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I can't stop running -지금은 모든 걸 비울 때

 

 

 

 

 

 

 

 

COVERSTORY

 

I can't stop running

강동원

지금은 모든 걸 비우는 시기다

 

그는 다르다. 세상에 잘 생긴 배우는 많지만, 그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얼굴로 앉아 있는 배우는 보지 못했다. “털 하나 없을 것처럼 매끈해 보인다”고 했더니, 소매를 쓱 걷어 진짜 털 하나 없는 팔을 보여준다. 의도적으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그래서 이상하게 도인처럼 보이는 젊은 배우는,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정신의 속살까지 들춰보였다.

 

 그는 하얀 종이 같은 남자다. 186센티미터의 길고 얇은 몸이 휘적휘적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종이가 팔랑거리는 것처럼 주변의 공기가 가볍고 산뜻해졌다. 가벼운 것은 결국 몸이 아니라 정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무슨 도인처럼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심지어는 운전면허도 아직 따지 않았다. 그렇다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그럴싸하게 기거하는 것도 아니다. 매니지먼트 사무실에 아무렇게나 몸을 눕히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거나 떠나보내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그런 삶은, 한창 욕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젊은 배우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냥 필요를 못 느껴서 그런 거라고 무심히 대답하는 그는, 빈 종이의 허전함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머릿속에 어떤 감독이나 작가의 이름도, 영화제목도 내장하지 않은 배우. 문화적 베이스가 제로에 가깝다고 툴툴거리고 싶다가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거대한 하드용량에 문득 놀라게 된다. 그는 뭔가를 눌러담아 정신을 숙성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라 삶의 직관을 믿는 타입인 듯하다.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 듯한 얼굴로 앉아 있지만, 사실은 머릿속에 무수히 많은 생각과 욕심과 야망을 품고 사는.

 

 물론 잘 훈련된 포커페이스인 그는 남들보다 훨씬 큰 야망을 함부로 드러내진 않았다. <형사 Duelist>(이하 <형사>) 스코어가 생각보다 덜 나와 짜증난다면서도, 얼굴은 전혀 짜증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제 막 <형사>와 이별을 고한 그는 지금 어떤 심정으로 앞으로를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남자답고 털털하고 야심만만한 청년이 속 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형사> 스코어가 생각보다 저조해서 우울한가?

솔직히 짜증난다...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6개월 찍고 97회나 촬영했는데….

 

어차피 인생은 공평하지 않은 거다. 근데 개봉 전까지 정말 몰랐다는 건가? 옆에서 잘 될 거라고 분위기를 너무 띄워 준 거 아닌가?

아니. 오히려 내가 옆에서 잘 될 거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진짜 잘 될 줄 알았으니까... 감독님한테도 그랬고.

 

자기 기사 열심히 찾아보는 걸로 아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평이 뭔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최고의 재앙이라는 평.

 

그건 좀 심하다.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찍었으면 된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요즘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시나리오도 눈에 잘 안 들어온다. 그냥 여행이나 떠났으면 좋겠다. 며칠 후에 이명세 감독님, 지원이 누나 회사 식구들, 우리 회사 식구들, 투자사 식구,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거 성사 안 되면 혼자라도 떠날 거다. 제주도, 어디가 좋나?

 

어떤 바다를 원하는데?

음…시린 바다! 관광지 말고 조용하고 한적한 바다.

 

혼자 가면 자유롭게 어디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나?

그냥 바다 보이는 펜션에서 짱박혀 있으면 되지 않을까? 산책 좀 하고.

 

자신의 인기를 너무 무시하는 발언 같다. 제주도는 전부 관광지라고 보면 된다. 차도 없다면서…뭐 타고 다닐 건가. 운전면허는 있나?

아니, 아직.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소유욕이 별로 없나 보다.

집은 당장 필요를 못 느껴서 안 샀다. 지금은 사무실에 거주 중이고. 나 혼자 거기 사는데, 사람들이 "집에 갔다 올게" 하면서 왔다 갔다 한다. 예전엔 돈이 없어서 얹혀 살았는데, 지금은 그냥 편해서 거기 산다. 그런데 X-파일에 사장과 동거한다는 소리가 나와서….

 

X-파일에 나온 이야기, 정말 웃겼다.

태어나서 그런 이야기 처음 들었다. 게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난 정말 아니니까. 사람들은 모델 출신이라고 하면 다 그런 줄 아는 것 같다. 나중엔 그런 의심까지 받아봤다. (조)한선이랑 공유 형이랑 나랑 삼각관계라고! 공유 형이랑 나는 사실 사돈지간이다. 우리 할아버지랑 공유 형 할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조)한선 씨와는 운동을 자주 한다고 들었다. 특히 축구. 누군가와 같이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일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좋아한다. 운동은 뭐든지 좋아하고.

 

그런데 범접하기 어려운 외모를 가져서인지, 사람들은 당신이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을 회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노는 것도 물론 좋아한다. 혼자 집에 있으면 사색에 잠겨 있거나 청소를 한다. 패션 잡지도 보고, 게임도 하고.

 

남과 다르게 생겼다는 걸 처음 안 것은 언제인가?

(쑥스럽게 웃으며) 초등학교때. 나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아서….

 

남자애들이 시샘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왕따를 당하진 않았나?

아니, 오히려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더 많았다.

 

그건 의외다. 요즘은 남자들이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맞다. 남자 팬은 거의~ 없다. 99퍼센트가 여자다. 인터넷 서핑하다 보면 "그냥 재수 없다" 이런 말이 많이 써있다. 특히 남자 분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억울하진 않나?

어렸을 땐 내가 주도적으로 "누가 맘에 안 드니까 고쳐 보자" 이런 식이었다. 친구들이 그런 걸 좋아해줬다. 안 숨기니까. 대신 적도 많았고.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지 않나.

 

왜 그럴 수 없나?

방송 나와서 직설적으로 말할 순 없으니까. 그럼 매장당하지 않나.

 

인터뷰 때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인터뷰를 좋아하지만, 그것도 역시 100퍼센트 솔직하게 말하면 매장당할 거다.

 

사람들이 붙여준 꽃미남이라는 표현은 어떤가? 한때 장동건의 경우는 반듯하게 생긴 게 싫어서 아침부터 물 한모금 안마시고 담배만 피웠다고 한다. 당신에게도 그런 외모 콤플렉스가 있나?

나는 별로 안 그렇다. 내가 뭐 (장)동건이 형이나 (원)빈이 형보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들보다 키가 크다는 것 빼고는 자랑할 게 없다. (웃음)

 

각종 인터뷰를 보면 기자들이 당신 외모에 대해 "완벽하다"고 찬양을 퍼붓는데, 정작 본인은 불만이 많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겸손한 건가, 아니면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실이 그러니까. 눈도 짝눈이고. 사람들이 그것도 어떻게 보면 장점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사람은 좌우대칭이 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통계학적으로. 어떤 때는 선하고 비열한 양면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좋기도 한데, 불편한 건 눈이 너무 자주 붓는다는 거다. 부으면 한쪽은 쌍꺼풀이 크고, 한쪽은 작아지고. 피곤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여간 잘 붓는다. 그래서 연결이 튈 때도 많다. 드라마 하다 보면 그게 참 힘들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평범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모범생은 아니었어도 공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고등학교에 갔더니 내가 문제아인 거다. 근데 나는 속으로 웃기다 그랬다. 왜 매일 공부만 하고 사나 싶었고.

 

그럼 당신이 공부 말고 열정을 바친 것은 뭔가?

음… 당구!

 

얼마나 치는데?

150정도.

 

열정을 바쳤다기엔 너무 미진한 레벨이다. 당구 말고 열정을 바친 것은?

(정색하며) 절대 안 지는 150이다! 그거 말고는 술! 고등학교 때는 소주 두 병 정도 마셨다. 그 이상은 맛이 없어 못 먹겠고. 요즘은 가볍게 마시는 수준이다.

 

당신이 다닌 거창고등학교는 대안학교라고 들었다. 교과 시간에 산토끼 잡으러 다니는. 그런 학교에 보낸 부모님이라면 생각이 많이 깨어있는 분일 것 같다.

그땐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다닐 땐, 그냥 좋은 학교라고만 생각했다. 우리 학교는 "오늘 수업 못 듣겠습니다" 하면 그냥 보내주고 그랬다.

 

지방에서 자랐다는 게 배우에겐 큰 장점이 되기도 할 것 같다. 그런 정서,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사는 거 아닌가.

그건 그런데, 가끔은 경상도에서 태어난 걸 원망하기도 한다. 차라리 강원도나 전라도에서 태어났더라면….

 

그건 또 왜?

서울 말로 잘 고칠 수 있으니까. 빈이 형은 사투리 잘 고치지 않았나.

 

모델 시절, 패션지 기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당신은 사투리를 고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청년이라고 했다.

옛날엔 진짜 그랬다. 모델 생활 할 땐 장점이 되기도 했고. 한 번 만나면 잘 안 잊어버리니까. 근데 지금은 다르다. 배우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배우에게 어린 시절의 고통은 일종의 선물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선물을 받은 쪽인가, 받지 못한 쪽인가?

선물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고생을 아주 모르고 자라진 않았다. 연탄 때는 집에서도 살아봤고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지금은 사는 게 여유롭지 않나?

(끄덕끄덕) 돈 쓸 데가 없다. 내 돈을 부모님이 다 관리하니까,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가난하다. 주로 '삥땅' 쳐서 생활한다. 내 돈 내가 '삥땅'쳐서…. 용돈은 주로 옷 사는 데만 쓴다.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

관심은 많은데, 돈도 없었고, 살 데도 별로 없었고.

 

요즘은 옷도 협찬으로 주로 해결할 것 아닌가?

협찬 잘 안 받는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그냥 내가 사는 게 편하다.

 

공짜 별로 안 좋아하나보다.

(끄덕 끄덕)세상에 진정한 공짜는 별로 없지 않나.

 

서울로 부모님 모시고 오지 그러나? 혼자 사는 거 지겨울 텐데.

사실은 내가 가족들 못 올라오게 막고 있다.(웃음) 일단 내가 신경 쓰이니까. 옆에 있으면 건강 걱정 많이 하실 거 같아서.

 

부모님은 어떤 스타일인가? 아버지와 당신 중 누가 더 경상도 사나이다운가? 무뚝뚝함의 강도를 이야기하는 거다.

음, 내가 훨씬 낫다.(웃음) 아버지는 칭찬 전혀 안 하고, 잘못한 거 있어도 절대 미안하다고 안하는 스타일이다.

 

무뚝뚝한 두 남자와 생활하다니, 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

아, 나는 나름대로 잘 해나간다.

 

여자친구에게 메일도 거의 안 보낸다던데?

맞다. 그래서 진짜 속 터져 한다. 기념일도 잘 안 챙기고. 사실 내 생일도 잘 안 챙기니까.

 

얼마 전에 하지원 씨와 스캔들 기사가 났던데, 당신도 그 기사를 봤나?

하하. 나도 봤다. 그 기사 보고 캐나다에서 여자친구가 전화를 했다. 네가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그런 기사가 나오냐고. 근데 사실은 전혀~~ 아니다. 지원이 누나랑은 그냥 친한 거다. 탱고 추면서 친해진 사이! 살을 부대끼다 보니, 그거 무시 못 한다. 하하.

 

그런데 여자친구 있다는 이야기, 이렇게 막 해도 되나?

그거 웃기지 않나? 있는데 없다고 그러는 거.

 

예전엔 청춘스타들이 그런 이야기 입도 벙긋 못했는데, 요즘 팬들은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애인 있다고 하면 오히려 박수 쳐주는 분위기다. 청춘스타라는 닉네임, 듣기 좋은가? 우리나라 청춘스타들은 대부분 이 닉네임을 거추장스러워 하는 것 같던데.

맞다. 나도 좀 그랬다. 근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청춘이 언제 다시 오겠나. 젊을 때 즐기자, 이런 생각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벌써 늙었다는 징조 아닐까? 나이 들면 젊음의 가치를 깨닫게 되니까.

아, 그런 건가? 난 아직 젊음을 최대한 즐기고 싶은데….

 

한때 당신은 신드롬이었다. <늑대의 유혹> 때는 카메라가 당신을 애무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극장 안은 거의 콘서트 분위기였고.

아니, 애무라니! 표현이 좀~.(웃음) 나도 되게 놀랐다. 나한테는 그냥 하나의 작품일 뿐이었고, 앞으로 계속 해나갈 과정의 하나였는데, 그런 반응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근데 그 신드롬, 지금은 좀 꺾였다. 당시 팬클럽 회원이 40만 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34만 명으로 줄었다.(웃음)

 

팬클럽 회원 수까지 체크하나? 자기 기사 많이 읽으면 상처받기도 할 텐데.

나는 일단 보는 편이다. 그리고 더 잘해야지 생각한다.

 

본인의 연기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음…10점.

 

인터넷에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글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그건 그 사람 생각이니까, 그 사람은 내가 싫은가 보다, 생각한다.

 

여러 가지 지적 중에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은 것 같다. 사투리는 어떻게 고치고 있나?

무한한 반복이다. 지루하고 힘든 반복. 맞는 억양인지 틀린 억양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자꾸 하다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1%의 어떤 것> 할 때 깨지면서 조금 고쳤다. 시청자들한테 깨지고, 기자 분들한테 깨지고.

 

어떤 인터뷰에서 보니까, 감정이 잘 안 잡힐 때는 사투리로 대사를 먼저 읽어보고 다시 서울말로 번역해서 외운다고 하던데. 지금도 그런가?

여전히 그런다.(웃음) <형사>는 대사가 거의 없었으니까 그럴 일이 별로 없었지만.

 

인상적인 대사가 몇 개 있지 않나. "날 좋아해서 따라오는 거요, 그냥 쫓아오는 거요." 그리고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이 대사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도대체 이름이 뭔가?

감독님하고 장난으로 설정한 이름이 있다. '봉팔'이.(웃음)

 

연기의 ABC를 공부하지 않았다는 게 답답하진 않나?

그런 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연기 선생님께 3년 정도 수업을 받았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감정이 부족하다 싶으면 연기 지도를 따로 받기도 하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된다. 사투리 고치는 데도 그렇고.

 

연기엔 경험이 제일 좋은 공부가 아닐까?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연기력을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냥 인생 공부 많이 하는 거, 그거 말고는 딱히….

 

전공이 기계과인 걸로 아는데, 어떻게 이과를 지원하게 됐나? 배우 중에 이과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적성에 맞아서 갔는데, 가고 나서 후회했다.(웃음) 너무 어려워서. 과목중엔 체육을 제일 좋아했고 국어를 제일 싫어했다. 근데 수능 때는 이상하게 국어 점수가 제일 높게 나왔다. 언어 영역에서 90점을 넘어 본 적이 없었는데, 120점 만점에서 112점 맞았다. 수학에서 다 깎아 먹었지만. 이상하게 수학을 못 풀겠더라.

 

그래도 기계는 잘 다루겠다. 수업은 열심히 못 들어도, 기계과 학생은 맞지 않나?

조립하는 거 잘하는 편이다. 프라모델 조립하거나 RC카 만드는 거 좋아한다. 중학교 때 교내 대회에 나갔는데 상대편이 내 차 보고 기권해서 시합도 안하고 이겼다. 너무 빨라서.

 

승부욕이 강한 편인가?

무지 무지.

 

연기는 승부가 명확하지 않은 게임이라 답답하겠다.

맞다. 무지 답답하다. 해도 느는 거 표시 잘 안 나고. 맨날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 느는 게 확실히 보일 텐데, 할 때마다 새로우니….

 

<007> 시리즈 같은 거 하면 딱 좋겠다. 제임스 본드 역.

하하. 맞다.

 

처음 영화 현장에서 슬레이트 소리 들었을 때 겁이 나지 않던가? 예전에 한 배우는 너무 긴장해서 오줌 쌀 뻔했다고 하던데.

그런 건 별로 없었다. 난 긴장을 별로 안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사람 많은 데 서면 긴장을 좀 하는데, 조건이 다 갖춰져 있는 상황에선 괜찮다.

 

자기 안의 새로운 것을 계속 개발하는 편인가, 자연스레 놔두는 편인가?

우연히 접한 게 좋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편인데,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 축구도 그런 거였다. 우연히 하게 됐는데 재미있어서 아침부터 동네 돌아다니면서 친구들 깨워서 팀 만들고 그랬다. 동네 아줌마들이 내가 선수 11명을 다 모집하고 다니니까 부지런하다고 칭찬하더라.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나 싶다. 잠이 많은 편인데.

 

축구 이외에 그렇게 우연히 접해서 빠져든 게 있다면?

연기가 그렇다. 모델 시절, 배우가 되든 아니든 연기 공부를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짜릿한 걸 느꼈다. 아, 이게 내 적성에 맞는 거구나 싶었고. 물론 지금은 좀 헤매고 있지만.

 

언제 짜릿한 순간을 느꼈나?

되게 많이 느꼈는데.

 

그렇게 단답형으로 말하지 말고,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거다.

아~~. <형사> 찍을 때 검무 신을 두 달 동안 준비했는데, 그 전날 다 바뀌었다. 암담해 하다가 바뀐 동선을 새벽 1시까지 연습하고, 아침에 또 연습하고 찍었는데 잘 안되더라. 그러다가 힘이 다 빠졌을 때, 그때부터 몸에 감정이 실리는 거다. 그때 좀 짜릿한 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어떤 동작이 나오기도 했고, 그게 그대로 쓰였고.

 

배우들이 연기 연습을 하는 방식은 다 다른 것 같다. 대본을 열심히 파는 스타일도 있고, 필요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는 스타일도 있고, 당신은 어떤 편인가?

대본을 파는 스타일. 근데 <형사>때는 대본 많이 안 봤다. 대본대로 찍지 않으시니까 필요가 없어지더라. 대본이 아주~ 깨끗했다.

 

그럼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나?

아니, <다모>도 한 번 본 적이 없다. 감독님이 보지 말라고 하셔서. 만화책도 1권만 봤다. 원래 만화는 좋아하는데, 대본하고 다르니까 영화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1권만 보고 안 봤다.

 

배우 생활 하려면 포기해야 할 것도 많을 것 같다. 평범할 때 누렸던 것 중 지금 하지 못해 아쉬운 게 있다면?

별로 없는데…. 그냥 자유롭게 길거리 못 다니는 것. 자꾸 사람 없는 데로만 가게 된다.

 

감정 컨트롤은 잘 하나?

그런 편이다.

 

포커 칠 때 유리하겠다.

지는 법이 별로 없다.(웃음) 남의 돈 따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고 그냥 재미로 하는 건 좋아한다. 친한 사람들끼리. 근데 내 성격이 좀 특이한 게 스타크래프트도 배틀랫 같은 건 안 한다. 모르는 사람 이기는 건 전혀 재미있지가 앖다. 기쁨이 없다고 할까. 모르는 사람과 게임하는 건 승부욕이 생기지 않는다.

 

승부욕이 큰 만큼 야망도 클 것 같다.

말도 못한다. 너무 커서.

 

안 웃을 테니 이야기를 해달라. 어느 정도 큰지. 할리우드 진출이나 아카데미 수상 같은 거?

에이, 상이 뭐 대수인가. 그 이상이다. 완벽한 사람이 되는 거.

 

완벽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역할 모델은 없다. 그냥 완벽해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우선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지금 중요한 절차는 그렇다. 그리고 항상 인생 공부 열심히 하는 거. 다양한 캐릭터 많이 만나 보는 거. 맡은 캐릭터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꿈이 너무 크면 절차가 안 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나? 장동건이 배우로서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절차'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걸 안다. 어떻게 보면 말하기 너무 쉬운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런 이야기 기사로 쓰면 정말 재미없는 거 아나?

근데 그게 누구나 다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힘든 거 아닌가. 난 만족할 줄 모르는 편이다.

 

그건 불행해지는 지름길인데.

나름대로 그걸 즐기기도 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내 나름의 방법이 있다. 그냥 상황을 즐기는 것. 마음을 바꾸면 그냥 즐거워진다.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아무래도 애정 문제! 옛날 여자친구랑 헤어졌을 때.

 

당신 같은 사람도 실연을 당하나?

그럼~. 다들 그렇게 묻는데, 나도 물론 (실연)당해봤다.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나? 술을 마시나?

아니, 그냥 가만히 있는다.

 

요즘은 시나리오 고르고 있겠다. 작품을 쉽게 고르는 편인가?

<형사>만큼 쉽게 고른 작품은 없었다. <형사>는 시나리오 읽고, 이 시나리오가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지나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정말 빨리 결정했다. 나머지는 모두 힘들게 고른 편이고. 사실 시나리오 고를 때가 제일 힘들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데?

멜로나 코미디는 내가 흥미를 못 느껴서 못할 것 같고. 스릴러를 하고 싶다. 일단 좋은 감독님과 일하고 싶고.

 

이를테면?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 그리고… 음… 사실 난 우리나라 감독님 이름도 잘 모르는 편이라서.

 

너무 하지 않나? 영화나 드라마도 안 보고, 소설도 잘 안 읽는다는 것은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어, 근데 만화책은 좋아하는데? <데스노트>처럼 '쎈' 만화책은 많이 읽는다.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는?

특별히 없다. 사실 영화 볼 땐 다 해보고 싶다.

 

특별히 한 영화를 지목한다면?

<파이트 클럽>. 사람들이 잔인하다고 그러는데, 잔인한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좋던데. 근데 이거 판권 사려면 얼마나 하나?

 

운 좋으면 헐값에 살 수도 있고, 어쩌면 돈을 많이 줘도 못 살 수도 있고. 근데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건가?

언젠가는 제작을 한 번 해보고 싶다. 내가 원하는 멤버와,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로, 내가 원하는 걸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연출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고, 난 내가 원하는 멤버를 한 번 구축해보고 싶은 거다. 물론 주연은 내가 해야겠지. 근데 영화제작하면 돈을 버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 버는 사람도 있고 잃는 사람도 있고. 근데 언제쯤 이걸 실현시킬 계획인가?

15년 후 쯤. 아무래도 40세가 되기 전에는 해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도 있나?

있다. 근데…내용은 비밀이다.(웃음) 남이 먼저 하면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