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계신 친정 아버지 생신이라 간만에 가족들이 차를 타고 부산을 향해 드라이빙을 했습니다.
어저께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작은 놈, 남편,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이 차에 타고 있었죠.
작은 놈이 말하더군요.
- 저, 아메리카노 만드는 법 알았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나 사 먹었는데요, 물에다가 에스프레쏘를 넣는 거더라구요.
남편과 제가 동시에 거기에 대한 답을 시작했는데, 한 마디 하고 쉬고, 한 마디 하고 쉬어가며 둘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왜냐구요?? 그 말의 내용이 너무 똑같아서 신기해하며 - 확인하며 얘기를 했거든요.
- 물에다가 - 에스프레쏘를 넣는 게 아니라 ---(여기서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신기해하면서 뒷말을 이음 ) 에스프레쏘에다가 - 물을 넣는 거지...
둘이 똑같은 대답을 끝 맺고는 신기해서 크게 웃었습니다.
뒷 자리에 앉아 있던 작은 놈은 쉽게 수긍을 않는군요.
- 그거나 그거나 같은 거 아니에요??
- 음.... 같은 것 같지만 뭔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인데?? 예를 들자면.... 국밥이라고 식당에서 시키면 국에다가 밥을 말 수 있도록 밥그릇에 따로 밥이 나오지. 근데 밥에다가 국을 말지는 않잖아......
남편이 열심히 설명을 해 보는데 뭔가 정확히 들어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다시 설명을 해 봤습니다.
- 물에다가 에쏘를 넣는다고 하면 말이지, 물이 주(主)가 되는 거지. 그리고 에쏘의 양은 별 문제가 안되는 거야. 에쏘를 한 방울만 넣어도 물에다가 에쏘를 넣는다고 말할 수 있거든. 하지만, 에쏘에다가 물을 넣는다고 하면 에쏘는 전적으로 주(主)가 되고 물의 양을 조절해가면서 커피맛을 조절하게 된다는 뜻이야... 이건 언어학의 의미론적인 분석이다. 알았냐??
아들이 강하게 한 방 반격을 합니다.
- 아니에요. 물에다가 에쏘를 넣는거나 에쏘에다가 물을 넣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그건 수학에서 덧셈의 교환법칙을 적용하면 설명이 되는 거에요.
덧셈의 교환법칙??
- 예 - 더하기에서 두 숫자의 위치를 바꾸어도 답은 똑같다는 거죠.
남편이 무릎을 탁 치며 - 역시 넌 내 아들 ~! 합니다.
그렇구나.... 넌 나중에 이과가라. 이 놈도 이제 제 아빠랑 같은 과가 되어 가는구나...네가 내 아들이면 그런 분석은 하지 않으리.... 췟~!ㅋㅋ
커피에 관심이 가는지 계속 이어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점을 물어보고 아는 대로 대답을 해 주니 '역시 엄마는 우리집 바리스타야~! ' 치켜주기도 잊지 않더군요.
- 임마... 정확한 건 아니고 대충 엄마 느낌에 그렇다는 거다. 별로 과학적인 건 아니고 의미론적인 커피 제조법이다...응?
어리기만 한 듯 했는데 이제 핑퐁식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는 소년이 되어가고 있군요.
오늘 오후 차 안에서의 대화 풍경입니다. 그림 안에 있는 사람은 그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모른다죠. 잠시 그림 밖으로 나와서 그 시간의 행복을 담아 두고 싶어 기억을 꺼내어 봅니다. 자... 이제 - 내 행복을 기록해 두는 수첩 포켓 안에 쏙 끼워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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