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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코로나] 졸업식 날 풍경

 

 

 

어제는 제 작은 놈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먼저 학교로 가 있고 남편은 회사에 아침 일찍 들렀다가 다시 집으로 왔죠. 저랑 같이 졸업식장 참석을 위하여.

어제 울산에선 이번 겨울 첫 눈이 내렸답니다.

이야~ 눈이닷~!!!


하지만, 펑펑펑~~~ 내리던 눈이 출발할 시각이 되자 어느 새 비가 되어 내렸습니다. 주륵주륵~

 


 


 

 

위는 울산에서 큰 두 개의 백화점이 마주 보고 있는 곳, 사거리입니다. 작지만 저기 표지판이 보이시죠? '태화강역' 이라는 -

남편은 우릴 먼저 학교 근처에 내려다주고 주차할 곳을 찾아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입니다.

졸업식 날은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지 않을까 하고 학교 안에까지 들어갔으나 운동장이 계단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어 주차가 힘들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차를 돌려 골목을 도로 나와 큰 길 가에 세워 놓았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큰 길에서 학교 정문까지 늘어선 꽃가게(! 가게는 아니죠 ㅎ) 에서 적당한 꽃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안으로 들어갈수록 다발 안의 꽃 수도 많고 풍성하고 가격도 저렴했었습니다. 입구에서 산 게 실수였던 거죠.

동그란 부케 식 꽃다발은 2만 원이고 길쭉한 전면형 꽃다발은 2만 5천원.

왜 이게 더 비싼가요? 물으니, 사진 찍을 땐 이 모양이 더 좋다나 뭐래나. 그러더니 묻는 말,

아들입니까, 딸입니까?

아들인데요.

 아~ 그러면 이 길쭉한 걸 하셔야죠. 덩치가 있을텐데 땡그란 것보다는 이게 어울리죠.

아....하지만.... 조금 비싼 듯한... 좀 더 보고 올께요.

돌아서는 순간 팔을 탁~ 잡습니다. 2만원 해 드릴께요.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고 있는데 옆에 다른 분이 가격을 묻는 소리가 들립니다.
얼마에요? 예, 2만 5천원입니다.
군말않고 돈을 꺼내주는 그 분. 그 옆에서 나는 2만원에 같은 걸 사고 있고.

아래가 바로 그 꽃다발입니다.

 



 

 

한 송이만 사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다발로 주고 샀으니 사진 많이 찍고 오늘 뽕을 뽑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 ^;;

 집에 돌아가 이걸 꽂을 화병을 어디 두었더라... 이 생각을 했습니다.

강당에 들어갔습니다. 입구 쪽이 너무 비좁아 젖은 우산을 접어, 끌어 안고 힘들게 뒤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졸업생 대기석 제일 뒷 자리에 앉아 있던 아들의 모습을 발견 -
즐겁게 담소중 - 옆 모습을 보이는 저 아이입니다.

물론 - 제 눈에는 내 아들만 빔을 뿜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다시 보니 웃는 저 아이도 굉장히 귀엽군요.

댕그러니 졸업식 송사, 답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준비를 했더군요. 합주단이 연주를 두어 곡 했구요,

그리고 댄싱팀이라면서 남학생들 6명이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대가 있었습니다. 영상을 찍으려 했으나 앞에

사람이 너무 많이 서 제대로 찍힐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다음 순서 한 여학생이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어서 그걸 앞 부분만 살짝 찍어 왔어요. 영상 안에는 없는, 뒷 부분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다들 감탄의 탄성을

 크게 지를 정도로 잘 했답니다. 학교 안에 팬 클럽이 있는 것 같았어요. 중간 중간 환호성이 어찌나 크던지 -

 

 

 

 

번잡해서 그런건지 교실로 가서 담임 선생님과의 시간, 이런 건 없었습니다. 졸업장도 며칠 전에 미리 다 받았습니다.

마침 나가시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아이랑 둘이 한 컷을 찍긴 했죠. 선생님의 초상권이 있어서 여기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 ^

선생님이 너무 젊으셔서 남편과 큰 애가 놀랐습니다.

나보다 몇 살 정도밖에 더 많지 않은 것 같아~ 그냥 형같이 보여 -

큰 애가 말했습니다.

우리 선생님, 재밌고 좋아 -

작은 애가 대답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친구 엄마의 얘기로는 그 선생님이 새 학년엔 과학 중점고로 전근가신다고 합니다.

작은 애가 그 학교 원서 넣을걸 - 이라며 아쉬워합니다.
자신의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친구들을 하나씩 잡고 친구들과의 샷도 많이 찍었습니다. 지금 카메라 안에 있습니다.

남편은 거기서 회사 동기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 집 아들도 같은 중학교거든요. 시험 감독 때마다 만났던

다른 학부모들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또 만날 일이 있겠죠? 살다가 어디에서든 -

그리고 나서 - 우리는 졸업식 날에는 누가 뭐래도 짜장면이지 - 라며 중국집을 향했어요.

 

 

여기 울산 남구에서는 그런대로 소문이 난 '원가게'라는 중국집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가게 안 제 자리에서 찍은 것입니다.
그런데 들어서는데 몸이 불편해 보이시는 분들이 나오시더군요. 가게 문 앞에는 매달 둘째 월요일날 시각 장애인들에게 점심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들어 가니 1층은 텅텅 비어 있고 종업원이 2층으로 안내합니다. 하지만, 2층이 현재 만석이니 거기서 조금 기다리셔야 자리가

생길 것 같다라고. 기다리는 것 싫어하는 남편은 곧장 데스크에서 발길을 돌립니다. 아... 지금 배가 고파서 기다릴 수가 없군요.
그리고 제게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궁시렁 - 자장면 집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닌데 뭘 기다리면서까지 -

당장 잡는 다른 종업원.

 

일단은 빈 자리가 많으니 여기 1층에서 드시지요.


돌아 서려니 잡는 일이 하루 동안만 두번째였습니다. 꽃 살 때도 그랬으니까요. 사람은 '배짱'이 중요해요. 그래야 쇼부를 볼 수 있어요. ^ ^


 

 


 

 

 

 

중국집의 상징, 빨간 색으로 치장된 실내가 신기해 둘러 보았습니다.

 

 


 

 

들어오자 마자 보이는 전면 풍경입니다. 저기 오른쪽이 데스크지요.

 

 

 



 

 쟈스민 차가 예쁜 사기 주전자에 담겨져 나왔습니다. 반찬도 소담스레 담겨졌죠.
자장 둘에 짬뽕 둘, 그리고 탕슉~!

 

 


 

 

갑자기 맛집 포스팅으로 변질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젓가락으로 집게 한 뒤 찰칵' , 이걸 한번 해 보고 싶었거든요. ㅎ
카메라를 조금 더 가까이 대고 찍었어야 하지만, 다시 찍으려니 남편 눈치가 보여서 그만 뒀습니다. 밥먹을 때 부산스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

 


 

자장은 그런대로 괜찮았고 짬뽕은 5점 만점에 4점. 국물이 맑은 느낌이라서요. 조금 더 진한 육수가 우러난 걸 좋아하는데 이건 많이 맑더군요.

취향이신 분은 이걸 더 좋아할 수도 있겠네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교복은 맞추어 두었고 이름도 새겼습니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라고 하니 오늘쯤 떼야겠고 교복을 입고 증명 사진도 찍어 두어야 합니다.

고등학교 입학 때 제출하라고 하니까요. 건강기록증은 중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고등학교로 모두 보내어진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아야 겠네요.

교과서 목록표를 받았으니 그걸 가지고 참고서를 같이 고르러 가야겠습니다. 책상의 책장에 새 교과서와 참고서들을 채우고 묵은 것들은

정리를 해야겠어요. 그리고, 입학 전까지 마쳐야 될 과제물들도 시키고 - 입학 전까지 다 읽으라고 준 도서 목록이 있는데 남부 도서관에

날잡고 가서 읽게 해야겠어요. 얼마 전 가서 살펴 보니 모두 반출이 안되고 관 내에서만 읽을 수 있는 도서더라고요. 그리고, 머리도 이발

시키고요 -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할 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졸업이 끝은 아니라는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위는 아딸라와 오래된 코로나에서 오늘2월 14일 발행되었습니다.

근간에 해품달 리뷰도 두 편 썼으니 들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