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예쁜 여자들 보다가 날 보면 내가 별로로 보이지?
라고 소녀가 남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속이 깊은 남자친구는 미소를 띠며 소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얘기했습니다.
그 여자들은 나랑 소통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지나가는 서점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잡지 속 사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냥 그 종이 한 장일 뿐이야.
나랑 관계로 엮어지지 않은 사람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다고 -
아... 센타포드 (Centerfold) ?
제이 가일스 밴드가 불렀던 그 센타포드 속 가사처럼 그런거야?
어릴 적 좋아했던 그 소녀가 잡지 책 속 한 페이지에 있는 걸 발견했을 때 그 남자가 슬펐던 감정이 그런 거야?
정확히 말하면 그 센타포드 소녀는 세미누드의 핀업걸 사진으로 찍혀 있었겠지.
그래서 슬펐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일거야.
조금 더 살펴본다면 -
그 소녀가 찍은 그 사진 -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소통의 대상인 인간이 아니라 카메라 너머 피사체, 즉 대상(Object)가 되었다는 거지.
그게 슬펐다는 말이니까 비슷한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는 모델이나 탈랜트들보다 더 예뻐보인다는 건가? 특별하다는 얘기야?
하핫~ 확인하고 싶은 거구나 -
넌 특별하지, 내게 -
내가 말을 걸면 반응하는 너니까 -
내가 말을 건네면 넌 반응을 하고 내가 마음을 주면 넌 그 마음을 받잖아. 우린 소통하는 사이, 관계로 엮어진 사이니까.
그런 여자들이랑 너랑 비교가 안되는 거지.
흐뭇한 마음으로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잡아 끌고 일어 섰습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게 나온 소년때문에 길가에 서서 혼자 기다리고 있었던 시간들의 섭섭함은 다 씻겨졌습니다.
해운대 바닷가로 나가기 전의 도로에는 인파들이 북적였습니다.
곧 성탄절이 가까워 오는 연말연시,
시내 거리는 추위를 뚫고 웅크린 채 종종걸음으로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무언가를 사 들고 급한 걸음으로 걷는 아주머니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어린 학생들, 그리고 다정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걷는 연인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린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들이구나,
스치는 저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인연으로 엮여진 우리구나 -
소녀는 행복했습니다.
마음 속에는 둘의 몸에서만 빛이 난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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