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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아딸라의 수다

[에피소드] 곧 화형식 시작할거니까 얼른 보러와 ~~~

 

 

 

 

 

 * 아래의 이야기는 10월 2일경 모 남자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렇게나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결국 일을 치르고 말았다.

 

2학년들 중 몇몇이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놀다가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성나면 달려든다고 누차 옆에 있던 친구들이 말렸는데도 돌멩이를 톡톡 던지고 장난질을 치다가 제대로 벌들이 화가 난 것.

 

수 백 마리인지 수 천 마리인지 셀 수도 없을만큼 새까만 벌떼들이 웅웅거리는 무서운 소리를 내며 학생들을 쫓아왔다. 남자아이들은 달려서 도망갔고 벌들은 목표물이 어디인지 헷갈렸는지 교실의 창문들을 향해 날라갔다.

 

3학년 어느 교실 창에 백 여마리의 벌떼들이 달라붙었다. 투명한 창인데 가로막힌 걸 몰랐는지 창문에 붙어서 왱왱거렸다. 창문은 이중창이었다. 한 학생이 바깥 창문 쪽의 한 쪽 창을 반대쪽으로 밀었다. 벌들이 창문 두 개 사이에 끼였다. 실험 관찰용 유리 상자 안에 들은 벌떼들같이 창문 하나 두 유리 사이로 백 여 마리의 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왱왱거리는 소리가 잦아 들고 조용해졌는데 창문을 탕탕거리며 자극시키면 다시 미친 듯이 소리를 냈다. 이를 이용, 학생들은 다음 시간 수업에 들어온 여선생님을 놀래키기도 했다. 갑자기 엄청난 소리의 벌떼 소리에 선생님은 기겁을 하고 -

 

그렇게 두 시간, 선생님을 놀래키는 데 벌떼들을 써 먹고 나니 재미가 없어졌다.

 

한 명이 기발한 생각을 했다.

 

실행에 옮기기 전 이 엄청난 쇼를 관람할 기회를 더 많은 친구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다.

 

연락병 몇 몇이 교실마다 뛰어 다니며 소식을 전했다.

 

- 지금 * 반에서 곧 화형식할거니까 얼렁 구경와~~

 

- 화형식이요~~ 화형식이요~~~

 

여드름 숭숭한 남자애들이 교실마다 뛰어다니며 '호외요~'를 외치는 신문팔이 소년들처럼 소식을 뿌리고 다녔고 금새 그 교실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한 명이 에프킬라를 구해와서 손에 들었다. 다른 한 명은 평소 어떤 이유로 들고 다니던 라이터를 꺼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벌들이 갇혀진 창문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 하나, 둘, 셋~!!!!!

 

교실 안 친구들과 구경꾼들이 다 같이 소리를 맞춰 큰 소리로 숫자를 세고 -

 

셋을 셀 때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  에프킬라를 발사하며 -그 발사되는 가스에 맞춰 라이커 불을 갖다 댔다.

 

가스가 화염방사기가 되어 무섭게 발사되고 - 창문에 갇혀 있던 벌떼들이 화르르 날아 나오며 동시에 수직하강하여 바닥으로 후드드드득~~ 떨어졌다.

 

- 브라보~~~ 얏호~~~우와아~~~

 

지상최대의 쇼~!!!!!

 

내게 이 이야기를 전해 준 사람(!) 의 말에 따르면 거짓말 안 보태고 백 여마리의 벌떼들 -

 

바닥에 새까맣게 수북히 쌓였다고 한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쓸어 담았다고 -

 

가스에 불을 붙여 화염방사기라니 - 너무 위험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사실 위험한 건 맞다고 - 그건 살인무기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 수많은 벌떼들에 쏘일 뻔한 처음 그 2학년들도 지금 떠올려보면 참 아찔하고 창문 틈에 가둘 때도 예삿일이 아니었겠다 싶다.

 

성난 수백마리의 벌떼들이라니, 끔찍하다...;;;

 

벌떼들에 쏘이거나 다친 아이들이 없다니 참 다행이다 싶어서 가슴을 쓸어 내리는 건 엄마 마음이겠고, 몇 시간의 장난질로 재미있어 간질간질 가슴이 터질 듯 했던 건 18살 소년들의 마음이었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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