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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이화 DEW 인터뷰 - The Man 강동원

 

 

 

 

 


THE MAN, 강동원  


강버들 기자 whgdk0613@hotmail.com



‘양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펜으로 그려낸 얼굴’을 가진 ‘그리스 신화에서 막 튀어 나온 듯한’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 인터뷰 기사에 묘사된 강동원(26)이다. 잘생긴 배우를 만난 많은 기자들은 강동원을 ‘환상속의 그대’로 그려냈다.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대충 뒤집어쓰고도 태가 나는 걸 보니 남다른 외모를 가진 건 사실이지만, 별세계에 사는 인물은 아니다.

강동원이 이웃집 총각 같았다면 믿을지 모르겠다. 멋진 얼굴만큼 인상적인 동기를 가지고 행동할 것 같지만, 그는 의외로 단순했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하고 싶었어요, 그냥.” 고등학교 때에는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모델을 하고 제일 좋았던 건 부모님께 돈을 가져다 드릴 수 있다는 거였다. 이제는 웬만큼 고쳐졌다 싶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강동원 역시 여느 대학생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것이 연기라는 점만 뺀다면.

연기는 내 적성

연기 또한 특별한 동기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어떤 배우의 연기를 보고, 연기를 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았다’는 식의 거창한 계기는 없다. “그냥 연기가 좋았고 적성에 잘 맞겠다 싶었어요. 제 취향인거죠.” 자신이 잘 생겼다는 건 일찍 깨달았지만 연예인이 될 거라 생각 한 적은 없었다. 주변에서 모델을 하라고 부추겼을 때도 절대 안 될 줄 알았단다.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은 많으니까요.” 대학에 진학해 서울에 올라온 뒤 자신의 가능성을 깨달았다. “지나다니면 자꾸 명함을 주시더라고요. 그 때 생각했죠. 나한테도 관심을 가져주시는구나. 나도 먹히는 얼굴이구나(웃음).” 받은 명함 중 하나를 골라 연락을 했고 모델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 소속사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연기인데, 자꾸 가수하라 그러잖아요. 가수가 돈이 되거든요.” 고집 센 강동원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소속사에서 나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지금의 소속사 ‘THE MAN’을 차리고 연기를 시작했다. <위풍당당 그녀(2003)>의 지훈, <1%의 어떤 것(2003)> 재인,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3)>의 희철까지, 신인으로선 큰 역할이었지만 상대 여배우에 더 무게가 실렸다. 자신이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처음 받은 건 <늑대의 유혹(2004)> 때라고. “솔직히 잘 될 줄 몰랐어요. 제 캐릭터 태성은 마음에 들었지만 작품 자체에 끌리지는 않았거든요.” 인터넷 소설인 원작도 읽었지만 “외계어와 이모티콘 때문에 힘들었다”는 그는 <늑대의 유혹>이 흥행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영화관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여학생들을 보고 ‘강동원의 얼굴’이 성공 요인임을 확신했다고 농담을 건네자 “태성에 대한 환상 때문인 것 같다”고 답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늑대의 유혹> 이후 그의 팬은 40만까지 늘었다.

<매직>과 <형사> 이후 그에게 남은 것

“가장 몰입했던 역할이 <매직(2004)>의 차강재”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안됐지만 <매직> 이후 강동원에 대한 악평이 쏟아졌다. ‘얼굴로 뜬 벼락스타, 연기력 기를 때까지 드라마 출연하지 말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하지만 악의에 찬 기사나 자고나면 바뀌는 팬들의 마음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지 못했다. 평가에 연연하는 대신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봤다. “불안한 건 제 위치가 아니라 제 연기였어요. 10부가 나갈 때까지도 많이 헤맬 만큼 캐릭터를 잘 못 잡았거든요.” 강동원의 팬들 뿐 아니라 평론가들도 그의 갑작스런 캐릭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40 만을 넘었던 팬이 <매직> 이후 34 만으로 줄었다.

<형사(2005)>의 흥행 성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정말 잘 될 거다’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촬영하면서 느낌이 참 좋았거든요. 지금도 왜 성적이 별로였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제가 틀린 거죠(웃음).” 강동원은 <형사>에서 남순(하지원 역)을 쫓는 자객, 슬픈 눈을 연기했다. 대사도 몇 마디 없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슬픈 눈은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배우 강동원’이라는 인식을 굳히기 딱 좋았다. “제가 그런 배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형사>를 찍으면서 최대한 작품에 녹아들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할 일은 최대한 멋진 캐릭터가 되는 거였고, 그 일을 열심히 했지요.” 하루에 천 개씩 윗몸일으키기를 했을 정도로 역할 준비에 열심이었고 촬영하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그래도 남은 게 있다. “처음으로 즐기면서 연기를 했어요. 이 전에는 악착같이 했거든요. 원빈 형이 그런 저보고 ‘죽을 지도 몰라’라고 했을 정도였죠.” 이제는 상대 배우와도 친하게 지내며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단다.

강동원 STYLE

그는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사실 배우로서 좀 문제가 있지요(웃음). 제가 고집이 세서 남들 이야기는 잘 안 듣거든요.” 예전에는 별 이유 없이 보기 싫었고, 지금은 영화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영화에는 집중이 안 되고, 연기는 어떻게 했나.”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지 않으면 연기 공부는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제 안에 있는 작은 것을 극대화시켜요”라고 답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그게 더 좋단다.

평소에도 그는 혼자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입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 특히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얼마 전에 ‘B형을 위한 시’를 봤어요. 원래 그런 거 잘 안 믿는 편인데, 몇 개 빼놓고는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싫어하는 사람 신경 안 쓰고, 욕심 많은 것도 비슷했어요. 특히 승부욕에 관련된 거는 저랑 똑같더라고요.” ‘오늘도 간다. 나의 길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재낌’ 등의 내용이 강동원에 대한 설명서라 해도 될 정도다.

승부욕이 넘치고 욕심도 많지만 소유욕은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친한 사람들과 즐기던 위닝*도 ‘연예계를 평정’한 이후에는 그만뒀다.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소유욕과 욕심의 차이가 애매하다고 얘기하자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소유욕이 많으면 자신이 이룬 것을 싸매고 있고, 소유욕이 없으면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단다. “제가 말하는 욕심은 목표가 크다는 거예요. 저는 어느 정도 이루고 나면 과감하게 버릴 수 있고 그 자리에 머물지 않아요.”


내 식대로 발전하기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지만 말수는 참 적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더 아낀다. 한창 유행이었던 미니홈피가 없는 것도 자신을 포장해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 사생활이나 외모를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에요.”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내버려둔다. 자기 입으로 설명해도 사람들이 다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그리고 제 연기를 통해서 저를 알릴 거예요. 이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들은 아직 강동원을 배우로 인정하지 않는다. 강동원은 아직도 ‘스타’일 뿐이다. 스타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혹은 배우가 되기 위해 무리하게 애쓰지 않는다. “스타성 있는 배우가 되면 더 좋잖아요. 누가 이러이러한 절차를 밟아서 배우가 되었으니 나도 그렇게 해야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냥 제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죠. 저는 저니까요.” 강동원이 따르는 절대규칙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다울 것’일 게다.

What 동원 wants?

“아직은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작품은 없었어요. 내가 했으면 쫄딱 망했을 거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연기가 10점짜리라고 말한 기사를 읽었다. 이제는 몇 점이냐고 묻자 웃으며 15점이란다.  

지금 강동원은 추석에 개봉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촬영하고 있다. ‘세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 윤수에 강동원은 별로’라는 주위의 의견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치열한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어요. 안 어울린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제가 하기 나름이겠지요. 즐기며 연기를 할 거예요.” 이 작품이 흥행하든 못 하든, 사형수 역할이 꽃미남 강동원을 사랑하는 팬들을 만족시키든 못 시키든 강동원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출연했던 작품마다 무언가를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온 그는 이번에도 그럴 테니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촬영이 끝날 쯤에는 “이제는 20점 정도?”라고 자신의 연기를 평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