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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아딸라의 칼럼

[후기] 090627 서태지 대구 콘서트를 보고 와서 -

 

 

1. 입장 전 풍경

 

일찍 도착한 대구 스타디움 -

세 번의 주차이동 끝에 자동차 극장 옆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주차장 내는 아니고 건너편 쪽에.

처음 주차한 곳에서 그 곳이 맞다고, 빠작빠작 걸어가면 금방 갈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던 아저씨.

까딱하면 산 하나를 타고 넘어가야 할 뻔 했다...ㅡ.ㅡ;;(아자씨, 왜 그랬써요. 담에 만나면 왜 그랬냐고 따질꼬야....)

 

올라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보이던 현수막 행렬들. 나무에 곱게 매어진 수백개의 노란 리본들 -

 

타이 어 옐로우 리본 라운디 올 옥 트리~~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하구나......가슴 속에 뭔가 꽉 차 오르는 느낌이었다.

 

태지를 배웅하는 것이자, 매냐들을 배웅하는 표지들.

 

그 더운 날씨에 노란 장화를 신은 사람, 소녀티를 벗은 지는 한참 지났음에도 양갈래 머리를 땋고

그 양쪽 땋은 머리 끝에 노란 색 글자를 붙인 여성분, 한쪽엔 '날' , 다른 쪽엔 '봐' -

태지씨가 봐 줬을라나?

 

특이한 모자에 특이한 옷차림의 수많은 사람들 -

 

여기는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오는 서태지의 팬들이 모이는 트렌디한 장소 -

레이디 가가를 맞는 팬들만큼은 아니라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모인,

현실세계와는 잠깐 거리를 둔 곳.

 

티켓을 교환하고 팔찌를 받은 뒤 미리미리 거사를 준비하기 위한 전초 단계로 화장실에 줄 서기 시작 -

 

화장실 안에서 다들 꽃단장을 하시는지 40여분간을 화장실 앞에서 줄 서는데 소비했다.

최대한 빨리 볼일을 보고 나왔더니 내 뒤에 줄 서 있던 분들, 다들 함성 -

- 와, 빨리 나온다~~아~~

- 저 촘 빠르죠? ㅎ

브이자 한 번 그려주시고 -

 

공연장 앞에 가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가끔 커플, 친구분들과 오신 분들도 있었지만 따로 혼자 공연을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내 뒤에 계시던 분은 처음 보는 내게 본인의 매냐 역사에 대해 얘기해주신다.

 

- 제가요, 미국 유학시절에 태지 생일날 맞춰서 귀국했거든요. 뭔가 이벤트라도 있으리라고 믿고

들어왔는데, 아무 것도 안하더라구요...ㅜ 딸내미 헛키웠다고 엄마는 한숨을 내쉬고 .....

 

그 뒷 분도 열심히 들으시고 맞장구쳐주시고 또 본인의 얘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는데

한참 얘기하다 보니 그 분은 자리를 잘못 서셨던 것.

어...내 자리, 저 앞쪽이네...

 

황망히 뚤레뚤레 앞 자리로 이동하시고 - 앞 자리쪽 근처 분들과 금방 또 친해져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겠구나...혼자 미소 -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과 팬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공연 전의 들뜬 마음으로 처음 보는 분들과 금새

친해지는 이 매냐들의 친화력~ 축제는 축제다 -

 

노란 바람개비를 하나씩 나눠 주고, 그 전에 현장에서 만난 오랜 매냐친구가 노란 종이비행기를 집에서

접어 왔다며 내게 십여장을 건네주었다. 노란 바람개비에는 어느 순서에 비행기를 날리고 어느 순서에

무슨 노래를 함께 부르며 이 바람개비를 꺼내서 들어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위태에서 모금을 해서 준비한 것들이라는데 받아들자 미안함과 고마움이....ㅜ

 

미리 꺼내서 조립을 연습해 보고 있는 사이, 입장이 시작되었다.

 

 

2.  공연 시작과 오프닝 밴드들 -

 

아직 해가 훤했다.

 

비가 온다더니 웬걸, 점점 맑아 오는 하늘 .

 

무대를 올려다보니 동굴같이 거친 느낌의 표면처리된 스테이지 전면 장식들.

뒷 편에는 높은 조명탑 셋트가 설치되어 있었고,각종 음향장비들이 즐비했다.

스피커를 살펴보았지만 뒷면에는 보이지 않았고 - 어디 숨어 있었을 수도 -

앞 부분에도 그다지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듯 잘 보이지 않았다.

나중 태지가 발을 얹고 노래했던 누운 스피커들만 보였을 뿐 -

무대 위에는 모아이 상들이 마이크모양처럼 군데 군데 장식되어 있었고

좌우 양쪽의 멀티들에는 태지의 뮤비들과 음악들이 나오고 있었다.

 

공연 시작되는 시간이 가까워오자 영상 속 음악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가까운 시간이 되자

다른 음악으로 바뀌어 나왔다. 단순한 리듬이 반복되는 음악. 점점 심장고동은 빨라지고 -

 

7시하고도 3분정도가 지나가 슈가도넛이 등장했다.

 

요즘 젊은 미국 신진 밴드들의 음악이 떠올랐는데, 예전 태지 공연 때 들었던 오프닝 밴드들과는 역시

이즈음 밴드들의 느낌이라는... 보이즈 라익 걸스 같은 - 멋부리지 않은 멋이 나는, 젊고 직선적이고

싱싱한 음악이었다.  캠퍼스 락같은 -

 

다듬어지지 않은 말투와 외모가 더 신선했고 문득 예전 부산 국제 락페에서 보았던 넬의 초기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그 더운 날씨에 해리포터같은 색동밴드의 목도리를 하고 있던 -

 

풋풋함에 세련미가 더해지면 어떤 모습이 될까? 슈가도넛을 보며 잠깐 든 생각이다.

 

피아 공연이 이어졌는데 앞의 슈가도넛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

 

못 본 사이에 더 노련해진 음악. 역시나 빵빵 리듬을 타며 터져주는 후크들. 파워풀하고 세련되고 -

키보드 치시던 여성분, 음악에 따라 자연스레 끄떡거리던 몸의 모션들이 매우 특이하고 멋져보여서

나도 모르게 따라 해 보고 있었다.... 따라쟁이.......ㅎㅎ

 

슈가도넛이 시작할 때만 해도 어둑어둑 해지기 전이라서 조명이 빛을 발하지 못했는데 피아 때는

조금씩 화려함을 보여주었다.

 

하늘은 어느 새 장밋빛 노을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해가 져가면서 불어오는 산들바람들.

바람개비가 잘 돌겠구나...

 

3. 서태지 공연 시작  

 

8시가 되기 조금 전에  피아까지의 무대가 끝났고  새로운 무대셋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버티칼같은 것이 양쪽에서 커텐마냥 중앙을 향해 움직이더니 공연메세지가 거기 적혀 있었다.

 

쾅~~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거한 드럼소리와 함께 큰 장막같은 것이 일시에 걷혀 내리던 예전 공연을 떠올리며

이건 새로운 스타일? 오페라의 커텐이 양쪽에서 열리던 것이 부러웠나? 커텐의 클래식함을 탈피한 버티칼 스타일?

내심 궁금했다. 버티칼 옆쪽으로 위쪽의 조명들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고 천장까지 올라가 있던 조명이

내려온다는 건 무대 스케일 자체를 그 아래까지 한정한다는 건데?? 도대체 어떤 무대를 보여줄 건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조명의 각도는 앞쪽으로 15도 가량 기울어져서 무대 뒤쪽으로 맞춰지도록 되어 있었는데 뭔가 저 뒤쪽에 중요한 것이

있을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무대 셋팅은 정확히 8시 14분에 끝났다.

 

그 사이 꼴깍 넘어가기 시작한 해.

버티칼이 걷히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무대가 시작되었다.

 

1) 틱탁 리믹스.

 

무대 양쪽 측면으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왼쪽 B구역 중에서도 헐렁한 제일 가쪽에 붙어 있었는데

내 쪽에선 오른쪽 편의 스크린이 잘 보였다. 오른쪽 끝에선 내 쪽편으로 안 보이는 그 스크린이 잘 보일테고.

측면의 관객들을 위한 배려? 라고 생각하는 순간, 헉~ 하는 놀라운 것이 -

 

붙어 있다고 생각했던 그 스크린이 실은 병풍처럼 여러 개의 스크린 조각들이 붙어 있던 것이었다.

틱탁이 끝나는 즈음에 그 병풍들이 각각 분리되더니 조금씩 중앙의 앞쪽을 향해 스르륵~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중앙에 모인 스크린 조각들. 윗쪽 조명의 라인에 맞춰 천장에서부터 아래까지 꽉 찬 스크린,

양 옆으로는 전면을 채우고도 모자라 가쪽이 15도 가량 사선을 이루며 모퉁이를 감싸고 있었다.

공연 내내 그 스크린으로 음악의 진행에 맞춘 환상적인 화면이 있었고 때론 뮤비들도 보여주었다.

 

시각적인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지의 야심작 -

이 부분 때문에 태지는 무대 위에서 백댄서라든가 특별히 큰 모우션을 보여주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2) F.M. business

 

틱탁에서부터 F.M. business 까지 휘몰아치듯 이어가는 공연 도중 들었던 느낌은 -

 

진정 자유로와졌다는 것 -

 

모든 것이 준비되고 정제되어 정확한 느낌을 주고 (그것이 태지의 음악 자체의 특성이기도 했지만)

그러므로 해서 매 순간 무대 위의 태지의 모습과 노래에 긴장감을 갖고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지만,

솔로 이후 약간은 무대 위에서 경직? 되었다고 해야 되나, 무언가 하나를 뒤에 감춰 주고 있었던 느낌도

조금 들었다고 한다면 -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태지 안에 녹아 들어가 자유롭게 무대와 관객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능숙해진 그로울링, 훨훨 무대 위를 날라다니는 모습. 자유롭게 시선을 맞추고 액션을 던져주고 -

 

군데 군데 객석에 멘트를 던질 때도 그런 느낌은 이어졌다.

 

준비된 멘트를 차례대로 말했던 예전과는 달라진 느낌. 말이 늘은 건지, 매냐들이 편해진건지, 스스로에게

편해진건지 -

 

음악의 폭발하는 순간에 맞춰 터지던 화려한 폭죽들 ,

버뮤다에 이르러 환한 금가루로 이어졌다.

 

3) 버뮤다

 

폭죽이 어울리는 음악, 불꽃이 어울리는 음악 , 그리고 이렇게 금가루가 어울리는 음악,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 -

 

버뮤다의 환하게 퍼져 나가는 듯한 부분에서 뿜어 올라가 바람을 타고 사방에 반짝반짝 흩어지던 금빛 가루들 -

 

아, 이것이 환상의 공간이구나...

시간과 공간, 모든 것이 현실 세계와 분리 된 채 완벽하게 이 시간, 음악 안에서 푹 빠질 수 있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셋팅된 이 곳. 그리고 정성껏 준비된 음악, 그것을 주는 태지와 받는 팬들, 그리고 그에 화답하는 팬들의

몸짓. emotion 까지 더해진 이 순간은 정말 완벽하다......라고 생각한...

 

4) 줄리엣

 

식상한 사과와 대구 아가씨멘트가 이어지고, - 이 곳에서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음, 나? ㅎㅎ

 

줄리엣 시작...

 

5) 레플리카

 

신곡이라고.... 중간에 나오리라는 걸 알고 가서 열심히 들었다.

 

이번 태지 앨범과는 조금 다른 느낌. 아마도 약간은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되는.

상승 부분의 주 테마멜로디는 멜로디라인이 조금 강화된 곡이었는데 이즈음 태지의 세련된 편곡과

어우러져  뭔가 특이한 느낌을 주었다.  반복되고 왜곡된 멜로디라인이 주로 있던 다른 곡들과 달리

유려하면서도 살짝은 올드한 느낌도 군데군데 주는 멜로디 라인이 매우 모던한 곡 구성과 편곡과

합체되면서 특이한 향이 풍기는 곡이 된 듯 하다고...개인적으로 느껴졌다.

 

6) 대경성

 

익숙한 멜로디. 예전 무대의 모습과 오버랩되고 -

 

2001 썸머소닉 공연 때 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보고 매냐들이 섹시하다고 했던 기억도 나고...

인터넷 팬들과의 만남에서 ' 난 1집, 난 알아요 때부터 섹시했어요' 라고 그 당시로선 나름 폭탄같은

발언을 했던 때도 기억나고....

 

이젠 이번 공연에선 아예 본인이 섹시하다고 마구 뽐내는.......어으.......ㅎ

 

7) 슬픈 아픔

 

예전 공연 때 얼룩무늬가 팔에 있던 라글란 소매의 티셔츠를 입고 반묶음 머리로 기타를 매고

이 노래를 불렀던 흑백사진 속의 모습과 오버랩.

 

그 옷인가 다른 옷인가 공연 후에 분실해서 작은 소란이 있었던 기억도 나고..

 

이젠 완전히 자기 것이 된.....지도 오래되서 그런지 너무 잘 부른다........ㅎ

 

8) 널 지우려 해

 

또 예전 생각 새록새록....

 

9) 지킬 박사와 하이드

 

나름 야심차게 준비했던 스페셜 무대이벤트.

 

T 자 무대의 앞 부분으로 하얀 가운데 검정 타이를 길게 맨 태지가 성큼성큼 걸어 나오더니

용무늬가 입체로 새겨진 특이한 의자에 걸터 앉았다.

 

그 의자는 공중으로 올라가더니 객석을 360도 돌며 아래 쪽의 매냐들과 태지가 시선을 맞추게 해 주었다.

 

앞쪽 조명탑 안에는 조명기사들 뿐만 아니라 지인인 듯 아주머니 두어 분도 그 옆에 앉아 있는 것을

시작 전에 봐두었었는데 공중으로 떠오르는 태지를 보며 조명탑 안의 그 아주머니들, 놀란 표정인 걸

멀리서도 보았다..

 

위로 올라와서 가까이 오는 듯한 느낌에 놀랐겠지....그 노약자석, 내 것인뎅......ㅜ

 

베이스 드럼의 중간 타임이 있었고 그 사이에 멤버들은 의상을 갈아 입고 나왔다.

 

난 그 사이, 다리 아래에 모기를 한 방 물려서 쉴 새 없이 다른 쪽 운동화 옆 면으로 다리를 긁어 대고 있었는데

의무실 쪽을 내내 돌아보았다...

 

저기 가서 '버물리' 있냐고 물어본다면? 있을까? 지금 중간 시간에 가서 바르고 올까???

 

너무도 가려웠기에.....ㅜ

 

그래도 자리를 5초라도 뜬다면 이건 예의가 아니지....참아 보자...불끈 -

했는데,  하여가 이후, 10월 4일 무대를 하기 전에 태지가 버물리를 들고 나왔다.

 

10) 하여가

 

11) 10월 4일 

 

나보다 손이 더 작은 사람?

 

태지가 물었고

- 나보다 더 손이 작은 사람에게 이 버물리를 줄께....이거 좋더라구....

 

어....난 진짜 손 작은데, 초딩보다 더 작은데. 게다가 그 버물리는 꼭 내게 지금 필요한 건데...

 

어느 분이랑 손바닥 마주대기를 하고는 버물리가 전달되었다. 새끼손가락은 나보다 조금 기네 - 라는

덧붙임 멘트와 함께.

 

 

T 자 무대에 앉아 노래를 하다가 일어서서 조금씩 이동을 하며 불렀는데 -

그 때 난 뒷편 산을 잠깐 보고 있었다.

 

어스륵한 어둠 속에 멀리 나무들이 검은 그림자로 보이고 있었는데 밤 바람에 흔들흔들 이파리들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를 걷는 태지가 그 어스름 밤숲의 흔들리는 나무들을 배경으로 노래하고 있었고.

 

현실을 배경으로 환상 속의 무대가 대비되었다.

여기는 현실일까, 환상일까?

 

끝나고 나면 이 순간은 내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12) TAKE 5

 

밝고 희망차고 따뜻한 테익 파이브 - 종이 비행기를 마구 하늘로 날리며 즐거워 폴짝폴짝 뛰는 매냐들.

함께 즐기는 공연 - 받은 종이비행기중 큰 비행기 하나를 다시 객석으로 태지는 날려주고 -

 

13) 모아이

 

이 순서에서였나?

 

이번 앨범활동은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전 곡이 타이틀 곡이었고 뮤직비디오도 정말 많이 찍고 -

해외에 가서 로케도 많이 하고 -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워요. 다음 앨범 작업하러 들어가면 또 한참 걸릴 것 같아요...

 

 

- 기다릴께, 기다릴께

 

연호하는 팬들에게

 

- 이 분위기에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사실  니들이 기다리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어? 그거 말곤 할 게 없잖아.....

 

ㅎㅎ

 

 

 

미안한 마음.....ㅜ

열심히 준비해서 줬는데도 열심히 안 받아 먹은 나.....ㅜ

뭔가 안한 듯한 느낌이 드는.....ㅜ

 

14. 코마

 

섬뜩한 배경 뮤비와 함께 노래가 이어졌고

 

15) 시대유감

 

신나게 점프하며 한바탕 놀이 - 끝나자,

 

- 이 노래는 정말 놀기에 좋은 곡같아요. 하지만, 더 좋은 곡이 하나 더 준비되어 있어요....(라고 했던 듯?)

 

16) 내맘이야

 

내맘이야가 이어졌다. 무대 위를 휘저으며 노래하는데 원래 태지가 저런 무대매너였었나? 싶은...

예전 3,4집 때의 밝고 자유로운 모습에다가 이젠 노련미까지 -

 

17) 너에게 락버전

 

1집 때부터의 영상이 스르륵 지나가고.지나간 흑백 필름 속의 헬기타고 떠나던 모습.

여행하는 자유인 태지의 셀카들, 러시아 공연 갔을 때의 모습, 최근 모습들까지 주르르.

 

저게 서태지의 역사구나..

 

혼자만의 역사이기도 하거니와 매니아들과 엮어진 공감의 역사들.

아파하고 같이 기뻐하고 격려하고 기다리던 그 많은 시간의 역사들.

오늘 이 시간도 또 한 장 덧붙여지겠지..

현재는 과거가 되니까.

 

 

중간에 재미있었던 부분은,

 

' 날 보고 웃는 네가 ~' 라고 하더니 한없이 맑은 표정으로 이어지는 나레이션 ... ' 무서워.....'

 

 

 

18) 프리스타일

 

간만에 듣는 이 노래를 들으며 생각.

 

집에 가서 다시 이 노래 틀어놓고 따라 불러봐야지. 너무 신나~~~!!!!

 

더운 여름밤에 화면 가득한 흰 눈 가득한 풍경이 더 신선하기도 했고 -

 

객석은 다음 순서를 준비하기 위해 수런수런.

 

19) 앵콜곡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아침의 눈

 

 

마지막 곡으로 탁월한 선택..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

신곡인 아침의 눈...

 

아쉬움에 눈에만 박아둔다고 신곡 감상도 제대로 못했던 듯....

 

 

끝나고 나오면서 든 생각.

 

이제 태지가 많이 편해졌구나.. 좋은 의미로.

수줍던 모습은 이제 완전히 과거의 것?? 너무 유들해졌어.....ㅎㅎ

말도 너무 잘해..... 이젠 완전 팬들을 갖고 놀아.... 팬들은 이제 (전에도 그랬지만) 꼼짝도 못해. 태지의 손아귀안에서 -

 

 

멋지게 원숙해진 태지...를 흐뭇하게 보고 온 공연이었다.

 

하나, 태지와 팬들 사이의 왔다갔다 하는 공감들을 난 마치 핑퐁게임을 관람하는 객석의 사람처럼

끼이지 못하고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것.

 

살짝 손을 뻗어 그 중 작은 알갱이 하나라도 낚아채서 가져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그건 너무 얌체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 익어져서 그만한 자격이 되었을 때 그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정도로 만족하고 돌아온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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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의상, 그 뒷 이야기 -

 

어제 제가 입고 갔던 옷은 슬리브리스 하얀 남방이었습니다.
남자들 와이셔츠처럼 얇은 천으로 된 거에요.

팔에 선 남는 걸 싫어해서 더운 날 야외에 있을 때는 소매없는 옷을 애용합니다만,
어제 팔에 썬크림을 안 바른 관계로 지금 조금 지저분하게 탔습니다..;;

어제 내맘이야에서였나?

물폭포를 쏘았습니다.

좌, 우 양쪽에서 공중을 향해 수십갈래의 물폭포가 허공을 향해 쏘아올라갔습니다.

시민공원같은 데서 여름에 분수쇼같은 거 하죠?
그 때 주왁~~ 음악과 함께 공중을 향해 쏘아 올라가는 물줄기들, 그거 상상하시면
될겁니다.

45도 허공을 향해 쏘아 올라간 물줄기들이 최고 정점에서 약 0.1초동안 정지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리 속의 생각들 -

어......저게 뭐지........??

지랄탄은 아니고....

물~!!!!!!!!!

인제 꼭대기까지 올라갔으니  내려오겠구나 -

오늘 내가 입은 옷이 하얀 남방....

내 옷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드는 생각.

예전  태지가 프로스펙스 광고 찍을 무렵, 하얀 와이셔츠에 비맞으며 태지가 광고 찍으
면 섹시해보일까, 비맞은 강아지같이 측은해 보일까? 상상의 나래를 펴며 글을 올렸던
기억이 찰나로 스쳐 지나가고 -

아쿠, 내 옷이 그 옷이넹... 내가 섹시화보를 찍을 일은 없고 -
갈아 입을 옷도 없는데 -

허허허 황망히 웃으며 물이 내 몸을 끼얹기 찰나의 순간에 뒤로 돌아서 등으로 물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등이 낫지 - ;;; 등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

물이 뿌려진 순간 뭔가 퀘퀘한 냄새가 났습니다.

물이 ... 안 깨끗할 리는 없고??

가만 냄새를 되짚어 보니 마른 땅, 가문 후의 시멘트나 아스팔트등에 비가 내렸을 때
나는  그 먼지냄새더군요.

물뿌리고 나니까 바람도 더 시원해졌어요 -

락콘서트갈 때의 의상결정과는 아~ 무 상관없는 얘기였습니다~~~~ ^ ^;;;

물젖을까봐 꼭 얇은 하얀 옷을 입고 가지 말란 법도 없다는 거.
공중 위 물이 떠 있는 0.1초간 잘 판단하면 등으로만 물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 -
입고 갈 옷은 완전히 ' 내맘이야' 정신으로 하면 된다는 거-

* 키높이 깔창을 많이 신은 듯 하더군요.
신발바닥과 위로 보이는 발목위치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때 그 사이에 무언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