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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소소] 힘없는 전화 속 목소리

 

위는 다음 로드뷰에서 대치사거리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이다.

하나은행을 낀 사거리 - 그 맞은 편에 노란 색 간판 by the way 가 보인다.

 

 


 

 

 

바이 더 웨이 쪽으로 내려가다가

 

처음 만나는 골목길, 노란 간판 공인중개사 옆으로 죽 들어가면 100m쯤 들어간 곳에 우리 아들이 묵고 있는 학사가 보인다.


 어제 저녁에 기원이(우리 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 올라 간 뒤 줄창 오던 전화가 조금 뜸해지고 토요일날 문자가 온 후 처음 온 음성 통화이다.

 

토요일날 문자에서는 단 한 줄 -

 

공부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혼자 밥먹는 게 힘들어요...

 

 

 

 방 구하러 다니던 첫    

 

 

숙소를 구한다고 같이 올라간 게 '방구하기'의 첫번째 스텝.

입술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던 날, 대치동의 웬간한 학사는 다 돌아 다녀 본 듯 하다. 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어느 정도 개인 생활이 보장되는지, 식당이 청결한지 등등 한 곳을 보고 나올 때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단체로 샤워를 하게 해서 별로인 것 같다라든지, 한 층의 학생 수에 비해서 샤워기 숫자가 턱도 없이 부족한 것 같다라든지, 식당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라든지 - 갖가지 리젝트 사유들이 있었다.

 

방크기에 따라 10만원 정도씩 차이가 나고 창문이 있나 없나에 따라서도 약간의 가격차.

 

학사는 식사와 빨래, 청소등을 다 해 주기 때문에 일반 원룸등에 비해 가격은 더 나간다. 물론 전기세등을 따로 내지 않으므로 이것도 학사 가격에 속할 것이다. 한 달에 120만원.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여기 첫 달에는 1년치 물품비라면서 50만원을 더 주어야 한다. 대학가 앞 원룸등도 50만원선이라든데 여기가 비싼 동네긴 비싼 동네인가보다.

 

 

 

 

  짐 싣고 간 두번째    

 

 

 

 

방을 구한 뒤 다시 울산으로 내려 오고 2주일 뒤에 온 식구가 짐을 싣고 다시 서울 숙소로 향했다. 이불, 베개와 책등 택배로 보내기에는 너무 부피가 크고 무게가 나가는 것들을 싣고 올라갔다. 애아빠도 기원이 묵는 곳이 어떤 곳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하기도 했고.

 

왼쪽의 사진들, 로드뷰 사진은 이 곳 울산에 내려 온 뒤 몇 번을 열어 보았던 화면인지 모르겠다. 근처의 은행들 중 숙소랑 더 가까운 은행이 있나 하고 몇 번을 열어보고 또 열어본 화면이다. 체크카드를 만들어 주고 출금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아무래도 가까운 행동 반경 안에 있는 은행이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주 뽑는데 출금기 수수료를 매번 쓰기도 그렇고 이왕이면 해당 은행 것으로 -

 

 

 

 

 

  졸업식 날 - 상경    

 

 

 

숙소로 가던 세번째 날은 - 마침내 묵기 시작한 첫 날이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난 뒤 오후 3시 반에 예약해 두었던 KTX를 타고 서울을 향했다.

 

졸업식이  있던 날은 학교 안에 꼬마 신사들이 즐비했다. 새로 맞추어 입은 양복과 넥타이, 구두로 멋을 낸 학생들이었다. 제법 추운 날씨였는데도 새 양복을 보여주려 코트도 입지 않고 돌아 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 있던 실크 넥타이에 울코트를 사서 입혔다. 같이 백화점을 돌아다녔는데 잡고서 보여주는 양복이 최하 60만원. 재수를 시작하는 마당에 잔치기분을 내기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3년간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들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혼자 낙오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볼 수도 없어 실용성있는 코트로 합의.

 

새 코트를 입고 친구들과 떠들고 웃으며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들떠 있었다.

 

그 날 오후 같이 서울로 향한 뒤에 은행으로 가서 출금도 시험삼아 만원을 해 보고 - 다시 입금을 만원 해 본 뒤 잘 되는 것을 확인하고 할아버지가 주신 졸업 축하금 50만원을 입금 완료 -

 

이제 어디가서도 집으로 돌아 오는 것까지는 할 수 있겠다고 기원이가 한 마디. 돈뽑아서 기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해서 집으로 갈 수 있겠단다. 내가 받아치길, 너 덩치 좋으니 힘 좋겠다고 배에 팔려가거나 섬에 끌려가면 이 체크카드도 필요 없거든~!!!

 

알았어요, 어머니. 큰 길로만 다닐께요 - 됐죠?

택시를 타고 근처 이마트에 가서 속옷과 양말 담아 놓을 바구니도 사고 냉장고 안에 넣어둘 물통도 사고 가까운 서점도 알아보고 -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마지막 인사 -

 

열심히 공부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 허투루 쓰지 말고..

 

알았어요...조심히 내려가세요.

 

그 날 밤은 서울 사는 남동생네 집에 가서 잤다. 덩치만 크지 애같아서 걱정된다고 했더니 남동생 왈, 자기는 대학 3학년 때 방위산업체 근무로 서울와서 혼자 살림준비해서 생활했는데 뭘 그러냐고 한다.

 

대학 1년을 지냈는지 안 지냈는지가 얼마나 큰 차이인데... 너 대학 1학년 때 3학년 형들을 보면 어른같이 안 보이대? 3학년 때 1학년을 보면 애기같이 안 보이대? 스무살과 스물 셋은 엄청난 차이인거야...

 

전자 사전이 고장났다고 서울 생활 다음 날 연락이 와서 여기서  인터넷 구매를 하니 바로 다음날 총알 배송으로 도착했다고 한다. 서울 백화점에는 최신 모델 2 종류만 있더란다. HD 동영상 재생이 되는 전자 사전이 32만원. 왜 갈수록 한 가지에 멀티기능을 얹어서 제품이 비싸지는 지 알 수가 없다.

 

학원에서 공부하냐고 하니 책걸상이 작아서 불편하단다. 학사 독서실에서 하겠노라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그저께 저녁에는 학사 독서실이 너무 썰렁하단다. 그 큰 독서실 안에 3명밖에 없어서 히터 켜기가 송구스러워서 그냥 있었더니 너무 춥더라고. 그래서 방에서 하련다고 해서 그러라고...

 

서울까지 갔는데 골방에 처박혀 공부하지 말고 웬간하면 학원에 가서 해 줬으면 싶다. 다른 애들 공부하는 걸 보면 자극도 받을테고 주말에 아침 일어나 어디론가 향하는 일을 하루의 시작점으로 해 준다면 생활도 잘 잡힐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말한다고 멀리 있는 애가 내 말을 들을런지 어쩔런지 알 수가 없어서 "자리가 불편해서 13시간 이상 앉기가 힘들다면 오전에 학원갔다가 점심 때부터 숙소로 와서 하든가.. 그러지...' 라고 넌지시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서점을 찾았느니, 백화점에 시계 수리를 맡겼다느니, 보내준 전자사전이 좋다느니, 고등학교 동창을 학원에서 만났다느니 들떠서 계속 문자와 통화를 해 오더니 - 귀찮을 정도로 - 첫 주말을 보내니 그게 아닌가 보다.

 

어제 저녁에 전화를 해서 아빠부터 동생까지 통화릴레이를 하더니 마지막에 엄마 바꿔달라고 해서 나도 -

 

그런데 목소리가 어째 촉촉하다. 기운이 하나도 없다.

 

태어나서 처음 집떠나서 생활하는 건데 지금 기분이 어떨런지 짐작이 가지만, 같이 울 수도 없고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제는 갈비탕, 오늘은 삼겹살 - 집에서 먹던 것보다 더 잘 먹네? ^ ^ 다음 주말쯤에 한번 올라가든지 할께. 손톱깍이랑 귀후비개? 거기 근처 수퍼에 없더라고? 그거 들고 가면 되나? 면도기도 새 걸로?

 

멀리 해외에 보내 놓은 것도 아니고 고작 이 한국 땅 , 조금 멀리 보내놓고서는 이러는 게 우습기도 하다.

 

이번 주말 올라갈 때 영양제들도 챙겨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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