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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아딸라의 칼럼

[드라마] 선덕여왕- 스토리, 캐릭터,연출의 3박자가 잘 맞는 드라마

 

 

 

사극의 무대로 조선 시대 이외의 것이 드라마 소재로 선택된 것은 이전에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니었다. 의상, 스토리상 고증의 어려움 때문이었다고

들었지만 신라 선덕여왕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이 처음인 것은 아마 그 이외의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성이 주인공이고 여성사극이라는 장르를 볼 때,  이전에는 '장희빈'류의 궁궐내 왕을 둘러싼 궐내의 애정다툼 정도였다.

혹은 왕자와 공주간의 애절한 사랑 정도.

다른 여성사극이 생겨나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스토리의 확장이 어려워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일단 선덕여왕이라는 소재자체가 선덕여왕이 선정을 베풀었다...정도만 알려져 있으니까.

갈등요소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점이  - 아이디어의 필요.

 

혹은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남성 시청자들을 흡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해서 였을 수도 있겠다.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여성사극임에도 전 국민드라마로까지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서 생각해보았다.

 

사극의 경우 , 특히 남성사극이라고 구분되어지는 사극의 경우 보통의 모든 사극에서와 마찬가지로

전투씬등의 액션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남성이 가진 권력과 힘의 대결을 부각한다.

또한 스케일이 크다..

 

모든 것이 왕과 신하, 적등으로 모든 권력 관계가 수직, 상하 선명하게 드러난 힘의 관계들 속에서 그 갈등의 해결방법으로

쉽게 , 아주 쉽게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점등이 '단순,''선명', '강력' 한 드라마의 흥미요소들을 다 갖고 있는 셈이다.

 

'선덕여왕'은 여성사극이라는 이름을 들고 나오고 또 주인공들 역시 '여성들'이다. 그 외 많은 남자연기자들은 그들의 주변인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중심의 축이 여성들임에도 불구하고 남성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조금도 유리되지 않고 

완벽하게 어우러져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살펴볼까나???

 

 

스토리  

 

일단 드라마의 기본 틀대는 -

선덕여왕은 선정을 했던 여왕이라는 점 정도가 알려져 있고, 드라마로 할 경우 갈등요소, 대립각이 있어야 된다.

이것을 '신권'과 '왕권'의 대립, -초기국가의 모습 - 으로 설정하고 거기에 핏줄,- 미실의 핏줄 트라우마, 덕만과 비담의

출생비화 등 - 의 갈등요소, 둘러싸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이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여성 주인공이 남성의 스토리를 안고 갈 수 있게 된 배경.

 

일단 선덕여왕이 왕족으로 인정받기 전의 선덕여왕의 성장기 - 그리고 화랑으로서 조금씩 왕가와 가까와지기 시작하던 무렵의 스토리 -

 

모든 인기있는 사극들의 정형을 따르는 듯, 주인공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훑어 오는 것은 다름이 없지만,

선덕여왕의 성장기는 남성들과 섞여서 남성들의 스토리와 어우러지는 시작을 보여준다.

 

선덕여왕의 기개에 남성의 힘이 들어가게 되는 바탕을 보여줄 뿐더러 남성 캐릭터들과 동료로서의 갖게 되는 유대감도

설명해주게 된다. 갖은 고생과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어오면서 가지게 되었던 그들의 유대감과 신하로서의 충성심의

근원까지도 -.

 

이 부분이 지금까지의 선덕여왕이라는 여성사극이 여성사극의 한계를 벗어나게 된 첫걸음이 된 듯 싶다.

 

더 나아가 여성사극으로서 가질 수 있는 우월성을 극대화한 점이라고 한다면 -

 

'스토리'의 강화이다.

 

남성의 힘이 가진 점을 부각하는 액션들의 경우 볼거리는 충분히 제공하지만 스토리가 약화되는 단점이 있다.

 

드라마로서 (영화, TV드라마로 나뉘어지는 드라마가 아닌 이야기를 스토리로 전달하는 장르인 드라마로 볼 때) 힘이 아닌

머리와 정략으로 승부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무한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여기에서 흡입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제 방송분에서 미실과 덕만공주의 '대중에 관한' 대화는 이 드라마의 스토리의 흡입성이 어디서

기인했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을 성 싶은 '백미'였다.

 

사극이 지나간 과거시대의 조명만으로 끝난다면 흥미는 깊지 못하고 흥미만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사극을 보며 현대를 조명하고 각자의 사고 속에 투영되어 많은 생각들의 화두를 제공하게 된다면

그 임팩트는 극대화될 것이다.

 

흥미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정치가가 드문 현대의 한국에서 정치라는 것이 인간의 마음을 읽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미실과 덕만, 두 여성 캐릭터에서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선덕여왕의 '스토리'의 힘이다.

여성사극의 한계를 뛰어넘고 여성사극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한 점.

 

 

캐릭터와 연출

 

정치극이라는 요소를 튀지 않게 각 캐릭터들의 부딪힘 속에 매끈하게 잘 비벼 넣은 점 또한 매끈한 스토리에 감탄하며

볼 수 있게 만든  또 하나의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사건, 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각 개인의 스토리들....이 두 개가   양분화된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려보라.

사건과 개인사가 칼로 두부자르듯 딱 갈라진 많은 이야기들을 떠올려본다면 잘 버무린다는 것이

많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를 논할 때 미실을 첫번째로 두어야 함은 이의를 달 수 없겠다 ^ ^;;

 

모든 극이 그렇듯 악역이 더 강력해야 극 전체의 긴장감이 살아난다.

 

'고현정'이라는 이름에 존재감과 무게감이 실리게 된 것은 세월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그 녀 자신의 힘이기도 하겠다.

 

처음 선덕여왕 캐스팅에서 그녀가 선덕여왕이 아닌 , 처음 듣는 '미실'역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의 의아함이 이제는

'역시' 라는 말로 고개를 끄덕일 수가 있게 된 것 또한 고현정의 힘이다.

 

일단 대본상으로도 하드한 정치극으로 흐르지 않게끔 멜로의 요소를 넣기도 했지만, - 사실 이것이 조금 약하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미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다이하드류의 액션물이나 내가 지금 떠오르는 극들의 악역은 대부분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포커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말할 때의 고저도 일정하다. 그러한 점이 상대의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혹은 게리올드만같이 비정상적인 과도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이게 의외성이라서 더 자극적이었다는 점은 성공했다는 뜻?! -

 

미실의 상냥하고도 환한 표정과 나긋나긋한 말투야말로 또 다른 의외성이다.

 

미실이라는 캐릭터에 살아있는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다음 회의 '성골'에 대한 그녀의 트라우마가 보이고 버린 아들에 대한 인간적인 부분이 더해진다면

'살아있는 캐릭터' 미실에 대한 입체감은 더 살아나리라 본다.

 

연기자 본인의 역량과 대본, 연출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덕여왕의 F4라고 불리는 이들,

 

김유신, 우직하고 지혜로운 덕만의 남자. 김유신이 멋져보여야 덕만도 살아난다.

가장 멋진 것은 다 가진, 남자 중의 남자로 그려져야 할 인물.

부모님께 자신에게 모든 걸 맡겨 달라고 할 때 그의 결단을 조금 더 멋지게 부각시킬 장치가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비담 - 그의 말대로 만화적인 캐릭터를 복합시킨 인물. 그래서인지 극 속인물을 뚫고 나와

실제로 존재할 것만같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알천의 매력은 비담과 짝을 이루어 더 상승되는 듯.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룰처럼??

 

월야역을 맡은 분도 다른 극에서 몇 번 본 것 같긴 한데 이 드라마에서 드디어 그의 존재감에

방점을 찍는 듯 하다.

 

모두들 그간 가졌던 각자 개인의 역량이, 몸에 잘 맞는 캐릭터와 대본을 만나 피어나는 느낌이다.

 

 

앞으로 많이 남은 여분을 보지 못한, 현재의 상태로 볼 때 -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설원랑.

 

권력다툼, 죽고 죽이는 살벌한 현장에서, 이유없이 무조건의 배려와 걱정, 애정을 펼치는 설원랑의 존재는

차가운 얼음과 돌덩이 속의 따뜻한 물 한 줄기라고나 할까....??

 

설원랑이 멋지게 보임으로써 미실의 캐릭터는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숨겨 놓은 카드들. 비담의 출생 스토리와 이야기 속으로의 전면 부각이 기다리고 있고,

가볍게 지나치지 않은 또 하나의 카드, 김춘추가 기다리고 있다.

 

 

빅카드들을 한번에 다 쓰는 것이 아니라 턴을 돌 때마다 꺼내 놓는 것에서 작가와 연출진의 회심의 미소가 보이는 듯 하다.

그만큼 턴과 턴 사이에 보여 줄 것이 미리 준비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어제 방송분 - 미실의 트라우마 - 한 방에 무너지던 미실.

그간 일식 다툼이 이어지다가 미실이 마침내 졌다는 것을 이 한 장면에서

깔끔하게 시각화해서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덕만의 입술과 손이 떨리는 것은 이제부터 그들의 경쟁구도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아직까지는 어느 한쪽의 승리도 아니라는 일말의 물려둠.

 

 

 

각 캐릭터들의 팽팽한 부딪침, 꽉 짜인 스토리, -

 

드라마의 각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시너지 효과를 주는지,

이것들이 잘 어우러졌을 때 얼마만큼의 재미를 주고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재미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