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단상] 스타에게 팬이란? 팬에게 스타란 - ?

제 얘기가 정답은 아닙니다. 그냥 평소 생각하던 것들을 한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 세상 모든 글들이 그러하듯이 -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아주 예전 어느 팬분과의 대화에서입니다.

 

 

이민호가 팬들에게 원하는 게 진정 '선물'같은 것일까?? 그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 결국 돈을 벌고 비즈니스적인 성공이 아니겠냐고 하시면서 본인은 본인의 능력 한도 내에서 그러한 민호의 사업적인 부분을 돕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러면서 조금 가까이서 민호를 볼 수 있는 기쁨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 그런 미래를 기대하신다고 하셨어요.

 

 

그 분의 바램 역시 어쩌면, 본인이 말하는 '현실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녀적인 판타지가 보여서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그것이 나쁘다 좋다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분은 그 분 나름의 방법으로 이민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시는 거니까요.

 

그리고 , 예전 이민호의 인터뷰 내용중 - 이민호에게 팬이란?? 배우 이민호의 존재의 이유 - 라고 대답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

 

전 제가 생각해왔던 스타와 팬과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예술활동을 한다는 사람들,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이 모든 사람들은 왜 그걸 할까요??

인정받기 위하여?? 돈을 벌기 위하여?? 어쩌면 마지막 종착역은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시작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건 '보여주기'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십년, 이십년을 외딴 성같은 곳에 갇혀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귀양살이가서 평생을 세상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연구를 하고 책을 적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전 멋진 팬포토를 찍는 찍사분들중에 정말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고 보여진다면, 널리 사람들에게 그 찍은 사진을 보여라고 옆에서 부추깁니다. 사람들이 보고 멋지다고 한 마디씩 해 주는 것이 그 찍사의 작업동기를 만들어 준다고 믿으니까요. 그간 열심히 공부해온 그 시간들에 대한 원초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창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본인의 열의 위에 '사람들의 시선'이 더해진다면 그런 길고 힘든 길을 더 오래 계속해 나갈 수 있겠죠.

 

하다 못해 백화점의 취미교실도 연말에는 발표전을 가집니다. 사람들에게 보여질 그 시간을 목표점으로 해서 계속 갈고 닦아 나가게 되는 겁니다. 비록 발표회 날에 본인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만큼 더 매진할 수 있을 겁니다.

 

고시촌에 틀어박혀 공부하는 사람이 '시험'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없다면 그렇게 달릴 수 없을 겁니다. 성악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더라도 연말엔 발표회를 가집니다. 창작, 예술, 자기 연마의 과정의 끝에는 '보여준다는' 설레이는 끝이 있기에 열정이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한 성에 갇혀 사는 사람. 예전에 들은 서양 역사 속의 한 왕비는 아주 아름다운 왕비였으나 왕에게 미움을 받고 아주 춥고 습한 곳에 홀로 버려졌다고 합니다. 물론 시중드는 사람들은 옆에 있었지만 만나는 사람도 없고 - 그 왕비는 아름다운 모습도 점점 시들고 병들어 그만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그 왕비에게 만약 그 상황에서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비극적인 결말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약용이 귀양을 가서 훌륭한 저서들을 적어 후세까지 남겼습니다. 그 남긴 책들이 자신의 분신이 되어 , 그 유배생활들이 헛된 것이 안 되게끔 해 주리라 믿고 그렇게 했겠지요. 그 책들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었다면 정약용은 시들어갔었을 것입니다.

 

얘기가 길어졌네요. ;;;;

 

배우고 가수고 - 처음의 희망은 그들을 '보아주는 것'입니다. '시청율', '음반 판매율' 이 단순히 인기라든가 돈과는 상관없이 그것은 그것 자체로 그들 존재의 또 다른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남기는 것'입니다. 그들의 작품이 어떤 가치를 갖고 오래도록 이 세상에 그들의 분신으로서 길게 남겨지는 것. 이것은 인정을 받는다는 다른 이야기이기도 한데, 또 조금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때 그들의 예술활동을 생업으로 오래도록 지속시켜나갈 수 있는 힘인 '돈'도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 조금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현대의 뮤직 비즈니스라든가 연예 비즈니스에서는 조금 복잡한 일이 많기도 하니까요 -

 

 

 

 


 

 

잠깐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스타는 팬들에게 어떤 것을 바랄까??-

 

서태지가 이사를 자주 다니는데 그 때마다 제일 먼저 챙겨가는 게 무엇인 줄 아시나요??

 

악기들??

 

아닙니다. 그것은 팬레터들과 종이학등 팬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들입니다. 몇 톤 트럭분량이 된다고 하더군요. 예전엔 팬들의 선물을 모아두는 방이 따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곡작업을 하다가 힘들 때, 그리고 앨범과 앨범 사이 공백기에 잠적을 하면서 세상과 단절되어 그 외로움을 견딜 때. 서태지는 그 방에 들어가 팬들의 편지를 하나씩 꺼내어 읽는다고 했습니다. 

 

몇 년전 서태지는 데뷔 몇 주년 기념 축제를 열면서 여태 받아왔던 팬들의 선물들을 전시하는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색이 바랜 종이학, 편지들이 소중하게 보관되어서 그 날 전시가 되었습니다. 옛날 소녀시절 그 선물을 보냈던 그 팬들도 아직 간직되고 있는 자신의 선물을 보며 감격에 겨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서태지에게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게 해 준 건, '돈'이 아니라  팬들의 '애정' 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민호가 어려서 아직 돈을 모르기 때문에 고액의 선물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로서의 생활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원은 바로 팬들의 '사랑'이라는 것, 그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것에서 시작됨을 이민호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이 순수함을 계속 나이가 먹도록 가지고 나가야 그는  예술을 하는 '배우'가 될 수 있습니다.

 

가끔  어린 아이돌 가수 중에 자신이 갖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 은근슬쩍 팬들에게 흘려 그것을 바라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자동차라든가, 오토바이라든가, 고가의 시계라든가 뭐 그런.....팬들의 숫자가 많으니 십시일반 조금씩만 모아주면 쉽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팬에게 팬이 해 줄 수 있는 이상의 다른 것을 요구하면 그 스타 역시 스타로서의 자기 영역을 지켜달라고 요구할 수 없어진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사생팬들 싫어요 - 라고 말할 자격이 없어지는 겁니다. 제 사생활을 지켜주세요. 제 개인 영역이니까 참견안해주었으면 - 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어지는 겁니다. 내가 상대 것을 지켜주지 않고는 자기 것은 지켜지기를 바라다니 이기적인 거죠.

 

 

 

 


 

 

다시 위의 첫 이야기로 돌아가서 -

 

배우생활이 첫 스텝, 보여준다는 과정에서 벗어나면 결국은 비즈니스의 단계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예술과 비즈니스가 합쳐지는 이 지점이 참 힘든 일입니다. 오죽하면 서태지가 Fucking Music Business 라고 했겠습니까?? 예술은 원래 순수한 것이나 비즈니스가 합쳐지게 되면 계산이 들어가게 되고 의견대립이 생기고, 협상이 생겨나게 되는 겁니다.

 

예전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스텝이라든지 회사의 직원이라든지 뭐, 여러 가지로 그와 일적인 관계로 엮여서 함께 일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 제 결론은 에이~ 그건 아니다 - 였습니다.

 

그건 마치... 남편이랑 사업자적 동반자로 늘상 같이 일해야 하는 거랑 같잖습니까?? 일하다 보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도 있을 거고 조정해야 될 일도 있을텐데 - 그건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란 말입니다.  또 이건 비밀 사내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잘난 얼굴을 보면서 마음껏 드러내 놓고 하악거릴 수가 있나, 2초이상 뚫어지게 볼 수가 있겠나 말입니다.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동반자의 이미지를 못 주게 될텐데 그건 또 아니지 않습니까??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얼굴만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것도 아마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 퍽킹 비즈니스의 부분을 나누기보다는 순수한 애정 속에서 쉴 수 있게 하는 팬이 되는 게 나로서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비즈니스라든가 그의 개인적인 부분에 발을 걸쳐 놓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이미 그의 '팬'의 자리는 잃게 된다는 것. 스타가 나에게서 기대하는 것을 줄 수 없게 된다는 거죠. 또한 내가 자신있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을 놓아야 한다는 것.

 

 

 


 

몇 푼 안되는 허접한 선물을 사실은 그 스타는 별로 원하지 않을 거다, 쓸모있고 값어치있는 선물만이 그 스타가 돌아볼 것이다... 라는 얘기를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편지따위는 사실 받고도 크게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아니라고 생각하는 제가 순진한걸까요?? 이민호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나중에 돈맛을 알게 되면 분명 그럴 것이다라 고 하던데 정말 그런걸까요??

 

실제적으로, 금전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만 그 스타는 좋아할까요?? 그런 팬들만이 진정한 팬일까요??

 

이민호의 생각을 제가 읽을 수는 없으니 그건 놔두고 - 또 그런 팬만이 진정한 팬일까 라는 데에 대한 대답은 다음입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실제적 도움을 주는 팬도 있을 거고 저같이 어떤 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팬도 있을 겁니다. 둘 중 어느 게 더 낫다 나쁘다가 아닙니다.  그저 말하고 싶은 것은, 예술과 비즈니스가 만나는 지점에서 그 아티스트에겐 분명 순수 예술의 접점에서만 만나는 순수팬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종이학 천마리를 접어 보내고 밤새 몇 번을 쓰다 찢다 완성된 편지를 전해주고, 만나서 그저 넘치는 애정에 눈물만 흘리는, 그런 순진한 팬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창작,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심과 애정이 그들 활동을 지속시켜나갈 가장 근본적인 동기이자 이유입니다.

 

 

그 아티스트에게는   순수한 예술에의 애정을 돌아보게 만들. -

 

가장 근원적인 예술활동에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 -

 

그런 팬들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래도 그런 쪽이 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얘기지요~~ ^ ^

또한, 이민호가 지금 저런 것을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천천히 알게 될 거라고 믿는다는 얘기입니다. 제 생각엔 지금도  알고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

 

이상, 적극적이지 못한 팬이 나름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설명해 보고자 하는 글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