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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남자의 자격 속 합창단보다 내겐 더 감동적인 합창단 -

스무살,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모여 노래하던 친구들을 30년이 지난 뒤 쉰살이 되어서 다시 만나 노래하게 되었다면??

 

더벅머리 남자아이들, 촌스런 퍼머머리에 낡은 청바지를 입었던 여자애들,

쉰살이 되어 다시 만났는데 이젠 늙수그레 눈가에 주름들 가득한 중년의 나이들이 되어 있다면??

 

해 질 무렵 연습실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화음을 맞추던 그 친구들, 삼십년을 뛰어 넘어 다시 한 곳에 모인다면?

눈을 감으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도 같지만,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듯 그 젊은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며 -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70년대, 80년대 대학가 앞의 허름한 고전 음악 감상실, 다방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다들 음악감상을 하고 문학을 논하고

음악을 논하고 청춘에 고민했던 그 사람들이 이제는 학교 교사고 교장 선생님이고 은행원, 교수, 주부 -

 

사는 곳은 다르고 하는 일은 달라도 다시 손을 잡고 만난 이 순간에 우리는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 우리들의 스무살로 -

 

 

 

이것은 모 방송국에서 짧은 다큐 형식으로 방송했던 합창단의 스토리입니다.

 

 

                                 

 

 

여기 제가 어디 있는지는 - 비밀이구요.ㅎㅎ

 

 

아래는 2007년도 봄,  내가 대학을 졸업한 지 십수년이 지나 다시 결성된 동문 합창단에 첫 연습을 한 뒤, 선배님들에게 보낸 편지글입니다.

 

전 정말 감격에 겨워서 이 글을 적었거든요. 선배언니들도 이 글을 읽고 다시 감격스러워 울컥했다고 하셨고 모 대학 학과장을 맡고 계신 선배님은 '명문이다~!' 라고  하시며 "대체 후배님은 어느 과를 졸업하셨나요?" 라고 물어오시기도 - ㅎ

 

칭찬 듣고 으쓱했던 그 글의 전문을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 학번 아딸라입니다.

 

2주전  부산 연습 때  처음 참석을 했었고 그 다음주는 제사로 빠지고

저번 주는... 저녁 늦게 별보기 여행을 떠나는 둘째놈 챙겨 배웅하느라고 조금 지각을 했었습니다.

 

 

첫 날 연습을 가서의 감격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들어가서 처음 만난 현수선배님.

예전 미소 그대로였습니다.

 

악보를 들고 노래를 하는데 너무 긴 시간 노래부르기와는 담쌓고 지냈던 터라 잠시 긴장을 했었어요.

제 목소리에 자신이 없어서 조그만 소리로 부르고 있었는데 제 뒷자리에 누군가 와서 앉더군요.

돌아보니 근영이. 졸업하고 처음 보는 근영이 . 연습중이라 표정만 호들갑스럽게 반갑다하고 있었는데

오른쪽 돌아보니 중배선배가 보이더군요. 그리고 다시 먼쪽으로 돌아보니 석진이 선배. 앞에는

현수 선배.  

낯익은 얼굴들, 반가운 얼굴들 .

 

 

 

피아노소리와 노랫소리 -

잠시 20여년을 거슬러 87년도 어느 즈음의 연습실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그 사이, 시간이 어떻게 흘렀던 걸까요?

저는 그 동안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요?

그리고, 선배님들 , 동기들, 다들 어떤 세월을  건너 뛰어 지금 이 순간 다 같이 모여 이렇게 또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요?

 

추억들과 시간의 흐름 속에 한 점 또렷히 찍힌 우리들을 느끼며 울컥 목이 메였습니다.

딱 3초정도  - ^ ^;;

 

저번 일요일날 늦은 시각에 준비를 재촉하며 라디오를 켜 두고 부산 내려갈 외출 준비를 했는데요,

4시 시보를 알리면서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시작하더군요.

듣다보니 가슴에 와 닿아서 여기 옮겨봅니다.

 

신체 나이는 실제 나이와는 다르게 간다는 것 아실거에요. 실제 나이가 30대인데도 신체나이는

50대인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구요.

근데 감성나이라는 걸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사춘기 이후 청년기를 지나면서 감성나이는 한창

민감한 피크를 지나 보통은 하향세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와 이 감성지수는 항상 똑같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바, 나이가 50대인데도 20, 30대 감성을 가진 분들도 많구요. -

 

감성지수는 행복지수라고 하네요.

일상은 어제와 내일이 그다지 크게 다른 일이 없고 항상 같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더 많은

걸 느끼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것도 커진다고.

 

흘러가는 음악 한가락도 그냥 스쳐가는 소리일 뿐일 수도 있고 거기서 감동과 행복을 더 느끼는 수도

있고 -

 

처음 합창 연습을 하러 갔을 때 뵈었었던 선배언니들, 물론 남자선배님들 포함해서 -  나이를 잊게 할

만큼 다들 얼마나 얼굴의 느낌이 맑으셨던지요.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얼굴만 봐도 느껴질만큼요.

 

감성지수 , 청년상태로 유지해오셔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

 

첫 연습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이런 특별한 곳에 한 자리 귀퉁이라도 끼어 앉을 수 있는 나는 참 선택받은 행복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부산가는 길을 나섰습니다.

 

 

예전 합창단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적었던 글이구요.-> (http://blog.daum.net/atala86/13746301)

 

아래는 저희 합창단 뮤즈콰이어가 부른 노래입니다. 곡의 제목은 '아프리카 '입니다.

플레이를 눌러야 나옵니다.

 

 

가사는 -

 


끝이란 걸 믿을 수 있나요

 

물러설 수 있는 곳 없기를 바라오.

 

때론 사는 게 죽음보다 힘든 걸

 

뼈속까지 차게 알게 된 거죠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도록

 

삶의 무게는 더해만 가오

 

느끼나요 아름다운 모든 것

 

어두운 세상 사랑하는 사람들

 

실패는 우리가  포기할 때 뿐이라오

 


희망이란 우리들의 마음에


<한경혜 작사>


 

 이 곡은 시크릿 가든의 Hymn to Hope 라는 곡에 가사를 붙여 신영옥씨가  불렀던 곡입니다.

이를 다시 김동규씨가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가사를 붙여 노래한 것이 이 곡의 원곡 '아프리카'입니다.

 

합창곡으로 편곡한 것은 저희 합창단 선배님이시자 현역 작곡가로 활동하고 계신 김광자님께서 합창곡으로 편곡해서

국내 초연하였습니다.

 

뮤즈콰이어는 부산 지역의 아마츄어 합창단으로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합창단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 평가가 아니고 ^ ^;;

음악 관련 전문가들이 해 주시는 말씀입니다.

 

지휘를 해 주시는 분도 합창단 선배님이신데요, 조현수님이라고 - 물론 저는 당시 남자선배들을 호칭하는 '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공대 입학하셔서 합창단에 들어오셨는데, 2학년까지 다니시다가 자퇴를 하시고 다시 음대 성악과로 입학을 하셨죠.

 

이후 이태리, 독일 등 유학하시고 세계 성악 콩쿨에서 대상을 타기도 하는 등 부산지역 성악계에서는

 현재 최고 수준의 바리톤이라고 하는 분입니다. 혹 노래를 들어보시게 되면 제 말에 공감을 하실겁니다.

성악 지도에 있어서는 독특한 교수법으로도 유명하시죠. 이런 분께 직접 발성의 기초부터 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반주하시는 분도 다 동문이고 -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동문이 주축이 되어 이끌고 나갑니다.

 

매년 가을즈음에 정기 공연을 가지고 있고 여러 초청공연에도 나갔습니다.

 

재작년에는 모짜르트 대관 미사곡을 전곡 연주하기도 했어요. 전체 6곡을 쉼없이 40분 가량 노래해야 되는 대곡입니다.

 

모짜르트 대관 미사곡 전곡을 연주하는 일은 드문 일이라서 -

얼마 전 저희 합창단의 연주한 것이 미국 미네소타주의 일간지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합창의 매력은 대단한 것이지요. 나의 개성을 죽일 때는 죽이고 어우러져야 하고 또 누군가 돋보여야 할 땐 (솔로파트 등 ) 확실하게 돋보일 수 있도록

다른 모든 사람들이 무미하게 깔아 줘야 합니다. 자기 소리만 신경써서는 합창이 되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다른 파트들의 소리도

함께 들어야 되죠.

 

음표로만 존재하던 악보가, 각 파트별로 불렀을 때는 불협화음인 것도 같았는데 마침내 전 파트가 합쳐서 소리를 맞췄을 때 신비로운 화음을

뿜어내기 시작하면 - 그 벅찬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다들 노래도 어찌나 잘하시는지 ^ ^;; 소프라노는 바리톤들이 치고 나올 때 감탄하면서 감상하고 바리톤들은 소프라노 솔로파트가 나오면

다들 황홀해하면서 듣습니다. ㅎ 부르는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듣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웬간한 악보는 처음 보고 다 시창이 되기 때문에 파트 연습없이 바로 화음으로 들어갑니다. 틀린 소리가 나오면 그 부분만 파트연습으로 들어가죠.

 

회식 가서는 기타 하나만 가지고도 너무 흥겹습니다. 누군가 선창하면 다들 제창으로 들어가는데 2도 화음으로 화음을 즉석 넣어 합창이 되어 나옵니다.

솔로파트가 가까와지면 서로가 눈짓으로 솔로 맡기고 싶은 분을 지목합니다. 지목을 받은 사람은 머뭇거림없이 그대로 일어나 솔로파트를 부르죠.

다들 박수~!!!!! ㅎ

 

회식 장면을 찍은 직캠도 있지만 여기 올리는 데 대해서 선배님들께 허락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일단은 보류하겠습니다.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합창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와 너가 모여서 우리가 되는 그 과정을 함께 지낸 그 감격이 어떤 것인지 잘 아니까요.

 

남자의 자격 속에 보이는 합창단 , 우리 주변에도 많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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