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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아들의 눈물사연에 내가 빵 터졌던 이유 -

 

 

올해 중 2가 된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오며 투덜거린다. 학교에서 과학실습을 하다가 과학실에서 혼자만 쫓겨났다고 한다.

 

 

 

 

이 녀석은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데 나나 남들 앞에서는 항상 쉬크한 척 감정을 잘 안 드러내는 놈이다. 역시나 쉬크한 척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내게 말을 건넸다. 식탁 위에 있던 과자들을 슥 집어들며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

 

학교에서 교내 경시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수학경시대회에는 이미 참가자가 다 차서 대신 과학경시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그 참가자들이 오늘 처음으로 과학실에 모여 몇 가지 실험과 학습을 했다고 한다.

 

근육과 신경관련 공부를 한 모양이다. 다리의 어느 신경들을 끊어내고 대신 다른 신경들과 연결했을 시 근육들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어떤지 그런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공부하던 학습자료 책에 있었다. 개의 다리 근육을 찢어내고 실험을 하는 사진들이 실려 있었는데 그 개가 - 바로 그 개가 너무 불쌍해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울어대는 통에 공부가 진행이 안되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밖으로 쫓아냈다고. 눈물 그칠 때까지 좀 밖에 나가 있어~ 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한다.

 

- 어우쒸... 혼자만 공부 못하고 밖에서 내내 울었잖아요.

 

마치 남 얘기를 하듯, 울었다는 사람답지 않게 건성건성 얘기를 한다.

 

그런데, 아들은 울었다는데 왜 나는 우습기만 한건지 - 얘기를 들으며 박장대소하며 웃어댔다. 좀처럼 감정을 남 앞에서 드러내는 법이 없는 놈인데 그렇게나 울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아주 꼬맹이 시절에 비하면 조금은 자랐는데 아직도 동정심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

 

문득 큰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오체불만족이었던 것 같다, 그 책 이름이. 다른 책이었을 수도 있다. 나도 한번 슥 훑어 본 적이 있긴 한데 조금 슬픈 스토리였던 것 같다. 물론, 세상을 조금은 더 살고 알 것을 다 아는 내겐 그 이야기가 조금은 통속적으로 느껴졌다. 일부러 눈물을 짜내려 쓴 것 같은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 우리 아들, 눈물 , 콧물이 범벅이 되어서 자기 친구한테 전화를 걸고 있었다.

 

- 엉엉~~ ㅜㅠ 이 책, 너무 슬퍼서 - 도저히 끝까지 못 읽겠는데 끝까지 참고 읽었어. 너무 슬포~~ 이 책, 너한테도 빌려줄까?? 진짜 슬픈 책이야~~~ 엉엉~~

 

코가 빨개서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나름대로는 책으로 얻은 감동을 가슴에 품고 친구에게 전해주려는 착한 의도로 전화하던 우리 아들 -

 

그 때도 우는 아들 모습에 혼자 방 안에 들어가 킥킥거리며 한참을 웃어댔었다.

 

 

 

슬픔을 모르는 인간은 천박하고 경박해진다. 나는 눈물의 힘을 믿는다. 눈물이 아이들을 정화시켜줄 것이라고.  

생명에 대한 동정심으로 우는 눈물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리라 생각했다. 대상의 감정과 고통에 대입해서 느낄 줄 아는 공감의 능력이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감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

 

남들 다 안 우는데 혼자 울다가 급기야 실험실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으면 좀 심각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한 게 아닐까?? 걱정이 한 순간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지금의 저 말랑말랑함이 조금씩은 무뎌지고 날이 서 갈 것을 안다. 조금 여유분두고 심하게 말랑해도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ㅎ

 

예쁜 마음, 그 순수함 고이 간직하고 어른이 되어 가길 빌어보았다. 따뜻한 어른이 되길.

 

이상, 눈물 이야기에 보며 웃었던 사연이다.

 

세월이 더 지났을 때 이 얘기들을 아이들에게 해 준다면 그 순간을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그랬던 적도 있나요?? 라고 되물을 가능성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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