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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vogue girl 인터뷰 - 스타일리스트가 힘들다는

 

 

 

 

 

보그 : 동원씨가 이번 인터뷰 촬영을 위해 보여준 무서운 열의 덕분에 스타일리스트가 의상 준비하느라 이틀 밤을 고스란히 날렸다는데, 알고 있나?

 

강동원 : (미소)

 

보그 : 모델 출신이고 패션에 관해 자신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스타일리스트를 괴롭히게 되는 건가?

 

강동원 : 맞다. 많이 괴롭힌다. 공부 안 하면 뭐라고 한다. 야단친다기 보다는 "다음부터는 잘하자~" (웃음). 내가 좋아하는 취향에 맞춰서 스타일리스트가 따라와줘야 되니까. 그런데 취향이 자주 바뀐다.

 

보그 : 요즘은 펑크 스타일에 심취해 있다는 얘기를 들었따. 그래서 오늘 촬영할 의상 중에도 동원씨의 개인 소장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마치 오늘을 기다리며 준비한 것 처럼 멋진 옷들이 많더라.

 

강동원 : 펑크에 빠진 지 좀 됐다. 1년 반 정도? 차곡차곡 모아온 옷들이다. 그러니까 저만큼 가지고 온 거다. 트렌드에 맞춰서 구입하기도 하고, 때 마다 마음에 드는 걸 사기도 하고....... 일본에서 산 거랑 국내에서 구입한 게 섞여있다.

 

보그 : <형사> 촬영 끝내고 일본으로 여행 다녀왔다던데 왜 일본을 택했나? 힘든 촬영이어서 일부러 휴양지를 찾고 싶었을 것 같은데.

 

강동원 : 가까워서. 일이 생기면 바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 6월 말에 가서 8월 초에 들어왔다. 만날 사람도 있고, 준비해야 될 것도 있어서. 밀린 일 하고 시나리오 보면서 지냈다. 아직 계획 잡힌 다음 작품이 없어서 한 동안 쉬게 될 것 같다. 옷은 돈이 없어서 못 샀다.

 

보그 : 9월 개봉이니까 당분간은 홍보 활동으로 바쁘겠다. 지난 5월에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서 기자회견 가졌을 때 '슬픈 눈' 이라는 자기 캐릭터 소개에 진땀을 빼던데, 왜 그랬나?

 

강동원 : 설명을 잘 못 하겠더라. 원래 지원이 누나, 안성기 선배님이랑 이렇게 얘기를 하자고 다 맞췄었다. 그리고 하다가 막히면 도와주자. 그런데 내가 사람들 많은 데서 말을 잘 못한다. 그걸 알고 미리 선배님이 준비한 것 같더라.

(보그 : 앞으로 인터뷰를 거듭해야 할텐데 똑같은 질문 많이 받겠다.

상상하니까 괜히 내 머리가 다 지끈거릴 정도다)

그래서 가끔은 영화 관련 질문은 보도자료 보내달라 그러세요 하고 싶다. 인터뷰를 하면 할 수록 대답이 점점 줄어든다. 나중에는 "영화 어때요?" 그러면 "좋아요" 하고 만다.

 

보그 : 어제 패션지 화보 진행을 두 개 했고, 오늘 오전에도 <에스콰이어 재팬>과 촬영하고 왔다니, 동원씨 대답이 더 짧아지기 전에 스피디하게 한 번 해보자. 처음에 <형사> 시나리오를 읽고 내뱉은 첫마디는? 또는 제일 먼저 한 행동은?

 

강동원 :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형! 나 해야될 것 같아." 그라마 '매직' 촬영 중간에 잠깐 짬 내서 시나리오를 봤었다. 촬영할 영상에 대한 것 까지 대본에 다 써있어서 영화 이미지가 저절로 그려지더라.

 

보그 : 이명세 감독이라는 사실도 믿음직스러웠겠다.

 

강동원 : 솔직히 이명세 감독님이 누군지 잘 몰랐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만든 감독님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영화 말고는 본 게 없고, 감독님이 그 동안 오래 활동을 안 하셨으니까.

(보그 : 그렇다. 7년 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영화 같이 하자고 하는데 (웃음) "누구지?" 그랬다.

 

보그 : <늑대의 유혹>에 약간의 액션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혹독한 훈련을 받아본 소감은?

 

강동원 : 보면 알 거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옆에서 지켜보던 '영화인'의 조옥경이사 : 와! 자신감 만빵!)

촬영하면서 정말 즐거웠고, 워낙 연습량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더라.

 

보그 : 하지원씨는 힘든 훈련 때문에 울었다고도 했다. 본인은 그런 적 없었나?

 

강동원 : 난 재밌게 했다. 선무도는 조금 하다가 무릎을 다쳐서 중간에 그만뒀고, 그보다는 무용 연습을 더 많이 했다. 감독님이 선수나 되야 할 수 있는 유연한 무술 동작을 원했다. '슬픈 눈'에 비해서 지원누나는 구르고, 뛰는 장면이 많았다.

 

보그 : 탱고를 사사한 안무가 정광국씨가 타고난 몸이라고, 지금 무용을 시작해도 대성할 거라고 했다는데 어떤가?

 

강동원 : 선생님과 아주 친하다. 일본 여행 중일 때 며칠 함께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도 계속 꼬드긴다. 무용하자고. 무용이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서 계속 배워볼까 고민중이다. 이러다 바빠지면 못할텐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보그 : 이제야 말할 수 있다! "감독님, 이럴 때 저 난처했어요."

 

강동원 : 감독님은 찍을 컷을 모두 정리해 놓고도 촬영 들어가는 순간까지 더 좋은 걸 찾아 고민하기 때문에 밤에 날 불러놓고 자주 얘기 했다. 양수리 촬영소에 겨울에 들어가서 여름에 나왔다. 거기서 살았으니까 매일 밤마다 모여 술 마시고 영화 얘기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잘 안 풀리는 부분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겠냐' 고 물으면 막막했다. 결과물 보고 평은 할 수 있어도 도와드릴 순 없으니까. 난 다음 날 촬영하려면 무조건 푹 자야되는데.

 

보그 : 괄괄한 성격은 아닌데, 스태프들과는 잘 어울리는 편인가?

 

강동원 : 모델활동할 때는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이라 편했는데, 연기하면서 부터는 낯선 얼굴들이 많아서 힘들다. 억지로, 빨리 친해져야 되고, 힘들다. <형사>는 5개월 넘게 양수리 세트장에만 묶여 잇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됐다. 틈날 때 마다 탁구치고, 족구, 축구, 야구했다

(보그 : 주 종목은 뭔가?)

축구랑 족구. 야구할 때는 투수했다.

 

보그 : <형사>에서 '슬픈눈의 베스트 영상' 과 '최고의 영상' 을 꼽는다면?

 

강동원 : 제일 힘들었던 단독 검무 신. 감독님이 탈춤 추듯이 하라고 주문한 1~2분 분량의 엄청 긴 신이었다. 그런데 내가 소화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한 감독님이 촬영 전날 밤에 분량을 줄이고 수정하려고 해서 말씀 드렸다. 준비 다 했고 자신 있다고. 현장에서 동선을 맞춰보면서 흡족하셨는지 오히려 처음 보다 분량이 더 늘었다. 그 날 정말 힘들었다.

(보그 : 그럼 최고의 영상은?)

남순이랑 두 번 째 만남에서 치고 받고, 아니지 멋있게 할 싸움 한 다음 돌담길을 걷는 당면. 그리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남순과의 마지막 결투.

 

보그 : 아쉬움은 없나?

 

강동원 : 만약 이번 영화에 그런 게 있었다면 다시 찍자고 했을 감독님이다. 나도 다시 찍었고.

(보그 : 드라마는 그런 게 없잖나?)

전혀 없다. 그런 게 제일 괴롭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해야 할 때가 너무 많아서.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그런 걸 잘 못 참는 편이다. 그래서 드라마 하기가 무섭다. 요즘도 꿈꾸면 새로운 드라마 촬영하는 악몽을 꾼다. 완전 악몽이다. 난 옆에서 누가 마구 보채는 것도 정말 싫다.

 

보그 : 그래도 하면 할 수록 탄력이 생기지 않나? 요령도 생기고.

 

강동원 : 하면 할 수록 어렵다. 똑같은 캐릭터를 계속 반복해서 한다면 좀 더 발전, 발전, 발전하겠지만 그런 게 아니니까.

(보그 : 할 때 마다 신인 같은 느낌인가?)

새로운 작품 들어갈 때 마다 머리 아프다. 스트레스도 심하고. 촬영 들어가면 정신 없으니까 괜찮은데, 작품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이 제일 힘들다. 촬영할 때는 몸이 힘들고.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는 게 어색하지 않다. 대사처리 문제라든지 연기는 아직 부족하지만.

 

보그 : 어느 배우는 그래서 외화보다 한국 영화를 본다고 하던데.

 

강동원 : 난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이다. 보는 건 좋은데, (웃음) 내가 출연한 영화 볼 때가 제일 좋더라. 영화관에 잘 안 간다. 영화관을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좋아하지도 않는다. 사람들 눈에 너무 잘 띄어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쉽지 않다.

(보그 : 드라마도 마찬가지겠다)

'마지막 승부' 말고는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본 적이 없다. '다모' 도 못 봤다. 2년 전인가 내가 '위풍당당 그녀' 에 출연할 때였으니까. '다모' 와 관련된 영화를 찍으면서 '다모' 도 못 봤냐고 뭐라 그러시더라. 다모 팬 중에 어떤 분이. 죄송하긴 한데, (웃음) 영화 시노리오를 봤을 때는 전혀 관계가 없고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조선 여형사라는 것 빼고는 등장인물, 내용, 연출스타일 모두 '다모'와는 다른 영화다. 어쨌든 그래서 다모 팬클럽에 가입했다.

 

보그 :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괜히 야단맞는 일도 생기는 법.

 

강동원 : 괜히 욕도 먹는다.

 

보그 : 하지만 몇 십만 명의 팬은 아무나 가질 수 잇는 게 아니다. 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동원씨를 보면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

 

강동원 :  팬들이 갈 수록 줄고있다.

(보그 : 줄고 있다는 기준은?)

카페 회원수가 <늑대의 유혹> 때 30몇 만, 그 뒤로 최고일 때는 40몇 만 명 이었는데 지금은 다시 30만 명 대다. 항상 거품처럼 오르락 내리락.

 

보그 : '신 사대천왕' 이 그런 말씀을. 일본에서 '1%의 어떤 것'이 방영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지 않은가?

 

강동원 : 처음에 사대천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단어 자체가 코믹해서 웃었다. 사소천왕이라는 말도 그렇고.

(보그 : 사소천왕은 뭔가?)

신 사대천왕이 사소천왕이다. 동건이 형, 빈이형, 그리고 배용준 씨랑, 이병헌 씨가 사대천왕이고, 내가 사소천왕에 가끔 끼더라. 단어의 어감이 너무 싫다.

 

보그 : 드라마로 제작되는 만화 '궁'의 캐스팅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입씨름이 한창이다. 어느 배우가 그 역에 어울린다, 아니다. 강동원씨 이름도 거론되는데 알고 있나?

 

강동원 : '궁'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렇게들 싸운다. (조)인성이네 팬들이랑 내 팬들이랑. 누가 키가 더 크다, 누가 옷이 더 잘 어울린다 하면서. 인성이랑 친군데, 친하게 지내기로 해 놓고 서로 바빠서 그 뒤로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친군데, 그러니, 제발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

 

보그 : 패션쇼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 자주 할 것 같은데 어떤가?

 

강동원 : 이제는 아니다.

(보그 : 몇 해 전, 동원씨가 드라마 대본이라는 걸 처음 받고 연기를 시작할 즈음, 인터뷰에서 그랬었다. 모델로서의 자부심과 무대에 대한 욕심이 커서 연기를 하더라도 모델 일을 병행하고 싶다고.)

연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고, 그 재미도 알았다. 모델일은 물론 다시 하고 싶긴 하다. 그런데 내가 모델일 때 연기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걸 아주 싫어했었다. 난 프로인데 그 쪽은 프로가 아니니까. 마음가짐도 나와 다르고.

(보그 : 그 때 생각이 나서 쇼 무대에 서는 걸 자제하겠다는 건가?)

나중에 연기자가 되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인터뷰했던 그 당시에는 무대에 선다 해도 주목을 안 받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내가 모델이라면 아주 싫을 것 같다.

 

보그 : 촬영할 때 잠깐 (여)욱환씨도 다녀갔는데 모델에서 연기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맨 모델 식구들이 있어서 든든할 것 같다.

 

강동원 : 아직 든든하진 않다(웃음). 같은 일을 하고 관심사가 같으니까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지만, 아직 든든하진 않다. 그쪽 입장에선 내가 제일 든든할지도 모르겠다. (웃음). 그냥 편하다. 고민 있으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 그게 든든하다.

(보그 : 유학 가 잇는 여자친구가 곁에 있으면 힘들 때 투정도 부릴텐데.)

난 투정 안 부린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고. 영화 촬영할 때는 만나기도 힘들고 챙겨 줄 수도 없으니까 옆에 없는 게 오히려 마음 편했다. 미안한 마음 안 드니까.

 

보그 : 오랜만의 인터뷰인데 오늘 나눈 얘기 중에 혹시 덧붙이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해도 좋다.

 

강동원 : 내가 186cm이고 인성이가 188cm이다. 인성이 키가 더 크니까 그런 걸로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