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움직이는 스타일리시 -인터뷰 이충걸
그러나 인정하자. 그는 눈에 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첫인상은 심드렁하고, 아직도 젖살이 빠지지 않은 응석받이 어린아이 같았지만 그러나 그는 눈에 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생각없이 TV 브라운관을 보고있어도, 식상해빠진 계절지난 유행가를 BG로 사용하는 시시껄렁한 캔커피 광고에서 그는 심드렁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고 요상했지만 절대 잊을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사람은 분명히 있다. 신통치 않은 느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을 뱅글뱅글도는 이미지와 기억. 어, 저녀석봐라, 저기도 나오네..라고 비꼬는 듯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 그게 바로 강동원인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의 매니저를 인터뷰차 만났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소속사 남자모델들의 프로필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하나같이 길죽하고 작은 얼굴,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말이 없어 보이는 허다한 남자모델들의 사진들을 몇장 넘기다가 유독 어느 한 페이지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매니저에게 되물었다. '이사람. 네스카페. 맞죠?' 심드렁하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약간은 어색하다고 비웃어 놓고서도 내 기억과 시각, 촉각의 한쪽 끝은 그를 따라다녔나보다.
네스카페에서 거의 CF 초짜였던 강동원은 간헐적으로 그 얼굴을 보여주었다. 뮤직비디오에서, CF에서... 한손에는 리모콘을 들고 나는 항상 감정없는 목소리로 또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어라, 저녀석 여기도 나오네... 이름이 강동원이랬지?"
짧은 기간. 파파박 퍼붓듯이 얼굴을 들이밀며 내 이름좀 기억하라는 식으로 노출되는 남자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갑자기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언제 솟아올랐냐는듯 갑자기 꺼져버린다. 그러나 강동원은 달랐던것 같다. 2년 3년의 시간동안 그는 꾸준히 그리고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듯이 차근차근 그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잡지에서, CF에서, 뮤직비디오에서... 잊혀질만하면 브라운관에 나타나주는 친절함과, 조금이라도 스타일리시한 패션 화보에는 당연한듯이 박혀있는 그의 모습이란.. 그모습을 보면서 할수있는 말은 '어라, 이자식 여기도.... 아직도?' 이런 말들이었다.
잘생긴, 조각같은, 미소년, 꽃미남..이런말들은 이제 누구든지 이름석자앞에 매달아버릴수 있는 말이다. 조금만 떴다하면 매스컴은 저런 수식어들을 당연한듯이 갖다붙인다. 불과 몇주일만해도 다른 남자아이의 이름앞에 붙였던 수사들은 며칠이면 떨어져나가 비스무리한 인기를 등에 업고 올라오는 새로운 얼굴 앞에 다시 새것인냥 같다 붙는다. 이제는 식상하기만 한 '인기많음'을 뜻하는 수사들... 지금의 강동원에게 그런 수사들이 붙지만 나는 그것들에 반대한다. 그는 결코 잘생긴, 조각같은, 미소년이 아니다. 적어도 나의 첫인상은 그랬다. 절대로 지울수 없는 약간의 어눌함과 순진함.
그는 옷발이 잘받는 모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강동원보다는 여욱환이 더 모델답다고 생각한다. 패션쇼무대에 한정해서! 스틸사진 안에서는 강동원을 따를자가 없었다. 시시껄렁하고 두껍기만한 얇은 종이에 온통 연두색과 분홍색 톤으로 떡칠해진 패션잡지에서, 회원이 아니면 절대 구경하기 힘들다는 명품을 주렁주렁 늘어뜨린 럭셔리한 잡지에서, 이시대 남자들의 트렌드와 문화를 상징한다며 외치는 남성잡지의 화보에서 각자 다른 스타일, 다른 배경에 다른 컨셉으로 별별 요상한 갖가지 의상을 걸어놔도 이상하게 어색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어색한 것이 있다면 사진속의 그 가로로 길고 한쪽에만 쌍거풀이 진 짝눈 뿐. 이상하게도 작은 얼굴과 작은 코, 입에 비해 큰 그 눈은 내가 보기에 어색하고 어눌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럭셔리하고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한 전체적인 이미지에 비해 얍삽하고 싸가지 없고 젠척하는 게 하나도 없는 순하고 어떨때는 멍하기만 한 그 눈이 그렇게 착해보여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행운은 GQ였다고 생각한다. 어린애들이 꺅꺅거리는 잠깐 얼굴비추고 말 싸구려 패션잡지보다는 약간은 무게있고, 럭셔리하고 스타일리쉬하고 특이한, 새로운 시도가 빛나고 개성있고 재미있는 작업들이 난무한 GQ 등등의 잡지화보를 통해 그는 돋보일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고 그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그의 외모와 분위기가 그런 잡지들에 의해 선택되긴 했지만 말이다.
지금부터는 실험적이고 개성넘치는 그의 화보들 몇개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골라낸 사진들이다)
식상하기 짝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의 프로필과 근황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강동원
1981.01.18 生
186cm 68kg
B형
취미는 농구 특기는 축구와 노래
거창고등학교 - 한양대 기계공학과
CF : 카스맥주, 가쓰오 우동, LG CYON, KTF "FIMM", CJ39쇼핑, LG 텔레콤,
네스카페, 클린앤 클리어
뮤직비디오 : J "빛", Link "비가와", 조성모 "다짐"
드라마 : MBC <위풍당당 그녀>
영화 : <연인> 5월초 크랭크인 예정
카탈로그 : C.O.A.X, 리바이스, Litmus, J.Jaks, D-DAY, So Basic
지면 : C&TEL, Yepp, NATE.com, A to P
패션쇼 : DKNY, CUCCI, SFAA, NWS, SIFAC, 서울콜렉션, 질샌더, 리복
일찌기 CF와 잡지화보로 눈썰미 있는 팬들에게 낙점당해 기본적인 인기는 탄탄하게 끌어안고 있던 그는 최근 MBC 미니시리즈에 조연급 주연으로 출연하여 대중적인 인기들마저도 강력자석처럼 척척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연기력이야 못한다는 말은 안나올정도이나, 역시나 내가 칭찬해 마지 않는 것은 그의 사투리 연기이다. 경남 창원 출신이다 보니, 그렇게도 술술 나오는 것이었겠지만서도, 역시나 TV에서의 자연스러운 사투리에 그동안 목이 말랐던 것인지, 뻔하고 뻔한 꽃미남들 사이에 약간은 색다른 타입이 나타나 과묵하고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니, 나의 요상스러운 취향에 가만히 앉아있을 리가 없다.
괜찮은 모델들이 나와 내 눈에 콱하고 박히면 그때부터 걱정스러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연기한답시고 나와 깝죽대다가 그나마 갖고 있던 주목의 시신마저 다 떨궈버리고 쫄딱 망하여 뽀골뽀골 잠수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잘생긴 것들은 의례히 당연하게 여자친구가 있는 법이고(강동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저런 매력있는 모델들을 보면서 그들의 연인이 되겠다고 꿈꿀수 있는 것이 아닌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고, 내가 할수있는건 예전까지와 다르지 않게, 어라 저녀석 또 나오네..하며 관심없는 척하면서 아래위로 훑어보며 눈요기를 하는 것이니, 지금까지처럼 모델로만 활동해도 나는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다. 괜시리 연기하겠다고 나섰다가 추락하여 더이상 저런 매력적인 녀석을 보게되는 일이 없어질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강동원은 자신에 찬 모습으로 얘기했단다. 연기가 하고싶다고... 뭐, 드라마에 먼저 캐스팅된게 아니라 영화에 먼저 캐스팅 됐다는 것이, 약간은 믿을 구석있는 순차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김남진처럼 어색하게 수염붙이고 나와 도통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들이 가득한 시시껄렁한 사극에 나오는 것도 아니니, 조금은 마음을 놓아주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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