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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인간·배우 강동원 DNA 대해부(80문80답 심층인터뷰




[뉴스엔 홍정원 기자]

두 번째 인터뷰에서야 인간 강동원(26)이 보였다. 그는 꽃미남 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강동원은 ‘완벽한 배우 DNA’를 갖추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 일례로 한 방송사에서 영화 ‘<U>그놈 목소리</U>’의 강동원과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성문(목소리의 각 주파수 성분변화를 시각적으로 표시한 것) 분석한 결과 89%나 비슷하다고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90% 이상이면 같은 사람의 목소리로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사람의 목소리 톤이나 성문은 절대 일치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강동원의 목소리는 범인과 동일시할 정도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얼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U>박진표</U> 감독이 요구한 범인의 말투를 그대로 복제해 낸 강동원의 능력은 노력의 산물이다. 그런 그에게 ‘연습 벌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놈 목소리’ 촬영장에서 선배 <U>설경구</U>조차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 대본을 놓지 않고 연습하는 강동원에게 시끄럽다(물론 농담조로)고 말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영화 ‘M’(제작 프로덕션 M)에서도 마찬가지였다. <U>이명세</U> 감독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찍은 영화라는 촬영 뒷이야기는 돌려서 말하면 자신의 연기에 대한 욕심이자 자부심인 셈이다. 아버지의 꼼꼼함과 완벽주의 DNA를 물려받은 강동원은 ‘M’을 통해 이명세 감독과 영혼의 DNA가 같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거만하고 까칠하다는 일부의 편견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낸 강동원은 당당하고 완벽하려는 배우의 참된 모습을 보였다. 까탈스럽다고 소문 난 강동원은 지난해 가을 첫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할 때 입었던 옷을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을 만큼 털털했다. 차단주의 콘셉트를 내세운다는 강동원은 인터뷰 할 때만큼은 그것을 걷어 버렸다. 솔직 담백했던 강동원과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터뷰는 76분 동안 계속됐다. 인간 강동원을 80문80답으로 낱낱이 파헤쳤다. 그가 털어놓은 일과 첫사랑, 최초 공개한 가족 이야기까지. 아마 이 글이 끝날 때쯤 그의 또 다른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1) 지난 12회 <U>부산국제영화제</U>에서 취재하면서 관객의 눈이 높아졌다고 느꼈고 ‘M’도 그러한 관객들에 의해 5분 만에 예매가 완료 됐어요.

▲관객의 수준이 높아져서라기보다는 영화제 분위기가 ‘M’에게 유리했던 것 같아요. ‘형사’ 때보다는 업그레이드된 ‘이명세 감독표 영화’라는 기대 심리가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관객에게 달렸어요.

2) 그런데 다른 영화보다는 일반시사회는 안 하는 것 같아요?

▲아마 감독님이 ‘형사’ 때 일반시사회로 상처를 많이 받으셔서 진행을 안 한 것 같아요. 감독님은 어떤 분위기를 미리 만드는 걸 싫어하시니까요. 관객과 직접 만나서 평가를 받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3) 평론가들은 별 다섯 개도 주는 등 호평인데 관객은 어렵다는 평도 있어요.

▲의외로 저의 팬들은 ‘형사’보다 쉽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어요.

4)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이었나요?

▲감성을 자극하는 첫사랑 이야기라서 그런가 봐요. ‘이게 어려우면 다른 영화들은 어떻게 이해하나’란 반응도 나왔다고 들었어요. ‘M’이 쉽지는 않죠. 많이 생각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의외로 아주 어린 친구들은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느끼니까 별로 어렵다고 생각 안 했다고 해요. 오히려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은 어른들이 어려웠던 거죠.

5) ‘M’에서는 이야기를 단순화시키고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어요.

▲이명세 감독님이 스스로 그런 게 ‘철칙’이라고 말하셨어요. 참, 더 이상은 제가 말하면 안 돼요.(웃음) 제가 한 말과 감독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6) ‘<U>늑대의 유혹</U>’ 이후로 주연 역할이 많이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차기작인 ‘형사’는 조연으로 대사가 거의 없었고 ‘그놈 목소리’에서는 아예 목소리만 나오는 조연이었잖아요. 행보가 남다른데 배우로서 욕심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자신의 달란트에 맞게 한 단계씩 밟아가는 건가요?

▲저는 후자 쪽에 가까워요. ‘늑대의 유혹’ 이후로 저에 대한 반응이 갑자기 좋아졌어요. 하지만 제가 가진 것은 아직 그 수준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제가 갈 길을 한 계단 한 계단 가고 있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무섭기도 해요. 한 계단 올랐는데 열 계단 올라간 것처럼 반응이 나오잖아요. ‘그놈 목소리’보다 겨우 한 계단 올라갔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좋아져서 솔직히 두려움도 있어요.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7) ‘그놈 목소리’의 목소리 연기도 매력이 있었는데.

▲그런 점을 노린 것 아니고 그 캐릭터 자체가 대개 의외였다는 반응이었죠. 그게 다들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죠.

8) 발성 부분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놈 목소리’를 선택했나요?

▲굳이 발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캐릭터가 너무 하고 싶어 선택했어요. 그 영화에서는 발성과 발음이 중요하니까 신경을 많이 썼죠. ‘우행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때 송해성 감독님이 만들어 준 것도 있었고 스스로 느낀 것도 있었고요. ‘그놈 목소리’에서 그것을 정리해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았죠. 그래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고 이어 ‘M’을 선택해 그걸 확실히 보여주려는 목표를 세웠고 거기에서 좀 보태 카메라 앞에서 좀더 자유롭고 싶었어요. 항상 부담이 있거든요.

9) 자유롭다는 말은 자기 것을 깨고 캐릭터에 대해 완전해지는 건가요?

▲그런 것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더 발산하자라는 거죠. 쭈뼛쭈뼛 꺼내지 말고 확 꺼내서 보여주자는 거였죠.

10) 그래서 촬영 당시 스태프들 앞에서 창피해 하지 않고 한 번에 가려고 과감히 망가졌던 건가요? NG도 잘 안 냈다면서요.

▲예. 현장 스태프들이 무척 저를 좋아했어요. 제가 들어가면 촬영이 빨리 끝난다고요.(웃음)

11) 그럼 리허설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했겠네요?

▲혼자서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에너지를 아껴뒀다가 촬영할 때 한 번에 쏟으려고 대본 연구를 열심히 했죠.

12) 강동원 씨에게는 ‘연습 벌레’라는 별명을 붙여야 할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 연습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 이제 강동원이라는 배우는 외모만 완벽한 것이 아니라 연기도 완벽해지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본인은 어때요?

▲글쎄요. 제게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단점을 스스로 잘 아니까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놈 목소리’ 때 현장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설경구 선배님이 전화로 시끄럽다고 야단을 치시더라고요.

13) 설경구 씨도 연습 벌레일 텐데 연습하는 것을 이해 못해주는 건가?

▲아니요. 장난으로 그러시는 거죠.(웃음)

14) 이번 ‘M’을 통해서는 어떤 것을 얻었나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진 거요. 여기에 부수적으로 생긴 것은 갑자기 ‘연기자’로 들어선 것 같은 급반전된 분위기? 하지만 저는 그 부수적인 게 싫어요. 부담스럽거든요.

15) 옛날에는 연기자가 아니었나, 뭐?

▲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어느 정도까지 왔다는 경계선을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도 마음은 신인이거든요. 근데 신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무서운 거죠.(웃음)

16) 제가 생각할 때 ‘우행시’ 때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꽃미남 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고 이번 ‘M’으로 못을 박은 것 같은데?

▲절대로 못 박은 거 없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죠. 앞으로 해야 할 게 훨씬 많거든요.

17) ‘M’을 보고 나니 차기 작품이 기대되고 궁금해요.

▲지금 심정으로는 차기 작품으로 뭔가 재미있는 것을 선택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코미디를 하고 싶은데 뭐가 됐든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U>맨 인 블랙</U>’같은 SF 코미디의 외계인 역할 같은 거요.(웃음)

18) 이번에 ‘M’에서 맡은 역할을 ‘또라이’라는 표현을 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또라이는 아닌 것 같거든요. 보통 예술가이나 소설가들은 조금씩 그런 기질이 있잖아요. 그러고 보면 이명세 감독도 만만치 않은데... 어때요. 본인은 평범한가요?

▲저는 지극히 평범해요. 저는 배운 걸 잘 실천하면서 살고자 하는 청년이죠. 영화 속 캐릭터는 제정신이 아니지 않나요?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니까요. 정신분열 수준에 이른 캐릭터라는 생각이에요.

19) 관객들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대목이 있는데 저도 ‘꿈에서 첫사랑을 쫓아다니는 것’으로 봤거든요.

▲그럴 수도 있고요. 연기할 때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혹은 다 소설일 수도 있고요. 그게 모두 ‘미미’라는 소설을 쓰는 과정이고 결국 모든 게 소설일 수도 있거든요.

20) 강동원 씨는 공대(한양대 기계공학부) 출신이잖아요. 당시만 해도 꿈꾸던 미래가 배우가 아니었잖아요.

▲대학 시절엔 구체적인 꿈이 없었어요. 아버지가 공대 가라고 해서 갔죠. 저 역시 제 적성에 맞는 것이 일단 공대밖에 없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늘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절대 회사원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위(상사)로부터의 압박을 받기 싫었거든요. 물론 회사원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저랑 안 맞는 다는 것이죠. 아버지도 회사원이라 나쁘다고는 생각 안 했고 다만 저는 좀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21) 지금은 재미있게 사나요?

▲오히려 지금은 더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재미도 있지만 그 재미를 위해 더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항상 언제쯤 편해질까, 언제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추구했고 언젠가는 그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젠 깨달았어요. 그런 날은 절대 없다. 그냥 희망사항일 뿐이라구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걸 하려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계속 치열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22) 너무 치열하고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신경도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도 받을 텐데.

▲네.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어떨 때는 저 스스로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내가 상태가 안 좋아진다는 생각도 들고... 언젠가 정신 병원에 갈려고 했더니 연기 선생님이 말리더라구요.

23) 왜요?

▲거기 간다고 별 수 있냐고 자기에게 상담 받으라고 하면서요.(웃음)

24) 그럼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던 작품은 뭔가요?

▲오히려 작품을 찍을 때는 가장 행복해요. 힘들 때는 작품 고를 때와 홍보 할 때예요. 인터뷰 때문은 아니에요. 이제는 저 스스로가 기자들과 얘기하는 것을 즐기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고요. 그런데 홍보를 하면서부터 다른 방향을 보고 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보통 작품을 만들 때는 완성도를 위해 한 방향으로 가지만 홍보할 때는 그 방향이 흩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제가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과 작품을 흥행시켜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안 맞아 삐걱거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25)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홍보되는 경우도 있나요?

▲제가 어떻게 홍보를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의도해본 적은 없지만 조금은 불필요하거나 저랑 맞지 않는 것을 요구할 때 스트레스를 받죠. 계속 취재 요청을 거절하다 보면 저도 나쁜 사람이 되는 생각이 들고요.

26)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요?

▲저는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고 싶은데 무조건 인터뷰를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잖아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자꾸 거절하다 보면 저도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물론 배우로서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타협을 못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홍보할 때 힘들기도 해요. 어떤 때는 정말 작품 좋게 찍었는데 홍보 할 때 정나미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27) 혹시 이 사람 때문에 연기 맛을 알게 됐고 성숙해지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나요?

▲아직 연기의 맛은 모르겠구요. 성숙은 더더욱 멀었고요.(웃음) 대신 좀더 자신감을 심어주신 분은 계시죠. 이명세 감독님요.

28) ‘형사’ 때 너무 힘들게 촬영해서 다음 작품은 이명세 감독과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있는데요.

▲저는 아니었습니다. 혹시 <U>하지원</U> 씨가 아니었을까. 저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예전에 ‘형사’가 최고의 영화라고 인터뷰한 것 같아요.

29) 배우로서 이명세 감독에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열정이죠. 정말 장난 아니에요. 예전에 제가 ‘감독님은 어느 나라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더니 ‘나는 영화만 찍을 수 있다면 아프리카도 좋아’라고 말씀하더군요. 진짜 영화밖에 생각 안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30) ‘형사’ 때는 시나리오가 시 같다고 말했는데 이번에는 시나리오가 어렵지 않았나요?

▲이번에는 소설 같았어요.

31) 처음에는 시나리오 같지 않다는 말도 있었어요.

▲그냥 소설 같았어요. 저는 시나리오 자체는 참 좋았어요. 소재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강동원 “멜로는 지겨워, 코미디 하고파”(80문80답 심층인터뷰②) [2007-10-23 09:00:05]


[뉴스엔 홍정원 기자]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32) 구체적으로 어떤 소재가 싫었나요?
▲단순한 생각인데 멜로가 하기 싫었어요.

33) 첫 작품인 ‘그녀를 믿지 마세요’부터 ‘M’까지 멜로를 심도 있게 연기 하셨는데 멜로 연기에 대한 애착이 없는 건가요?
▲이제 멜로는 좀 쉬고 싶어요. 사랑 이야기를 하기가 싫어요. 이유는 그냥 지겨워서요.(웃음)

(이에 앞서 80문80답 심층인터뷰①에서 “지금 심정으로는 차기 작품으로 뭔가 재미있는 것을 선택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코미디를 하고 싶은데 뭐가 됐든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맨 인 블랙’같은 SF 코미디의 외계인 역할 같은 거요”라고 밝힘.)

34) 이번에도 멜로잖아요. 미스터리 멜로.
▲그래서 이번에도 소재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고 말했어요.

35) 이명세 감독의 ‘형사’를 찍은 후 다음 작품도 함께 하기로 해서 찍은 것이 ‘M’인데, 멜로였는데 어떻게 찍었네요?
▲약속을 했으니까요. 장르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시나리오는 마음에 들었어요. 마음에 안 드는 데 어떻게 영화를 찍겠어요?

36) 감독과의 의리 때문인가요?
▲의리는 아니고요. 시나리오를 선택한 거죠. 저는 구차한 의리는 짐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서로가 죽거든요. 만약 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목에 칼에 들어와도 안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영화계의 의리예요.

37) 대중에게 비쳐지는 이미지와 본래 자신의 이미지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간혹 왜곡될 수도 있잖아요.
▲왜곡된 어떤 이미지가 개인적으로 싫진 않아요. 언제든 바로 잡으면 되니까요. 새로운 이미지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재미있구요, 부담스럽거나 떼어 내고 싶진 않아요. 불만은 제가 너무 착하게 비춰진 것 같아 싫어요. 저는 아직 자기밖에 모르는, 주위를 잘 둘러보지 못하는 나쁜 남자예요.

38) 영화계에 입문한 초반에는 주위 사람을 잘 챙겼다는데.
▲최근에 바뀌었어요. 때를 안 타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정작 중요한 걸 놓치는 게 많더라구요. 그래서 차라리 못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저는 연기자이고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모든 것들이 이미지인데 간혹 제 뜻하지 않은 바대로 비쳐지는 게 견디기 힘들어요.

39) 강동원 씨를 어떤 사람들은 까탈스럽고 건방지다고 오해하기도 하잖아요.
▲반응이 다 달라요. 영화사와 홍보 쪽에서는 까탈스럽고 못된 배우라고 말하지만 촬영현장에서는 괜찮은 놈으로 인식돼요. 나머지 다른 일들에 있어서는 아주 못된 놈이에요.(웃음)

40) 이번에 감독님이 영화 ‘샤이닝’ 잭 니콜슨의 미소가 민우에게서 나왔으면 했다던데.
▲조커, 잭 니콜슨의 미소를 원하셨어요. 그런데 입이 그렇게 생겨야 그런 미소가 나오죠. 제가 그런 미소가 나오겠어요. 그냥 제 것으로 연기 했어요.

41) 이명세 감독이 아방가르드한 미소를 원했나요?
▲시니컬한 미소를 원했죠. 아방가르드한 미소는 뭐죠?

42) 왜 흔치 않은, 이를 테면 또라이 같은 미소 있잖아요.
▲예. 감독님도 그런 미소를 원했어요.

43) 달리 감독이 특별하게 주문한 게 있나요?
▲이번에 바른 발성을 찾자고, 리듬을 찾자고 하셨죠. 영화 시작할 때 예전보다 나아졌으니 걱정 말라고 했고 현장에 들어가니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44) 원래 이명세 감독 스타일이 칭찬을 잘 안 하는 편 아닌가요?
▲네, 잘 안 해요.

45) 그런 감독이 칭찬을 했다면 연기가 무척 좋았다는 뜻인데.
▲글쎄요. 칭찬에 인색하지만 칭찬은 안 하시진 않아요. 이번에 제 연기를 보고 ‘너 참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셨죠. 연기를 잘 해서라기보다는 너의 생각이 기특하다는 정도의 칭찬이었죠.

46) 부산영화제에서 이명세 감독과 강동원 씨의 영혼의 DNA가 같다는 말이 화제를 낳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때요? 비슷한가요?
▲이명세 감독의 은사님인 송혜숙 선생님(66, 전 서울예대 교수)이 ‘M’의 다큐 촬영(‘M’ 메이킹 필름과 ‘다큐멘터리 이명세’ 작업) 때문에 합류했는데요, 그 분이 말씀하신 거예요. 정신적 DNA가 같다고요. 감독님과 생각하는 게 비슷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것보다는 대화가 잘 통할 때가 많아요.

47) ‘형사’ 때와 같이 이명세 감독과 다음 작품을 또 약속했나요?
▲구체적인 약속은 안 했어요. 다만 약간의 뉘앙스만 있었어요.

48) 앞으로 작품 선별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갈 길을 잡았어요. 이제부터는 즐길 수 있고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요.

49) 스스로 생각하기에 배우 강동원이 갖춰야 될 것이 있다면?
▲아직은 가지지 못한 것이 많아서 갖춰야 될 것이 많아요. 지금 생각에는 ‘M’에서 보여주는 것은 더 극대화시키거나 완전히 지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처음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50) ‘M’의 주인공 민우와 자신이 닮은 점이 있나요?
▲있어요. 일할 때 굉장히 신경질 적인 거죠. 저는 일이 잘 풀리면 전혀 안 예민해요. 그런 예민한 점이나… 민우가 극중에서 싸우잖아요. 진정한 글을 쓸 것인가 대중들을 위한 글을 쓸 것인가 싸우잖아요. 저도 그런 점에서 비슷해요. 그건 결론을 내렸어요. 스스로 대중적으로 맞추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더 치열해질 것이라 생각을 해요. 끊임없이 싸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모두를 등지는 것은 아니고 소수를 만족시키고 내가 좋은 것이라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과 나를 넘나드는 것일 수도 있고요.

51) 예술성에 가까워지면 흥행과는 멀어지고 흥행에 가까워지면 예술성과는 멀어진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대중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예술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작품이 개인성만을 가진다면, 어떤 한 사람만이 좋아하고 대중들이 외면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지만, 글쎄요. 예술성과 대중성은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52) 앞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말하기가 좀 쑥스러워요. 최동훈 감독,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님과 일하고 싶어요. 젊은 감독들과 일해보고 싶어요.

53) 연기 스타일이나 작품 선택하는 기준이 특히 박찬욱 감독과 잘 맞을 것 같아요.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은데....(웃음)

54) 촬영을 끝나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캐릭터 때문에 오는 혼동은 없나요?
▲작품이 끝났을 때 혼동되기도 해요. 그게… 완전히 미쳤다기보다는 그 기분에 젖어 드는 것이죠. 예를 들면 ‘우행시’ 찍고 사형 당하는 꿈을 꾼다던가 하는 것이죠. 그때는 심각했어요. 엉엉 울다가 깨구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러다가 꿈에서 생각하죠. ‘이렇게 연기할 걸’ 하구요.(웃음) 꿈인 줄 알면서. 직업병이죠.

55) 이번에는 어떤 꿈을 꿨나요?
▲꿈은 꾼 것은 없구요. 분명한 건 하나를 열어두면 길이 열리는 느낌이 있어요. 감정이요. 한번 수도꼭지를 틀어 놓으면 저절로 트일 때가 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닫히고 다음에 열어야 할 때는 다시 돌려서 열죠.

56) 이명세 감독과 작품을 하면서 자주 싸웠다는데.
▲좀 심했죠. 근데 제 의견을 많이 반영됐어요. 저도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도 저를 믿어주니까. 문제는 없었어요. 정 아닐 때는 저도 포기하고요.

57) ‘M’에서 같이 출연한 이연희 씨를 인터뷰 했는데 강동원 씨와 이명세 감독이 너무 친해 부러워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연희 씨를 괴롭힌 거 같아요. 조금은 벅찼을 수도 있는데 신인치고는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들을 연희 씨 연기가 이상했다고 하는데 저는 이해를 못하겠어요. 감독님이 캐릭터를 그렇게 잡은 건데 죄가 있다면 감독님이고 감독님을 욕해야죠.(웃음) 배우가 자기 고집을 못 피워서 불쌍해 보였어요. 저는 제 고집을 피웠는데...

58)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어요?
▲연기하면서 요즘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소속사(전 소속사에서 나온 상태다) 문제도 그랬고, 외적인 면도 있었고요. 일 할 때 오는 스트레스가 참 많았어요. 그런 것들이 저를 점점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 들어요. 점점 제 갈 길을 만들어 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아요. 반항심도 생기고요.


-③편에 계속-

 
강동원, 첫사랑·가족 최초 공개(80문80답 심층인터뷰③) [2007-10-23 09:00:16]


[뉴스엔 홍정원 기자]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59) 완벽하려는 성격이 강한데 혹시 혈액형은 뭐예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B형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여자 B형은 좋은 거 같아요. 누나도 B형이거든요. 성격 되게 좋아요.

60) 누나 성격은 어떤데요?
▲서글서글하고 다 감싸주는 스타일이죠. 저는 누나에게 ‘뭐?’ ‘야!’ 이런 무뚝뚝한 스타일이에요.

61) B형 남자에 대한 편견이 맞는 게 있나요?
▲저를 보자면 맞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약간은 무심하기도 하면서 자기 것이 강한 거 보면 이거 맞는 말이다 싶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맞는 것 같아요.

62) 저도 B형 남자를 사귀었는데 전화를 안 했어요. 사랑한다면서… 무슨 심리죠?
▲글쎄요. 저는 가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해요. 아버지가 가정적이세요. 그런데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건 못 본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어머니나 제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신 적도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렇다고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해 주신 적도 한 번도 없구요.

63) 그럼 아버지는 무슨 말씀을 주로 하세요?
▲항상 잔소리만 하세요. ‘왜 그러냐?’ ‘그냥 대충대충 해라’ ‘그거 그냥 하면 안 되냐’ 등을요.

64) 그럼 강동원 씨도 연인에게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하나요?
▲네. 잘 못하는 편이에요. 아버지를 닮았나 봐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컸으니까요.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생각했죠. 아버지의 장점을 배우자고요. 아버지가 참 꼼꼼하세요. 사람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요.(웃음)

65) 그럼 강동원 씨의 완벽주의 기질도 아버지의 DNA를 닮은 건가요?
▲그건 것 같아요. 아버지는 청소할 때도 모든 가구를 다 들어내고 청소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청소를 시작하면 제가 소파를 다 들어낸 뒤 엄마와 누나는 걸레질 하고 아버지는 청소기를 돌렸죠. 어릴 때부터 일요일마다 청소를 했는데 저희 집은 남녀평등에 의한 역할 분담이 철저했어요.

66) 여자 친구에게는 착한 남자인가요?
▲최대한 맞춰 주려는 편이에요. 하지만 아버지의 DNA가 어디 가겠어요.(웃음)

67) 심리학적으로 반감을 가진 가족 구성원과 동일시 된다는데요.
▲저는 반감이기보다는 아버지의 완벽함이나 꼼꼼함은 닮고 싶고 무뚝뚝함은 완화시키려고 노력해요. 나중에 자식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싶어요. 저는 자아가 생성되던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나와 생활을 해서 반감은 없어요. 반감은 누나가 있을 거예요.

68) 누나랑은 친하죠? 누나가 모니터링을 해주나요?
▲네. 친해요. 모니터링은 안 해요. 저는 가족들이 제 일을 참견하는 것을 싫어해요. 누나는 전적으로 저를 믿어줘요. 저랑 3세 차이가 나는데 어릴 때부터 제 꼼꼼한 스타일에 익숙해서 저를 잘 믿어줘요. 아버지가 절 못 미더워하시죠.


-④편에 계속-

 
강동원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80문80답 심층인터뷰④) [2007-10-23 09:00:30]


[뉴스엔 홍정원 기자]

-③편에서 이어집니다-


69) 배우들은 감정 기복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동원 씨는 어때요?
▲저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이러다가 사람 잡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갑자기 폭발하는 때가 있거든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퍼붓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제 스스로를 자해(?)해요.(웃음)

70) 그럼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딱히 풀 때가 없어요. 그냥 푹 쉬어요. 오랜 기간 동안 작품을 안 하고 쉬는 것이 유일한 해소법이에요.

71) 요즘에는 괴물 봉제 인형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면서요.
▲그냥 봉제 인형인데 몬스터 캐릭터를 모아요.

72) 봉제 인형에 꽂힌 이유는요?
▲몬스터들의 캐릭터가 좋아서요. 취미는 시시각각 변해요. 그래서 매형이 늘 잔소리를 해요. 하나만 하라고요.

73) 첫사랑 영화인데 첫사랑이 떠올랐나요?
▲너무 옛날 일이라... 저는 뒤를 안 돌아 보는 스타일이라서. 첫사랑에 의미를 안 두죠. 미래지향적이거든요. 저는 현실적인 사람이라서 ‘과거는 흘러갔다’식이에요. 과거에 연연하지 않아요.

74) 그러고 보면 강동원 씨와 영화 속 민우와는 약간 틀리네요.
▲저는 민우랑 다른 점은 전 안 좋은 기억을 덮지 않았다는 거죠. 대신 민우는 덮고 잊었던 것이 다시 꿈틀꿈틀 살아난 것이죠. 사랑의 열병을 앓는 순간 그것이 저에게 전부였던 고민이었지만 잘 이겨냈죠. 그 고민을 덮지도 않고 잊지도 않고 잘 간직해서 좋은 추억이 되었고 자아 형성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75) 실제 담배를 끊어서 ‘M’ 촬영할 때는 쑥담배를 피웠다면서요? ‘악마의 유혹’도 심했다는데 어떻게 견뎠어요?
▲‘M’에서 배역 때문에 담배를 많이 피워야 했는데 쑥으로 만든 금연초를 피웠어요. 담배를 끊은 지는 1년 정도 지났어요. 근데 쑥담배 연기가 더 독해요.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명세 감독님의 유혹이 심했죠. 단지 안 피운 이유는 아까워서였어요. 후두염 때문에 담배를 10일간 끊고 나서 완전히 끊게 됐어요. 담배 끊고 나서 항상 후회해요.(웃음)

76)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운동으로 하죠. 운동을 무지 좋아해요. 축구를 좋아하는데 (조)한선이와 같이 축구팀을 만들었어요. ‘우행시’ 때 발이 다쳐 찢어진 후로 축구팀 활동이 지지부진했는데 현재도 부상이 있어요. 발에 티눈이 있어서 티눈 제거하고 찢어진 곳이 완쾌되면 팀을 재정비해야죠. 아디다스 스폰서를 받아서 해체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어요. 아디다스에서 협찬 받으려고 팀 이름을 ‘FC(football club) 아디다스’라고 지었잖아요.

77) 20대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20대에 하고 싶은 일이라... 저는 3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입장이어서 딱히 20대에 해야 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나이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하거든요.

78) 그럼 20대가 지나면 아쉬움은 없을까요?
▲글쎄요. 청춘물을 더 찍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굳이 하고 싶은 것을 들자면 좀 더 객기를 부려보고 싶어요. 반항도 해보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요.

79) 동원 씨에 열광했던 10대 팬에서 팬 연령층이 점점 높아지고 있잖아요.
▲저는 팬 연령층이 높아진다기보다는 얕아진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팬들 자체가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이에요. (인기가) 예전 같지가 않더라구요.(웃음) 허전하기도 하면서 팬들도 함께 성숙한다는 느낌도 들어서 좋아요. 팬들이 이제 제 뜻도 이어주고요. 덕분에 저는 조금은 확실해 졌어요. 가고자 하는 길... 팬들에게서 힘을 많이 얻어요. 옛날에는 몰랐던 느낌이죠.

80) 끝으로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은?
▲기존의 것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 즐거우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길이에요. 제가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도 남들이 잘 스타일링 하지 않는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인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