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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2004년 엔키노 인터뷰 기사 전문 -

 

 

 


nkino | 광고나 드라마 등에서 보고 참 독특한 마스크의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동원 | 그런 소리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는 좌우대칭도 잘 되고, 아래 위 조화도 되고 다 비슷했으면 좋겠다.

모델 출신의 연기자라는 것이, 연기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하는가?
모델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델 출신의 연기자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주어지는 카메라 앵글을 알고, 영화에서도 매 순간 감정 없이 표정을 지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런 점은 도움이 많이 된다.

모델이어서 좋은 점과 배우가 되어서 좋은 점은?
모델 활동하면서 멋진 사람들 많이 만났다. 아무래도 문화적으로나 패션 감각 면에서나 앞서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패션계 아닌가?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이 좋았고, 멋진 내 사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패션계는 시장이 좁아서 경제적으로는 조금 힘들다. 그런 면에서 연기자로 들어서면서 좋은 점은 좀 더 돈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웃음)

연기자가 되어서 좋은 점은 안정적인 수입 밖에는 없다는 그런 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웃음). 지금 막 시작해서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 어떤 게 좋다고 말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 예컨대 평소에 쌓아왔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배우가 아니면 언제 그렇게 펑펑 울 수 있었겠는가!

데뷔작으로 <그녀를 믿지마세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 자체가 워낙 깔끔하고 재미있게 나와서, 별 고민 없이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선택했다.

데뷔작이어서, 아무래도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욕심이 워낙 많아서 처음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촬영장 왔는데, 영화가 한 커트, 한 커트 나누어 찍는다는 것을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더라.(웃음) 그뿐 아니더라도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달라서 고생 좀 했다. 감독님과 의견 차이도 조금 있었다. 대사 톤이나 씬 설정 등에서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 경우도 많다. 뭐도 없으면서 말이다.(웃음)

최근 들어 인터넷 원작의 청춘 코미디들이 부쩍 많이 제작되고 있다. 특히 김하늘씨의 경우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출연했었고, 강동원씨 역시 <늑대의 유혹>을 촬영하고 있어서인지 <그녀를 믿지마세요> 역시 그런 코미디 영화들과 자연스럽게 한 카테고리로 묶인다. 기분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공식적인 인터뷰에서는 우리 영화가 워낙 자신 있으니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솔직히 속마음은 어떤가?
당연히 기분은 안 좋다.(웃음)

극 중 압권은 역시 고추총각대회에서 청양고추 먹는 장면이다. 진짜 청양고추였나?
처음에는 안 매운 풋고추로 했었다. 그런데 감정이 도무지 안 살아서 청양 고추로 바꾸었고, 나중엔 아예 겨자를 입에 한 움큼 물고 했다. 영화 보면 왜 느껴지지 않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입 근처가 얼얼해져 있는 것 말이다.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 것 같다. 상대 배우가 어찌나 얄밉던지.(웃음)

영주 역의 김하늘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하늘 씨가 이끌고, 내가 뒤에서 밀은 격이다. 사실 크게 부담은 없었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김하늘씨는 내 연기가 재미있으면 웃어주고 “너무 재미있다”고 부추겨 주는 편이었다. 신인이다 보니 최대한 김하늘씨 연기에 맞추려고 노력했고, 김하늘씨 역시 내 연기에 맞추어 주려고 배려해 주었다.

극 중 희철의 경우처럼 억울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는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아주 억울하게 선생님한테 맞은 적이 있다. 정확히 그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선생님에게 몇 대 맞았고, 분을 참지 못하고 막 울면서 대들었다. 그 다음에 선생님도 내가 잘못하지 않았던 것을 아셨지만, 특별히 내게 '미안하다' 그런 말도 안해주셨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

실제로 희철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영화 초반 즉 기차 안에서 끝났을 거다. 영주가 나를 때리기 시작할 때, '왜 때려요?'라고 소리 지르면서 같이 때리고 끝났을 것이다. 대략 20분짜리 단편 영화가 되었겠지.

‘프리티 보이’라는 본인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은 '귀엽다. 예쁘장하게 생겼다' 이런 말 별로 안 좋아하지 않는가? 사실 성격이 그렇게 여성스럽지는 않다. 내 남자다움이 얼굴에서 나타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성격대로만 강동원이라는 사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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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영화 중 ‘이거다’ 싶을 정도로 좋았던 작품은?
<올드보이>하고 <살인의 추억>이 참 좋았다.



혹시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이 맡았던 역할이 탐났던 것은 아닌가?
그렇다. 약해 보이지만 내면에 강함을 품고 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적인 캐릭터. 특히 그 눈빛 연기가 부러웠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봄날은 간다> 같은 멜로 영화는 어떤가?
멜로 영화 보다는, 아무래도 사투리를 잘 쓰니까 <친구>같은 남자 영화 한번 해보고 싶다.(웃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역할이 있다면?
매운 고추 먹고, 동네 사람들한테 맞고, 희철 같은 역할은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다(웃음). 사실 화끈하게 치고 받고 그런 게 낫지. 지금 찍고 있는 <늑대의 유혹>에서는 그런 장면이 좀 나온다.

닮고 싶은 연기자가 있는가?
내 연기 선생님인 신용욱이다. 연극 하시는 분인데, 정말 열심히 하는 '독기'가 철철 넘치는 배우다. 사실 나는 이 쪽에 관련된 것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감독, 배우 이름도 잘 모르고, '열정' 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런데 그 분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꼭 닮고 싶은 분이다. 또한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 선배의 연기가 참 좋았다. 남성적이면서 액션도 있고,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연기 꼭 하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인가에 미쳐본 경험이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우표 수집에 미쳤었고, 중학교 때는 노는 데 미쳤었다.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에 있어서 말 그대로 '해방'이었다. 밤마다 친구들과 기숙사 2층에서 뛰어내려 밖으로 술 먹으러 갈 정도로 술에 미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또 몇 달 공부에 미쳐서 대학에 입학했지만, 모델 일 하기 전까지는 무의미한 삶 그 자체였다. 요즘에는 신발 모으는 것하고, 게임에 미쳐있다.

쉬는 시간엔 주로 무엇을 하는지?
배우이긴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잘 안 본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부러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그것 말고 취미는 음악듣고, 게임하고 웹 서핑하고 그런 것들이다.

나이답지 않게 모두 정적인 취미들이다.
원래는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체력을 쓸 여유가 없다. 아쉽다.

10년 후 강동원은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까?
모든 배우들이 다 원하는 것이겠지만,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요즘 갑자기 인기가 오른 것 같기는 한데.(웃음), 내 갈 길을 꾸준히 가면서, 좋은 사람들이랑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2004년은 한국 영화의 물결이다. <그녀를 믿지마세요>는 어느 정도 들 것 같은가?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500만만 넘으면 소원이 없겠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그래도 한 5백만(웃음)

후속 작품 계획은?
지금도 시나리오는 몇 개 읽어보고 있기는 한데, 이제는 쉬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예전에도 공부하다 진도가 안 나가면 무작정 쉬곤 했다. 연기자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늑대의 유혹>이 끝나는 4월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