준 된장국 - 이것도 아주 특제 된장국 - 뭐가 특제냐고 물으신다면 평소보다 훨씬 정성을 들였다는 정도만 -  갖가지 반찬을 넣어줬습니다. 그 안에 정수기 사정이 어떤지도 모르기 때문에 보온병에 물도 넣어 갔습니다.  녹차를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특급품 녹차가 집에 있었는데 이게 떫은 맛도 전혀 나지 않고 아주 맛이 좋은 거였습니다. 보온병에 넣어갔는데 친구들이 맛있다면서 자기들 들고 온 물은 안 마시고 우리 애 것만 마셨다고 하더군요. 그래 놓고선 보온병은 놔 두고 왔습니다. ㅡ.ㅡ;; 자기 것 잃어 버리고 온 주제에, 그 책상 주인인 학생에게 선물로 책상 안에다가 초콜릿을 몇 개 놔 둬 주고 왔다고 합니다. 오지랖....ㅎ

 

방석도 들고 갔어요. 긴 시간, 평소 앉지 않던 남의 걸상에 앉을 때 방석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편안해진다고 해서 - 너무 큰 솜방석을 가지고 갔더니 가방이 꽉 찼어요 ;;; 가 보니까 재수생들은 다 방석을 들고 왔다고 합니다. 1년 쳐보니 방석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나봅니다.

 

 

 

친구 중에 한 명은 체육 특기생인데 어머니가 도시락을 안 싸 줬다고 하네요. 아침에 컵라면 하나를 넣어주더랍니다. 수능이 별 필요없는 학생이라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 모양인데 그래도 밥도 안 싸주다니 ..;; 그런데  뜨거운 물도 안 넣어 왔더라고. 냉 온 정수기는 화장실에 있더랍니다. 컵라면 들고 화장실가려니 그것도 좀 그렇고 -

 

친구들이  ' 이 불쌍한 쉬키 - 와서 같이 먹자 ' 하고는 각자 밥이랑 반찬을 나눠 먹자고 했는데요, 이 친구가 젓가락도 안 챙겨 왔더라고 하는 ;; 정말 딸랑 - 컵라면 한 통만 들고 온 거죠.

 

다행히 친구들 중에 나무 젓가락 두 개를 들고 온 애가 있어서 그걸로 해결을 했다고.

 

또 한명은 도시락을 싸 왔는데 열어보니 커다란 구운 김통이 보이더래요. 그걸 들어내니 또 그 아래 다른 김통, 또 들어내니까 그 아래 또 김통. 마침내 김 3통을 들어 내고 나니 그 아래 큰 찬합이 -

 

아... 이제 본품이 나오는군. 하면서 친구들이 다 보는 가운데 그 찬합을 열어보니까 , 그 큰 찬합에 밥만 가득 ;;;

 

밥이랑 김만 넣어주신 어머니.

 

친구들.. 잠시 말을 잊고............................있다가................

 

어머님이 많이 바쁘셨던 모양이쿤.................하................

 

같이 먹자~~~ ㅎㅎ 그러고는 또 앉아서 같이 먹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 교실에 같은 반 친구가 몇 명 있어서 둘러 앉아 먹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말로는 재수생들, 괜히 재수했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번 수능이 어려워서 재수를 했음에도 점수가 작년보다 더 낫게 나오지 않아서 좌절감을 느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재수생만 양산시키는 입시가 아닌가 하네요. 대학 신입생들 중 매년 재수생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하니 - 특히나 올해 입시생 숫자가 사상 최고라고 하니 이 학생들 중  재수생의 숫자도 그만큼 많아지겠죠.

 

컴퓨터 들여다 보면서 어제 저녁 내내 한숨만 내쉬는 아들이 보기가 안스러웠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아이의 몫은 끝났으니 이제 제 몫이 남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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