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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군도'서 여심 잡은 강동원의 도포, 비결 들어보니






'장도(長刀)'를 휘두르는 조윤(강동원 분)의 도포자락이 나부낀다. 추설 무리들 사이를 춤추듯 돌며 거침없이 베어나가는 조윤의 궤적 따라 휘감기는 옷자락에 관객이 시선을 빼앗긴다.

"옛날에는 한복을 다 홑겹으로 켜켜이 겹쳐 입었어요. 일각에선 홑겹이라 비친다며 '시스루 한복'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군도'에 나오는 조윤의 도포는 영조임금의 도포를 배우 강동원 씨 비율에 맞춰 전통방식으로 제작한 겁니다. 여러벌을 겹쳐입으니 액션 장면에서 옷자락이 흩날리며 더 아름답게 연출됐죠."

군도의 조상경 의상감독(사진)은 4일 서울 논현동 화홍한복에서 기자와 만나 "군도의 배경인 조선 후기(철종 13년)는 복식 자료가 상당히 많이 남아있어 이를 바탕으로 영화의 색을 살리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2002년작 '피도 눈물도 없이'로 데뷔해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타짜', '모던보이', '감시자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솜씨를 발휘했다. 2012년작 '후궁'에서 처음으로 사극을 맡았고, '군도'를 거쳐 조선 최고 한복 장인에 대한 영화 '상의원'(개봉예정)을 맡아 고증과 영화적 미학을 함께 살린 사극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조 감독은 군도가 지리산 의적 추설과 백성이 주축이 되는 영화란 점에서 백성의 힘이 잘 전달되는 질감과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두어달 간의 고민 끝에 가장 한국적이라고 불리는 화가 박수근의 작품들과 질그릇, 갈필로 그린 수묵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 중심이 되는 의상의 색감을 정했다.

이에 베와 무명을 백성과 추설 일당의 의상 소재로 정하고, 조선시대 의적에 대한 소설들을 읽으며 유추한 인물들의 성격을 의상에 반영했다.

그는 "상업영화 의상은 관객이 볼 때 시대의 근거가 될 수준의 고증을 취해 영화의 충실한 '스토리텔링'을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며 "배우들이 배역에 동화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극의 경우 복식에 따라 등장인물의 행동거지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 의상의 고증이 중요하다는 점을 조 감독은 강조했다.

그는 "현대물의 경우 보다 배우 개인에 맞춰 영화 의상이 제작되지만 사극이나 시대극의 경우 배우가 (그 시대로) 들어와야 한다"며 "배우의 캐릭터 파악을 위해서도 의상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 감독은 배우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상을 기획한다.

여도적 마향을 맡은 배우 윤지혜 씨와는 여염집 규수가 아니고 활동량이 많으니 치마 위에 바지인 말군(襪裙)을 입었을 것이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조 감독은 "양반인 조윤 역의 강동원 씨는 전통방식대로 속저고리, 창의 등을 겹겹이 입어 아무데나 앉을 수도 없었지만 캐릭터의 이해를 위해 불편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군도의 의상 중 손품이 많이 든 것은 일견 남루해 보이는 추설 일당과 백성들의 의상이었다. 투박하고 헤어진 느낌을 내기 위해 새 옷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도 의상팀의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이 많이 든 의상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땡추(이경영 분)의 승복이었다.


조 감독은 "땡추의 장삼과 가사를 일일이 손으로 누벼 짓는데 두 달여 가 걸렸다"며 "주연 도치의 집에서 화재가 난 장면에서 배우 하정우 씨가 입은 옷은 불에 타 같은 옷을 4벌 만들어야 했다"고 돌이켰다.

영화를 유심히 본 관객만이 알아챌 수 있는 숨은 의상 코드도 귀띔했다. 추설 일당의 저고리 동정이 모두 검은색인 데도 이유가 있다는 것.

조 감독은 "동학농민운동 당시 혁명의 의미로 검정 동정을 댄 인물에 대한 사료를 찾았는데 추설 일당에게 필요한 코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공이 많이 든 것은 추설 일당의 의상이지만 정작 화제가 된 것은 조윤을 비롯한 양반 의상이었다. 영화 액션 장면에서 장검을 휘두르는 조윤의 움직임에 맞춰 나부끼는 도포와 철릭(무관이 입던 공복)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양반의 의상은 비단으로 제작, 백성들의 의상과 대비되면서 전반적인 영화의 색조와는 동떨어지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조 감독은 전했다.

악역인 조윤의 경우 청묵으로 그린 수묵화를 모티브로 삼아 주요 의상을 제작했다. 겹겹이 쌓인 옷자락이 액션 장면에서 빛을 발했지만 정작 조윤의 복장은 엄격한 고증을 지킨 전통한복이다.

조 감독은 "청묵으로 그림을 그리면 푸른 기운이 도는 검정빛이 나는데 이와 같이 서늘한 느낌의 수묵화를 조윤의 의상 콘셉트로 잡았다"며 "영화에서 조윤의 도포는 영조임금의 도포에서 따왔는데 옷의 비율을 강동원 씨의 키 185cm에 맞춰 늘렸다"고 설명했다.

갓도 일반적으로 사극에 등장하는 지름 50cm 짜리보다 훨씬 큰 66cm짜리를 씌웠다. 이 역시 영조 임금 당시의 갓인데 도포와 함께 어우러져 스크린에서 우미한 멋을 낸다.




데뷔한 후 화려한 경력을 쌓은 조 감독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일까. 그는 미술 감독을 담당했던 정성일 감독의 2008년작 '카페 느와르'를 꼽았다.

조 감독은 "인복이 많아 초기부터 좋은 감독님들을 만나 지금까지 영화 관련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카페 느와르는 정성일 감독께 영화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 값진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감독은 한복에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는 사극 입문작인 후궁 당시 인연을 맺은 홍선영 원장의 '화홍한복'에도 함께 몸담고 있다. 고증에 충실한 한복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현재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가진 것. 이 같은 행보는 꾸준한 복식사 연구와 함께 개봉예정작인 상의원까지도 이어졌다.

그는 "전작인 후궁에서 대비가 남자 관복인 단령을 어떻게 입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실제로 유물이 출토된 바 있다"며 "개봉 예정인 '상의원'에서도 학계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앞서 후궁을 담당했던 의상감독이라 협조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노력을 인정받아 기뻤다"고 웃음지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8088701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