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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여행과 나들이

북부 프랑스 - 샹빠뉴 지방의 샴페인 농가에서 하룻밤



벌써 한 달이 지났나 보다. 여행이 끝난 지도.




여행은 준비할 때도 물론 즐겁긴 한데 이렇게 되돌아 떠올릴 때도 많은 느낌이 밀려 온다.


다닐 때는 별 생각없었는데 지금에사 문득 매 순간들이 각각의 색깔과 향기를 품고서 가슴에 그득해진다.


스위스 몽트뢰 광장에서 하릴없이 바라 보았던 프레디 머큐리 동상과 레만호, 그 옆 실내 광장에서 춤을 추던 젊은이들, 목마름을 축여 주던 오아시스 오렌지 쥬스 한 통, 아를르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한 통, 액상 프로방스 시장에서 만났던 수많은 시선들, 맛있었던 크루아상 빵, 깐느 주차장에서 내려 갈 때 시장을 들렀는데 거기 있었던 커텐들이랑 패브릭 소품들이 삼삼하다. 그리고, 거기서 봤던  빨강색 예쁜 도자기 한 개도 지금 생각난다.


그 앞에서 아마 대략 3 분 정도 망설인 것 같다. 


그 도자기가 정말 예뻤는데 집에 가서도 그 화병이 생각날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지금 생각난다. 50년대, 혹은 60년대 것인 듯 했는데 특이한 붉은 색이었다. 석류색이었는데 '살까 말까, 사더라도 깨지지 않게 잘 들고 올 수 있을지, 집에 둘 데도 없는데'  등등 여러 생각하다가 그냥 스쳐 지나갔었다.


이제 다시는 그 꽃병을 만나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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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은 샤를 드골 공항 내려서 북부 프랑스 둘러 보고 - 파리는 이번에 생략,- 스위스로 가서 산 속에서 몇 박 머무르고 모나코 한번 들른 뒤 남부 프랑스 돌아 보고, 마르세이유 공항 통해서 돌아 오는 여정이었다.




열 네 시간? 몇 시간 비행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있는 허츠 렌트카에서 차를 빌렸다.

렌트카 사무실 내부도 다시 봐서 그런지 친숙했다.


내비게이션 원하냐고 묻던데 차량용 폰 거치대도 들고 왔고 인터넷 잘 안 되는 지역 들어 갈 것을 예상하고 며칠 치 지도는 미리 다운도 받아 놨었다.


그래서 네비게이션 없는 차를 빌렸는데 나중에 보니 네비게이션이 달려 있었다. 큰 태블릿 사이즈의 디지털 화면이 있었는데 네비도 되고 폰 블루투스도 연결되었다. 후방 카메라도 됐고.


차를 운전해서 샹빠뉴 지방으로 갔다.

이동 시간 2시간 가까이.


목적지는 la villa champagne ployez jacquemart.


샴페인 농가에서 일박



1층에서 관리인을 만나서 설명을 들었다.

우리 방은 2층이었고 그 주말에 저택 전체에 우리 밖에 없다고 했다.

1층에 응접실이 3 개인가 그랬고 식당 등 방이 많았는데 서로 연결 되어 있고 문도 여러 군데 뚫려 있어서 잘못 들어 서면 미로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창에서 내려다 보면 저택으로 들어 서는 대형 철문이 보이는데 차를 넣고 뺄 때마다 비밀번호를 눌러서 출입해야 했다.






관리인에게 저녁 식사할 만한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리따운 젊은 여성 관리인은 여기가 워낙 시골인데다가 주말이라서 마을 안에서 식사하긴 힘들거라고 옆 동네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

우린 장시간의 비행에다가 또 운전을 2시간 하고 와서 또 다시 차를 운전하는 게 힘들다고 했다. 대단한 식사를 할 것은 아니니 캐주얼 바 정도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마을 안 와인바 한 군데를 알려 주었는데 관리인은 그 바에 전화해서 손님 2 명이 곧 갈거라고 예약 해 주었다.




 

와인바 근처 풍경들


저기 빨간 팻말 있는 오른편에 식당이 있다.




샹빠뉴 지역이라는 표시들이 많이 보인다.




저 길목을 주욱 가면 끝없는 포도밭이 펼쳐진다.




이게 마을 교회였던가?





저 끝 부분은 자고 나서 아침에 산책을 해 보기로 하고...





레스토랑 안에 앉아서 밖을 내다 본 풍경이다.


바 안에는 마을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가 마을 사람들의 아지트인 듯 했다.

한 쪽 벽면에는 와인이 가득 꽂혀 있었다.


메뉴판을 봤는데도 고르기가 힘이 들었다.

서빙해 주는 분께 와인과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주 배부르게 먹을 건 아니니 양이 많지 않은 게 뭐가 있냐고 물었다. 

트러플을 끼얹은 생선 요리와 고기 요리를 시켰는데 사진이 없다 ;;;

그리고 와인은 기억이 확실하진 않은데,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롯이 섞인 걸로 주문했던 것 같다.


식사는 14 유로 정도. 와인 이름은 지금 메모장을 보니 적혀 있는데   blanc de blancs (블랑 드 블랑) 한 잔에 9.2 유로.


그런데, 주문은 실패한 듯 싶었다.

양이 적은 걸 부탁하기는 했는데 그렇더라도 너무 적었다. 간식 정도도 안 되는 양이었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먹던 그걸 주문했어야 했는데.


방에 돌아 와 들고 왔던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트러플 오일의 생선 요리와 연어 샐러드 따위 누룽지를 이길 수가 없다.


구수한 누룽지, 싸랑한다.




 



돌아 와서 저택 안을 산책했다.


북반구라서 그런지 저녁 9시가 됐는데도 훤한 것이 한낮같다.

와인 마시기 민망한 대낮이다.










잘 정돈된 프랑스식 정원이다.






제 1 응접실 


1번이라는 건 그냥 내가 붙인 번호다 ㅎ


오른쪽 구석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이 나온다.


냉장고 안에는 각종 와인들과 샴페인이 들어 있다. 그 옆에는 볼펜과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는데 마시고 싶은 만큼 꺼내 마시고 그 종이에다가 이름과 와인 이름을 적어 놓으면 된다. 체크 아웃할 때 모두 같이 계산하면 O.K.






이건 다른 편의 응접실.


베르사이유 풍인지 금색 장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의자도 금색, 거울도 금테 둘러졌고 꽃병과 쿠션 등도 금색이 많다.


창 밖으로는 정원이 보인다.


이 저택에 들어 설 때도 비번을 눌러야 들어 올 수 있다.


농가라고 해서 허름한 주택을 생각했는데 유럽풍 고택의 느낌이 있었다.




북부 프랑스라서 살짝 쌀쌀했다. 


긴 팔 레이온 원피스에 데님 소재의 쟈켓을 걸쳐 입었는데 약간 아슬아슬했다. 더 얇게 입으면 추웠을 것이고 경량 패딩이라도 걸쳤다면 더웠을 것이다.





프랑스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마을 산책을 나섰다.












이게 전부 포도밭.












저 빨간 꽃들이 모두 양귀비들이다






이 포도밭 사이 마을길을 산책하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추억은 손으로 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같은 것. 하물며 기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흘려 보낸다면 그 때의 마음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때와 똑같아질 지도 모른다.


샹빠뉴 지방의 아침은 꽤 쌀쌀했고 공기는 맑았다. 

편한 운동화에 긴 치마 자락을 팔랑거리며 걷던 그 때,  발걸음은 가벼웠고 참 자유로왔다. 

멀리 떠나 온 해방감, 모든 관계에서 잠깐 떨어져 과거도 미래도 잊어 버린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내 삶에서 PAUSE 된 시간들.



너무 찰나라서 그래서 더 아쉬운가 보다.


행복한 시간은 영원할 수가 없어서 더 가치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을 끝 부분에 까르푸가 있는 걸 봐 두었다.


장을 보면 무거울테니 빌라에서 체크아웃하고 이동할 때 장을 보기로 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더니 -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저기 컵에 담겨 진 것은 수제 잼들이다.




과일들이랑 과일 쥬스, 요거트, 빵, 치즈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호텔에서 먹는 조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집에서 먹는 아침 식사. 프랑스식으로 프랑스집에서 먹는.



식사를 마친 뒤 로제와 패션 샴페인 2 병을 사고 샴페인용 병마개도 하나 샀다. 나중에 써 보니 이 병마개가 보통 신통한 게 아니었다. 가스를 거의 완벽하게 막아 줬다. 하긴 와인용도 아니고 가스가 많은 샴페인 용 마개다 보니 밀폐력이 갑인 듯 하다.


체크 아웃하고 정원을 조금 더 둘러 보고는 커다란 철문을 열고 차를 몰고 나와 아까 봐 두었던 까르푸로 갔다.











분홍색 장바구니도 하나 사고 쟈뽀니즈 라이스도 1kg 샀다.

우유도 사고 물도 사고. 사과와 토마토도 샀다.











탐스러운 버섯




아스뻬르쥬 라고 적혀 있는데 아스파라거스






슈 플뢰르는 꽃양배추라는데 버섯같이 보인다.




간단히 장을 본 뒤 고속도로를 통과해서 콜마르에 도착했다. 이 부분은 내가 운전을 했다. 4시간 가까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