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시네 21 , 형사 때의 인터뷰 기사 -

 

 

 

 

-슬픈눈은 대사가 많지 않다. 극의 감정을 이끄는 건 주로 남순이고, 슬픈눈은 남순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다. 대상화되는 셈인데, 연기자로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대본을 늦게 읽었다. 받고 나서 한참있다 읽었다. <매직> 찍고 있을 때여서, 다음 작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연기도 잘 안 되고, 이것만 죽어라 열심히 해야겠다 해서 너무 치열하게 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한두 시간 짬내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좀 늦게 읽었는데, 읽자마자 한다 그랬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그냥 딱 보고, 와, 이게 어떻게(라고 하다가 오른팔을 긁적이며 “모기가 있나…”) 영화화돼 가는지 내가 참여를 꼭 해서 내 눈으로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감독님이 현장에서 리허설을 많이 하셨다고 그러던데.

=많이 하셨다. 엄청. 근데 어떤 때는 또 안 하고 가기도 하고. 그게 좀 다르다. 어떤 때는 많이 하고. 어떤 때는 안 하고.

-장면의 종류에 따라 달랐나.

=아니. 같은 액션이라 하더라도 내가 자신있다고 하면 그쪽으로 밀어주시고, 감독님한테 확실한 그림이 있는 장면은 계속 리허설해서 만들어가시고.

-어떤 점이 자신있었나.

=일단 무용을 워낙 열심히 연습했었던 터라(웃음) 무용적인 동작들이 자신있어서…. 슬픈눈의 단독 검무신이 있는데, 그 분량을 촬영 전날 감독님이 확 줄인다고 그러시는 거다. 내가 자신있다고 이렇게 이만큼이나 만들어놨는데, 감독님이 이만큼 만들어보래서 만들어놨는데 왜 줄였냐고 얘기했다. 감독님이 분명히 이만큼 만들어놓으라고 그랬지 않냐고. 그랬더니 감독님이, 내가 못할 줄 알았다더라. 그러면서 그러면 가서 해보자고. 현장 가서 해보고 더 늘었다, 결국에는.

-무용이 본인 취향에 맞았나보다.

=잘 맞더라, 처음 해봤는데. (웃음)

-어떤 점이 매력있던가.

=첨엔 잘 몰랐다. 그냥 연결된 동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감정이 안 들어가면 안 되는 거더라. 그러니까 재밌더라.

-슬픈눈은 말 그대로 눈이 슬퍼야 할 텐데, 난감했을 것 같다. 물론 본인이 슬픈 눈을 타고나서 슬픈눈에 캐스팅됐겠지만, 그렇다고 배우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고. 슬픈 눈이란 게 글로 묘사하긴 쉬운데 배우가 보여주기는 어렵지 않나.

=느낌 자체는 알고 있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느낌을 많이 살려서 했다. 모델 할 때 사진 찍으면서 가졌던 느낌이나…. 사진을 이렇게 찍는다 치면, 먼산 보면서 음… (슬픈 표정) 그런 느낌들. 즐거우면 즐거운 느낌이 있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안 해도 사람에게 이미 감정이란 게 기억돼 있으니까 느낌만 가지면 그런 표정이 나온다.

-이명세 감독과 작업하면서, 이 사람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현장에서 했을 것 같다.

=말하기가 좀 곤란하긴 하다. 그럼 앞의 감독님들은 뭐였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웃음) 워낙에 디테일하셔서 너무 좋았다. 나도 되게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데, 감독님은 나보다 더하시더라. (웃음)

-배우로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는지.

=있다. 예전에는 대사를 제대로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좀 바뀐 것 같다. 지금도 서울말로 대사를 하면 어색하다. 감정을 못 싣겠다. 그래서 <매직> 할 때도 서울말로 해서 감정이 와닿지 않으면 일부러 사투리로 대사를 연습해보곤 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대사를 제대로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은 많이 바뀐 거 같다.

-연기가 본인한테 맞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어떤 점이 그렇다고 생각하나.

=재밌다. 연기가 나한테 맞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예전에 연기수업 받을 때, 내가 혼자 독백하는 게 있었는데 되게 길고 어려운 거였는데, 그걸 열심히 연습해서 선생님 앞에서 했다. 근데 하고나서, 내가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독백의 내용이 뭐였는지는 지금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그때 하면서도 다른 생각 안 하고 그냥 몰입해서 했던 것 같다. 근데 선생님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웃음)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세계 최고의 배우.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될 수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웃음) 열심히 해야지. 근데 배우라는 게 참 어려운 직업인 게, 운동 같은 건 하면 실력이 늘면서 그만큼 인정을 받는데, 배우는 안 그렇다. 열심히 해서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도 대중이 한번 외면하면 끝이다.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건 아니다. 그건 되게 스트레스받는데, 그래도 세계 최고의 배우가 돼야겠다 생각한다. 이 일이 좋고, 나는 뭐가 하나 좋으면 그것밖에 생각을 안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