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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패턴의 티셔츠, 트라우저, 에피 레더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실크 집업 셔츠, 라이닝 가죽 재킷, 트라우저,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면 티셔츠는 Louis Vuitton 제품.
파자마 수트, 실크 스카프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니트 풀오버, 심플한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BEHIND THE SCENE
송중기의 아주 사적인 시간 홍콩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첫 화가 방영되던 날, 우리는 페닌슐라 호텔 꼭대기 층 스위트에서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들이 뿜어내는 낭만적인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경을 감상하기에 이상적인 밤이었다. 화보 촬영과 인터뷰, 파파라치와 팬들 사이에서 송중기와 네 번의 식사와 한 번의 술자리를 갖고 나자 그가 얼마나 사리분별 정확한 서른두 살의 남자인지, 또 그 정확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얼마나 도전적인 배우 인생을 꾸려갈지 기대가 샘솟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13화의 마지막 부분. 강모연(송혜교)은 총상으로 실려온 환자를 마중하러 다급히 뛰어간다. 구급차 문이 열리자 그 안에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피칠갑을 한 채 의식 없이 누워 있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그 자리에 굳어버린 강모연을 따라 경악한 여자 스태프들에게 송중기가 장난스러운 명랑조로 말했다. “나 저 때 진짜 잠들었었어. 전날 밤샘 촬영했었나, 아주 꿀잠을 잤어.” <바자>와의 촬영 현장.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머리를 내맡긴 채 스마트폰으로 어젯밤 방영된 방송을 챙겨 보며 송중기는 사뭇 진지한 얼굴이고 드라마는 계속된다.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응급환자의 담당 의사이자 ‘여친’으로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치료 중인 강모연에게 간신히 깨어난 유시진이 묻는다. “나랑 같이 실려온 총상 환자 살았습니까?” 그렇다면 송중기는? “오늘 저녁 뭐 먹냐고 물었죠.(웃음)” <태양의 후예>가 방영되는 내내 송중기는 그 어떤 시청자보다도 충실하게 ‘본방’을 사수했다. 100% 사전제작 작품이라 열화와 같은 인기도 얼떨떨하고 드라마가 얼마나 잘 나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 “다음 주면 ‘막방’인데 그날도 집에서 보고 있을 거 같아요. 마지막 회를 봐야 이 모든 게 비로소 실감이 날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도… 뭔가 훅 올라오면서 울 거 같은데요.(웃음)” 시간을 돌려 그가 강원도 22사단 수색대대 앞에서 전역 신고식을 치른 2015년 5월 26일로 돌아가보자. “작가님, 감독님, 주연 배우들이 너무 감사하게도 아침부터 고성까지 와주셨어요. 그날 낮술 엄청 먹었죠. 와… 정말이지 오래된 일이네요.” 이틀 뒤에 대본 리딩하고 열흘 후부터 촬영에 들어간 <태양의 후예> 덕에 송중기는 제대 후 7개월 동안 ‘다나까’ 말투를 버리지 못한 채 그리스 자킨토스 섬과 강원도 태백 등지를 군복 차림으로 누볐다. 알다시피 그 결과물은 시청률 30%가 넘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았고, 더 나아가 해외 32개국 판권 판매 계약을 마치며 꺼져가는 한류에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다. 홍콩 Viu TV 개국 기념 첫 드라마로 <태양의 후예>가 선정되면서 두 주연 배우가 참여한 프로모션 행사는 그가 경험할 ‘놀라운 일’의 시작일 거다. 놀랍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콩에서는 한류가 실시간이라는 말을 듣고도 호텔의 모든 출구(심지어 보안 팀이 제안한 비밀 통로까지!)마다 진을 치고 있는 팬들과 파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펼쳐야 했던 작전은 알파 팀 못지않았다. 그 자세한 과정은 작전상 비밀에 부쳐야겠지만 한 시간 남짓 송중기가 홍콩 거리에 발 딛게 하기 위해 정말이지 쫄깃한 일들이 펼쳐졌다. 한편 서울에서는 극장이건 사무실이건 카페건 시선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오갔던 송중기는 팬들의 기념 촬영이나 사인 요청에 기꺼이 응수하면서도 좀 답답한 모양이었다. 노 메이크업에 아침 식사를 하다가도 사진을 찍혀야 하고(스마트폰을 허리께 들고 시침 뗀 제스처로 ‘도촬’하던 팬의 신속정확함이란!), 공항처럼 퍼블릭 오픈된 장소에 갈 때는 반드시 시큐리티가 동원되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터. “그래도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는, 말도 통하지 않는 분들이 이렇게 우리 드라마를 좋아하고 저에게 관심 가져주신다는 게 너무나 신기합니다. 게다가 제 역할이 군인이잖아요. 해외에서는 군대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 많이 다를 텐데 공감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좋아해주시는 거 보니까 감사할 따름입니다.” 송중기는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글로벌 스타덤에 욕심과 긴장 없이 유유히 올라탈 준비가 돼 있다. “예전에 지금보다 더 바쁜 적이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뭐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통장에 돈은 쌓이는데 이게 뭔가 싶고 일의 즐거움을 만끽할 여유가 없었죠. 그래서 다시 한 번 사이클이 왔을 때는 그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흘려 보내진 않을 겁니다. <태양의 후예>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게도 많은 결과물을 얻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중요한 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저 너무 애늙은이 같습니까?(웃음)” 국가대표를 꿈꾸는 스케이트 선수였던 청소년기를 보내고 TV 퀴즈 프로그램에 펑크 난 출연자의 대타로 나간 후 인터넷 팬 카페가 생긴 S대 얼짱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 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연기학원 수강생에서 새로운 한류의 중심이 된 송중기. 그는 이번 화보 촬영을 함께한 사진가 김재훈의 말에 따르면 “참 그대로”다. “똑똑해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아는 거죠.” 10여 년 전, 한 패션 브랜드의 일반인 모델 촬영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절친한 형동생으로 지내왔다.(비슷한 체구에 준수한 외모의 김재훈은 몇몇 팬들이 송중기로 착각해 교란 작전에 큰 도움을 주며 훈훈한 투 샷을 이루었다.) 김재훈이 누군가의 어시스턴트였다가 사진가로 독립할 때 아이맥을 선물했던 송중기는 홍콩 촬영 첫날 직접 그의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33개의 초를 다 꽂아야 한다고 우겼다. 평소의 송중기는 건강한 활기와 침착한 집중 모드를 오갔는데 무엇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곁에서 유시진 식 농담을 할 때 가장 편해 보였다. 사흘째 되던 밤, 송중기는 마주 앉은 기자에게도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고, 그가 여전히 ‘늑대소년’ 같은 무구한 눈망울에 연한 커피우유색 피부로 돌아왔을 때부터 묻고 싶은 것이 많았기에 인터뷰는 끝이 날 줄 몰랐다. 이어지는 문답에서 유시진을 떠올리든 송중기를 떠올리든 그건 읽는 사람의 자유지만 홍콩에서의 사적인 시간을 함께한 후로 <태양의 후예>를 볼 때면 그 두 남자가 완벽하게 겹쳐 보인다는 말은 해두고 싶다.
<태양의 후예> 팀 회식할 때 무슨 이야기 해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기사가 많이 나고 시청률 수치를 보면 놀랍긴 한데 배우 대부분이 사전제작을 처음 해봐서 그런지 인기가 막 와닿진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사전제작이 아닐 때는 막방하는 날까지 촬영을 하기 때문에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아서 훨씬 실감이 나거든요. 아무튼 방영하기 전에는 막방 시청률이 10% 후반대만 나와도 선전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이 작품으로 드라마를 처음 한 배우들은 “드라마가 원래 이렇게 시청률 잘 나오냐”고 묻고, 그럼 우리는 “절대 아니”라고 하죠.(웃음) 오히려 지금 홍콩에 와서 보니 인기가 실감 나요. 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을 요건으로는 군대 제대 직후의 작품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맞춤 캐릭터라는 것과 그동안 숱한 히트작을 선보인 김은숙 작가의 대본이라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2014년 크리스마스 즈음 대본을 받고 이틀 만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4회까지 받았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대본이 정말 빨리빨리 넘어갔죠. 캐릭터의 매력은 구두 계약을 한 후 다시 읽었을 때 눈에 들어왔고 처음 봤을 때는 무엇보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했습니다. 빨리 전역하고 싶었죠. 이 이야기 속에서 얼른 연기하고 싶었어요. 사실 군인이라는 역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내가 군대에서 건강하게 잘 지냈고, 군 문제 관련해 떳떳하지 않을 일이 없으니까 이 작품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저는 어떤 작품을 해도 대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를 할 때 ‘아, 책이 재미있으면 주인공이 아닌 작은 역할이라도 사는구나’ 하는 걸 많이 배웠어요. 배역의 대소를 따지는 일, 내 캐릭터가 돋보이지 않는다고 신경 쓰는 일, 다른 캐릭터가 더 두드러진다고 불만 갖는 일이 정말 에너지 낭비구나…. 그래서 저에게는 책, 대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군대 가기 전 출연한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도 이경희 작가의 작품을 평소 좋아해서 시놉시스도 안 보고 결정했다고 들었어요. 이경희 작가님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이 있으니까요.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제일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고맙습니다>라는 작품을 몰입해서 봤습니다. 오랜만에 처절한 복수극을 쓰신다고 하기에 “네, 할게요.” 했어요.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던 차라 더할 나위 없었죠. 김은숙 작가님도 워낙 재미있는 작품을 써주시는 분이니 당시 군인이었던 제게 대본을 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습니다. 제대 후 첫 작품이라는 것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에 더욱더 책에 기대고 싶었어요. “내 안에 너 있다.”(<파리의 연인>) “나 너 좋아하냐?”(<상속자들>)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김은숙 작가표 명대사들이 탄생했어요.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심쿵’하게 하는 대사들, 귀에 꽂히는 훅이 있는 대사로는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요. 그 대사들을 직접 발화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어땠나요? 화려한 대사의 향연이 눈보다도 귀를 먼저 잡아 끄는 매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직접 하거나 들었던, 실제로 썼던 말들이래요. 사람들은 “실제로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겠어?” 하는데 현실에서 주고받았던 말들이라는 게 재밌는 거죠. 물론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 조금 과장된 것도 있겠지만. 그래서 저는, 작가님께서도 직접 했던 말들이라고 하시니, 현실감을 떨어뜨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연기할 때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대사 치는 재미도 좋고요. 대본을 읽을 때는 말씀하신 우려가 들 수도 있는데 막상 현장에서 리허설하고 슛 들어가면 대사 오갈 때 리드미컬한 템포가 생겨서 핑퐁하듯 재밌어요. 대사도 잘 외워지고요. 지금도 입안에 맴도는 대사가 있어요? 혹시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웃음) 그 대사를 처음 봤을 때 신선하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까지 좋아해주실 줄 몰랐습니다. 제가 연기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건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였어요. 이 대사를 하는데 ‘아, 이 여자 봐라’ 하는 생각도 들고, 첫 회에 이 짧은 대사로 모연이랑 시진이 캐릭터가 십분 표현되는 느낌이 들어서 혜교 누나랑 재미있게 연기했습니다. “~하지 말입니다” 말투는 원래 대본에 있는 정도로만 살린 건가요? 대본에 벗어나서 한 건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다나까’ 말투가 입에 밴 상태니까 너무 편했고 진구 형을 비롯해 배우들 거의 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서 어색해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예상을 못했죠. 군대 말투가 이렇게 유행하게 될 줄은….(웃음) 두 커플이 무탈하게 연애하면서 요즘 키스 신 풍년이에요.(웃음) 몇 번의 그림 같은 키스 신이 등장했는데, 특히 노을 등지고 트럭에서 나눈 키스 신은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그리스에서 찍은 건데 시진이랑 모연이가 사귀기로 한 첫날이라 무척 의미가 있는 키스였죠. 그런데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한 시간 반 만에 후다닥 찍어야 했습니다. 트럭이 하도 덜덜거려서 혜교 누나랑 저랑 계속 얼굴 부딪히고 너무 힘들게 촬영한 기억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어휴, 다행이다’ 했죠. <태양의 후예>를 두고 애국주의라는 말도 많이 하는데 그보다는 요즘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적절하게 버무려졌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군대, 브로맨스, 코믹한 조연들의 활약…. 드라마든 영화든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상품이기 때문에 흥행이 보증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흥행 요소를 고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이때 작품성은 그 요소들이 얼마나 타당하고 세심하게 믹스됐느냐를 두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이 작품은 원래 <여왕의 교실>을 썼던 김원석 작가님의 <국경 없는 의사회>라는 원안에 김은숙 작가님이 공동집필자로 참여하면서 유시진은 의사에서 특전사 요원이 되고 재난 드라마에 멜로 적 요소가 가미된 거예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그렇게 분석적으로 생각하진 못했고 그저 재미있고 잘 넘어가고 연기할 맛 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평가에 대해 존중하고요. 다만 그런 평가들이 작가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기보다 드라마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모으면서 차후적으로 얘기된 것 같긴 합니다. <태양의 후예>가 그리는 멜로는 좀 특별해요. 타인의 목숨을 위해 희생도 불사하는 군인과 의사가 연애를 하고, 명예를 목숨과 같이 생각하는 군인과 군인이 그 때문에 가슴 아픈 사랑을 하죠. 일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어른들의 의젓한 사랑이랄까? 유시진 대위가 하는 대사들 중 반은 농담이고 반은 계몽조예요.(웃음) 김원석 작가님이 처음 하셨던 말이 딱 그랬습니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진 인물들이 멋진 선택을 하고 그 상황에서 로맨스가 펼쳐지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시진이를 만들면서 자기 주관과 사명감이 뚜렷한 친구라서 누구는 그걸 촌스럽고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이 친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다고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해줬으면 좋겠다, 만나보니 너도 약간 그런 스타일인 것 같다, 고 하셨습니다. 그 말 듣고 나니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다면 배우라는 직업인의 직업윤리는 뭘까, 하는 생각도 해봤을 것 같아요. 군대에서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났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자. 작가님이 책을 주면 배우는 그걸 잘 표현하기만 하면 돼요. 과욕 부리지 말고, 책대로 하자. 배우는 책에 나온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됩니다. 유시진은 서대영(진구)과 함께 성숙한 직업인이자 남친이자 인간으로서 여자친구의 성장을 돕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연애에서는 어떤 남친인가요? 이번 드라마 하면서 남자들이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작가님한테 한 수 배웠습니다. 아, 여자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는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말해야 내 여자한테 사랑 받는구나, 그런 걸요. 이런 건 남자들이 배워야 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저 역시 그렇게 되고 싶은 남자일 뿐이죠. 그리고 그런 남자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입니다. 그런 남자 없어요.(웃음)
“2014년 크리스마스 즈음 <태양의 후예> 대본을 받고 이틀 만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4회까지 받았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대본이 정말 빨리빨리 넘어갔죠. 캐릭터의 매력은 구두 계약을 한 후 다시 읽었을 때 눈에 들어왔고 처음 봤을 때는 무엇보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했습니다. 빨리 전역하고 싶었죠. 이 이야기 속에서 얼른 연기하고 싶었어요.” 아까 농담으로 “유시진은 없어!” 하더니 이렇게 판타지를 깨나요.(웃음) 강모연에게 남친의 직업은 두 사람의 연애에 크나큰 장벽이 되는데 이 부분은 일상생활에서의 제약이 많은 연예인의 연애에 그대로 대입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 저도 그 생각 해봤습니다. 배우들과 그런 얘기도 해봤고요. 우선 엄청 미안할 겁니다. 유시진처럼 만나고 있다가 갑자기 가야 된다고 하고 자주 보지도 못하고…. 답답할 거예요. 그런데 유시진과 강모연도 결국 서로를 이해하며 맞춰간 것처럼 저 역시 맞춰가려고 노력하겠죠. 중요한 건 그 두 사람처럼 솔직하려는 노력인 것 같습니다. 솔직해지면 갈등이 반복된다 하더라고 진심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우르크에서 강모연이 납치되었다 유시진의 구출로 풀려나고 나서 갈등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유시진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 현장을 경험한 모연이 이 연애를 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진이 그러잖아요. “나랑 헤어지고 싶습니까?” 이때의 심쿵이란….(웃음) 그 장면은 제가 대본으로 봤을 때보다 현장에서 혜교 누나랑 할 때 다섯 배 정도 감정이 셌던 것 같습니다. 저는 덤덤히 대사를 주고받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혜교 누나 분량을 먼저 찍는데 누나가 엉엉 울더라고요. 누나는 그렇게 예상을 하고 대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보기엔 누나도 하다 보니 감정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혜교 누나가 그렇게 연기하니까 제 리액션도 훨씬 세져서 “나랑 헤어지고 싶습니까!” 이렇게 된 겁니다. 사실 그때는 내가 너무 셌나 싶기도 하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모연이가 느끼는 감정의 진폭에 당연히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실제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래서 저도 그 대사를 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아뿔싸! 으악!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그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슬프지 않을까요? 다른 이유가 아닌 그런 이유로 이별을 얘기해야 한다면 답답하고 많이 슬프겠죠. 아, 그랬군요. 그래서 멜로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감정도 물처럼 자유롭게 오고 가고 그게 또 보는 사람에게까지 전달돼요. 맞습니다. 저도 이번에 혜교 누나한테 굉장히 많이 배웠어요. 배우들이 흔히 이렇게 얘기합니다. 자기 것만 가지려고 하는 배우가 있고 상대방에게 주려고 하는 배우가 있다고. 혜교 누나가 처음에 저한테 “너는 많이 주려고 한다”고 “원래 성격이 그래서 그래”라고 했었는데 같이 연기하다 보니 제가 받은 게 더 많아요. 자기만 돋보이려고 하는 배우들과는 함께 연기하다 보면 정말 힘들거든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 매한가지겠죠. 그 점에 있어 운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는 배우도 언제나 불안감은 있을 테고 저는 아직까지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배우이기 때문에 동료들이 서로 보완해주려고 하면 무서운 게 없어요. 이런 재미를 모르면서 일을 하는 건 많이 외로울 것 같습니다. 박상연 작가가 <뿌리 깊은 나무>를 쓸 때 중기 씨에게서 짜릿한 자극을 받았다고 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요. 1화부터 드라마를 집어삼켰다고, 감정적으로 폭발할 때도 이성적인 날이 서 있다고요. 남성지 <GQ>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병 때 근무 끝나고 내무반 들어와 화장실에서 읽다가 그 기사를 봤습니다.(웃음) 제 이름이 나와서 많이 놀랐고 제게는 과분한 이야기라서 너무 기뻤죠. 그 문구를 한 백 번은 더 봤을 겁니다. 너무 좋아서…. 사실 그 드라마를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고 칭찬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대본을 보고 한눈에 반해서 매니저한테 무조건 하겠다고 해놓고선 후폭풍이 오는 거예요. ‘와, 내가 이 어려운 걸 왜 한다고 했지? 못한다고 욕 먹으면 어떡하지?’ 별 감정이 다 들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재미있는 게 그 당시 제가 젊은 날의 세종을 연기했는데 아버지인 태종한테 기가 눌려 위축돼 있다가 나중에야 용기 내서 윽박도 지르고 소위 말해 ‘개겨’보거든요. 그런데 그게 실제 제 입장에 대입해봐도 같았어요. 대본이 주는 아우라에 겁 먹고 백윤식 선생님이라는 대배우한테 위축되고…. 그래서 보는 분들이 공감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 작품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작품들을 돌이켜봤을 때 본래의 송중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와 가장 결이 맞는 캐릭터가 무엇이었나요? 글쎄요,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는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구용하가 제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까불대고 밝은 척하는데 실제로는 안 그러거든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다른 역할에 비해 유독 구용하를 연기할 때 마음껏 놀 수 있었던 게 더 많이 공감되고 나와 비슷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작품도 송중기의 필모그래피에서 인상적인 훅이었어요.) 주말드라마 막내아들 역할 할 때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소설이 드라마화 될 거라는 걸 같은 제작사여서 우연히 들었어요. 그때 무작정 나는 구용하 할 거야, 라고 생각했죠. 구용하 역시 <뿌리 깊은 나무>의 이도처럼 주인공은 아닙니다만 저한테는 주인공이죠. 너무나 애착이 갔던 캐릭터를 실제로 연기했을 때의 쾌감이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아직 드라마나 영화화되지 않은 이야기 가운데 직접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이 있나요? 군대에 있을 때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다고 들었습니다. 제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 소설로 두세 작품 있습니다. 다 신파예요. 제가 신파를 좋아하거든요. 영화 <늑대소년>을 하게 된 것도 그게 울리는 이야기라서예요.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는 ‘왜 남자 주인공 대사가 하나도 없을까, 특이하다’ 정도였는데 다시 읽으니 너무 슬픈 거예요. 특히 마지막에 철수와 영희가 헤어질 때 너무 슬펐어요. 그 장면 찍을 때 보영이가 진짜 다 살렸죠. 상대방 대사가 없는데 혼자서 다 했어요. (그 장면 찍을 때 가슴이 많이 아팠겠군요.) 뺨이 아팠죠. 세게 맞아서.(웃음) 이번에 조성희 감독님의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개봉하는데 굉장히 신선할 거예요. 저는 감독님을 ‘천재괴짜’라고 표현하는데 정말이지 보통 분이 아니에요. 신파를 좋아한다고 이렇게 당당히 밝히는 사람은 처음이에요.(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 중 하나가 박신양, 전도연의 <약속>이에요. 성당에서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릴 때 박신양이 울면서 했던 대사가 아직도 생생해요. 기억에 오래도록 남죠? 제가 그래서 신파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약속>을 정말 좋아하고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장밋빛 인생> 같은 드라마입니다. 손현주 선배님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그 작품 속 가슴 아픈 사랑과 이별이 기억 속에 선명히 맺혀 있죠. 누군가는 저에게 촌스러운 취향을 가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음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입니다. 조식 먹을 때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던데 촬영이 곧 시작인가 봐요. 이제부터 보다 본격적으로 훌륭한 감독들과의 실험적 도전이 시작될 텐데, 지금 어떤 마음이에요? 촬영은 5월 말 시작돼요. 이 영화 찍고 나면 올해가 끝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너 <군함도> 왜 하는 거야?”예요. 주인공도 아니고 또 군인 역할이고…. 류승완 감독님도 처음 만났을 때 그랬어요. “중기 씨 이거 왜 한다고 했어요?”(웃음) 감독님이 이 얘기 들으면 부담스러워 하시겠지만 무엇보다 류승완이라는 사람이 기대돼요. <베테랑>을 극장에서 세 번 봤는데, 이야, 현장에서 만드는 사람들끼리 신나서 연기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요즘 감독님을 직접 뵙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확신이 들어요. 전 주인공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 가운데 제가 맡은 박무영이라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역할이 있고요, 이경영,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선배님이 계세요. 서른두 살의 저한테 딱 맞는 작품이 될 겁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그렇다고 나태해지지도 않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지금보다 더 바쁜 적이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뭐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사이클이 왔을 때는 그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흘려 보내진 않을 겁니다. <태양의 후예>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게도 많은 결과물을 얻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중요한 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
http://www.imagazinekorea.com/daily/dailyView.asp?no=6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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