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분은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면서 친해진 분이었다.
이름은 Melvin.
나이가 들어보였는데 물어보니 29살밖에 안됐다고 ;;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고 해서인지 가장의 분위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였던 듯 싶다.
깨끗하게 기름을 발라 넘긴 헤어스타일에 영어도 잘했다.
이곳 필리핀에서는 택시기사, 지프니기사, 등등 기사들은 돈도 잘 벌고 해서 일등 신랑감이라고 한다.
팍상한으로 향하는 도중에 몇 번이나 호객꾼들이 우리를 불렀다.
싸게 해 주겠다고하고 맛있는 식사하는 곳을 아니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멜빈은 다 그 곳 식당이나 그런 데서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라서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점점 가까와질수록 먹을 곳이 눈에 뜨이질 않아서 다시 3분가량을 돌아나와 패스트푸드점을 찾아갔다.
조그만 규모의 대형몰이었는데 CHow King 이 보여서 그리 들어갔다.
중국음식을 패스트푸드화해서 파는 레스토랑이었다. 탕수육과 볶음밥등을 배부르도록 먹었다.
물은 얼음물을 데스크에 준비해두고는 셀프로 마실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물을 안 주어서 음료수를 잔뜩 시켜 먹었는데
나중 화장실 가는 쪽으로 가다보니 프리 워터가 가득. ㅜㅠ
화장실앞에 줄서 있는데 필리핀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이것저것 물어봐주고 다들 친절 -
팍상한에 들어가서 기사분이 어느 호객꾼의 안내로 그 사람의 개인 마당같은 데로 차를 끌고 들어갔다.
여기서 바가지를 많이 쓴 것 같다.
한 사람당 안전조끼와 방석값등을 포함해서 650페소를 달라고 했다.
한 배에 3명까지 태울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듣기로는 500페소정도라고 알고 왔는데 너무 비싼 듯 해서. 게다가 팁도 따로 줘야 되니.
내일 한국 돌아가는데 마지막 여비를 모아서 온 것이다. 여유있지 않으니 조금 깎아달라고 사정해서 550으로 깎았다.
처음은 이렇게 마을 사이로 뚫린 강물을 따라 올라갔다. 보트맨이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앞에 모터달린 배가 우리같은 배들을 여러 개 묶어서 끌고 가는 형식.
제법 이렇게 모타로 끄는 배를 따라 오래 갔던 듯 싶다. 15분가량?
옆에는 내려오는 배들이 보인다. 저 배도 앞에 모타배가 끌고 있다. 앞에 등짝 보이는 남자가
앞쪽 보트맨, 그리고 뒤쪽에 나이많은 보트맨이 또 한 명 더 타고 있는데 그 사람은 이 보트맨모임의
대장인 듯 싶었고 영어도 꽤 잘 했다.
가는 옆으로 보이는 마을들. 가끔 꼬마애들이 떼로 나와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서투른 한글로 파라다이스호텔이라고 적은 글자도 보였고, 요꼬하마호텔이라고 적힌 것도 보았다.
이렇게 넓은 강물을 따라 오르는 것이 끝나고 나면 험한 계곡이 나왔다.
사실은 이 부분을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물이 워낙 많이 튀는 바람에 겁이 나서 카메라를 꺼내 놓지를
못했다.
팍상한은 지옥의 묵시록'영화를 찍기도 했고 여명의 눈동자에서 그, 누구지? 뱀뜯어먹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겨우 가릴만큼의 하늘만 남겨두고는 하늘끝까지 깎아지른 듯 절벽이 하늘로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낯선 나비들이 그 계곡물 위를 날고 있었다.
어린 아들도 ' 엄마, 여기 너무 아름다워요 ' 라고 했다.
큰 아들도 ' 누가 바위를 잘라 놓은 것같이 희안하게 생겼어요' 라고 했고.
신비로웠고 - 마치 프랑스 낭만주의 소설, '아딸라' 에 나오는 밀림 속의 계곡같이 신비로웠다.
이것이 바로 필리핀의 금강산? 따가이따이도 멋졌지만, 여기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라고 여겨졌다.
중간에 한번 쉬었는데 뒤에 보이는 건 조그만 폭포.
여기까지 올라오는 도중에 조그맣게 수도 틀어놓은 듯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미니 물폭포들이 많이 보였었다.
여기에 작은 매점이 있었는데 보트맨들이 내리더니 음료수를 다 집어들고는 계산은 이 쪽분이 하실거라면서
나를 가리킴 ;; ㅋㅋ 옆에는 돼지고기꼬치바베큐도 팔고 있었는데 보트맨들이 그것 맛있으니 사 먹으라고
내게 권유. 아마도 이곳 매점상인들과 보트맨들끼리는 어떤 협약관계가 있지 않나 싶었다.
음료수 하나에 60페소가 넘으니 나중에 팁을 덜 줄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
같이 올라갔던 대학생들이 찍어준 사진.
가이드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한테서 바가지 안 쓰려고 애를 썼었는데,
내겐 그들이 많은 힘이 되어줬는데 그들에게 나도 힘이 되었을런지.
이건 왜 이렇게 크게 찍혔는지... 누가 찍어준건지 모르겠다.
하여간에 저 습기 가득찬 얼굴을 보라.
지금 건성습진으로 얼굴이 뒤집혀져 있는데 저 사진을 보자니 새삼스럽다.
폭포만 찍은 것이다.
진짜 팍상한 폭포는 여기서부터 약 10분 뒤쯤에 보이는데 대형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이
엄청난 물줄기.
거기 들어가자 폭포를 맞고 싶으면 한 사람당 200페소씩 더 내란다.
우리가 미리 인터넷에서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20페소정도라고 들었는데 이건 좀 심한 게 아닌지.
대학생들이랑 막 반발해서 화내다가 조금 깎았다.
얼마로 깎았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보트탈 때도 내가 들었던 거랑 좀 달랐는데 아무래도 바가지를 많이 쓴 듯.
난 커다란 투명 봉지를 하나 들고 갔었는데 그걸 머리에 뒤집어 썼었다.
큰 나무 뗏목같은 데에 줄을 맞춰서 나란히 끼여 앉으면 남자 서너명이 폭포 안까지 밧줄을 당기면서 들어간다.
한바퀴 돌고 나오면 완전히 물에 옴팡 젖게 되는데 마치 자동 세차장에 그냥 들어갔다가 나오는 기분이랄까?
완전히 원초적인 즐거움. ^ ^
우린 원 모얼 타임~!!! 외쳤지만, 한번 더 타려면 돈을 더 내야 된다고 -
그리고, 다음번에 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우린 그냥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길은 수월했다.
올라갈 때는 바위에 걸쳐질 때마다 보트맨들이 배를 밀고, 당기고, 들어 올리면서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는 물의 속도로 인해서 제법 배의 속도도 많이 났고 신나게 내려왔다.
울 아들들은 얏호~! 하면서 신나게~!~
물은 언제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내려올 때는 울 아들들이 직접 노를 저어보겠다고 해서 앞의 보트맨은 느긋하게 쉬기도 하고.
노 가지고 서로 싸웠다.
옆의 배랑 누가 서로 빨리 가나 시합도 하고 -
옆의 대학생 누나야들이 노를 어찌나 잘 젓는지 울 아들들이 졌다.
물이 석회수가 많이 섞여서 물색이 탁하다고 한다.
팍상한 꼭대기 폭포도 약간 누리끼래 했다.
사진은 사진일 뿐, 직접 보는 거랑은 역시 다르다는 걸 또 느낀다.
도착하기 직전. 카메라 메모리도 다 되어가고 길에서 찍었던 동영상을 지우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그 지운 걸로 찍을 수 있었떤 이 사진.
카메라에 신경쓰는 나와 주변 풍경에 넋을 잃은 우리 큰 아들.
노젓느라 피곤했던 울 작은 아들도.
내려와서는 보트맨의 집에서 샤워하고, 봉고안에서 화장을 고치고 88온천에 들러 목욕팀들을 태우고선 숙소로 돌아왔다.
운이 좋아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팍상한 투어 -
안 갔으면 정말 아까웠을 것 같았던 팍상한 투어 -
그 간 다녔던 주말 액티비티중에 가장 많이 돈을 썼던 팍상한 투어 -
공항에서 선물살려고 돈을 남겨뒀었는데 마지막 거의 한 푼까지 탈탈 털어 쓰고 왔다.
아참, 팁으로 두 명에게 각각 200페소씩 줬는데 그 중 젊은 보트맨이 - 사진에 보이는 - 자꾸 따라오면서
엑스트라 팁 플리즈~!! 손을 내미는데, 아, 진짜, 돈이 더 없는뎅..;;;; 쏘리, 쏘리, 아이 돈 해브 이너프 머니 -
바가지를 조금 쓴 듯 싶긴 하지만, 그래도 팍상한 계곡 안에서 느꼈던 것은 - 옛날 티비 시리즈 타잔 속 그 한 장면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 ,
티비화면속에서 보이던 거랑은 또 다르더라는 거. 지금 컴퓨터 앞 풍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별천지 세상. 사진을 제대로 못 찍고 온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아, 이건 다른 분 블로그에서 업어온 사진. 아까 그 폭포 옆 매점사진이랑 같이 나온 거.
아마도 건너편에서 찍으신 듯.
그리고 이게 그 팍상한 폭포이다. 그 안으로 아래 보이는 나무 뗏목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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