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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에피소드] 소설'아딸라' - 관능적이라카니 그런 것도 같고예~

 

   < 추억의 끝을 잡고 >      <----웬지 표절의 느낌이 든다....

 

빨래를 널고 난후 베란다밖으로 내어다본  앞산의 초록이 눈부시다. 산꼭대
기에 절이 있을 정도로  꽤 울창하다할 수 있는 저 산의  나무들이 한 차례
의 산들바람에 파도치듯 물결치고..... 그  평화로움을 취한 듯 음미하다보
니  그  초록의 짙푸름위로 예전 대학시절 캠퍼스의 투명한  연두빛이 오버
랩됨을 느낀다.

 

 

5월의 캠퍼스는 젊음의 역동, 그 자체!  중간고사가 마쳐갈 무렵, 시험으로
부터 해방된 청춘들은  곳곳에서 터져나갈 듯한 생기를 내뿜고,  교정 곳곳
의 써클파크에서는 울려퍼지는 기타소리, 노랫소리.  햇빛을 반쯤 투과하는
얇은 연두빛이파리의 그늘아래 부끄러운 듯 담소하던  청년들, 처녀들 . 그
햇살, 그 초록, 눈부신....

 

 


50분간의 수업을 마친  뒤 다음 강의실로 옮겨가기 위해 각  건물에서 쏟아
지듯 나오던 해맑은  얼굴들....교정은 금새 발랄한 청춘들로  물결치듯 넘
쳐나고... 그것을 떠올리는  지금도 그 싱그러움엔 웬지 아찔할  정도의 찬
란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싱그러운 그 밝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고통스런 얼굴로 머리를 싸매고
나무그늘아래 앉아  있는 몇 명의  여학생들모습이 내 기억의 그림한  켠에
보이고 있다. 그 얼굴들로 가까이 포커스를 맞춰보니...
그건 다름아닌 아딸라와 과 친구들!!!

 

 

 

         < 소설 '아딸라'는 우리를 잡았다 >

 

- 으아! 시험이 끝난 게 바로 어젠데.....아이구, 하기 싫어라~~~

- 야, 곧 다음시간이 수업인데 빨리 빨리 해!  빨랑 해야 잠시라도 틈을 내
서 군것질로 배라도 좀 채우고 수업들어가지....

- 이씨~  그러게 스터디시간엔 지각하지  말랬잖아. 미리미리 했으면  밥도
제대로 먹었을것 아냐 !

 

 

 

 

 

그건 바로 그  다음 시간에 있는 불단편수업시간의 예습을  하는 모습이다.
이번 단편수업시간의 교재는 바로 샤또브리앙의 '아딸라'....

 

 

소설 아딸라의 수업방식은 살벌했다. 몇바닥씩  번역예습을 해 온것을 교수
님이 지정한  학생이 앞에 나가  발표하는 형식으로 간단히 본문을  훑어본
다음 그에  대한 꼬망떼르(commentaire ;  설명, 논평)를 교수님이  붙이는
형식이었다.

 

 

게으른 우리가  고육지책으로 짜낸 것은   '학습에서의 분업주의'였다.  몇
문단씩 미리미리 나눠서 배분한 뒤에 수업시간전에  모여 앉아서 각자 공부
해온 것을 가르쳐 주는 방식이었다. 한 명이  자기가 공부해온 것을 천천히
번역하면서 불러주면 나머지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들밑에 열심히  그 뜻을
적어놓고..

 

그 때 비는 시간에 친구들과 나눠 번역했던 바로 그 책, 아딸라-

 

' 야, 그  부분 , 천천히 다시 해봐 !' '아직 다  안 적었단 말
야! 좀 천천히 해!!'' 그 단어 뜻, 그거  맞니 ? 좀 이상한 것 같다...쩝~'
' 사실은 나두  이 부분은 좀 자신이  없다. 사전에는 요런 ,  요런 뜻들이
적혀 있었으니까 대충 각자 알아서들 번역해라....' '  난 이런 게 맞는 것
같은데....어쩌구 저쩌구.' ' 그래, 니가 왕초다! 니  번역이 그럴 듯한 것
같아!' 이런 대화들이 오고갔었다. 각자 발표할 차례가  된 애는 마치 교단
위에 올라가 정식발표라도 하는 사람처럼  목소리도 가다듬어 프로페셔날하
게 한번 해 볼려고 했었고...

 

 

끔찍하게도 소설 '아딸라'는 엄청 난해한 글이었다. 어떤  땐 한 줄의 번역
을 가지고 몇시간을 씨름해야하는 때도  있었고, 의미는 대충 이해하겠는데
도 도무지 마땅한  한국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는가하면,  아예 앞뒤가
연결이 되지 않는  걸로 봐서 첨부터 완전히 방향을 잘못잡은  번역을 하고
있음을 느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녀가  울었다는 것인지, 그가 울었다는
것인지조차 모호할 때도 있었다. 18c후반의 이  작가는 요즘의 대부분의 글
들처럼 확실하고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다. 상징과 추상으로  가득찬
멋부린 글들.... 주위배경이나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상세한가 하면 또 그
렇지도 않았다.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상황은 급진전되는 듯했고 글
의 흐름을 따라가자면 그것이 도무지 실제  있었을 것같은 현실감은 전혀들
지 않고 오로지 꿈 속을 헤매는 듯한 몽롱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40대의 처녀교수님은  이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약간 코먹은  듯한
목소리에 서울억양을 쓰는 그 교수님은 비교적  엘레강스하다할 수 있는 어
투로 말했는데,  우린 이것을 '빠리스타일'의  어투라고 평가했다. -  가끔
우린 그 어투를 흉내내며 재미있어했다.-

 

 

교수님은 한 줄을  읽으실 때마다 감동을 받으신 듯한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추셨다가 번역을 하셨다. 또 한 줄을 읽고는  다시 눈을 짜부리시면서 생
각에 잠긴 듯한 표정...

 

 

우린,
'으아! 굉장한 소설인가 보다....'
하면서 괜시리 같이 감동을 받았다.

 

 

교수님의 꼬망떼르는  많은 부분이 '물의 상징성'과  관련되어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소설  '아딸라'의 이미지가 원래 그러했던 듯 이  소설의 꼬망떼
르는 대부분  '관능성'과 연관되어진 것이었다. 아딸라가  남자주인공 샥따
와 도망치던 도중 숲에 내리던 비 , 그리고  작은 배를 타고 강물을 거슬러
내려가면서 보이던 주위의  정경들, 이 모든 것들이 관능성을  나타내고 있
다고 하셨다.

 

 

- 여러분! 샤또브리앙의  소설은 동경과 몽상으로 가득 찬  작품입니다. 곳
곳에선 관능성이 아름답게  숨쉬고 있습니다. 보세요! 이 부분!  빗물이 흐
르고.....아아!  관능적이지 않아요? 음~~~~~ 너무 관능적입니다..

 

우린 숨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 이 부분!  이거, 이거! 간결하고 힘찬, 그의 다양한  문체의 하모니가 돋
보이는 부분입니다!!  아아!!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육감적인,  음,
뭐랄까, 에로티시즘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군요....음~~

 

 

관능미....에로티시즘......육감적인....이러한 말들을 우린  1시간동안 수
십번은 듣는  듯했다. 음~ 관능적이구만...에로티시즘이라....고렇게  알고
있으면 되겠구낭...우리들의  멍청한 표정을 교수님은  알아채셨고, 그것은
어느날 기회를 맞아 교수님의 노여움으로 폭발되고 말았다.

 

 

교수님이 한 부분을 읽으셨다.

 

- '아! 아딸라! 야성녀 아딸라!!'

 

 

교수님이 연극조의 고조된 목소리로  이 부분을 읽으실  때 우린 , 우리 불
초한 제자들은 키득키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 하느님! 우리에게도 교
수님과 같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안목을 내려주소서! 아, 이  참을 수 없
는 웃음의 가벼움!!! 끄으윽~~~(웃음참는 소리)

 

 

교수님은 잠시 말을 멈추시고 우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셨다. 긴장으로 가득
찬 정적의 순간이 잠시 흘렀다.

 

 

- 다음 수업시간에는  번역준비와 함께 그 부분에 대한  간단한 꼬망떼르를
레포트용지에 적어서 제출하기 바랍니다..이만, 수업 끝!!

 

- 수고하셨습니다..

 

 

기죽은 학생들의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교수님은 화가  나셔서 나가버리셨
다.

 

 

꼬망떼르라......뭘 알아야 적어내지....  없는 말, 있는 말,  머릿속에 남
아있는 수업중의 말씀들을 끄집어 내서 거짓말로  가득 채운 레포트를 제출
했다.

 

 

교수님의 심리상태를 잘  알기에 우린 그다음 수업시간의  번역예습에 최대
한 최선을 다해서  혹시라도 지적당했을 경우 눈밖에 나는 일이  없도록 각
자 철저한  준비를 해두었다.   그날, 출석부를 뒤적거리며 발표자를  찾던
교수님의 레이다망에 걸린 사람은 바로, 나! 이 아딸라였다.

 

 

- 조 혜 경!!!

 

 

그 날따라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꽤 멋을 부리고  갔던 아딸라가 높은 교단
위로 올라가자 학생들은 키득키득  ! 이 긴장된 순간에 이건 웬  또 웃음 ?
이상해서 앞쪽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눈짓으로 묻자,  맨 앞의 경미가 내
게 작은 소리로 말해준다..

 

 

- 히히, 멋있어... 네 다리 예쁘다구...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교단뒤로 숨었다.  뒤쪽에 몰려있는 복학생 아저씨들
의 능글맞은 웃음들이 얄미웠다. 그 와중에도  교수님의 눈치를 슬쩍 보니,
책을 내려다 보고 계시긴 하지만 입가에 미소가  흐르고 있다. 뭐가 재밌으
실까?

 

 

- 저,  오늘 할 페이지는  86페이집니다. 자, 펼치시고!!! 여섯째줄,  보세
요!! 쑬라쑬라 옹그라망  다꼬르망. 음, 이 뜻은 어쩌구  저쩌구입니다. 아
시겠지요 ?  다시 천천히 그 단어뜻을  불러드리면...자, 받아적으시구요..
이 부분, 그러니까,  이 단어에서 저단어까지는 요 앞의 이  단어에 걸리는
관계절입니다... 그렇게 해석하시면 이해하실 수 있겠죠?

 

 

학생들이 웃음을 참지못해  뒤집어졌다. 왜 웃는 지 이유를  모르는 아딸라
는 또 다시 어리둥절... 경미가 살짝 일러주는 말..

 

 

- 넌 애교가 너무 넘쳐서 탈이야. 히히!!

 

 

난 잘할려고 한건데...치~~

 

 

- 흠흠! 목소리 좀 가다듬을께요...

 

또 웃는다. 내가 무슨 꼬메디안이냐?

 

 


최대한 발음에도  신경써서 우아하게 읽을려고  노력했다. 한 줄 읽고,  한
줄 번역...

 

 

- 갑자기 나는  풀밭위를 스치는 옷자락의 끌리는 소리를 들었다.  반쯤 벗
었다싶은 한 여인이 내 곁에 다가와 앉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꺼풀아래 흐
르고 있었다 ; 불빛에 비쳐 작은 금십자가가  그녀의 가슴위에서 빛나고 있
었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  그녀의
얼굴에서는 형언못할 고결함과 정열이 엿보였고,  그것은 저항할 수 없도록
사람을 끌어당기는  데가 있었다. 그녀는  게다가 부드러움마저 갖고  있었
다.  예민한  감수성, 거기에 깊은 우수가 합쳐져 그녀의  시선안에서 숨쉬
고 있었다 ; 그녀의 미소는 천사같은 것이었다..  (주 ; 소설에서 아딸라가
처음으로 등장하던 부분)

 

The Funeral of Atala, by Girodet (1808) - 아딸라의 장례식

아딸라의 피부가 하얀 것은 그녀가 인디언과 스페인의 혼혈이기 때문 -

 

- 그만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다른  학생이 한명 나가서 꼬망떼르를 붙
여보도록 하죠.

 

 

교수님의 입에서 날  석방시키겠다는 말씀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강의실안
에는 또다른 긴장감.....

 

 

나서는 사람이 없자  교수님은 다시 한명을 지적하셨다. 지적된  학생은 이
빨세고 능글맞기로 유명한 복학생아저씨....

 

 

교단위에 올라간 그  아저씨. 한참을 쭈삣거리고 또 한참을  책만 들여다보
고, 또  한참 교수님과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그  입에서 튀어나온
꼬망떼르는 지금 생각해도 아주 걸작이다...

 

 

- 저...................................................................
.........
교수님이예.. 관능적이라카니께 관능적인 것도 같고예...............
또, 에로틱하다고 하니께    에로틱한 것도 같아예...........
그리고예.............. 가만 보니까        몽상적이기도 하네예.......

 

 

학생들사이에선 웃음을  참느라 묘한 꾸르륵거림이 새어나왔고,  착한 교수
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마침내 포복절도로 이어졌다.

 

 

 


    <  시골처녀의 이야기....>

그 다음 학기  불단편시간에 우린 '시골처녀의 이야기'라는  단편을 공부하
게 되었다.

 

 

이것은 아딸라보다  엄청 쉬웠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묘사들과
빠른 스토리전개, 심각한 이야기들을 담았음에도  웬지 유머러스한 데가 있
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 아딸라는 이 재미난 것을 혼자  공부하기가 아
까워, 나름대로 번역하여 적은 노트를  써클 친구들에게 돌려가며 읽어보라
고 주기도 했다.-

 

 

이 작품의 수업방식역시 미리 예습해온 내용을  지적당한 학생이 앞에 나가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내용은 가끔 요상한 부분들이 숨어 있었다.

 

 

하녀가 동료건달패머슴에게 꼬시킴을 당하여 우습지도  않게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되는 장면이나 나중에 먼 지방의 하녀로  일하러 가서 그 주인이 청
혼하기위해 밤에   그녀의 방에 숨어들어와서 하는 '그런 일'들에  대한 장
면이라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물론 한글로 번역하여서 보면  별 것도
아닌 묘사들이고 각각이  한 바닥도 안되는 분량이어서 눈으로  슥~ 지나치
면서 읽을 경우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교단앞에 올라가 한자, 한자
불어로 된 원문을  먼저 읽은 뒤, 그 단어들에 맞는  의미를 각각이 붙이고
, 듣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야
할 때의 상황이란 조금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그런' 장면이란  건, 원래 혼자 읽는 것이지, 많은  대중앞에서 소
리내어  읽는 경우란  좀....껄끄러우면서....좀 머쓱하면서....눈치가  좀
보이기도 하고.....머, 그런것이다.

 

 

시작부터  코믹한 장면묘사들로  우리들을 즐겁게  했던 '시골처녀의  이야
기'.. 그  '요상한 부분'을 예습하던 날  우린, 과연 그 부분을  누가 앞에
나가 읽게 될까 정말 간질간질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은 시작되었고 학생이 지적되었다. 여학생의  이름이 불렸고 그 여학생
은 앞으로  나갔다. 여학생은 지레 겁을  먹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교단을
올라섰다. 교수님은 키득거리는  우리들의 사정을 알았을까 ?  장난스런 미
소로 서로를 쳐다보며  얄궂은 윙크를 건네기도 하고, 그렇게  수런스런 분
위기속에서 그 여학생은 번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그 여
학생은 문제의 그  장면 바로앞에서 자기의 소임이 다 끝났음을  알리는 교
수님의 사면령(?)에 의해 제자리로 들어오게 되었다.  다음 부분은 누가 하
게 될까 ? .....학생들은 괜시리 부끄런  미소를 지으며 책장속으로 얼굴만
파묻고 눈만 껌뻑거리는데.....

 

 

 

뒷 쪽에 우르르 떼지어 앉아 있던 복학생아저씨들이 키득거렸다.

 

 

- 이런 걸 순진한 여학생들을 시켜서 되나..!

 

 

아저씨들의 조그만 웅성거림이 있었고 이어 한 아저씨가 손을 들었다.

 

 

- 교수님예! 다음 부분은 제가 하겠습니더!

 

 

씩씩하게 교단앞으로 나섰던 우리의 구원병은  처음의 호기와는 달리 한줄,
한줄 읽어나가면서 그 패기와 용기가 차츰 꺾여가는 듯 했다.

 

 

'한밤중에  그녀는 침대를 더듬는 두 개의 손에  눈을 떴다...' .......

 

 


음~~

 

 

- 빨리 계속하세요!

 

담담한 무표정의 교수님이 재촉하셨다.

 

 

- 음~........ '처음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동시에'..........'주인이 자
기의 잠자리 속에 들어오려 하기  때문에'..........'주인이 무엇을 구하는
가 알고 몹시 떨기 시작했다.'............음~.....'  .....캄캄한 어둠 속
에 홀로 그것도  자기를 탐내고 있는 사나이의  곁에 '............음~....
'알몸뚱이'...........음~'와 같은 모양'...............................
음~   저,,,, 교수님예....이거말입니더......진짜로 ,  반드시 계속해야됩
니까......

 

 


불쌍한 저 아저씨...  괜시리 나서서는.....동정도 갔지만 우린  가만 있을
수 밖에.

 

 

- 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도록! 이건  삼류소설이 아닙니다. 다 '작품'속
의 이야기니까, 웃거나 하지 말아요! 번역, 계속 하세요!!!

 

 

'연세'-까지라고 말하기는 좀  뭣해도- 가  좀 있긴  있는 교수님이셨지만,
그래도 '미혼'의 여성분이다  보니까 약간 머쓱함은 계셨는지  그렇게 단호
하게 끊어말하시는 교수님의 볼에 약간 당황스런 홍조가 돌았다.

 

 

- 예,  알겠습니다. 계속하겠습니다......... 저......' 그녀는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기도 하고 '..............'주인의  키스를 피하려고'..... '약
간 몸부림치는  것에 불과한 저항'...........'사나이의 욕정에  눈이 뒤집
혀'.............  저..........교수님, 계속해야됩니까?   여기는 여학생도
많고예, 전 아직  총각이고예, ........ 마, 작품이라고는 해도  이걸 이래
사람이 많은 앞에서  읽어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예.  딱 이 부분만
마, 교수님이 퍼뜩 해 주시면 진짜 좋겠습니더..... 맞지예, 여러분!!

 

 

 

저 너스레!!!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나오고!!

 

 

모든 것을 눈감아  주신 교수님의 여유로운 배려로 그 부분은  교수님이 하
시게 됐고.....  교수님은 그 문단을 속사포처럼  단 몇분만에 번역하고 지
나가셨다.

 

 

 

    < 다시 베란다앞에 매달려......>

 

그 땐 그 일들이 왜, 무엇이 그토록 재미있었을까?

 

남들 다 노는  그 좋은 햇살아래 내내 수업준비를 해야했던  그 짜증스러움
마저도 이젠 이렇게 미소로운 추억이 되어 버릴 줄 왜 그 땐 몰랐지 ?

 

같은 청춘의 터널을  지나면서 같은 것을 공부하던 그  시절의 학과친구들.
서로에게 항상 열린 마음으로 대했었던 그 밝음과  순수. 서로가 서로를 완
전히 잘 알지는  못해도 그렇다고 완전히 모르는 사이도  아니었던, 그저그
렇게 부대끼던 그  친구들이 지금 웬지 그리워진다. 왜 그  때 그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그토록이나  관대할 수 있었을까? 학교를 떠나고  사회를 들어
서면서부터  그 옛날의  순수한  동료애적 정다움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다......

 

 

그 땐 그  모든 것들이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다. 손만  뻗으면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다가서면 열리는 기회의 문들이  내 앞
에 있었었다. 이제는..... 그것들에 부딪치고  얻어내고자하는 내 열망마저
사치함으로 느껴지니....

 

 

과거의 진가는 과거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일까 ?
시간이 흐른 뒤에야만이 미화되어지고 평가되어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간,


빨래를 널고  난후 아기가 잠시 자는  틈의 이 한없는 평화로움이  먼 훗날
내게 또 어떤  추억으로 다가올 지 난 모른다. 그저  부여잡고 열심히 열심
히 느껴서 머릿속에  남겨두려 노력할 밖에... 저 산, 저  나무, 그리고 하
얗게 씻겨서  가지런히 널린 빨래들의 눈부심까지  다 기억해 두리라.   이
바람, 어느 새 지는 저 저녁노을의  평화로움까지도 다 기억해두리라. 그리
고, 우리 아기가 아기였던 이 시절을...... 기억해 둘 것이다.........

 

『조혜경-아딸라의 수다방 (go PEN)』 31번
 제  목:[추억] 소설'아딸라'.                                       
 올린시각:95/06/28 19:52  읽음:1844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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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적은 글인데 - 지금 다시 읽으니 정말 오글거리는군요 ;;;;;

근데 조금 재밌기도 해요~~ ㅎㅎㅎ 아마도 그 시절의 기억이 아직 살아 있던 때 적어서인지 너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요. 지금 읽으니 ' 아, 맞아. 그 때가 생각나네, 그랬었지 ' 싶은 게 다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재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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