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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JoongKi)/잡지·화보·인터뷰

[송중기] 2012년 11월호 W 코리아 인터뷰 - 배우 송중기는 어떤 사람일까?




수요일 밤이었다.


"죄송해요. 모니터링하느라 늦었습니다." 화보 촬영을 마치고 서둘러 어디론가 사라진 송중기가 다시 인터뷰 테이블에 와 앉기까지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착한 남자>가 시작되는 밤 10시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사과를 건네며 고개를 속이는 이 배우의 크루아상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아 올린 머리카락 사이로, 미처 뽑을 틈도 없던 머리핀이 삐죽 솟아 있었다.



"안 챙겨 볼 수가 없어요. 이번 주 방송을 못 보면 다음 주에 감정 연결이 힘드니까요."


그렇게 보지 않으려 해도 영락없는 모범생이다.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한 그가 성균관 대학교에서 연기 계통의 전공이 아니라 경영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제법 화제가 되기도 했다.

좋은 대학을 나온 배우가 연기 두뇌나 신경까지 뛰어나란 법은 없지만, 송중기는 영화와 드라마를 요령 좋게 오가며 썩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왔다.



"제 이미지는 서울우유죠."



잘 생겼다는 단어만으로 뭔가 정확하지 않다 싶었는데 뜻밖에도 가감없이 그 느낌을 끄집어내 발설한 건 송중기 자신이었다.


그리고 스물 여덟의 남자가 '우유같은 이미지에 대해 얘기하며 자조적인 뉘앙스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꽃노래도 한철이고, 걸그룹도 마냥 맑을 순 없으니까.


하지만 어지간한 소녀보다 더 뽀안 피부와 붉은 입술을 가진 이 청년은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갑자기 우유가 치즈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휴대폰 바탕 화면에 누가 저장되어 있는지 아냐고 물으며 보여주는 사진은 배우 박근형의 주름진 얼굴 클로즈업이었다.


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5년. 어떤 여배우와 있을 때보다 손현주 선배, 한석규 선배와 함께일때 가슴이 뛰었다고 말하며 또래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높이 올라가기보다 넓어지고 싶다며 눈동자를 빛내는 이 청년에게 더 무엇이 필요할까? 송중기가 우유라면, 질 좋은 우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속에 잘 숙성해서 요거트도 되고 치즈도 되고, 언젠가는 푸른 곰팡이까지 피워낼 수 있는.








드라마 모니터링할 여유가 없는 채로 촬영하는 배우들을 많이 봤다. <착한 남자>의 경우엔 일정이 그리 쫓기지는 않는 모양이다.


물론 배우가 여유를 가지고 고민할 시간이 있는 영화 현장과는 생리가 아예 다르다.


그런 이유로 영화만 고집하는 배우도 있다고 알고 있고.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매력이 장난 아니게 있다. 


현실적으로 환경을 단숨에 바꾸기 어렵다면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거다.


우리 현장은 그 해답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의 호흡이 잘 맞아서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연 누나는 인상이 강해서 세게 봤는데 그렇게 소탈할 수가 없다. 채원 씨는 도도한 새침데기 같았는데 현장에서 가장 열정적인 배우다. 농담이 아니라 우리 드라마에서는 나만 잘하면 된다 (웃음)


배우로서 송중기의 장점이라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경희 작가 작품은 강물과라기보다 태풍이나 토네이도 류인데, 이렇게 휘몰아치는 격정 멜로가 본인과 잘 안 맞을 거란 두려움은 없었나?


매니저들, 친한 감독님들에게 '너한테 어울리는 드라마는 홍자매 드라마고 김은숙 작가 드라마다' 이런 얘기를 늘 들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송중기라는 배우의 이미지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 이미지는 서울우유다.

대중의 생각이라면, [성균관 스캔들] 에서의 말랑말랑하고 경쾌한 송중기를 현대판 로맨스에서 보고 싶은 욕망에 가까울 거다. 


그래서인지 [성균관 스캔들] 다음 작품으로 [뿌리 깊은 나무]를 선택했을 때 많이 놀라시더라. 데뷔 이후로 가장 뿌듯한 선택이 바로 [ 뿌리깊은 나무]를 한 거다. 


사실 16부작, 20부작 드라마가 들어 오고 있었고 주연배우로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시점이었다. 27세에 아역에다 카메오 정도인 4회 출연이라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대본을 읽으니 그런 망설임이 싹 없어지더라. [착한 남자]를 선택할 때도 비슷했다. 결정하는 데 단 10초 걸렸다.


원래 판단이나 결정이 빠른 타입인가?


사람을 믿으면 그런 편이다. 내 첫 주연 드라마라는 사실보다 이경희 작가님 드라마를 한다는 의미가 더 컸다.


아직도 아침에 눈뜨면 설렌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다행인데 안 나왔어도 속상하지만 후회는 없었을 거 같다.


겉보기에 자극적이고 센 요소들이 많다. 불륜, 치정, 배신, 살인... 하지만 핵심은 세 주인공의 감정이고, 그런 면에서 작가님의 전공인 정통 멜로의 강점이 나오고 있다.


외모에 대한 칭찬이라면 지겹도록 들었을 거다. [성균관 스캔들 ] 때 김태희 작가가 " 중기는 너무 잘생겼기 때문에 존재감을 보여줄 거라 확신했고, 그래서 강력하게 캐스팅을 주장했다"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담백하게 당신의 잘생긴 외모와 그것이 가지는 이점을 인정하는 멘트라서.


배우에게 외모란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구용하라는 인물은 분명히 비주얼 때문에 나에게 온 캐릭터였다.


알 파치노처럼 연기한다고 해도 그 캐릭터만큼은 안 어울릴 수 있다.


작가님한테 "저는 얼굴마담이었던 거죠/" 라고 농반 진반으로 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밝고 까불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속에 무궁무진한 뭔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나로서는 가장 잠 못 자면서 고민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배우란 직업의 시작은 외모 덕분에 출발한 게 맞지만, 감사하게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는 그 안에 뭔가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뿌리깊은 나무] 도 그런 의미에서 선택했고, 욕먹든 위집어 터지든 말든 해 보자....


 [성균관 스캔들]에 대해 단순히 잘생기고 연기 못하는 애들이 나오는 트렌디 드라마 아닐까 하고 선입견을 갖는 사람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한테만큼은 의미있는 드라마였다. 인지도도 광고도 가져다줬고, 공부도 고민도 많이 하게 했다 (웃음)


화사하게 예쁜 남자 배우들의 경우, 그 예쁨을 극복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강동원이라면 능글능글한 마초성, 조인성은 나약하고 찌질한 코드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한 단계 올라섰다. 송중기가 남자다움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그건 어떤 코드를 통한 접근일 것 같은가?


인성이 형이 서너 달 전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다. 


"잘 생긴 배우들이 오히려 연기 고민을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셔도 된다"고. 욕먹을 수도 있는 얘기지만 사실 잘생긴 배우가 외모 때문에 거절 당하는 작품이 더 많고, 외모 콤플렉스를 갖는 경우도 있다.





욕먹을 만하다. 극소수의 미남 클럽만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겠다 (웃음)


인성이 형이랑 지내면서 배운 건 조바심을 내지 말자는 거다. 노인네 같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물 흘러가듯'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예전에는 내 외모의 한계가 상처가 됐다.


예를 들어 '더블유'화보는 찍었지만 지큐랑 에스콰이어는 왜 촬영하자는 얘기가 없을까, 나한테서 남자 냄새가 안 풍기나?' 속상한 거다. '나는 왜 누아르가 안 들어오지?' 이런 느낌인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지금의 난데 어쩌겠다. 


지금의 내가 소녀 잡지풍이면 그런 느낌에 어울리게 잘하면 되지, 꼭 누아르를 해야 하나? 그런 역할을 맡기만 하면 갑자기 좋은 배우가 되나? 또래 배우들과 은연중에 자신을 비교하고 있는 나를 의식할 때면 냉정하게 생각을 다잡는다. '내가 왜 자꾸 위로 올라가려고만 하지? 그럼 내려오는 길밖에 없는데 ...' 내 나이에만 경험할 수 있는 걸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내 인생의 마지막 소년이라는 마음으로 [늑대 소년]을 선택하기도 했고.



스스로도 또래 배우들과 비교한다고 했지만, 더 일찍 데뷔한 또래들에 비해 당신은 활기가 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노련함을 얻은 대신 이미 지쳐 보이는 배우들도 많다.



드라마 [ 추적자]에 한동안 바져 있었는데, 얼마 전 손현주 선배님과 한잔할 기회가 생겼다. 그 어떤 여배우랑 있을 대보다 설레는 경험이었다 (웃음).

비교하자면 한석규 선배님이랑 있을 때 정도?


그 때 선배님 말씀이 너무 깊이 남았다.


"짜증내지 말고, 투덜대지 마. 그 드라마 그 영화, 매니저가 억지로 시킨 거야? 누가 강요한 적 없어. 힘들면 연기 관두면 돼. 간단하지."


그 어떤 연기론을 들을 때보다 이런 기본을 얘기하는 선배님이 진심으로 우러러보였다. 

이 얘기를 내 침대 머리맡에 커다랗게 적어놨다.


"투덜대지 말자. 힘들면 안 하면 돼" 라고. 내 휴대폰 바탕 화면은 박근형 선생님 사진이다. 그런 분들처럼 오래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그러려면 지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남자 선배 , 형들 얘기를 참 많이 하고, 그 얘기에서 애정이 묻어난다.


친한 친구인 이광수가 늘 호불호를 너무 드러낸다고 지적하는데,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하고만 잘 지내는 편이다.

군대간 임주환형, 조인성 선배, 차태형 선배와 친하게 어울린다. 진지한 얘기는 서로 잘 안 하지만 큰 힘이 되는 선배들이다. 툭툭 던지는 농담 속에 진심이 들어 있는 편이다. 차태현 형은 그게 전공이고... 기본적으로 형님들에게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넓어지는 걸 좋아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연예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지는 장점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 티끌 모아 로맨스] 에서 보이는 방학 대학생같은 모습, 생활인으로서의 감각 같은 것.



비슷한 생각을 한다. 나라고 배우를 일찍 시작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입시 때 연극영화과로 진학할가 고민했는데, 그만 점수가 남아 버렸다. (웃음)


아버지 반대 때문이라고 기사에 나가기도 했는데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 스스로 확신이 있었다면 아버지가 아무리 반대하셔도 밀어붙였을 거다. 평범한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생활하고, 그 이후에 일을 시작한 게 결과론적이지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발이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에 욕심을 내는 면도 분명히 있다.



배우들은 관점에 따라 삶에 생기는 빈틈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는 경험 자산이 느는 거니까, 토크쇼에서 하정우가 비슷한 얘기를 했고.


그 화를 나도 몇 번이고 다시보기 했다. 하정우 선배는 참 특이한 매력을 갖고 있다. 


남자가 봐도 멋있는데, 그 멋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원래 토크쇼를 보거나 잡지 인터뷰 읽는 걸 좋아한다. 연예인, 정치인, 경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들여다 보면 좋은 쪽으로든 반대로든 배울 게 참 많다.


반듯하니 공부 잘하는 모범생 이미지가 강하다. '어벙한 연기에서까지 장면을 지나치게 파악하고 있다 ' 이런 연기평을 읽기도 했는데.

그 기사를 나도 읽었는데, 처음에는 속상했다. 그러고 나서 모자 눌러 쓰고 극장에 혼자 가서 다시 봤는데, 나한테서 진짜 그런 면이 보이더라. 예를 들어 똑같이 한껏 난장을 부려야 하는 장면에서도 [ 파이란] 의 최민식 선배님같은 경지의 찌질함은 나오지 않는 거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해도 아직 그런 내공이 나한테 없는 게 사실이니까. 


시간을 가지고 오래 채우고 해결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타고난 색깔이 파란색이라고 본다면, 파란색을 아주 선명하게 잘 보여줘서 '그래, 쟤는 파란색인 것 같아' 라는 인식을 느끼게 해줬다면 성공이지 않나. 근데 갑자기 주황색 해봐야지 하면, 그게 망하는 지름길 같다.



근데 배우들은 다들 그런 강박이 생기나 보다. 파란색 한 번 하고 나면 다음은 주황색으로 가야 할 것 같은 이상한 의무감.



친한 선배들이 그런 조언을 많이 해 준다.


'파란색 성공했으면 다음엔 하늘색을 하고 연두색을 하고 초록색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주황색이 될 거야. 발간색이 나올 거야. 그러고 나면 피 터지는 거 맘껏 할 수 있어. 그 다음부터는 네가 골라 먹어도 되는 거야.' 욕심은 부리되 도를 넘진 않으며 가려고 한다. 나 참 현실적인 사람같지 않나? 내가 봐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웃음)


영리한 사람같다. 오늘 만나보니 당신의 성격은 연기했던 다른 캐릭터들보다 영화 [ 티끌 모아 로맨스] 에서 한예슬이 했던 홍실에 가까운 것 같다. 


맞다. 오히려 예슬 누나가 지웅이처럼 허당인 면이 많다. 하지만 똑똑하다 보면 똑부러진다는 얘기도 늘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봐도 나는 지금이 전성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 때 더 조심해야 할 거다. 좀 더 차분하자, 한 번 더 생각하자, 말과 행동을 조심하자고 다짐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는 내가 또 다시 처량할 대도 있다. 아, 외로워죽겠는데 조심하느라 연애도 못하는구나.... (웃음)



못할 건 또 뭔가. 다들 몰래몰래 잘하던데.


맞다. 몰래몰래. 아무튼 난 연애관만큼은 프리하게 가지려고 한다.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성장도 하고 깊어지니까. 안 그러면 너무 쓸쓸해질 거 같다. 이 직업이


에디터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