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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아딸라의 수다

[일상] 울 아들이 화장실 앞서 싸운 사연 -

 

 

제목을 뭘로 해야 하나 잠깐 망설였습니다. 일단 주의 사항은 - 식사 전인 분은 이 글을 피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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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식사는 하고 오셨나요?? 그럼 시작합니다.

 

우리 둘째가 지금 장염입니다.

 

사흘 전 둘째가 혼자 치킨을 한 마리 시켜 먹었습니다. 그 전에 시켜 먹었던 교촌의 허니치킨의 맛을 잊을 수 없었나 봅니다. 먹으면서도 신음하듯이 '앙................마싰따............' 이러면서 홀린 듯이 먹어대더니 결국 혼자 시켜먹었습니다.

 

저녁 일찍 집에 돌아온 형도 동생이 치킨을 다 먹었을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닫고는 책상 위에서 팩을 펼쳐 놓고 혼자 냠냠 맛나게 먹었던 거죠. 우연히 동생 방에 들어간 큰 놈이 소리칠 때까지 저도 몰랐습니다.

 

- 엇..........이거 뭐야. 뼈만 쌓였잖아. 언제 먹었던 거야?

 

혼자 몰래 먹더니 배탈이 난 모양입니다. 본인은 그게 아닐거라고 우기지만 우리 집에서 혼자 무언가를 먹은 건 그것 밖에 없으니 치킨이 제일 유력한 용의물입니다.

 

그저께 저녁부터 슬슬 열이 나더니 비틀비틀 어지러워 걸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해열제를 먹여 재웠지만 다음 날 아침, 애가 눈을 제대로 못 떴습니다.

 

- 엄마.......눈을 감고 있으니까 너무 편해요.... 안 일어나고 싶어요.........................

 

하는 수 없이 담임선생님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선생님, 저 기윤이 엄마입니다. 애가 열이 많이 나고 어지러워 학교가기 힘들다고 하는데 일단 챙겨 보내겠습니다. 상태를 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조퇴를 시켜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통학버스를 태우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재운 뒤에 지각 마감시각을 맞춰서 제가 운전해서 학교로 직접 데려다 줬습니다.

 

이 때는 장염인 줄도 몰랐고 목도 안 부었는데 왜 열이 날까 걱정만 했죠. 그래서 아침에 입맛이 없다는 걸 따끈한 우유를 데워서 먹여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우유가 장염에 더 쥐약이라는 건 아시죠?? ;;;

 

1교시가 마칠 즈음 선생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애가 상태가 더 안 좋아서 일찍 조퇴를 시켰노라고 -

 

학교에서 돌아온 애를 데리고 병원을 갔습니다. 몇 군데 배를 꾹꾹 눌러보더니 장염이라더군요. 죽을 먹여야 된다고 하면서 지사제나 해열제는 주지 않겠으니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집에 있는 것을 먹이라고 했습니다.

 

오는 길에 죽집에 들러 죽을 한 그릇 사 먹이고 또 두 그릇 정도 사서 집에 왔습니다.

 

그 날 약을 먹은 이후로도 열이 많이 나서 학원도 보내지 못했습니다. 밤에 잘 때도 계속 아이 방을 들락거리며 머리며 팔을 만져 보았는데 구석구석 몸이 뜨거웠습니다. 장염은 오래 가지는 않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아파하는 애 모습에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어제죠. 보온 밥통에 죽을 넣고 끓여 놓은 결명자물을 물통에 따로 넣어주었습니다.

 

다음은 그 날 학교 갔다 와서 애가 들려준 그 날의 에피소드입니다.

 

 

 

 

 

 

 

 

수업을 하다가 배가 또 너무 아파 화장실을 갔다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점심시간이 되었고 한 친구가  뛰어 오더니 울 아들 뒷통수를 빡 때리며 - 더러운 자식 - 이러더라고.

 

-왜??

 

- 너, 왜 ㄸ 누고 물도 안 내리냐? 너 아까 화장실갔다 왔지?

 

- 무슨 소리~!!!! 나 ㄸ 누고 물 내려서 확 다 쓸려 가는 거 두 눈으로 확인까지 하고 왔다구 ~!!

 

- 너, 몇 째 칸에서 눴는데?

 

- 왼쪽에서 세째칸 -

 

- 그러니까 - 네가 범인이네 - 거기 갔다가 더러워서 토하는 줄 알았다 -

 

- 그럴 리 없다고 - 같이 가 보자~!!!!

 

가 보니까, 엄청나게 긴 ㄸ 이 뱀같이 그 안에 길게 누워 있더랍니다. 어린 소년의 ㄸ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굵고 긴 ㄸ 이 -

 

- 야, 나 장염이거든 - 설사했는데 이거 내 ㄸ 아니야~!!!!

 

결백을 증명받고 끝냈다고 -

 

울 아들 말로는 그 변기가 슬리퍼 모양의 구식 수세식 화장실이었는데 거기 드러 누운 그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에 비위가 약해서 자기 ㄸ 보고도 자기가 토할 정도였는데 결백을 증명하러 남 ㄸ 까지 보러 가다니

 

 장하다~! 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남편한테 이 얘기를 전해주니 그게 다 중학생이라서 그렇다고 - 아직 어려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런 일로 장난질치는 거라고 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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