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잡담] 내 남자의 여자 마지막회를 보고 -

안을 들여다 보면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냥 사건 나열을 주욱 시켜놓고 타자의 눈으로만 본다면
참 그지같은 인생들이다.

그 나름의 사정을 설명해서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게 작가의 역할이겠지만 .

사실 드라마 감상기 적으려는 건 아니고,
보다보니까 웬 그지같은 인생들 몇 편이 더 생각나서 얘기해주려고.
나름 우리 모르는 편 세상은 이런 것도 있다하고 -

( 드라마 중간 중간, 김희애랑 김상중이랑 싸우는 장면 사이에
아파트 전체를 비춰주는 장면이 있대.
가끔 늦은 저녁 맞은 편 아파트를 보면서 나도 생각할 때가 있지.
저 불켜진 어느 한 칸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을까?
몇 개의 인생이 흐르고 있을까? 편안하게, 혹은 격하게 -)

건너건너 아는 한 부부.

남편은 잘 생겼어.
 카리스마있다거나 맑은 느낌 없이 그저 그렇게 조용하고 별 특징없이
얼굴만 잘 생긴 중년의 남자.
부인은 솔직히 그다지 인물은 없어.
잘 웃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 잘 붙이고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
둘은 금슬이 아주 좋았지. 둘이 재미나게 놀더라고.
아들 둘 놀이동산에 티켓끊어주고는 그 옆을 둘이서만 드라이브하고 또 -

어느 날 소식을 들었어. 부인이 바람이 나서 한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고.
여자는 all or nothing 이래잖아.
바람나서 몰래 바람피우는 건 고단수들인거고,
눈 뒤집혀서 그런지 가정버리고 그 남자를 택하더라고.
남편과 잘 생긴 아들 둘을 놔 두고 가 버렸어.

그 남자는 한동안 페인이 되서 살더니 다방 마담이랑 살림을 합쳤어.
그 여자가 많이 홅아갔지. (미안하다, 이런 용어써서. 즈질얘기를 하다보니 말도 즈질이 되네)
근데 떠났던 그 부인이 용서해달라며 다시 왔지.

어떻게 됐게?

응. 그 레지 정리하고 다시 합쳤어.

주변에선 뭐라 그러게?

웃긴 인생들이다 그러지.

중간에 있었던 일들만 싹 들어낸다면  둘은 그냥 그렇게 주욱 같이 살아왔던 거고 아무 일 없었
던 거겠지만,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고 영원히 둘의 마음 속에 남아 있겠지.
서로를 용서하며 살게 될까 모르겠다만 -

인생에는 지우개가 없다.
인생은 낙서장이 아니다.

어떻게 해도 어찌할 수 없었다면 그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예전에  자기 인생을 온갖 것을 시도하는 낙서장을 만들고 싶다고 하던 사람이 생각나서.
나는 신중하게 최선의 것들로 후회없이 채워넣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고.

지금 내 인생이 작품이 된 것 같진 않다만, 그래도 그 당시 내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시도조차 해 보지 않는 걸 후회하지 않을 자신있냐고
했던 그 아이의 말이 생각나네.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어느 게 옳다고 정답이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