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보다....
그저께인가 술 한 잔씩을 앞에 두고 남편과 식탁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남편이 내게 건네는 말, 항상 말을 조심하라는 말로 시작한다. - 그 사람은, 생각이 있어보인다, 라든가 그 사람들,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 그 사람들과 잘 통하는 것 같아. 라는 말을 함부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해 주었다. 내가 그 말을 할 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저 내 심정에 대해 토로하는 것 뿐일지라도 받아 들이는 측에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저 사람이 생각이 있어보인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런 생각들을 확장시켜 나가게 된다고.
얼마 전 누군가와 대화하던 중에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다. 내가 얘기한 걸 이 사람이 귀신도 아닌데 어떻게 알았을까??? ;;;;
물론 내가 그 사람에게 '삘이 통하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했을 때는, 대화하던 그 사람도 내 생각에 대해 이해할 것 같은, '나랑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얘기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당신도 나랑 삘이 잘 통할 것 같은 사람이라서 하는 얘긴데요'라고 부연 설명을 하지 않고 막연히 저 사람도 나의 이런 무언의 말들을 전달받았으리라고 생각한 건 나 혼자만의 '바램' 뿐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그 말을 입 밖에 뱉어서 그 사람에게 한 건 아니었으니까.
사실, 그 말을 했고 안 했고는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나의 테두리를 보여준다는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야 될 문제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한 켠에 자신이 평가당하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는 걸 깜빡 잊었다.
언젠가 - 어떤 분과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는데 한 가구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고치는 지 페인트 락카 뿌린 냄새가 복도를 진동하고 있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 - 문짝등에 새로 페인트칠을 하는 듯 했는데 분사식 페인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같이 동행하던 분의 신경질적인 반응, - 참내. 정말 무~식한 사람들이네. 저런 건 문짝을 떼 내서 공장에 들고 가서 해서 들고 와야지. 공중도덕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같으니라구 -
맞는 말이었다. 사실 나도 한 켠에 짜증이 나고 있었으니. 그렇지만, 그 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며 다음 순간, 나는 뜨끔 내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으니 . 내가 하는 행동 중에 혹 '무식한' 행동이 있을 때 이 분은 속으로 나에게 똑같은 말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리고 혹 내가 어떤 ‘무식한’ 행동을 이 분 앞에서 한 적은 없었을까 뒤돌아 보게 되는.
예전 읽었던 에티켓 교양 서적의 어느 페이지엔가 이런 얘기가 있었다. 친해지기 전에는 나의 취향을 단정적으로 상대에게 말하지 말라는. 예를 들어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질문받았을 때 정확하게 한 음악을 집어서 - 전 쇼팽이 좋아요.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식으로는 자신에 대한 단정적인 이미지를 상대에게 주게 되고 그것은 만남이 지속되어 가더라도 쉽게 바뀌어 지지 않는 거라고.
나 자신에 대한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쌓여서 상대에게 전달될 때 부작용이 없는 거라고 했다.
뭐가 그리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남편과 얘기하면서 또 한번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단정적인 것의 위험을.
A와 B가 대화하면서 C에 관해 평가하는 상황.
C가 정말 멋지다.....고까지 얘기하는 건 괜찮다.......하지만, 나의 평가기준이 거기 들어가게 되면?? 생각있어 보이는 사람이라든가, (특히나 위험한 말로써) 수준있는 사람이라든가, 이런 말에는 나의 '기준'이라는 것이 들어가게 된다.
나의 잣대가 들어가게 되면서 B는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저 사람의 '수준있음'은 어떤 것일까라는 긴장.
C 에 관해 안 좋게 말할 때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고로, '평가'라는 것은 실상 표면상으로는 내가 남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남을 평가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평가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랑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항상 말이라는 것은 조심해야 되는 것이다.....라는 것을 느꼈다. 실수했던 것이 없었나 곰곰 돌아보았다.
- 으응.....알았어요. 조심하겠어요. 내가 남을 칭찬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사람의 약점을 건드리는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잊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 배웠어요 -
그 날의 대화의 마무리 -
어렵지만, 그래도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할 것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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