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 사람 2개가 있었는데 우리 둘째의 친구가 만들어 놓은 것이고 또 누군가가 부수어 놓은 - 만드는 것보다 파괴가 쉬운 거지...
분명히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야 될 아이였는데 그 앞 눈들을 보고는 괜시리 한 바퀴 돌더라.
그리고는 발자국도 내어보고 -
그리고 아파트 안으로 쏙 뛰어 들어갔는데 1층 살던 아이였다.
두어달 동안 서울나들이를 대략 8번이상은 한 것 같습니다.
각 대학 앞과 시내라고 하는 곳에 들러서 밥도 여러 끼니 사 먹었고 구경도 많이 했습니다.-
아래는 제 개인적인 느낌이니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서울분의 첨삭 의견, 환영합니다.
서울은 확실히 춥다
낮까지 서울 있다가 저녁 무렵에 이 곳 울산으로 내려 온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차를 운전해서 갔다 올 때는 고속도로 중간 중간 휴게소에 들르게 됩니다.
내려 오는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기온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서울에서 돌아다닐 때는 숨을 내쉴 때 입술이 얼어붙는 줄 알았습니다. 공기가 칼로 에이는 듯 독해서 그냥 들이마시면 호흡기까지 얼어붙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머플러를 콧구멍이랑 입가까지 올려서 둘렀습니다. 애들은 후드를 머리에 둘러 썼습니다.
저녁되어 해가 졌으면 더 춥게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이겠습니다만, 저녁 무렵에 울산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니 모두들 어깨를 좍 펴고 걷고 있었습니다.
역시... 따뜻한 남쪽나라구만...
서울사람들의 필수품 - 머플러와 장갑
특히 어르신들은 다들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이 아래 쪽에서는 장갑을 낀 사람보다 안 낀 사람이 더 많습니다. 애들에게 장갑끼고 나가라고 하면 귀찮다, 잃어버릴 것 같다, 갖가지 핑계를 대고 안 들고 나갑니다. 손 안 시리니? 라고 하면 호주머니에 꽂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 애들은 패딩 점퍼의 후드도 다 떼 버렸습니다. 둘겁다는 거죠.
머플러는 당연히 안 하고 다닙니다. 실내에라도 들어갈라치면 갑갑해서 벗어야 하는데 개켜서 갖고 다니는 게 귀찮다고 합니다.
서울에 가 보니 장갑을 안 낀 사람보다 낀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예전 꽃보다 남자 드라마 때 스케이트 타는 잔디가 장갑이 없자 준표가 자기 것을 하나 끼워 준 장면이 있었습니다.
애가 어떻게 장갑도 없냐?
뭐 이런 대사를 하면서 끼워주던데 당시엔 그다지 실제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이젠 조금 와 닿습니다. 서울 사람들의 필수품, 장갑을 안 하고 다니니 저렇게 탓할만도 했었겠군요.
서울엔 거지가 많다
이건 제가 본 게 아니고 몇 해 전부터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큰 시누가 한 말입니다. 부산에는 거지가 없는데 서울엔 거지가 많다라고 합니다. 사실 제가 서울을 다니면서 거지를 한 명도 보지는 못했습니다. 부산에서 결혼 전까지는 살았으니 부산 사정은 제가 또 좀 아는 편인데 부산에 거지가 완전히 없다는 건 거짓말이고 지하철에 아주 가끔 있습니다.
몇 달 안 씻어 쉰내나는 노숙자들이 옆을 지나면 다들 코를 킁킁거리다가 이내 발견하고 멀리 비켜섭니다.
울산은?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거지를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이 동네가 잘 살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 그런 이유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겠지만 - 여긴 지하철 등의 공공 시설물이 많이 없습니다. 즉, 실내 공공 건물이 없습니다. 아지트 할 만한 곳이 없다는 말이겠죠. 사실 여긴 버스 노선도 대로 몇 군데로만 많이 다니고 약간만 한 칸 비켜선 도로 - 왕복 6차선인데도 - 에는 버스가 잘 없습니다. 버스가 없으니 다들 자가용 끌고 다닙니다. 두 군데 정도의 시내빼고는 길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이 없습니다. - 서울등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
어쨌든 밖에 걸어 다니는 유동 인구가 많고 쉴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많은 대도사라야 거지가 있을 수 있나봅니다.
서울엔 시내가 많다
부산엔 남포동, 서면 정도가 시내입니다. 요즘은 대학가 앞에도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시내라고 한다면 남포동, 서면입니다.
86년도 즈음에 처음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서면이 최고 중심가로 뜨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상가도 번성했고 젊은이들이 몰렸습니다. 상대적으로 남포동이 조금 가라앉았죠. 중년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처럼 되었습니다. 이후 지하철이 남포동 너머까지 연장 개통되었음에도 남포동의 하락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급 부띠끄들과 단독 의상샵들이 문을 닫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소문을 듣자니 요즘 남포동이 다시 불타 오르고 있다는 -
제 기억으로는 서면에는 약먹고 헤매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새벽이면 길 가 쓰레기통마다 주사기가 가득하다는 소문이 - 남포동은 중후한 중년들이 많았던 터라 제 머리 속 공식은 -
"서면=젊은이,문란,방탕,날라리,가벼움", 그리고 남포동=중년,중후,품위,정통,고루함" 이렇게 이미지가 지워져 있습니다.
울산은 예전 시내가 옥교동이었고 지금은 삼산동으로 다 옮겨 왔습니다.
2개 백화점도 다 이곳이고 모든 은행들도 삼산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이 곳에는 병원 빌딩이 정말 정말~~ 매우~ 많습니다.
서울에 있던 조카애가 명절 때 울산 시내를 돌아보더니 하던 말,
울산에는 환자가 많나봐요??
서울엔 시내가 무척 많습니다. 한 군데가 아니고 두 군데도 아닙니다. 넓은 서울 땅덩어리 구석구석, 요지마다 다 시내입니다.
줄 서야 되는 서울,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라는 부사는 부정적인 어조의 단어입니다. 근데 '너무' 많긴 많습니다.
서울역에 내려서 아래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줄을 서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3개인데 처음에 1개가 내려가는 것으로 배정되어 있고 2개가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층의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고 나면 두번째 층에서는 배정이 달라져 있습니다.
2개가 내려가는 것이고 1개가 올라오는 것입니다. 시작은 어느 쪽에서건 줄을 서야 되는 것입니다.
2줄 나란히 줄을 서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탈 차례를 기다리다보면 '서울에 왔구나'를 실감하게 됩니다.
줄서야 되는 곳, 서울 -
지하철 1회용 티켓을 뽑을 때도 줄을 서야 합니다. 처음엔 뭣도 몰라 정면에 보이는 기계 앞에 줄을 섰습니다. 나중에 보니 왼쪽편을 돌아서면 그 쪽에도 티켓기가 많았습니다. 정면 티켓기는 오가는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로 긴 줄이었습니다. 옆을 돌아가니 조금 사정이 낫긴 했지만 거기도 평균 7~8명은 줄을 서 있었습니다.
지하철 티켓을 뽑다보면 정말 열불 터집니다. 안내하는 목소리가 너무 느립니다. 너무 친절해서 너무 느립니다. 느릿느릿 ~~ 또박또박~
뭐라고 자꾸 자꾸 얘길 하는데 내 마음의 속도같지 않아서 확 끊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내 뒤엔 사람들이 줄 서 있습니다.
다 알거든요? 그냥 표부터 빨랑빨랑 주시져?
시내에 식사를 하러 가도 웬간히 맛있는 데는 거의 밖에 줄을 서 있습니다. 한 명 먹고 나오면 다음 차례가 들어가서 주문을 합니다. 홍대 앞 어느 카레 전문점엘 들어갔는데 유리문 근처에 자릴 잡았더니 먹다가 체할 뻔 ;;; 밖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내 접시로 -
조용하다고 하는 신림동 쪽에도 관악산 등산하는 사람들로 지하철 입구가 엄청 붐볐습니다. 여기가 외곽이 맞나 싶었습니다.
강남역이던가? 지하도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통로에도 꽉 찬 사람들. 숨이 막히는 줄 알았습니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가득 찬 사람들이 한 걸음 한걸음 앞으로 다 같이 박자 맞춰서 올라가던 풍경. 한 쪽이 빠지기 시작하면 조용히 그 쪽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 그 말없는 규칙의 세계는 불가해한 것이었습니다.
인산인해 - 줄서야 사는 동네 - 서울입니다.
신발은 편하게- 걷고 또 걷고 -
지하철 갈아 탈 때 걷는 거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금방 갈아 탈 수 있는 구간도 있었던 것 같은데 대부분 많이 걷습니다. 지하철 갈아 타면서 걷는 거리가 버스 2정거장 정도의 거리였던 곳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계단도 정말 많습니다. 에스컬레이터 되어 있는 곳도 있었지만 없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큰 캐리어 가방 끌고 다니다가 아주 신나게 몸살났습니다.
부산의 지하철은 딱 목적지명으로 되어 있는 그 중심지에 내려 줍니다. 하지만, 서울대앞이라고 내려서 서울대를 찾아가려고 하면 서울 3대 바보 중 하나라면서요?
삼성역에 내려서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걸어가려니 15분 이상을 열심히 땀나도록 걸어야 했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라서 짐을 풀고 서점을 찾으려니 다시 지하철 역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합니다. 코엑스로 가야 한다고. 눈으로는 빤히 보이는 길 건너편인데 또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압구정에서 현대백화점 건너편으로 좀 걷다 보니 방향을 잃어버렸습니다. 다시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몇 바퀴를 걸었는지 모릅니다. 주택가 안이 미로였습니다.
서울가서 걸은 거리가 엄청난 듯 싶습니다. 돌아오고 나서 다음날이면 엉덩이가 삐걱거립니다.;;
그런데 서울거리를 보면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이 안 보입니다. 어디서 이동중인걸까요? 택시? 지하도?
하긴, 지하철 갈아 타는 길을 걷다보면 서울 사람들이 거기 다 몰려 있나 싶습니다. 소설 '타임머쉰'에서처럼 현대사회는 지하세계?
그래서인지 지하철에 보이는 여성들의 구두를 보면 높은 구두가 잘 안 보입니다. 거의 플랫슈즈, 굽이 있다고 하더라도 5센치 이하의 낮은 것입니다.
서울 사람들은 친절하다 -
여기서 서울 사람이라는 건 식당 주인, 택시 기사등 서비스직종의 분들을 얘기합니다.
대학가 앞이나 시내의 식당을 가 보면 주인들이 매우 지적이거나 (외양으로) 세련되었습니다. 식당 주인이 학자같습니다. 혹 이 대학 졸업생이 여기서 식당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말투 때문인지 정말 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부대찌개집을 갔는데 찌개가 끓기 시작하자 주인이 계속 내 테이블 쪽으로 왔습니다. 밥이 뜸이 빨리 안 들어서 죄송하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서비스라면서 음료수도 두 통이나 주고 반찬도 계속 더 갖다 주었습니다. 마침내는 주인이 옆 식당으로 가서 공기밥을 얻어와서 주더군요. 그리고 나서도 몇 번을 더 제 테이블로 와서 불편한 게 없냐며 살피고 갔습니다. 고작 부대찌게 집인데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모습이 고급 한정식집에 와 있는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 친절은 2만원짜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외에 대학가 앞의 모든 식당들이 다 그랬습니다. 빈 자리가 없는데요 - 라고 말할 때의 표정부터도 진심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문득 어제 울산의 베트남 쌈밥집에서 라이스 페퍼 좀 더 갖다 달라고 했더니 달랑 4장을 더 주면서 던지듯이 건네주고 돌아서던 그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강남에서 식사를 할 때 화장실을 물었습니다. 옆 건물에 있다며 가는 길이 좀 복잡하니 알려주겠다며 주인이 직접 앞장서서 안내를 했습니다. 꼬불꼬불 몇 개의 길을 돌더니 저기가 화장실이라며 가리켜 주고는 본인은 가게로 돌아갔습니다.
저 주인은 매번 손님들이 화장실 갈 때마다 저렇게 그 앞까지 데려다 주는 걸까??
하긴.... 몇 년 전 명동의 한 돈까스 집에서 밥을 먹고는 화장실을 가르쳐 달라니 그 여주인은 가까이 있는 백화점 화장실로 가라고 밥 다 먹은 저를 내쫓았습니다. 백화점이 가깝기는 개뿔 -;; 5분이상을 걸었습니다. 밥 다 먹고 돈을 다 내서 그랬던 건지도 -
에티튜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식당 주인들이 다 세련되었습니다. 어떤 주인은 연예인같았습니다. 멋지게 수염을 기르기도 하고 니뽄식의 의상이 일반인같지가 않았습니다. 2NE1이 방문했다면서 기념 사진을 주인과 같이 찍은 게 걸려 있기도 했는데 사진상,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가 없었습니다. 투애니원이나 식당주인이나 다 연예인스럽게 보였습니다.
문방구를 들어가니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나이많은 주인이 높임말을 합니다. 물건사고 나오는 길에 아들이 얘기를 합니다. 이런 경험 처음이라고 - ㅎ
한 가게의 할아버지 주인은 무스로 빳빳하게 넘긴 머리에 하얀 와이셔츠와 조끼를 입고 향수까지 뿌린 멋쟁이였습니다. 서비스직에 임하는 그 분의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졌습니다. 전 이 곳 울산에서 무스바른 할아버지를 한번도 못 본 듯 합니다. ㅎㅎ
아, 딱 한번 - 고급 레스토랑에서 하얀 머리 지배인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긴 하군요. 해외에서 오래 살다가 오셨다던 그 분은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회의를 위한 룸도 있습니다. 와잇 볼드 (화이트 보드)와 마잌(마이크)등 제반 시설이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라고 멋지게 굴려 영어 발음을 보여주셨죠.
하지만, 이건 정말 놀라운 신세계였던 거고 거의 없는 일입니다.
택시를 타고서 인근에 가까운 마트가 어디냐고 물으니 택시를 출발시키지도 않고 네비게이션을 켜서는 설명을 해 줍니다. 몇 번 택시를 탈 때마다 다 그렇게 친절했습니다. 길을 잘 모르는 제게 친절히 가는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이 길로 가면 되겠습니까?' 라고 물어왔습니다.
물론 지방의 택시도 불친절한 건 아니지만, 실없는 소리도 좀 하고 기사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를 해 오며 친근감을 표하거나 손님인 나의 개인적 얘기를 물어온다거나 하면서 나름 친절함을 보입니다.
아... 참내, 물가가 이렇게 높이 올라서 말입니다 -
라든가
과일이랑 먹을 걸 잔뜩 들고 있는 걸 보니 병원에 병문안 가시나요? 어르신들 뵈러 가시나요?
이런 얘기들.
서울 기사분들은 철저히 손님 위주의 대화를 직업적인 선 안에서 깔끔하게 합니다. 본인 얘기 안하고 손님의 개인적인 얘기, 안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행선지에 관한 얘기만 친절하게 합니다.
일상이 피곤해 뵈는 사람들 -
늦은 시각 지하철을 타보면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지나온 하루가 보입니다. 다들 치열한 하루를 살았나 봅니다.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을 수도 있고 전세값을 올려달라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 한 자리 점하고 살아 가기 위해 부대껴온 하루였나 봅니다. 그들의 얼굴을 보다보면 Suede 의 'Saturday night" 가 머릿 속에서 들려옵니다.
저녁 8시가 넘은 무렵, 코엑스로 내려가던 계단길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던 그 처자.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중이었는데 뭔가 얘기가 잘 안 풀리던 표정이었습니다.
같은 땅, 다른 곳 - 서울을 보고 느낀 점입니다.
환자촌이냐고 묻던 울산의 풍경 -
어제 울산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 교육감도 참석 - 왜??
사진들은 기사의 내용과 별 연관없음 -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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