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94~95년 즈음에 pc 통신 나우누리 에서 통신작가를 하던 시절, '아딸라의 수다방' 에 올렸던 글 들 중 하나입니다. 단독 게시판을 만들어 주고, 또 글을 읽은 사람들이 글을 남길 수 있는 독자후기 게시판까지 - 제게 게시판 2개를 줬었어요.
뚜뚜뚜뚜~~~ 라는 특유의 접속음을 내던 피씨통신의 모뎀, 그 속도를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챔피언~!!!
제 글들은 글의 성격에 따라 꺽쇠 괄호 안에 말머리를 달고 글을 적었습니다.
생활 수필관련은 [작은삶] 이라는 말머리를, [꽁트] 도 있었고 [단편]도 있었고... 가끔은 [별사탕]이라는 말머리를 달기도 했습니다.
건빵 봉지 속에 서너개 들어있는 그 별사탕말이에요. 본품은 아니지만 한 두개 섞여진 그 별사탕은 보너스이기도 하고 잔재미이기도 했습니다. 터벅한 건빵 사이 고운 빛깔의 별사탕은 참 대수롭지 않지만 또 대수롭기도 했던 - 별사탕없는 건빵은 얼마나 허전했을까요??ㅎㅎㅎ
『조혜경-아딸라의 수다방 (go PEN)』 1번 제 목:[작은삶] 보물찾기 올린시각:95/05/16 18:46 읽음:2889 관련자료 없음 -----------------------------------------------------------------------------
립라이너펜슬이 없어졌다. 내가 제일 자주 쓰는 색깔인데..... 낮부터 찾아 헤맸는데도 도무지 눈에 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쳤 다..잃어버린 걸 찾는 다는 건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어린 시절엔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가 지칠 때쯤 되서 눈물이 좀 나기 시작하면 잃어버렸던 물건이 신기하게도 나타났었다. `하나님, 이번에 이 물건만 찾게 해 주시면 다음부터는 착한 일만 하고 살께요. 제발 물건 좀 찾게 해 주세요.'하고 기도를 하고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면 물건이 금방 나타나는 거다. 동생한테 얼마전 이 얘기를 했더니, 동생 도 그랬단다.. 아니, 언니도 그랬었어..... 근데, 왜 그렇지??
어제, 그이가 출근하면서 돈지갑을 놔 두고 나갔었다. 난 그걸 분명히 브이티알위에서 봤었는데, 저녁에 퇴근해서 그걸 찾아주려니 안 보이 는 거다. 남편은 `괜찮아, 조금 있다가 찾지, 뭐.' 하면서도 계속 신 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저녁을 먹고다시 찾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없 는 거다.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애기를 붙잡고 물었다. ` 지 갑, 본 적 있니?' 지갑이라는 말 뜻이나 제대로 알까 모르겠네.... 애 기는 뭘 알아듣긴 들었는지, 잠시 생각하다가,`엄 ~ 따!(없다)'한 다... 물은 내가 잘못이지... 으이그.....
그이랑 내가 얼굴이 벌건채로 온 집안을 뒤질 때 애기는 멍청하게 브 이티알옆에 서서는 엄마랑 아빠랑 하는 꼴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는 브이티알쪽으로다가가더니 테입들어가는 문을 여는거다. 애기아빠가 그걸 보더니, 냉큼 뛰어가 애기가 끄집어내는 지갑을 받아 쥐었다. ` 에구, 이녀석이 이걸 여기 넣었잖아!!'여태 모른 척하더니 갑자기 생각이 났었나보다. 거기 넣어둔 걸.....
애기가 처음으로 뭔가를 숨기기 시작한 건 몇달전이다... 돌지나고 몇 달이 지났을때, 애기랑 내가 외출을 준비한 후 집을 나서려는데, 열쇠 지갑이 없어진거다. 찾다가 열이 나서 옷까지 벗어던지고는 열심히 뒤 졌다. 침대밑이랑 씽크대옆구석,그리고, 소파밑, 문갑서랍들을 하나하 나 열어 찾았는데, 없는거다....
그렇게 1시간여를 외출도 못하고 찾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스쳐서 뒤진 곳이 애기의 씽씽카안!!! 애들이 집에서 타는 찬데 앉는 의자를 제끼면 박스가 있다. 애들이 그곳에다 물건들을 싣고는 달리라고 만 들어둔거다. 그곳에 여태 뭘 숨겨두는 법이 없던(몰랐겠지, 그곳에 뭘 넣어둘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애기가 그곳에 열쇠를 넣어두었던 거다....
그 이후, 애기가 중요한 물건을 어딘가에 숨겨서 야단법석을 떨었던일 은 부지기수다.어떤 땐 젖병이 없어졌는데 애기는 우유달라고 울고불 고...... 나중 보니, 책상서랍안에 우유병이 들어 있는거다... 그 외 에도 얘기하자면 많다.....찾던 물건이 예상을 불허하는 곳에 숨겨져 있던 일들............
찾으면서 그이랑 나랑 이렇게 말한다.
집안에 생쥐가 있어서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고 다니나보다.....
우리집 생쥐.....
요 놈!!!
(94.12)
참 옛날 글입니다. 저 때는 제가 20대 중반이었고, 지금 저 글 속의 주인공이 이번에 수능을 쳤으니 - ㅎ
당시 피씨통신의 글쓰기 에디터가 변변치 않아서 각 행이 끝날 때마다 인위적으로 엔터를 쳐서 줄을 바꿔 적었습니다. 저 줄 맞춘다고 참 고생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제가 이 글을 찾아 보게 된 것은 글쓰기에 관한 도서리뷰를 한 글을 보고 나서입니다.(감자꿈-글쓰기의 힘, 블로그 글쓰기)
지금 글들과 예전 글들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 걸까 궁금해서 옛날 파일들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그 때도 잡담처럼 끄적거리는 걸 좋아했는데 통신작가 게시판을 하나 떡 맡고 나서는 나름 형식을 갖춰서 적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기억도 나네요.
독자들 중에 한 분이 제 문장이 길다고 조금 짧게 끊어 쓰는 연습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말을 하셨죠.
그 얘기는 저의 첫 단편 소설을 읽은 뒤 해 주신 얘기예요. 등장 인물이 터트리는 대사들도 날카롭고 속도감도 있고 좋은데 문장이 조금 길다면서 -
그 얘기를 들은 뒤 다시 제 글을 읽어 보니 사실 만연체가 매우 만연하더라구요... ^ ^;;;
외국글들이 관계절등으로 이어져서 대체로 길잖아요. 그걸 읽다 보니 그런 듯도 하고 -
문장 하나를 둘로 나누어서 다시 적어봤습니다. 훨씬 간결하고 읽기가 수월해졌었어요. 어느 부분에선 접속사를 생략해 보기도 했습니다. 느낌이 조금 더 달라지더라구요. 속도감이 생겼어요. 어조가 강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문장 길이에 주의해서 여러 문학 작품을 읽다 보니 한국 문학 작품들 중에 고전으로 꼽히는 명작들은 대체로 짧은 문장에 간결, 명확하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 때 조언해주신 분은 '현대문학'의 특징이 짧은 문장, 빠른 속도감이라고 얘길 해 주셨는데 굳이 현대문학이 아니더라도 우리 글의 구조가 짧은 문장이 어울려요. 그 문장에 익숙하게 사고하고 생활해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짧은 문장이 훨씬 받아 들이기 쉬운 거죠.
기자들의 기사문 쓰기에서도 '짧은 문장','명확한 문장' 이 필수 요건입니다. 기사문이랑 문학 작품이랑 다른 점은 짧고 명확한 데도 아름다움과 철학이 들어 있어야 된다 ... 는 점 정도가 아닐런지요?
아래는 '토지'중 한 대목입니다.
날씨는 꽤 쌀쌀하였다. 섬진강을 건너서 불어온 바람은 잡목숲을 흔들어 놓고 지나간다. 평사리에서 강을 따라 삼십리가 넘는 읍내길을 달구지가 가고 나무꾼이 간다.
(박경리,'토지'의 숨결 - 포스팅에 들어있는 부분입니다.) 공간을 따라 흐르는 시선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자연 안에 사람까지 담아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간결한 데도 얼마나 아름답고 명확하게 할 말들을 전달하는지요..
당시 그 조언을 들은 이후 저의 글쓰기는 시간을 꽤 많이 요하게 되었습니다. 쓴 글들을 다시 살펴 보고 수정하는 작업이 길게 이어졌던 거죠.
수정하다보니 수정 하기 전과 글의 전달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스스로 비교도 해 보게 되고 또 각각의 차이점이 어떤지도 알게 되었구요.
일단은 속에 있는 것들을 터트려 풀어내는 글쓰기에 대한 모험이 시작되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용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말을 더듬는 이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이후 그것이 어느 정도 양이 쌓여졌을 때, 방법론 상의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 됩니다.
어린이들이 논술 공부를 시작할 때 초등학교 4학년 이전에 하는 것은 그다지 큰 도움은 못 된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이전까지 쌓여 온 독서량이 워낙 적어서 자기 것을 풀어 낼만한 데이타 베이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이의 글을 많이 읽어서 데이타를 쌓고 자기의 할 말이 생겼을 때 풀어 놓는 시도를 양껏 해 볼 것.
그리고 나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것. 이것이 순서가 될 듯 싶습니다.
물론, 글을 많이 읽는 것과 글쓰기는 순서가 있는 게 아닙니다. 충분히 읽지 않아서 아직 쓸 때가 멀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겁니다. 이미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지난 나이라면 살면서 보고 들은 것으로 쓸 거리는 이미 자신 안에 가득 내재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를 마친 뒤에 다음 것을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읽기와 글쓰기는 같이 나가면 됩니다.
글을 많이 써 본 뒤에 글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면 그 때부터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유를 봐가면서 20년전 저의 첫 단편을 공개하겠습니다. 처녀작이라고 해야 될 듯 싶은데 ;;; 얼마나 어설픈 문장인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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