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밤 여행자들은 밤을 즐긴다
밤은 깊어가고 캄보디아 씨엠립에도 어둠의 시간이 시작된다. 물과 바람과 공기가 세월의 켜켜만큼 자취를 남겼던 이 위대한 유적지의 도시에도 밤의 세계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시내관광이라는 것을 나가 보았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슬리퍼에 반바지차림의 관광객들이 거리마다 넘실거린다.
길거리 악사가 캄보디아 전통 선율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코너를 지나 열 걸음쯤 더 옮기자 레코드샵. 그 앞에는 모던락이 시끄럽게 터져 나온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하는 게 바로 이 캄보디아 시내에서 이뤄지는구나싶다.
플라스틱 의자들이 즐비한 노천 레스토랑에서는 그릴에 구운 치킨다리 하나가 1.5달러에 팔고 있었고 맥주 한잔을 함께 둔 유러피언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나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 후회스러울 뿐. 먹든 안 먹든 한 잔 시켜두고 앉아 있어보았더라면 좋은 기억이 되었을텐데...
낮동안의 유적지를 떠올려보면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 것 같다. 세련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시내풍경. 동양도 아닌, 서양도 아닌 그 어디메쯤의 모호한 느낌이다.
그림 가게도 보이고 옷가게도 보인다. 시내를 딱 한바퀴 돌면 다 본거라고 하던 말이 맞다. 한 바퀴는 오버고 두 바퀴를 도니 정말로 시내구경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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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문 사진은 캄보디아 씨엠립 시내 풍경중
조금 한산한 귀퉁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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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코 앞 정면에도 카메라맨들이 보인다. 이 곳이 바로 'RED PIANO' 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툼 레이더 촬영을 위해 머물렀었다는 곳이다.
이 곳은 원래는 게스트 하우스였다고 한다. 1 층은 커피등을 팔고 위층은 잠을 자는 민박같은 곳이었다. 영화 촬영하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안젤리나 졸리가 저기 묵었다고 한다. 그녀가 간 뒤 이 곳은 유명해졌고 찾는 손님이 많아지자 2 층의 게스트하우스도 모두 레스토랑으로 개조해 조금 더 많은 손님을 받도록 개축되어졌다고 한다.
이 곳 캄보디아의 호텔들은 그네들끼리 모여 있는 지역에 있다. 거기는 숙소말고는 잠깐 외출을 하더라도 허허벌판 대로에 아무 것도 없다. 졸리는 거기보다는 여기 묵는 것이 더 편했나 보다. 잠깐 나가더라도 번화한 불빛으로 긴 해외 체류기간동안 그나마 도시와 떨어진 기분을 최대한 줄여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이드 최부장의 말을 들으니 졸리는 2층에서 자고 난 뒤 아침에 저 레드피아노 1층의 커피를 마시고 촬영을 나갔는데 커피맛이 좋다고 매번 감탄을 했었다고. (친절한 그녀가 잊지 않고 인사치레로 한 말일 수도 있다. ^ ^;;)
그녀는 가고 없는데 왜 저렇게 아직도 촬영하는 카메라맨들이 많을까?
정면보다는 대각선 모퉁이로 큰 길을 건너 거리를 둔 지점에 더 많았다. 거기서 찍어야 건물 전경이 전체 카메라에 모두 담기니까. |
위 사진은 레드 피아노 와 대각선으로 위치하고 있는 2층의 빠에서 내려 찍은 그들의 모습이다. 빠를 촬영하는 그들을 나는 다른 빠에서 촬영했다. 웬지 파파라치들을 파파라치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 ^
저 중에는 순수 관광객 포토그래퍼도 있을 것이고 내 생각엔... 여행잡지등에서 취재하러 나온 게 아닌가 짐작해본다.
유적으로 둘러 싸인 이 역사의 도시 캄보디아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의 화려함은 이질적이라서 더 대비되고 흥미롭지 않은가 말이다.
캄보디아 여행 코너에 반드시 한 귀퉁이라도 저 레드 피아노 사진과 함께 안젤리나 졸리의 이름이 언급될 것이다. - 사랑방 여행기에 이 얘기가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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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피아노는 딱 봐도 안젤리나 졸리 스럽다 -
안젤리나 졸리의 얘기를 듣지 않더라도 이 레드 피아노 는 안젤리나 졸리처럼 화려하고 강력해 보인다.
레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 전체 라인을 따라 섹시한 붉은 색 조명의 테가 둘러졌다.
또한, 모퉁이에 위치해서 건물 4 면 중 2면을 드러냄으로써 레스토랑의 존재감을 온 거리에 과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앤 뉴 이어(Christmas and New Year) -
부페 앤 파티(Buffet and parties)-
들어 와 보세요(Look Inside) -
The Red Piano - Since 2000
여기 사랑방 블로그보다 조금 더 오래 되었군...ㅎ
레드 피아노 건너편의 바로 올라간 우리들은 Anchor 맥주 한잔씩을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최부장은 캄보디아 가이드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얘기했다. 그 공부의 양과 심도면 고시도 붙었겠다고 하는데 진실인지 허풍이 살짝 끼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언젠가 읽었던 책 속, 가난한 나라를 일으키는 데는 여성교육이 먼저 앞서야 된다고 주장하고 실천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꺼냈다. 컴퓨터로 성공한 그 남자는 자신이 번 돈을 티벳지역의 소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액 내 놓았다. 그의 지론, 소년을 잘 가르치면 성공한 한 남자를 세상에 보내지만 소녀를 잘 가르치면 그 여자의 남편과 아이들 모두를 세상을 위해 공헌하게 할 수 있다고. 나는 그 쯤에서 내 여고시절 교훈을 최부장에게 말해주었다.
겨레의 밀 이 아니고 밭 이라고. 밭은 모든 것을 품어 자라게 하는 마당이라고 - 당장의 씨앗이 아니라 가치가 없어 보일 수 있어도 싹이 자랄 수 있게 하는 밭이 여성이라고 말을 했다.
내가 왜 그런 얘기를 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최부장이 아무래도 태어날 애가 또 딸일 것 같다라고 시무룩하게 얘기를 해서 그 얘기를 한 건지, 그 날 낮에 구걸하던 캄보디아 소녀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 그 얘기를 했던건지...
오빠 벗어 를 당했던 그 선생님이 내 앞자리에 앉아 계셨다. 같이 온 친구팀에 대해서 말을 해 주었는데 여대생 딸과 함께 온 부부가 오랜 친구 부부라고 한다. 남자분과는 같은 학교에 재직중이라고. 본인은 기술과목 담당이고 친구분은 음악과 선생님. 그 딸이 어릴 때부터 커온걸 보며 지냈는데 재작년 카이스트에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라고 얘기를 해 주셨다. 역시 영리해보이더라니 - 긴 얘기끝에 출신고등학교 얘기가 나오고 남편과 같은 고등학교라며 반가워하고 -
술 한잔과 흐릿한 조명에 다들 취했었나보다. 필요하지 않은 얘기까지 서로 꺼낸 걸 보면 - 하긴 필요한 얘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나.
뜨듯한 공기를 헤집으며 천장의 팬은 돌아가고 한 켠 놓여진 당구대에서는 노랑머리 외국인들이 큐대를 잡고 있었다. 낯선 음악과 마주치는 낯선 시선들, 화려한 조명들 사이로 캄보디아의 밤은 깊어 간다. |
*모든 사진은 SONY dsc-wx1 야경모드
삼각대없이 촬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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