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상에 말걸기 ◀◀/●아딸라의 에세이

[home] 집에....남자 없습니까?

전에 그 다정했던 순간, 그 글 보고 닭살 모드되셨던 분들, 있으시죠?-

 

저 글이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거친 후에 나름 좋은 면만 기억하려고 하는 이 긍정적 사고의 결과물로 나온,

아픈 결과물인지를 모르시고 하는 반응같아서 한 글 더 뿌립니다.

 

 

.

.

 

남편 중에는 말로는 따신 말 한 마디 못하면서 그래도 아내가 시키는 것들은 묵묵히 다 수행하는

'돌쇠형' 남편이 있지요.

 

그리고 실제로 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말로만 다 따 묵는 '만년 애인형' 남편이 있습니다.

 

물론 제 남편은 후자이구요,ㅎㅎ

 

원래 사람들은 자기가 못 가진 걸 탐내는 법이니 돌쇠형 남편을 가진 분들은 애인형 남편이 부러우실겝니다.

 

뭐, 불평하다가 나름 제 가진 걸로 만족해보자는 , 달관이랄까 체념이랄까 , 저같이 마지막에 남는 사람도 있구요.ㅎ

 

얼마 전 사랑방 식구들과 챗팅을 나누다가 집에 가구 옮기는 얘길 했는데요,

다들 하시는 말씀들이 본인 힘이 얼마나 센지 자랑을 하시더라구요.

 

집안 가구들, 혼자 다 나를 수 있다구요.

 

물론 저도 나를 수 있습니다.

 

서랍을 다 뺀 뒤에 목욕탕 앞의 발깔개를 뒤집어서 가구 양쪽 아래에 고인 뒤에 살살 밀면 여자 힘으로도 가구를 옮길 수 있습니다.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학교, 직장에서 돌아 온 뒤에 집안 가구 위치가 다 바뀌어서 놀라는 걸 보면 내심 흐뭇했던 경험이

여기 모든 주부님들, 다 있지 않습니까?

 

도와 달라고 해도 '퇴근 후 피곤해서.....' '주말되어야.....' ' 주말에 다른 약속이 있어서....' -

차일 피일 미루고 모른 체 넘기려는 남편이 구찮아서 그냥 혼자 해 본 경험들 많을 겁니다.

저 역시 -  !!!

 

 

 

 

이사 후 창고의 선반을 만들자니까, 그거 나무 토막 몇 개만 있으면 금방 뚝딱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기다린지 어언 5달.

 

창고 안 물건들이 정리 안되고 선풍기고 뭐고 차곡 차곡 , 천장까지 쌓인 걸 보다 못해 그냥 사람 불러 30분만에 해결한 경험,

저만 있는 거 아닐걸요?ㅋ

 

- 돈 주니까 금방 되대~~  괜히 다섯달을 기다리구 말이야....궁시렁 궁시렁 ~~

 

퇴근 한 뒤 남편에게 이렇게 불평한 사람, 저 말고도 많으실걸요?

 

저희 집 전등들, 제가 다 갈구요,

콘센트 수리, 제가 다 합니다.

안 열리는 병뚜껑, 김치뚜껑, 제가 몽키쓰고 뻰치에 찬물, 뜨거운 물, 화학이론 이용해서 다 해결합니다.

의자 부러진 거, 제가 다 혼자 고치구요,

벽에 콩크리트 못 박는 거, 저 혼자 다 합니다.

 

언젠가 철물점에 필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사러 간 적이 있습니다.

 

저기....망치는 앞머리 잘 안 빠지는 단단한 걸로 주시구요,

이 콩크리트 못을 나무에 박아도 괜찮은가요? 나무가 단단하거든요... 길이는 요 정도 되는 걸 주시구요,

음음.....저 팡팡망치는 쓸 만한가요?

아, 그리고......이 공구는 어디 쓰는거죠?

이거 쓰는 요령 좀 가르쳐 주세요..

 

물건 파는 총각이 절 빤히 보더니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 집에, 남자 없으세요??

 

.

.

하하 웃었지만, 속으로는 울었습니다.

 

남편은 있는데 남자는 없습니다.........ㅜㅠㅠㅠㅠㅠ

 

 

 

 

아래 있는 뮤비지만, 글만 남기기 휑해서 하나 덧붙입니다.

 

 

 

멋지긴 한데, 아무래도 못질은 잘 못 박을 것 같은 남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