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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여행과 나들이

스위스 - 산책하듯 가볍게 멘리헨


다리가 불편해도 힘들지 않은 산책코스



스위스의 모든 산들은 웹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미리 날씨를 보고 스케쥴을 조정할 수 있다.


우리가 멘리헨으로 가기로 한 날도 저 실시간 영상을 통해 날씨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알고 갔었다. 


후기들을 보면 저 멘리헨 산책 코스를 다녀 온 후 지상 최고의 풍광이라는 글들이 많다. 하늘이 내린 선물같은 풍광이라는 후기들.


난 그린델발트 샬레를 향해 갈 때 그런 느낌을 받았고 피르스트에서도 그랬다. 돌이켜 생각 해 보면 거기 들어 설 때 날씨가 아주 좋았다. 햇살이 좋아서 산과 나무의 실루엣이 더 선명하고 눈부시게 떠올랐던 때다. 초록도 쨍했다. 모든 선과 색이 강렬해서 대비가 또렷했던 때다.


멘리헨이 힘들지 않은, 편안한 산책 코스라고 알고 갔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강렬한 기억을 남겼을텐데. 


올라 갈 때 오른쪽 한 켠에 쌓여 있던 구름 덩어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왼쪽으로 퍼지면서 물 속을 걷듯 시야를 가려 버렸다.







벵엔 (Wengen) 에 간 후 케이블카를 탔다.

이것도 융 프라우 VIP 패스로 따로 돈을 내지 않고 통과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저 잔잔한 하얀 꽃들은... 다음 꽃 검색 어플을 통해 찾아 보니 샤프란이란다.


섬유 유연제에 잘 쓰이는 향이 샤프란 향이다. 그래서 꽃에 코를 대어 봤는데 딱히 향이라는 게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내 코가 이상했거나 저 꽃이 샤프란이 아니거나 샤프란 중 향이 덜 나는 다른 종이거나.








투명 아크릴판에 산과 코스들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뒤에 비치는 산과 겹치는 각에서 보면 제대로 보인다.

각 코스마다 최초로 등정했던 등산가들의 이름이 적혀 있더라.




저 위에 관람대같은 게 있었다. 각 방향으로 보이는 산들의 이름이 안내판에 적혀 있고 소개글도 함께 있었다.







이 코스가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산의 각도 가파르지 않았고 바닥도 잘 골라 놓은 듯 평평했다.


그래서인지 계속 올라 갔다 내려 갔다 뛰면서 몇 바퀴 런닝하는 팀들도 보였다.


산 중턱 벤치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었는데 먹는 중간에 그 런닝하는 팀이 왕복하는 걸 세 번 정도 본 것 같다. 먹고 있는데 아까 봤던 그 노란 셔츠 여성이 내려 가고 있었고 도시락통을 정리하는데 다시 올라 가고 있었다.













이 사진이랑 아래 사진은 같은 각으로 찍은 건데 구름이 가득 끼었다가 순식간에 샥 걷혀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도 그렇고 그림도 그런데,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혼자 있으면 그 아름다움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근경이나 원경이나 비교되는 다른 무언가와 어우러져 있어야 부각이 된다. 대비되거나 어우러지거나 한 톤 짙어지거나 옅어지면서 그 존재가 도드라진다.


자연의 풍광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먼 산이 바탕이 되어 깔아 줘야 그 아래 산의 나무들도 돋보이고 가까이 있는 나무나 꽃도 돋보인다. - 집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바닥이나 벽을 잘 처리해야 가구 하나를 놔 둬도 돋보인다. -







아까 봤던 그 샤프란 꽃. 샤프란 맞는지 ㅋ















내려 오면서 보이던 풍경.


산에 구름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근처 레스토랑의 바깥 자리에 앉았다.







여행 다닐 때마다 좋은 게 이런 시간이다.


아무 할 일없이 그냥 풍경보고 사람 구경하고. 급한 일도 없고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없고. 그저 그 시간과 장소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 이동하는 사이에 끼워진 이런 시간들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 준다.



아래는 우리 묵는 슈벤디 역까지 가는 길에 경유했던 역들에서 찍은 컷들이다.





클라이네 샤이덱













눈이 보이고 앞에 패딩입은 이도 보이고 해서 추워 보이는데 전혀 춥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샬레에 돌아 가 저녁 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이 샬레를 떠날 예정.


샬레는 체크 아웃하기 전에 식기들과 싱크대 정리를 처음 들어 올 때처럼 해 둬야 되고 침구나 쓰레기까지 모두 말끔히 해 둬야 된다. 검사를 어떤 식으로 하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 들어 왔을 때 방문에 안내글이 담긴 책자가 걸려 있었다. 거기 적힌 걸 나름 꼼꼼히 읽어 봤는데 최선을 다해 말끔하게 하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침 일찍 준비를 서두르기로 하고 잠들었다. 


그린델발트 산 속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