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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이야기] 살아가면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나봐요.

십여년전인가봐요.

내가 모 가수분의 팬질을 열나게 하고 있던 그 시점, 어떤 한 어린 남팬을 알게 되었죠.
우리 지방 팬 모임의 리더를 하고 있던 남자였는데 잘 생겼고 완죤 빠쇼나블한 분이었어요.

그 때 그 남자분은 대학생이었고 난 새댁이었고.

지방에서 버스타고 서울 공연보러 자주 다녔는데 그 때 밤차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얼굴도 자주 익힌 데다가 또 다른 모임에서 같이 일도 하고 하면서 친분이 조금 생겼었는데



그 남자팬이 미대다녔었거든요.
근데 볼 때마다 항상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어요.
다쳤냐고 물어보니 그냥 좀 다친거라고 항상 웃고 넘겼었는데
볼 때마다 항상 붕대를 감고 있던...ㅜ


어느 날 메신저에서 만났는데 고민상담을 하더군요 -

사실은 자기가 손을 많이 다쳐서 작은 근육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없대요.
그래서 원래 자기의 꿈인 그림공부를 할 수가 없다고.
그래도 한국사회가 졸업장을 중시하는 데라서 그림을 못 그리는 데도
끝까지 학교 남아서 졸업장을 가져야 하는지 아님 중간에 관두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평소 패션에 관심이 아주 많아서  옷장사를 해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싶다고.

참 뭐라고 말을 해 줘야 될 지 모르겠던...

그 분의 계획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지도 잘 모르겠고 하라고 하기도 그렇고
학교 관두라고 하기도 그렇고 -

명분뿐인 졸업장이냐,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

결론은 - 잘 생각해보고 뒤에 후회하지 않을 방향이 뭔지 자신 속에 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판단하길 바란다고 - 그랬습니다.

이후 그 남자 분 은 학교를 관 두고 쇼핑몰을 열었어요.

서울에 작은 방을 얻어 자취생활을 하면서 그 쇼핑몰을 운영했던 거예요.

홈페이지도 자기가 직접 만든 조금 헐랭한 아마츄어 디자인으로 열고.
매일매일 서울 시내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두시간 이상씩은 죽치고 앉아서
요즘 젊은 사람들의 패션 경향을 연구하고.

그 횽, 외모가 되니까 모든 의상들은 자기가 직접 입어서 사진을 올리고
상담도 열심히 해 주고 -
정말 열심히 했어요.

옷파는 데는 거의 경쟁이 심하고 전쟁터라더군요.

기존 사이트에서 해커공격도 몇 번 먹고, 도매시장에서 옷 떼올 때 견제도 많이 받고
좌절을 많이 겪었지만 -

1년이 지나자 검색 순위 1위의 사이트가 되고 소호몰인가 뭔가, 무슨 대상도 타고 그랬습니다.

2년째 접어들자 사업규모가 더 커졌어요.


그 분이 지향했던 게 니뽄삘의 옷이었는데 한달에 두어번씩 직접 일본에 가서 패션경향을 공부해오고
또 옷도 거기서 직접 떼어오고 했어요.

옷이 감각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 시중에서 잘 사기 힘든 디자인이 많아서 -
유명 연예인들 코디가 거기 사무실에 직접 와서 옷을 떼어가기도 했습니다.

그 분은 -
거의 하루에 잠을 2시간 정도 자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몇 번 쓰러져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었대요.
직원들이 늘었고 자체 사무실도 크게 차리고 -
무엇보다 멋지게 된 건 -
디저이너팀을 갖고 자체 생산 공장을 가지게 된 거예요.
그리고 피팅 모델들도 뽑고.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한 자기 자체 브랜드를 갖게 된 것.

몰 연 지 3년만에 그 분은 자기가 그렇게 원하는 대형 외제차를 갖게 됐어요.ㅎㅎㅎ
베엠베던가??

지금은 결혼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 연락을 안 한지 오래됐거든요 -
가끔 싸이 들어가보면 여전히 멋지게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사이트는 아마 많은 분들이 거진 다 알고 있을 것 같아요. 남자 옷 골라봤던 분이라면.

인생에서 큰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다들 몇 번을 오는 것 같습니다.

그 때 내가 졸업장을 따야 되는 거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그 분은 나름대로 결정을 내려 놓은 상태에서 확신을 갖고 싶어서
그냥 나한테 물어봣을 수도 있습니다.

후회없는 판단,
정확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
일단 결정되고 나면 또 이후는 자기 자신의 판단에 대답하기 위해
자신을 불살라 총력으로 매진한다는 것 -

난 가끔 그 분을 떠올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