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詩 -
문득 시집을 꺼내 시를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랭보의 시집을 꺼냈습니다.
난 쏘다녔지 - 내 외투는 점점 관념적으로 되어갔지.....
아, 좋구나...... 외투가 낡았다는 말을 이렇게 멋지게 ~~~
원어로 읽으면 멋질거야. 낭송을 해 봐야겠다... 잘 되면 음악깔고 멋있게 녹음해서
사랑방 식구분들께 들려줘야지 - 아름다운 건 공유해야 돼~ ㅎ
소리내어 읽어보니.........이거 뭐.......공부를 그만큼 했다면서 너무 오래되서인지 떠듬떠듬 .....;;;
prononciation 점수 A+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이래선 안되고 -
수십번을 다시 또박또박 연습 -
아.....이게 아니고 - ... 시집보다도 .... 소설 '아딸라'에서 아딸라의 등장부분 - 그걸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또 문득~~~~
랄라~~~ 아름다운 그 부분, 오, 아딸라, 야성녀 아딸라~~~
문제는 거기서 시작 -
"암만 찾아도 없다.......진짜 손바닥만한 책인데 -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책장 뒤쪽으로 넘어갔나, 다른 책들 사이에 끼어있나 꼬박 2시간 이상을 찾았습니다.
서랍장 안까지 다 뒤졌습니다. 덕분에 예전에 모아두었던 사진 스크랩자료들도 다 정리하고
버려야 될 잡지들, 이젠 쓸모없어진 책들, 다 정리했습니다.
책장이 말끔해졌습니다..........ㅜㅠ
그런데 정작 '아딸라'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새로......사야 ........되나........???;;;
인터넷 서적 사이트를 열고 검색을 했습니다.
atala 로 검색을 하니 나오는 책이 있긴 한데 영어본입니다.
다시 프랑스 원서책 코너로 가서 찾아봅니다.
있긴 있습니다. 딱 한 군데 - 2만 4천원입니다..
분명 책장 어딘가 있을 걸 아는데 그 돈 주고 사기는 또 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거기 단어들마다 줄긋고 사전찾아가며 적어놓은 해석들이 가득합니다.
새로 책 사는 것도 그렇지만 다시 사전들고 그 짓 하기 싫습니다.....;;;
문득 한글로 '아딸라'를 검색해 보고 싶었습니다.
오오~~~ 한글 번역본으로 책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책 번역판은 없었거든요.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혹 내 닉네임 아딸라가 널리 알려져서 찾는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ㅎ
잠깐 저녁을 먹고 쉬었다가 다시 온 집을 뒤집니다...
창고 안에 넣어두었던 전공서적 박스들을 다 내렸습니다.
문학비평, 문학평론, 프랑스철학, 시학과 극작법, 연극과 문학, 드라마 비평,
기호론, 의미론, 음운론, 음성학 , 언어학, 다 나옵니다. 내가 이걸 공부했긴 했었나.....??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프랑스어 원서가 나옵니다.. 친구들과 강의 빈 시간에 캠퍼스 벤치에 앉아
두 페이지씩 나눠가며 해석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들, 플로베르, 보들레르, 공쿠르 형제, 모파상,
알퐁스 도데, 스탕달, 베를렌느, 랭보, 다 추억 속의 이름들입니다.
좀 슬퍼지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
.
마침내 찾았습니다. 책장 제일 윗 칸 뒤에 넘어가 있더군요.
바로 이 책 -
당시는 대학가에서 복사본으로 원서를 많이 봤었죠. 요즘도 그런가요??
아딸라 와 르네 - 너무 짧은 단편들이라 두 이야기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같은 작가의 소설이거든요. 샤또브리앙 -Chateaubriand
아딸라를 가지고 연극 무대도 만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무대에 서진 않았구요~~ ^ ^
이 책과 함께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 책도 같이 구겨져 들어있더군요.
고등학교 때 내가 참 좋아했던 친구가 선물했던 책입니다.
작년인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친정가서 책장을 또 뒤졌는데 없더군요.
마침내 신간으로 한 권을 새로 샀었는데 거기 숨어있었습니다...
저 바글바글한 단어 해석본을 보십쇼 - 고어들이고 문어체라 안 그래도 단어 딸리는데 거의 한 줄마다 모르는 단어가 다 있던 ;;;
저 페이지가 아마도 아딸라가 등장하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ㅎ
놓여진 만년필은 셋팅입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저거 금촉이에요~~~
찾고 보니 힘빠져서 낭송이고 번역이고 좀 있다가 해야 할 듯~~
그 한글 번역본 책을 사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20년이 지난 뒤 번역본으로 읽으면 더 선명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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