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문득 내다본 창 밖이 훤한 거다...
백열등 불 마냥 누리끼리하게 훤했다.
베란다에 불을 켜 둔건가? 대체 언제부터 켜져 있었던 거지?
그 때 시각이 7시 가량 되었을 때다. 해가 졌을 무렵인데 훤하다는 건
베란다 불이 켜져 있는 걸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
나가 보았다.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 대신 -
세상이 특이한 빛으로 환하게 밝아 있었다.
대충 이런 색깔과 빛 -
그리고 나서 셧터를 대 여섯 번 눌렀는데 그 사이 매초마다 해는 꼴깍 꼴깍 넘어가기 시작해
마지막 셧터를 눌렀을 때 세상은 밤이 되어 버렸다.
오늘 인터넷 돌아 다니다 보니 어제 울산 노을이 장난아니었다고 한 글이 보였다.
길에서 다들 핸드폰 꺼내서 촬영한다고 난리였단다.
한 달 전 꽤 큰 수술을 받고 아직 회복이 덜 되었다.
30분 이상 서 있으면 팔 다리가 후들거린다.
머릿 속에서 전기가 흐르듯 아찔 아찔 -
몸 속에 단단히 묶여 있던 실크 스카프들이 일시에 매듭이 풀리며
스르르륵 손 끝으로 빠져 나가는 느낌이랄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 졸도라는 걸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
허약한 사람들 심정을 조금 이해하게 된 계기 - ㅋ
덕분에 바깥 긴 외출은 삼가하다보니 베란다에 매달려
바깥 세상 사진이나 찍게 되고 -
베란다 밖 노을을 보다보니 결혼 초 생각도 났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이 울산에 의지할 데라곤 남편밖에 없어서
남편 퇴근할 무렵이면 베란다에 매달려 바깥을 내다 보았다.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
시선이 닿는 끝의 건물 모퉁이에 시선을 꽂은 채-
그리고 아파트 숲 사이로 노을이 지고 -
내를 이루어 흐르는 자동차 꽁무니 불들의 행렬을
멍하니 보다 보면 그야말로 -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
내가 왜 지금 이 시간, 혼자 이 울산에 있는 걸까...
매일 아침 눈뜨면 부딪쳤던 엄마, 아빠, 동생들은
너무 멀리 있구나...
새로운 생활, 닥쳐 올 일들에 대한 불안함과 외로움이 컸었지.
.
.
.
몸이 약해지다 보니 생각만 많아지고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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