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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인터뷰] <의형제> “오직 다음만을 생각한다”

 

 

 

 

 

[맥스무비=김규한 기자] 스크린에 비친 얼굴만 신경 쓰는 일부 꽃미남 배우들과는 다르다. 강동원은 자신이 망가져도, 그 캐릭터가 되는 게 최우선 목표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된다. 배우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입증해 온 강동원 이름 앞에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다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작품마다 자신을 비우고 지웠던 강동원은 여러 배역을 거치면서도, 특정한 역할 이미지를 쌓아두지 않았다. <의형제>에서 강동원은 송강호 앞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스타와 배우 사이의 경계에서 어떻게 해야지 성장할 수 있는지 아는 배우 강동원을 지난 21일 코리아나 호텔에서 만났다.

연기하면서 슬럼프 겪은 적 없다

강동원이 미래가 불투명한 모델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집안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시장 자체가 좁고, 대우도 형편없는 모델 일을 자식이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걱정을 정말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그 때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넌 상태라 그만 둘 수 없었어요. 내내 불안하게 계시다가 첫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서야 안심을 하셨죠.”

이쪽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강동원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일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대처해 나갔다. “나아가야 할 길이 많기 때문에 아직 슬럼프가 올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 해 보지 못한 게 너무 많은데 벌써부터 슬럼프가 오면 안 되죠.(웃음)”

강동원은 자신 안에 연기자의 끼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000년 처음 연기수업을 들었을 때 ‘연기가 나한테 잘 맞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게 전부다. “모델 일을 잠시 접어두고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힘들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돈 때문에 마음 고생한 적 많다

<의형제>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지원’은 돈 때문에 ‘한규’(송강호 분)와 손을 잡는다. 현실 속 강동원도 극중 지원처럼 돈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을까. 그는 “돈 때문에 마음 고생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자장면, 바나나 같은 음식도 잘 못 먹었어요. 외식도 자주 못했고요. 대학교 등록금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했을 정도로 어려웠어요.”

강동원은 남의 그릇을 탐내지 않는다. 배우마다 가지고 있는 감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하지 못한 역할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남의 옷을 입고 어색하게 연기하고 싶지 않은 그의 욕심을 읽을 수 있었다. “연기 테크닉은 배우려고 했지만, 송강호 선배님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방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가진 느낌과 송강호 선배님이 가지고 있는 느낌은 전혀 다르니까요. 다만, 선배보다 더 잘 해야지 이 생각은 했어요.”

 

 

 

현장에서 강동원은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으면 연기를 멈추지 않는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그만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의 하에 한 번 더 갔어요. 정해진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많았지만 배우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도약과 변신, 강동원은 이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대단한 욕심을 부린 기억이 없어요.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주변의 해석과 평가가 어떻든 간에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던 것 같아요.”

오직 다음만을 생각한다

말의 어패가 있을 수 있지만, 강동원은 이미 끝낸 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새로운 역할, 새로운 작품 생각만 한다. “이제 곧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는 저에게 <의형제>는 관심 밖의 작품이에요. 제가 이 말을 했을 때 장훈 감독님이 많이 서운해 하셨어요.(웃음) 하지만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다음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만 고민하죠.” 그의 솔직한 성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 소리를 들으면 ‘건방지다.’, ‘책임감이 없다.’고 말하겠지만 강동원은 어떤 작품에서든 다른 얼굴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냈다. “이미 내 손을 떠난 영화에 미련을 갖고 싶지는 않아요. 영화 흥행은 관객의 몫이기 때문에 작품이 끝나면 다음 영화에 올인하는 편이고요.”

작품을 이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강동원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작품만 좋다면 장르와 비중은 굳이 따지지 않는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기 위해 작품을 선택한 적이 없는 그는 차기작을 정할 때 불같은 성격이 된다고 고백했다. “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취향을 따라서 작품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건데 다른 사람의 취향은 중요하지 않죠.”

<아바타>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전우치>의 주인공 강동원. 그는 <전우치>가 하지 못한 일을 <의형제>가 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전우치>의 극장상영이 종료되는 날까지 <아바타>는 안 보려고요. <전우치>에 출연한 배우로서 끝까지 의리를 지킬 생각이에요. 보고 싶기는 한데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열등감이 표를 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네요.(웃음) <아바타>에 밀려 <전우치>는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했는데, <의형제>가 그 일을 대신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연기 재미없어지면 미련 없이 관두겠다

 

 

강동원은 작품이 들어가기 전 늘 숙제를 낸다. 이번에도 그랬다. 영화 크랭크업 날까지 자신에게 낸 숙제를 다 해결하지 못했지만 강동원은 <의형제>를 촬영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제작비의 여유가 없어서 현장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한 적이 많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봤을 때 뿌듯했다. “장훈 감독님을 믿고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지원’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디테일한 면을 절반 밖에 표현한 것 같아 조금 아쉽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강동원은 카메라 앞에서 지원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답답하고 경직된 적이 많았다. <전우치>를 끝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 준비기간이 많지 않았지만 지원을 감정선이 풍부한 인물로 만들기 위해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함경도 사투리도 연습했지만 현장에서 쓸 일은 거의 없었다.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을 공유하고, 이를 일관되게 찍어나가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촬영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요. 연기를 몇 살까지 하겠다고 정해 두지는 않았지만 연기가 재미없어지는 날 연기를 미련 없이 그만둘 것 같아요.”

강동원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 절친한 친구 조한선도 결혼을 발표했고 이제 슬슬 결혼 생각을 할 나이도 됐는데 과연 연기 이외에는 다른 생각은 없는 것일까? 강동원은 나름대로의 고민을 토로했다. “결혼해서 아이 아빠가 된 친구들이 많은데 불쌍해 보여요. 아이 키우는 모습이요. 한편으로는 좋아 보이는데 내가 과연 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강동원은 인터뷰 내내 솔직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멋진 단어를 써가며 표현하려고 들지 않았다. 불과 8편의 영화를 했을 뿐인데 강동원의 선구안은 그동안 정확했다. 자신이 스크린에서 연기했던 캐릭터처럼 과묵하고 말이 없었던 강동원은 <의형제>를 끝내고 나서 훨씬 밝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성실하게 채워나가고 있는 강동원의 연기스펙트럼이 어디까지 넓혀질지 지켜보는 재미가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사진: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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