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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기사] 텐아시아 - 강동원의 라인이 말하는 강동원

 

 강동원 : “그냥 자네 얘기만 하면 멋지다, 잘 생겼다, 너무 너무 사랑한다 그런 말만. 사실이잖아.” - 영화 < M >에서.

잘 생긴 게 중요하다. 하지만 잘 생긴 것 이상이 필요하다. 강동원처럼.






하정화 : 강동원의 중학시절 체육 선생님. 강동원은 잡지 <좋은 친구>에 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강동원은 어린 시절 공부와 운동 양쪽을 모두 잘하고, 중학 시절 25cm가 갑자기 커서 키가 180cm가 되는 등 말 그대로 ‘엄친아’였다.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축구를 부모님의 반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사춘기와 함께 방황을 시작했다. 이 때 하정화가 그를 계속 설득하며 다잡아줬다고. 이후 강동원은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 연합고사에서 200점 만점에 192점을 맞고 비평준화 고교인 거창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에서 공부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대신 친구, 술, 당구에서 ‘짠 150점’을 얻는다. 때론 시험지를 백지로 내서 전교 200명 중 198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동원은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고 3시절 갑자기 공부를 시작, 대학에 합격했다. 말 그대로 안하는 것일 뿐 못하는 것은 없는 학생이었던 셈.


조성모 : 가수. 그의 노래 ‘다짐’의 뮤직비디오에 강동원이 출연했다. 강동원은 대학 진학 후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고,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외모로 여러 차례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는다. 결국 강동원은 가장 괜찮아 보이는 회사에 들어가 모델 일을 시작한다. 당시 강동원은 같은 키의 모델 평균치보다 2인치는 더 긴 다리 등 타고난 조건에 “모델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 수 있어도 자기 관리와 투자, 노력이 없다면 순식간에 도태되기 쉬운 직업”이라는 마인드로 파리 프레타포르테에도 서며 해외 진출을 제안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강동원은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다짐’ 등의 뮤직비디오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 강동원은 상대 배우와 처음 만나 키스신을 찍는 상황이 돼서 연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또한 강동원은 연예인이 패션쇼에서 늘 전문 모델보다 더 대접을 받는 것이 싫어 연기자가 된 뒤 패션쇼에 서지 않는다.

김정화 : MBC <1%의 어떤 것>에 함께 출연한 배우. 그는 <1%의 어떤 것>에서 냉정하면서도 경우 바르고, 재벌 2세면서도 사치와는 거리가 먼 그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순식간에 팬덤을 형성한다. 비현실적이라 해도 좋을 외모의 소유자가 현실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오는 묘한 충돌이 그를 가까이에 존재할 것만 같은 판타지로 만든 셈. 강동원은 MBC <위풍당당 그녀>에서 사투리를 쓰는 의사를 연기하기도 했다.


김하늘 :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동원은 이전의 드라마 출연작들처럼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도 어수룩한 모습이 있는 시골 약사를 연기한다. 연출자 배형준 감독은 “주변에서 ‘일본 애 같은 멋있게 생긴 아이’라는 인식이 많아서 시골남자 역할이 적합할까라는 고민이 들었지만 희철이 가진 순수함만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돼 그에게 역할을 맡겼다고. 강동원은 매운 고추를 먹는 상황을 실감나게 연기하려고 청양고추에 와시비까지 섞어가며 먹었고, 김하늘이 “만만찮은 표정 연기의 달인”이라고 말할 만큼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강동원이 < M >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품에서 보여주는 다소 느릿하고 어눌한 말투가 연기에서 보여주는 그의 특징이라면, 캐릭터에 어울리는 다양한 표정은 그가 ‘모델 출신 꽃미남’이라는 편견을 넘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특히 완벽한 비주얼을 가진 청년이 어수룩한 표정으로 계속 당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청순 백치’라 할만 했다. 사투리를 쓰거나 멍하게 웃기만 해도 여자들을 광분하게 만드는 배우의 등장.

조한선 : 영화 <늑대의 유혹>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은 순정만화에서 나온 듯한 모습으로 등장, 길거리를 지나다가 여학생들에게 머리를 뜯길 만큼의 인기를 얻는다. 고교 시절 외모로 ‘통’(‘짱’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을 차지했던 그의 인생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준 셈. 또한 강동원은 <늑대의 유혹>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벽 찍고 날라차기”라고 말할 만큼 액션 연기를 하고, 언제든 눈물을 흘릴 만큼 눈물 연기도 배웠다. 또한 조한선과 함께 운동과 게임을 하며 촬영 분위기를 익혔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촬영 초반에는 영화 촬영 방식도 잘 몰랐던 강동원에게 <늑대의 유혹>은 인기는 물론 영화 연기와 현장을 충분히 경험할 기회까지 준 셈. 그러나 <늑대의 유혹>은 그를 판타지에 가까운 하이틴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그 전까지 차근차근 연기자로 안착하던 강동원은 순식간에 영화계의 아이돌이 됐다. 그리고 순정만화의 주인공 대신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남자를 연기한 SBS <매직>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신용욱 : 데뷔 초의 강동원에게 연기를 가르친 연극배우. 강동원은 그의 열정을 닮고 싶다고 말한바 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와 <늑대의 유혹> 사이, 강동원은 “끈기 있게 하는 게 별로 없는데 축구 말고는 유일하게 점점 재밌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연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선배들의 조연 연기를 보며 “조명 한 가운데 서는 것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조명 가장자리나 바깥에서 빛나는 연기의 소중함”을 알았고, 감독과의 협의 하에 자신의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밋밋하게 연기해보기도 했다. 물론 당시 강동원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이상을 설정하기 보다는 “앞으로 얼만큼 나아질지”만 생각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의 본격적인 연기에 대한 고민은 연기를 위해 “감정의 폭을 많이 넓히고 경험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가 보다 다양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매직> 이후 그는 매 작품마다 장르와 스타일이 다른 작품들에 출연한다. “나에게 대충이란 것, 타협이란 건 없다”고 말할 만큼 강한 승부욕의 소유자가 연기와 본격적으로 시합을 시작한 시기.

원빈 : 강동원과 가장 친한 선배 중 하나. 두 사람은 연예인 축구팀 ‘위너스’에서 함께 뛰었고,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을 즐긴다. 또한 강동원은 <위풍당당 그녀>를 찍은 직후 번 돈으로 오토바이를 샀고, 좋아하는 것 10가지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축구, ‘위닝일레븐’, RC카 등을 꼽을 만큼 남성적인 취향을 갖고 있다. 즐겁게 본 책으로 만화 <간츠>를 꼽으며 “그 말도 안 되는 폭력성과 치밀하게 연결되는 전개는 정말 끝내준다”고 말하고,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으로 “남자가 인정하는 남자”라고 말할 정도. 그의 이런 성격은 순정만화적인 비주얼과 더해져 작품마다 기이한 매력을 뽑아낸다. 강동원은 <형사>의 자객,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살인죄를 저지른 사형수를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남자의 ‘청순함’을 끌어낸다. 특히 <형사>에서 남성이면서도 하지원보다 더 여성적이라고 할만한 ‘슬픈 눈’의 캐릭터는 강동원의 캐릭터와 비주얼이 충돌해 만들어낸 절묘한 결과다.

하지원 : 영화 <형사>에 함께 출연한 배우. <형사>는 강동원이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시도하고, 스스로 “이상하게 전에는 현장이 힘들었는데 <형사>는 정말 재미있게 찍었다”고 할 만큼 현장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형사>는 이전까지 누구나 느낄 수는 있었지만 명확하게 잡아내지 못했던 ‘강동원 활용법’의 한 극단을 보여줬다. <형사>에서 그는 ‘슬픈 눈’을 거의 대사 없이 소화하면서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바라보기의 대상이 된다. 강동원을 그저 바라보다가 첫사랑을 느끼는 하지원의 모습처럼, 강동원은 연기로 무엇을 전달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생명체였다. 사진작가 박지혁이 말한대로 “모델의 시크함과 배우의 깊은 표정이 합쳐지면서 피사체로서 완벽한 인물”이었던 셈. <형사>는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강동원은 <형사>의 관객들을 ‘홀렸’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명세 : <형사>와 < M >을 연출한 감독. <형사>가 강동원의 외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줬다면, < M >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동원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는 신마다 시공간이 뒤바뀌는 이 영화를 연기하기 위해 연기의 톤을 “인공적이고 과장되게” 잡은 채 예민한 소설가의 일상을 보여준다. < M >에서는 강동원의 멋진 비주얼보다 예민하고 까칠한 그의 표정이 먼저 보인다. 실제로 강동원은 “이것저것 챙기다 중요한 걸 놓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못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고 할 만큼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스스로 일할 때 굉장히 신경질적이라고 할 만큼 연기에 있어 예민하다. 논어의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를 좌우명으로 삼을 만큼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려고 하지만 한 번 하면 완벽주의자가 돼야 하는 성격인 셈. < M >은 그런 강동원의 모습을 스크린 위에서 보여준 작품이었고, 강동원은 그것을 좀 더 과장된 몸짓과 그만의 어투로 형상화 시켰다. 순정만화 주인공의 얼굴 아래에 있던 경상도 남자의 ‘성깔’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 M >을 지나면서 강동원은 보다 뚜렷하게 캐릭터 안에 자신만의 모습을 담아낸다.

최동훈 : <전우치>를 구상할 당시부터 강동원을 전우치로 생각한 감독. 그리고 <전우치>를 찍은 뒤 강동원이 “과도하게 남을 웃기려하지 않고 자신의 경쾌함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연기”를 했다고 극찬했다. 강동원은 타고난 비주얼에 <형사>에서 익힌 춤처럼 우아한 액션, 그리고 자기만의 여유로움을 더해 전우치를 가장 독특한 한국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으로 탄생시켰다. 터프한 다른 블록버스터의 남성 주인공들과 달리, 전우치는 아무리 거친 액션을 해도 순정만화 주인공의 낭만이 살아 있다. 수수한 한복이든 화려한 현대 복장이든 모두 어울리고, 액션에도 아름다움과 유머가 살아있는 그의 연기는 <전우치>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정서다. 그리고 현장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던 강동원은 <전우치>를 찍는 동안 배우들과 술을 즐겼고, 최동훈이 “(스태프 모두) 강동원의 팬이 됐다”고 말하는 배우가 됐다. 그는 지금 20대 후반에 블록버스터 한 편을 끌고 갈 수 있는 배우다.

송강호 : <의형제>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동원은 <의형제>에서 “무엇 하나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답답한” 캐릭터인 북한의 공작원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는 많은 비밀을 가진 위험한 캐릭터가 아니라 상처 입은 채 길을 잃고 헤매는 청초한 청년에 가까웠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의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고, 이는 치밀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밑바탕에 까는 송강호와 조화를 이루며 <의형제>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공지영 작가가 “많은 사람들이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게 만들 만큼 잘 생긴” 얼굴을 가졌다고 했던 그는 자신의 비주얼을 자신만의 분위기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은 강동원이 어느 작품에서나 자신의 색깔을 남길 수 있도록 만든다. 그것은 강동원이 늘 말한 것처럼 “즐기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그는 데뷔 초 “얼굴로 밀어붙이는 게 얼마나 가겠나. 축구선수나 연기자나 결국 오래가고 잘 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