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칼럼은 2013년 11월 30일자로 "아딸라와 오래된 코로나"에서 발행되었던 글입니다.
(될 성 부른 배우들은 뭔가가 다르다: http://atala.tistory.com/250 )
tv 속 배우들을 보다 보면 화면 한 두께를 뚫고 나와 내게 어떤 영감을 주는 이들이 있다. 당장은 뜨고 있지 않지만 곧 뜰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배우들, 그리고 그 예상을 그대로 적중해 지금 대중과 관계자,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그들. 그들의 공통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한번 살펴 보았다.
# 대중들은 어떤 데 매혹되나?
배우라는 직업은 - 상업적 예술인이다.
상업성을 지향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중들은 그들에게 다른 한편으로는 아티스트로서의 어떤 것을 기대한다. 상업성이라는 것은 그들의 외모와 이미지가 주는 매력적인 부분에서 생겨 난다. 이 상업성을 극대화해서 어필하기 위해 배우들은 외모를 치장한다. 최대한 드레스 업 한 채로 화보를 찍기도 하고 각종 시사회장과 런칭쇼등에 고급스런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하며 나타나기도 한다. 상업성을 업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배역을 고를 때에도 그런 점이 가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선한 이미지, 지고지순한 이미지, 성실한 이미지, 혹은 섹시한 이미지, 트렌디한 이미지, 럭셔리한 이미지, 쿨한 이미지, 당찬 이미지. 자신의 상업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 어떤 한 방향을 목표로 하여 그에 부합되는 배역을 선택한다.
그러나, 대중들은 여전히 배우들에게 있어 아티스트로서의 열정도 기대한다.
예술인으로서의 배우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즉, 다른 말로 해서 배우가 예술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드러난 현상으로 얘기하자면 대중들에게 배우가 예술인의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중들이 배우에게 있어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기대하는 것은 배우라는 직업에 고귀함을 부여하고 싶음이다. 돈버는 광대, 그 이상의 것임을 믿고 싶은 것이다.
기실 배우는 다른 아티스트들에 종속된 모델일 뿐이다. 감독, 작가등이 그려 나가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 내며 그들의 예술 세계를 구현시켜 주는 모델. 즉 도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배우들이 예술가로서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작품 선택'이 있겠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서 '적극성'이 드러나게 된다. 맡고 싶은 배역이 어떤 것이라는 - 그들 자신의 (배우로서의 ) 목표와 취향, 기준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도전 의식'이 드러난다.
강동원이 '늑대의 유혹'을 선택했던 이유는 그의 인터뷰에서 나오듯, 인지도를 높여 다음 작품에서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즉, 높아진 상업성으로써 아티스트로서의 날개를 달고 싶다는 것이었다. 상업성이 아티스트로서의 무기가 되고 도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늑대의 유혹 같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다음 번에도 늑대의 유혹같은 작품에 캐스팅되기 위함이라면? 사극 옷을 입었다가 수트를 입었다가 머리를 올려 붙였다가 길게 늘어 뜨렸다가 - 배역과 외양만 바뀌었을 뿐이지 지향하는 목표 점은 여전히 그대로 '늑대의 유혹'의 다른 버전들일 뿐이라면?
시대는 바뀌었다. 외모와 이미지만으로 잠깐은 반짝할 수 있겠지만, 롱런하는 배우들 중에 그런 배우들이 있나 한번 살펴봐라. 사람들은 '우상'을 원한다. 우상은 멋져야 된다. 깊이감을 가지지 않은 얄팍한 이미지는 대중을 잠깐 현혹시킬 뿐이다. 돈만 버는 광대는 절대로 우상이라는 그 자리를 점할 수 없다.
# 여배우와 남배우
시대의 아이콘으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면모. 이 두가지가 적용되는 예는 여배우와 남배우의 경우 약간은 다른 것 같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젊은 날 가장 아름다운 때에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추앙되고 싶은 열망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되기 위해 여배우의 경우, 이미지와 아티스트 사이의 밸런스는 비슷하거나 혹은 이미지 쪽이 조금 더 크게 작용한다. 물론 여배우도 중 장년의 연령대로 옮겨가면서부터는 '이미지'로 어필하는 것은 끝을 본다.
남자 배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아티스트로서의 면모가 조금 더 강조된다. 왜일까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남자 배우는 여자 배우보다 배우로서 전성기가 조금 더 길기 때문에 이미지만으로 생명력을 연장시켜 나가는 게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남자 배우에게 기대되는 것이 여배우들보다는 조금 더 강한 '힘의 연기'와 잠재된 카리스마를 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배우로서 매력을 가지고 또 남자 배우로서 극 속에서 스스로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남성성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샤방한 '이미지' 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능동성'과 '적극성', '열정', '과감함' 그리고 '도전의식'등이 필요하다. 그것은 실제 배우에게 있는 에너지 - 매력이라는 것의 유사어 - 로서 어떻게든 화면을 통해 어필되기 마련이다. 어떤 계기를 통해 대중들에게도 전달되어서 배우의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강하게 인지된다. 이것은 또한 상호적인 것으로서 '연기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송중기
송중기를 처음 봤을 때 그렇고 그런 꽃미남 신인 들 중 하나로 봤다. 연약해 보여서 남자배우로서 필수 덕목인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꽃을 물고 '꽃미남 시리즈'의 화보들을 연달아 찍을 때는 스스로 배우 아이돌의 자리를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나 싶기도 했다. 노트북 CF를 찍을 때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날리는' 헤어스타일을 보였었다. 외모에 갇히겠다 싶어 답답하게 느껴졌다.
달리 보게 된 계기는 우습게도 평상시 우연찮게 찍힌 인터뷰 영상들이나 사진들 속에서였다. 동네 이발소에서 잘랐나 싶게 떠꺼머리를 해 가지고 나타났다. 입은 옷도, 갓 봉지에서 꺼낸 날선 새 티셔츠가 아니라 후줄근한 생활 티셔츠 그대로였다.
생활인으로서의 자신을 분리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스타 안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전달되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인식도 전달되었다고 하면 좀 억지일까?
극에 들어 가면 배역에 맡게 자신의 외양을 연출하지만 절대 배역 속 자신과 실제의 자신을 혼동하지 않는 느낌? 자신의 외모와 옷차림새는 철저히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마인드도 전해지는 듯 하고. 이런 배우에게 꽃다운 미모란 역할을 따내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한 티켓이고 그것이 혹여 장애가 될 경우엔 서슴없이 망가지는 용감함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이건 그대로 실현이 되어졌다.
'늑대 소년'에 출연한 것이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는 핸디캡에다가 한번도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꾀죄죄한 몰골이다. 대사도 변변한 게 없다. 우어어어~이 정도. 어느 누가 이 역할을 욕심냈을까?
상업적 성공이 꽤 확실해 보이던 작품도 아니었고 그 자신의 꽃스런 이미지에 도움이 될만한 배역도 아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게 '착한 남자'이다.
어둡고 칙칙하고 꽤나 추적거리는 '신파극'으로 보였다. 작가가 그 쪽으로 유명한 작가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착한 남자는 유독 더 신파적이었다. 문채원도 나왔다. 신선한 이미지로 잘 나가는 그들이 왜 이 복고풍의 신파극에 나왔을까? 이런 경우 보통 사생활 부분에서 사고를 쳐서 신선한 이미지는 쫑치고 다른 쪽으로 이미지 변신을 재고해야 되는 스타가 나오거나, 청춘 스타로서 유효 기간을 끝낸 스타들이 이런 데에 나오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한창 상종가인 그들이 왜 여기에 출연을 했을까나?
게다가 역할을 보니 남자 주연 배우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요구하는 역할이었다. 미모로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며 돈을 뜯어 내고 - 이걸 위해서는 마성의 매력을 가져야 한다 - 죽을 듯이 사랑하고 또 복수하고. 극한의 감정들을 오가며 보여야 되는 역할이었다. 극의 중심인 그가 무너지면 이 드라마 전체가 무너질 것 같이 보이는 구성이다. 이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대단한 배포.
이건 그가 '배우'로서 뭔가를 해 보겠다는 욕심이 많은 때문이라고 읽히는 수 밖에 없다.
성균관 스캔들로 인지도를 쌓고 난 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추후 수순은 - 자신의 꽃스런 장점을 극대화 해서 굳히기 한 판 들어 가는 것이었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소녀와 알콩달콩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코메디물 정도?
그러나 이후 행보는 파격에 파격을 더해 뿌리깊은 나무에서 작은 배역인 한석규의 아역을 맡더니 그 후 맡는 배역마다 상식선을 뛰어 넘는 도전적인 행보.
착한 남자 이후 인터뷰 기사를 보니 역을 맡고 촬영 들어 가기 전의 잠깐 동안의 준비 기간동안 혼자 여행을 떠났단다. 욕심이 나서 맡긴 했는데 덜컥 겁이 나기도 하고 해서 마음을 다 잡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고. 온 어깨에 매어 달린 그 두려움과 책임감들이 조금은 전달된다.
이런 배역들의 경우 배우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성사되기 힘들다. 소속사에서 따 오는 배역들은 성공 확률이 높은 것들이다. 그들이 보는 배우의 능력치보다 쉬운 것으로 따 온다. 모험과 도전은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지 주변에서 떠 맡겨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다닌다는 정보를 나는 아주 늦게야 알았다. 그의 '의식있는' 행보들이 어디서 연유되었나 궁금해서 프로필들을 뒤져보다가 알게 된 것이다. 그의 영리함을 증명하는 이력서상의 증거라고나 할까? 경영학과인데 왜 배우가 되게 되었을까? 이것도 궁금해서 알아 보니 원래 배우가 되고 싶어 연극영화과를 진학하려 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경영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그 정도 성적이었으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배우 아닌 쪽으로 욕심이 날 만도 했겠다.
그의 작품 행보를 보면 그의 욕심이 전해진다. 배우로서의 열정. 이런 것들의 시작이 바로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였다. 하고 싶었던 것, 간절히 원했던 것을 하고 있는 자의 뜨거움이 전해진다.
얼굴이 잘나서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거나, 대학 진학 시에 성적으로는 갈 만한 데가 신통치 않아 단역으로 출연한 경력을 이고는 연극영화과에 턱걸이 입학하는 경우. 소속사의 수익을 위해 영역을 넓히는 일환으로 생각지 않았던 배우로 진입하게 되는 경우. 시작이 이렇더라도 이후 열정과 도전 의식이 느껴진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배우를 하고 싶어했던 이에게 조금 더 아티스트로의 어드밴티지가 얹혀진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다.
만약 그가 맡았던 작품들이 그리 성공을 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흥행이 아쉽긴 해도 송중기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업되면 업되었지 훼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 뻔해 보였던 작품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모냥빠지는 일이 되겠지만, 이건 그렇지가 않다.
위에서 나는 아티스트로서의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능동성'과 '적극성', '열정', '과감함' 그리고 '도전의식' 을 꼽았다. 여기서 과감함이란 다음을 얘기한다.
예전 주말 아침에 하는 체육 오락 프로그램이 있었다. 대학생들이 출연했었다. 갖가지 장애물들을 빠른 시간에 통과해야 성공하는 룰이었다. 한 발 한 발 조심해서 내디디고 정확한 각도로 몸을 굴려서 마침내 성공하는 사람도 있었고 미친 것처럼 과감하게 발을 내디디고 점프를 해서 극적으로 성공해 내는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후자가 열광을 이끌어 냈다. - 세상을 사는 데에 필요한 현명함이란 물론 철저한 계획과 조심성 이겠지만, 멋져 보이는 것은 과감하고 거침없이 발을 내디디는 사람인 것이다. - 그러다가 고꾸라지더라도 그 용기와 과감함은 젊음의 상징처럼 보였고 피를 뜨겁게 해 주었다. 예술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런 또라이같은 과감함이다.
송중기는 바로 이런 -'능동성'과 '적극성', '열정', '과감함' 그리고 '도전의식' 을 가진 배우이다.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열정은 우리를 뜨겁게 해 줄 것이다.
군에 가고 나서 적었던 칼럼입니다.
송중기와 더불어 김수현, 박신혜, 문근영, 소이현, 고아라 등의 특장점에 대해 적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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