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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아딸라의 칼럼

[영화] 바람의 전설(The Oyster and the Wind) 98' 브라질

정신병의 갖가지 증상에 관한 자료들을 모으다가 보게 된 영화였는데 그런 이유보다는 영화쪽으로도 내게 많은 느낌을 주었던 신비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거의 전무한데 -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개봉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 몇 군데에서 좋은 자료를 보았기에

담아 둡니다.

 

첫번째 리뷰는 art-film 이야기라는 사이트의 시사회라는 코너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http://user.chollian.net/~tongkni/haja/haja5.htm

 

 

바람의 전설(The Oyster and The Wind)

9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노미네이트
9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관객 선정 최우수 작품상(Premio CinemAvvenire)
97년 브라질 영화제 여우주연상
97년 프랑스 비아리쯔 영화제 여우주연상

 

 

 

시놉시스 / 스탭과 배우 / 감독 월터 리마 / 주인공 린드라 릴 / 기법 / 영상 / 대사

 

 

 

 

90년대 세계 영화는 제3세계 영화들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일본, 이란 등의 아시아권 영화와 최근 몇년 사이에 불기 시작한 라틴 아메리카 영화의 바람이다.
특히, 브라질 영화의 약진은 다른 라틴 아메리카 영화와 비교해도 단연 돋보인다.
60년대, 라틴 아메리카 영화뿐만 아니라세계 영화의 중요한 흐름,
'배고픔의 미학'이라 불리웠던 시네마 누보의 저력이 발휘되기 시작한 것일까.
어쨌든 브라질 영화는 1995년 들어 변화하기 시작했다.
1993년 6편, 1994년 10편에 그쳤던 영화 제작편수가 1995년 에 20편, 1996년에는 30여 편으로 증가했으며,
장르 또한 다큐멘터리, 픽션, 애니메이션과 전기영화, 코미디와 애정물
그리고 아동영화와 리메이크 작품등으로 다양화되었다.

1997년 정부는 정책적으로 세편의 영화를 선정, 세계 무대에 내보낸다.
월터 리마의 <바람의 전설>(The Oyster and The Wind)은 예술영화를 선호하는 베니스로,
정치적 성향이 강하며 시네마 누보에 호의적이었던 베를린 에 월터 살레스의 <중앙역>을 ,
그리고 브루노 바레토의 <4 Days of September>는 아카데미에 보낸 것.
그리고 월터 리마의 <바람의 전설>이 9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에 노미네이트되고,
관객 선정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 무대 진출의 닻을 올린다.
[버라이어티]가 전하듯 '브라질 영화의 회생을 알리는 전령'인 것이다.

브라질의 유명 감독 월터 리마의 열 번째 영화 <바람의 전설>은
모아실 로페스의 신비스런 내면 소설[The Oyster and The Wind]를 영상으로 옮긴 작품으로,
너무나 외로워 자신의 연인으로 바람을 선택한 13살 소녀의 이야기다.
"유럽의 비평가들은 아직도우리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소재를 다룬 작가영화,
즉 시네마 누보의 전통을 이어갈 것만을 요구한다."는 뼈 있는 말처럼,

월터 리마 감독의 <바람의 전설>은 시네마 누보 전통을 달리하는 환상적인 이미지의 영상시다.
파도와 바람, 젖은 풀과 기암절벽이 화면 가득 어우러지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의 시선으로 환상처럼 아름답고 고독한 섬이 나타난다.
아름답지만, 그러나 고독한 섬. 바로 그 고독에서 잊혀진, 그리고 가슴시린 신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고전적인 미스테리 구조에 기초해 전개되지만 호흡은 거칠지 않고,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면서 조금씩 결론에 다가간다.그래서 미스테리 자체보다는 오히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와 바로 그것을 일으키는 요소의 하나인
신비로운 자연이 더 중요한 역할로 다가오는 것이다. 마치 세익스피어의 걸작 [태풍 Tempest]이 그러하듯이...

영화는 소녀의 이름 '마르셀라'를 낮게 부르는 낯선 목소리로 시작해 아름답고
신비한 소녀의 노래 -이 노래는 월터 리마의 딸 브랭카가 직접 불렀다- 가 흘러나오는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미스테리와 신비한 영상으로 우리를 정수의 영화 마술 속에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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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그 바람이 다시 느껴지는구나"
등대지기 호세와 그의 딸 마르셀라,
그리고 좀 모자란 일꾼 로베르토가 살고 있는 등대 섬에 식량공급선이 도착한다.
그러나 섬에는 고장난 등대와 깨어진 창,
거기에 번져 있는 핏줄기만 남아 있을 뿐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대체 이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에 호세의 조수로 일을 했던
다니엘은 풀섶에서 마르셀라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이 미스테리의 해답을 찾으려 한다.

 

 

"어제도 오늘도 마치 파도와 같아"
어릴 적, 아버지 호세를 따라 등대 섬에 들어온 후 한 번도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마르셀라는 바다에 둘러싸여,
메마른 바람만이 지치지 않는 휘파람처럼 휘도는 섬에서 어느덧 사춘기를 맞고 여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부정한 아내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아버지 호세는 딸의 신체적 성장과
내면에서 변화하는 감정을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육지로 데려간다는 약속마저 깨뜨린다.
글을 가르쳐주고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던 다니엘마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섬을 떠나버리자 마르셀라는 완전히 혼자가 된다.

 

 

 

"누가 내 이름을 속삭였나..."
섬에서 탈출하고픈 욕망에 휩싸이는 마르셀라.
그녀는 해변으로 달려가 넘실대는 바람에 자신을 맡길때 자유로움을 느낀다.
바람은 그녀의 스커트를 들추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때로는 속삭이기도 한다.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자유를 꿈꾸라고. 그렇게,
소녀는 환상의 연인을 만나게 된다. 바람이 거주하는 "사울로"를.

 

 

 

"폭풍이 불고 안개가 자욱하다"
얼마 뒤 선원들은 바닷가에서 죽어 있는 호세를 발견하고 곧이어 익사한 로베르토도 발견한다.
그러나 마르셀라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다니엘은 홀로 남아 등대에 불을 밝히고 마르셀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결국, 다니엘은 마르셀라의 일기에서 수수께끼의 마지막 단서를 찾는다.
모든 것은 어느 폭풍우 치던 날 밤에 시작되었다.마르셀라의 거짓말과 구멍난 보트,
거친 바다로 배를 몰고 나간 호세와 로베르토, 등대로 뛰어든 갈매기,
그리고 미친 듯이 불어닥치며 마르셀라를 애무하는 바람...소녀의 환상이 모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일까.

 

 

 

"내 사랑 방랑자는 어디서든 나를 찾아내리라"
일기장을 읽던 다니엘이 안타깝게 외친다. "아니야, 사실이 아니야!"라고.
그리고 마침내 신비로운 진실이 베일을 벗고 드러난다.
환상의 연인을 통해 완벽한 자유를 꿈꾸었던
마르셀라의 신비롭고도 가슴시린 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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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cast

staff

제공; 라비나 필름 Ravina Filmes

제작; 플라비오 탐벨리니 Flavio R. Tambellini

원작; 모아실 로페스 Moacir C.Lopes

각본; 월터 리마 Walter Lima Jr.

모아실 로페스 Moacir C. Lopes

감독; 월터 리마 Walter Lima Jr.

촬영; 페드로 파르카스 Pedro Farkas

편집; 세르지오 메클레르 Sergio Mekler

음악; 바그너 티소 Wagner Tiso

미술; 클로비스 부에노 Clovis Bueno

cast

마르셀라; 린드라 릴 Leandra Leal

호세(아버지); 리마 드와르테 Lima Duarte

다니엘; 페르난도 토레스 Fernando Torres

로베르토; 프로리아노 페이속토 Floriano Peixoto

페페; 카스트리노 Castrinho

어머니; 데보라 브로흐 Debora Bl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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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Director

 

감독 월터 리마 Walter Lima Jr.

 

 

감독 월터 리마는 1938년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그는 영화비평을 했으며
리우 데 자네이루 현대예술박물관의 영화도서관 창설에도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70년대, 방송국에서 일하며 글로버 네트워크사의 많은 프로그램과 6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그는 1965년 마침내 로 극영화 데뷔를 한다.

이후, 영화를 만드는 독특한 응집력을 보여주며, 10편의 영화작업을 통해
평단의 비평과 찬사를 한몸에 받아온 그는 <브라질의 해 2000>로
1969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순수>로 1983년하바나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10번째 영화<바람의 전설>로 9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관객 선정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침체되어 있던
브라질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Interview

"영화란 이미지를 통해서
환상과 현실이 함께 하는 우주를 창조하는 그 어떤 가능성"

[The Oyster and The Wind]를 영화화하게 된 이유는.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과연 무엇이 나를 로페스의 아름답고 신비한 소설[The Oyster and The Wind]를
영화화하도록 만들었는지. 그러면 곧 내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영화란 "이미지를 통해서환상과 현실이 함께 하는 우주를 창조하는
그 어떤 가능성"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그러므로 대답은 간단해진다.
이미지를 통해 바람과 사랑에 빠진 소녀의 이야기를 한다.
그 얼마난 도전적인 일인가.

<바람의 전설>에서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치 욕망이 불가사의하게 표출되는 것처럼 그 어떤 불가사의한 힘(자연 )에 휩싸일 때
우리는 충만된자유와 동시에 극도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그 안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인간이란, 영원히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헤매는 존재라는 것이다. 자유를 꿈꾸는 존재. 나는 그런 걸 그리고 싶었다.

브라질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은 어떤가.

사람들은 적어도 제3세계 감독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더 의미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여기에서, 무수한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 이곳 브라질에서 영화를 만드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브라질 영화들은 사회적, 정치적 변혁의 과정을 담아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하고.유럽의 비평가들은 아직도 우리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소재를 다룬 작가영화, 즉 시네마 누보의 전통을이어갈 것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이미지, 자연, 환상과 현실, 이런 것들이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좀더 편한 대답을 원한다면 <바람의 전설>은 나의 다른 두 영화 <순수>, <돌고래>와
더불어 '자연의 한부분으로서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3부작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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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ctor

 

린드라 릴 Leandra Leal

 

 

영화<바람의 전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은 존재 '사울로'와 사랑을
나누는 소녀 마르셀라역을 맡은 린드라 릴의 믿기지 않을 만큼 신들린 연기다.

그녀가 물결 무늬 잔잔한 해변에 드러누워온몸으로 '사울로'와 사랑을 나눌 때,
혹은 절벽에 누워 바람의 애무를 한껏 받아들일 때 관객들은 신비로운'사울로'의 실체를
명백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바로 린드라 릴 때문이다.

리우 데 자네이루 출신으로 브라질의 유명한 예술가 안젤라 릴의 딸이기도
한 린드라 릴은 8살의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11살에 이미 텔레비젼 미니시리즈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월터 리마의 영화<바람의 전설>에 주인공으로 발탁된다.
전형적인 로리타와는 또 다른,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과 생동감 있는 분위기로
그녀는 외딴 섬에 유폐된 소녀의 사무치는 내면을 잘 포착해냄과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마르셀라의세계로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마력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린드라 릴은 15살의 어린 나이에 브라질 영화제와 프랑스 비아리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새로운 은막의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Interview
"사람들이 내 연기에 몰입하고 이해하는 걸 보게 되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다.
나는 지금 몹시 행복하다."

이 영화에 만족하는가

이 영화는 내게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정말로 다시 없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배우로서나는 내 나이로서는 거의 경험하기 힘든 전혀 다른 역할을 해볼 수 있었고,
인간으로서 나는 좀더발전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금 나는 아주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다.

마르셀라역에 대해...

마르셀라 역은 정말 어려웠다. 내 파트너는 바람이고 오직 그뿐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대로 하기 위해 나는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우린 둘 다 13살이었고 -내 말은 나 또한 그때 13살이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나는 내 안의 많은 부분을 그녀에게 줄 수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놀랍고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화<바람의 전설>은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는 시적이고 자유로우며 극도로 외로운 영혼의 이야기이다.
나는 전에는 결코 이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역할을 연기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난 넉 달 동안 몹시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내 연기에
몰입하고 이해하는 걸 보게 되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다.
나는 지금 몹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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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꿰맨 자국 하나없이 매끄럽고 정교한 솜씨

월터 리마는 플래쉬백Flash back과 플래쉬포워드Flash forward 기법을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미스테리와 정교하고도 복잡한 시간구조를 갖고 있는 영화를 마치 퍼즐을 맞추듯 꼼꼼한 솜씨로
꿰맨 자국 하나없이 매끄럽게 연결해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작품을 창조하였다.

또한, 연극적인 기법도 자연스레 도입되는데 마치 무대에서 인물이 등-퇴장하듯
영화의 주인공들도화면을 왔다갔다하며 사건을 진행시킨다.
그리고 주인공이 관객의 한 사람이 되어 다른 인물들을 훔쳐보기도하고,
보이지 않는 신비한 존재는 오로지 그 존재를 믿는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만 실체화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현재와 과거가 이어지는 끈은 아주 교묘하다.
고장난 라디오를 만지는 현실의다니엘을 과거의 마르셀라가 보고 있고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들은 어느덧 과거로 돌아가 있다.
과거의 호세가 더 먼 과거의 아내와 만나는 장면에서 과거는 현재가 되고,
현재의 다니엘이 과거로 돌아가 과거에 이미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노력하는 장면에서
이 기법은 극대화되어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구분없이 한 공간 속에 혼재되어 버린다.

아무런 설명도 주어지지 않은 채 순간 순간 뒤바뀌는 장면의 변화, 과거와 현재, 미래는 구분없이
한 공간 속에서 뒤죽박죽 혼재하지만 영화는 조금도 혼란스럽지가 않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한 직선상에 주욱 늘어서있다는 일차원적 개념을 탈피해
과거가 결국 현재의 이면이고, 그 현재 또한 미래의 투영이라는 다차원적인 개념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이 특이한 기법과 상황들은 오히려 영화의 미스테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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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신비롭고 섬세하며 숨이 막히게 아름다운 이미지

린드라 릴의 연기가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이게 했다면, 촬영감독 페드로 파르카스의 촬영은
자연을 미스테리로 다가가는 풍부한 상징과 은유로 절묘하게 그려낸다.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 마르셀라는 육분의 (별을 보고 위치를 측정하는 항해 기구)를 보고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조른다. 선원도 아니면서 무슨 소용이냐는 말에 소녀는 대답한다.
"섬은 마치 배와 같아서 바다를 향해하니까요"라고.
그러자 문득 카메라는 물 흐르듯 소녀를 스쳐 하늘과 바람, 아득한 절벽과 그 밑을 흐르는
짙푸른 바다를 잡아나간다. 마치 정말로 섬이 항해하는 것처럼.

때때로 카메라는 인간이 아닌 갈매기나 바람의 시선으로 움직이곤 한다.
날아가는 새가 섬을 내려다보는 듯 장구한 조감도가 펼쳐지고, 바람이 마르셀라의 창문을 날려보내면
카메라는 바람의 시선에서 마르셀라가 깨어나는 것을 바라본다.

마르셀라가 사울로를 부를 때
문득 화면 속의 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바람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대기 사이를 마구 일렁인다.
마치 그 구름과 그 바람이 진짜 살아 있는 주인공인 것처럼.
특히, 검푸른 지면을 떠가는 눈부신 흰 빨래, 그 빨래를 쫓아가는 소녀,
그리고 문득 나비처럼 소녀의다리로 휘감기는 희디흰 빨래와 그 위에 점점이 물들어 오는 빨간 꽃잎...
단지 몇 장면으로도 초경을 맞는 소녀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렇듯 영화의 곳곳에 포진해 있는 아름답고 신비한
장면들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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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상징과 은유, 환상적 이미지로 가득한 교향시

평론가 래리 워드는 이 영화를 일컬어 이미지의 예술, 음시(Tone Poem)라 했다.
음시란 곧 음악으로 만든 아름다운 교향시라는 것.
영화 <바람의 전설>의 모든 대사는 시처럼 아름답고상징적이다.

세월을 왔다갔다 하는 파도로 묘사하거나,
"비 속에서, 구름 속에서, 잊혀진 웃음 속에서 당신을 찾아헤맸어요" 같은 마르셀라의 독백,
"두려움은 그저 두려움일 뿐이다. 그저 살아 있다는 두려움"과
같은 예사롭지 않은 대사뿐 아니라 그냥 스쳐가는 말조차 시적인 상징성을 지닌다.

바닷가 장면의 대사는 주인공 마르셀라의 마음을 간결하지만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마르셀라는 굴을 까먹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는 굴을 열지 않겠어요"라고 슬프게 운다. 그녀에게 굴은
"안에 진주가 있을지도 모를" 아름다운 존재이고 동시에 자신을 굴과 동일시해
대신 울어줄 만큼 그녀는 굴, 곧 자연에 동화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맨 마지막, 신비스런 소녀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드러나는 충격적이고도 아름다운 화면에서 그 상징성은 절정을 이룬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주 극찬이 많은데요,

제 3 세계 영화에 대한 배려라고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독특한 느낌에 빨려들 듯이 영화를 봤으니까요.

 

카메라의 시선은 아주 독특했고  섬이 마치 살아있는 듯, 그리고 바람 또한

살아 있는 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소설 속에서나 표현 가능한 이런 것들이 영화라는 것으로도 표현가능함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중간 부분, 하얀 빨래가 바다를 배경으로 바람에 흩날려 날라가고

이것을 잡으러 뛰어가는 소녀 -

 

꽤 긴 롱테이크의 씬이었는데 마치 바람이 살아있는 듯하게

소녀와 장난을 하고 있는 듯하게 촬영되었어요.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바위 위에서 눈을 감고 받아들이던 소녀의

연기는 저절로 입을 벌리고 보게끔 했던 -

 

 바람과 물의 관능성에 대해 막연히나마 생각은 해오고 있었던 저이지만,

그렇게나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되는 걸 보자니 -

대단하다는 말밖에 -

 

이 영화의 엔딩씬의 포토가 어디에선가 분명히 있었고

그걸 프린트해서 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있는건지 찾을 수가 없군요.

 

아버지와 그 일꾼의 시신은 찾았지만,

소녀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죠.

 

그러고는 신비스런 소녀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그 섬의 모습을 멀리서 잡은 샷이

오랫동안 화면에 잡히면서 영화는 끝이 나게 되는데,

그 섬의 모습은 바로 그 소녀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옆모습이었습니다.

 

소녀가 섬이 되었다는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없지만,

소녀가 사라졌다는 일꾼의 독백과 함께 이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모든 것을 몽환적으로 만듦과 동시에

우리 마음 속에 전설로 남게 할 충격적 엔딩씬이었습니다.

 

 

섬은 마치 배와 같아서 바다를 항해하니까요....

 

라던 소녀의 대사와.

 

물 흐르듯 흐르던 카메라의 시선,하늘과 바람, 절벽, 짙푸른 바다 -

외로운 소녀 -

 

제가 1년전 보았던 이 영화를 왜 문득 지금에사 여기에 스크랩해두는 걸까요??

 

네에 -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 보았던 원시의 섬 울릉도와 독도를 보는 순간,

이 영화가 떠올랐거든요.

 

바다를 항해하듯 떠있는 섬, 바람, 갈매기들..

외로우면서도 장대한 섬과 바다가 이 영화를 떠올리게했어요.

 

 

이 영화는 현재 중고 비디오를 파는 인터넷 샵에서 가끔 찾아 볼 수 있습니다.

96년도에 EBS에서 방송한 적도 있긴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