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아딸라와 오래된 코로나 에서 4/19일 발행된 글입니다. 새 글을 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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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재미있다 vs 재미있으면 잘 하게 된다
잘하면 재미가 있는 걸까, 재미가 있어서 잘 하게 되는 걸까?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즐기는 자는 왜 즐기게 되었을까?
내 생각: 재미가 있으면 즐기게 되는데, 재미가 있으려면 그것을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려면 - 그것을 잘 ~ 해야 한다.
자신이 그것에 재능이 있다고 느껴질 때 혹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자신에게 보답을 한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게 되고 더 잘하려 노력하게 되고 즐기게 된다 - 고 나는 생각한다.
뭐든 처음이 중요하고 기초를 닦는 일이 초초초 중요하다는 화두로 건너가게 되는 긴 얘기를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티스토리, 오래된 코로나로 이삿짐을 풀기 시작한 지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글을 둠펑둠펑 올리지 못한 까닭은 실은 딴 데 있다.
물론 사이드 바에 넣을 구독 버튼들에다가 소스 수정 등등 만지작거린다고 바빴던 것도 있긴 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른 거다. 내 머릿 속에 요즘 다른 걸로 꽉 차 있기 때문.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콩 이야기라면 몰라도 팥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왼쪽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다가 터져서 굳은살이 박히고 있는 중이다. 다리도 왼쪽 다리에만 알이 박히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오그라진 채로 가슴 앞에 모여져 있다. 잠깐 오후에 등을 어디에 대기라도 했다하면 스물스물 눈이 감겼다가 깜빡 잠이 든다. 잠결에 만신이 쑤셔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나 자신도 느낀다. 그럼에도 머리는 또 오늘 공부했던 것들에 대해 분석하고 다음 날의 전략을 세우고 있는 참이다. 콤파스의 원리, 반지름이 커질수록 공이 멀리 날아가고, 그런 이유로 어깨가 오른쪽으로 이동, 하지만 중심이 움직이지 않아야 하므로 고개는 고정을 하고 -
자.... 무얼까? 내 마음 속의 콩이 과연 무얼까나?
딩동댕~~ 골프를 배우고 있다. 딱 한 달전 남편과 함께 수강 신청을 끊고서 같이 배우기 시작했다.
마음과 머리 속에 골프가 콩밭이 되어 온다면 그 콩 이야기를 하면 될텐데 왜 입을 닫고 있었냐고 물으신다면 ? 골프가 아직은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니라서가 내 대답이다.
이미 골프를 시작하신 분들께는 이런 얘기가 유난스레 들릴 수도 있다. 요즘 나이들면 웬간하면 치는건데 뭐 대단한 일이라고 - 라고 하실게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인구의 고작 3 % 만이 골프를 치고 있다. 고급 싸이클이나 인라인 스케이트 취미에 비해 그리 큰 돈이 드는 게 아니라느니 실제 처음 시작할 때의 수강료는 그리 비싸지 않다고 설명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 아직은 - ! 그리 쉽게 ' 나 골프 시작했어요 - ' 라고 말하기에는 한 박자 쉬고 들어가게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제 어렵사리 화두는 꺼냈으니 풀어 볼까~나? ( 갑자기 전우치가 생각난다 ;)
같이 시작한 남편과 나는 배우는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난 강사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대로 하나하나 따라 하려는 편이고 남편은 타고난 운동신경을 믿고서 대충대충 하는 스타일이다.
왼쪽 팔꿈치를 쭉 뻗으라면 그대로 하려고 노력을 하고 공없이 스윙만 10분, 20분을 해가면서 그걸 익히려 노력한다.
옆 사람에게 두레박 물을 퍼주듯이 조용조용, 우아하게 채를 들어올리라고 하면 그 동작만 수십번을 반복 연습한다.
밤마다 남편과 그 날 배운 학습 내용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데 남편이 주장하는 말이 있다.
자기 신체 조건따라 적용되는 게 다른 법이야. 팔꿈치가 아무리 해도 안 펴지면 못 펴는 거라고.
그리고 또 하나의 결정타 -
우리가 뭐 프로 선수할 것도 아니고 - 그냥 공만 딱딱 잘 맞으면 되는거지. 자세 예쁜 게 뭔 소용이야?
우리가 프로 선수할 것도 아니고 - 우리가 프로 선수할 것도 아니고 -
잠깐 귀에서 메아리가 되어 지나간다.
정말 그런 걸까?
강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잡담 중에 이런 게 있다.
약속이 있다느니 요즘 일이 바빠서라느니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갑자기 골프 연습 나오기를 게을리할 때가 생기는데 사실 그건 그 때가 슬럼프라서 그런거죠. 공이 잘 안 맞고 그러니 재미가 없어서 안 나오고 싶어지는 겁니다.
내가 그 소리에 맞장구를 쳤다.
예, 맞습니다. 뭐든 '잘해야 재미가 있는 거죠 ' -
그 말이 정답이라며 모인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취미로 시작한 거지만 취미가 진정으로 오래 가는 취미가 되려면 '잘해야' 즐기게 된다. 대충 하면서 절대 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의 이 자세 룰이 자리잡게 된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학적인 분석의 결과로 작은 각도까지도 도출되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내 나름대로의 자세를 개발해서 연습했는데 이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여 주기 위해서 교본에 있는 교습법대로 초보자들은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라도 이대로 연습을 해 나가다가 공이 잘 안 맞는다든지 매번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든지 할 때 해결방법에도 차이가 있게 된다. 즉 슬럼프가 왔을 때 말이다. 기본 정석대로 연습을 했을 경우, 자신의 방법과 교본을 대조해서 분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정석대로 연습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그 방법론의 교본과 대조를 해야 한다. 어디가 잘못 된 건지. 하지만, 자기가 만들어 놓은 교본이라는 게 있을 턱이 없다. 이론상 정립되어진 게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인 '감'일 뿐이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내 아이의 첫 영어 단어시험 때 내가 그토록 용을 쓰며 100점을 맞게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자신이 그것에 재능있다고 느끼는 것이 흥미를 느끼게 하는 첫 걸음이니까. 잘 해야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대입시험에서 영어 읽기가 시험에 나오는 건 아닌데도 유창하게 영어책을 읽는다는 것은 같은 이유로 중요하다. 그럴 듯하게 자신이 해 내고 있다는 느낌은 '잘하고 있다'는 느낌과 통하니까.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는 과정이니까.
기초가 되는 블록이 빽빽하게 채워져서 올라가는 사람은 그 위에 덧 올려지는 그 플러스 1 부분만 신경써서 더 올리면 된다. 그러면 그 하나를 더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그는 그의 레벨에서 항상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아래가 엉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플러스 1 부분을 올리기 위해 다시 아래에서 덜 채워진 부분들을 점검하고 채우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매번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이 커진다. 버겁다. 그러면 힘들어지고 - 또 재미가 없어진다. 이것이 또 첫걸음이 중요하고 기초부터 채워야 하는 이유겠다.
가만 생각해 보면 세상 만사 원칙들이 다 서로 통하고 있다.
잘 해야 재미가 있고 첫 걸음이 중요하고 기초가 중요한 것들이 또 뭐가 있을까? ^ ^
그리고, 서두에 던진 질문에 대한 정리 - 재미가 있어야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 이 두 가지는 서로 물고 물리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 이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건 - 처음 시작할 때 최선을 다할 것 - 이라는 아주 작고 당연한 이야기 -
* 꼬랑지 - 근데 요즘 드는 고민 중의 하나 - 난 왜 못하는 게 없는 걸까...?
대체 하는 것마다 잘하면 어떡하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