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상에 말걸기 ◀◀/● 아딸라의 칼럼

해를 품은 달, 아쉬워서 더 보는 드라마 -



드라마를 보긴 보는데 당췌나 아슬아슬하다.

원작과 다르게 구조를 바꾸다 보니 앞 부분에서 제일 맛나는 달달씬과 거대한 운명을 펼쳐 버리고 그 뒤에는 그것을 풀어 나가는 주인공 남녀의 이야기가 배치되었다. 원작 소설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일이 적절히 섞여 있었는데 이걸 칼로 무우자르듯 앞 부분에 다 배치를 해 버리자니 뒷 부분에서 풀어 낼 갈등 요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원작에 없는 이야기가 드라마에는 많이 들어 가 있다.

이게 좀 시원시원하면 좋으련만, 앞 부분과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잘 하고 있는 것도 같은데 뭔가 양말 속에서 발가락만 꼼지락 꼼지락 거리는 것같이 갑갑함이 들 때가 있다.

어제 개기일식 장면과 월의 각성이 겹쳐진 것은 매우 좋은 플롯이라 생각된다. 훤이 연우의 죽음에 대한 힌트를 얻어 낸 것도. 흑주술로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무언가를 캐러 갔다.

그건 극적으로 잘 셋팅되었다고 생각하는데 - 배우들의 연기 때문인지 뭔지 - ;; 뭔가 어설픈 느낌이 든다.

제일 거슬렸던 것은 12화던가? 장터에서 같이 인형극을 본 씬이다.




 

 


인형극 소재가 그게 뭔가..? 임금님과 궁녀의 사랑이야기. 궐 밖으로 잠행했던 임금이 그녀와 마주쳐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는 궁녀가 되어 들어가니 임금과 다시 만나게 된다 - 그런 줄거리라고 훤이 말을 한다.

그런 얘기가 어디 있냐고 훤이 짜증을 내는데 -

그래, 그런 얘기가 어디 있냐고 - 이건 해품달 스토리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판타지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거나 뭐가 다르나.

시청자들의 환상 상태를 시원하게 깨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껏 실제라고 몰입해서 보려는데 이 이야기 전부 뻥이거든 - 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신 좀 차리라고 -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거 보시오, 농담이 좀 지나쳤소. 웃기려고 한 건 이해가 가지만 이건 사람을 놀리는 것 아니오?




 

아닌데요 - ;;;;


 


 

그나마 이 드라마에서 훤이 연기가 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도 흡족할만큼 잘 하는 건 아니다. 양명군한테 버럭~! 소리 지르는 씬은 뒷심이 좀 부족했다. 어설픈 버럭...;; 


김수현이 매력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 야생성이 있어서 살아 있다는 생동감이 강한 배우 라고 생각한다. - 이 드라마로 인기가 높은 건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다. 해품달은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와 비슷하다. 억척같은 캔디가 월이고 거기 나오는 백마 탄 왕자가 바로 훤인 것이다. 


극 속에서도 훤이 ' 잘 생긴데다가 왕이기까지 하니 어찌 내가 멋있어 보이지 않겠느냐 ?' 라고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게 이 캐릭터의 성격을 정확하게 짚은 말이다. 현재 이 드라마는 훤을 위한, 훤에 의한 드라마가 되어 가는 참.

 

훤 이외에 젊은 연기자들 중 안정감을 주는 배우가 몇이나 되는지 손꼽아 보자. 양명군만 해도 -

왕과 양명군의 대결 씬이 있는 이후 양명군이 되돌아서 궐을 나가는데 왜 그리 발음이 씹히는지 - 


아무도 이걸 얘기 안 하는 게 신기 -; 날이 추워서 그런건지 13화에서 정일우의 발음이 자주 씹혔다. 엔지 안 나고 그냥 방송으로 나온 건 아마도 촬영 현장이 급박해서 그런 것 같다.


성스에서  꽃도령 송중기가 보여준 흐트러진 듯한 호쾌함을 이 양명군 캐릭터에 입힌 듯 하기도 한데 -

모자라지는 않으나 썩 잘 맞는 옷 같지도 않다. 뭔가 믿음직스럽게 기대고 싶은 '남자'의 향기가 덜 난다. 어린 티를 덜 벗은 것 같은. 이 어린티라는 게 얼굴의 동안이나 실제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다. 피터팬 동화 속 피터팬은 소년이나 남자의 향기가 난다. 같이 나오는 수훤이만 해도 -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했지만 그래도 남성성이 보이지 않냐는 말이다.





# 아쉬운 한가인, 이제부터는 좀 나아지겠지?

 

어제 한가인이 꽤 열연을 보여주었다. 


어딜 가나 한가인 연기 혹평하는 얘기가 들려 참 안스럽기도 했는데 그나마 조금 괜찮다 싶으니 다들 그 간 미안했던 마음을 담아 칭찬 릴레이를 하는 듯도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 참 안타까울 뿐이다. 이건 한가인의 옷이 되지 못했던 역할이다. 욕심나서 이 배역을 맡았을텐데 자기 옷이 아니다. 좀 까칠하고 쉬크하고 튕기는 그런 현대극 역할이 한가인에게는 딱 맞다.


예전 영화 속에서 한가인의 표정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 좀 생동감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표정 변화가 너무 미미하다. 입 주변이 조금씩만 달싹거린다. 웃어도 환한 느낌도 안 나온다. 


어제 감옥에서 훤을 만나며 첫 대사가 뭐였는지 나는 기억한다.


'전하 '


이거였다. 둘이 만나 약간은 긴장된 분위기였기 때문에 뭔가를 기대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가 전하 대사를 듣는 순간, 살짝 띵~했다. 그래서 기억하는 것이다. 전을 조금 길게 발음하면서 진중함을 보였어야 하는데 어찌나 짧고 붕 뜨는 듯한 전하 였는지 - 교단 위에서 학생들이 교실 학예전을 하는 분위기.


그저께 고문씬에서도 다들 너무 예뻐서 리얼함이 없었다고 하던데 나는 사실 정 반대였다.


몇 살만 더 어렸을 때 이 고문씬을 찍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명장면이 되었을텐데 -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피묻은 얼굴, 파리한 입술로도 숨길 수 없는 생명력이 더 대비가 되었을텐데. 그러면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까...그리고, 배우로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장면. 자신의 프로페셔널함을 증명해 줄 그런 장면. 그런 컷 하나 필모에 가질 수 있었다면 그것도 행운이었을텐데. 이런 아쉬움만.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안쓰러워 가서 매만져 주고 싶을 정도였다. 피 안 묻혔다고 뭐라 그러던데 이 정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도 그녀로서는 대단한 용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가 안 따라 주고 있을 뿐이다.

 

 

 


어제도 각성한 뒤 오열할 때, 엎드려 뒹굴며 울기 전에 고개를 쳐들고 울 때, 머리도 그런 개 산발이 없었다. 며칠 안 감아서 떡진 것같은 헤어스타일. 내가 보기엔 저렇게 망가져도 될까, 걱정이 될 정도. 그래도 여신 호칭 듣는  천하의 '한가인'인데 - 


그녀가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기 몸에 안 맞는 옷일 뿐.


옥에 갇혀 있을 때도 평소 받던 수많은 반사판들이 사라지자 내가 더 허걱 - 반사판을 다시 가져오라 - 역할이 보이는 게 아니라 배우가 보이면 어떡함.


어제 가슴에 낙인을 붙이고 끌려 나가는 씬도 그랬다. 가장 처참한 순간에도 여배우는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아야 되고 남자배우는 자기가 남자라는 걸 잊지 않아야 된다 - 고 예전에 내가 글을 쓴 적이 있다.


 

멀리서부터 카메라가 점점 줌인해 들어가는데 첫 장면에서 난 월을 월로 알아 보지 못했다. 그건 앞에 앞장서는 하녀고 그 뒤에 어디 월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다가 점점 줌인해 들어가면서 월이 보였는데 - 맙소사 ~! 종종 걸음으로 퉁퉁 튕기듯 걷고 목은 한껏 움츠려 들어가고 등은 꾸부정 - 한 때 세자빈이었던 여인의, 몸에 배인, 숨길 수 없는 그 기품은 대체 어디 있다는 것인지. 불쌍해 보여야 된다는 점에만 주안점을 둔 것일까? 가련해 보인다는 것은 불쌍해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게다가 월이라는 인물은 왕의 도움도 거절하고, 양명군의 도움도 거절하고 자기의 힘으로 꿋꿋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강한 여성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렇게 그런 걸음으로 몸짓으로 눈빛으로 끌려 갈 수 있단 말인가...ㅜ 


이제 불쌍한 캐릭터 부분은 끝나고 스토리가 전환이 되니 조금 기대를 가져봐도 될까 모르겠다. 기억을 되찾고 대차게 자기의 갈 길을 모색하는 여성이라는 캐릭터는 한가인이 소화하기에 좀 괜찮을 것 같아서.


사람들이 불만을 말하는 건 기대가 커서겠지. 불만이 계속 생기면서도 보는 건 궁금해서겠고. 시청의 관성 때문이겠다.




본 포스팅은 조금 더 손질해서 '오래된 코로나' 를 통해 정식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