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캔들 관례라고 생각해요'
“연기가 무서워졌어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드라마 ‘궁’에서 그야말로 백마탄 황태자로 등장한 신예 주지훈(24).
캐스팅 당시 원작의 팬들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을 문제삼아 많은 우려를 낳았던 그는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궁’이 키워낸 신예스타 중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시
즌2가 언급될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진 드라마의 힘입어 그의 주가도 상한가를 치고 있는 요즘. 인
기를 얻을 수록 당연한 수순처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요즘 연기가 무서워졌어요. 한 8개월 쯤 연기의 맛만 봤을 뿐인데 그동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연기를 할 수 록 어렵고, 앞으로의 남아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저절
로 무서워 지더군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예견된 오후 청담동의 화수목카페에서 이제 배우란 칭호가 어색하지 않게 된
주지훈을 만났다.
드라마는 종영됐지만 화보와 광고촬영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아직 드라마가 종영한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딱히 끝나서 허무하다거나 좋다든가 하는 건 없어요. 8개월 동안 신이로 살았으니까요. 그저 잠깐 걸
어가다가 한 10도 정도 틀어서 걸어가는 기분이에요.” 전과 똑같이 살고 있으며 달라진 것은 잠
을 좀 더 잘 수 있다는 것 정도라고.
21살에 그저 옷이 좋아서 모델이 되고 싶었다. 모델로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적다는 생각에 연기
를 동경하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첫작품에서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
었다. “어떻게 보면 모델도 연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배우로서의 연기와는 같으면서도 다르거든요 그런
데 그걸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극의 초반에는 스스로도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연기가 나아졌다는 말씀들이 있는데 확실히 제가 그 분위기에 익숙해졌어요.”
상대역인 윤은혜와의 호흡도 이때부터 좋아졌다고.
“채경이한테 강제 키스하고 뺨을 맞는 신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저 사람하고 호흡이 맞기 시작했구나 싶
더라구요.” 채경이 혼자만 화면에 잡히는 장면이라 처음에는 손바닥을 쳐서 뺨을 맞는 효과음을 내기로
했다. 하지만 진지한 모습으로 연기에 임하는 윤은혜를 보고 있다가 자신도 몰입돼 손 대신 얼굴을 내밀
었다고.
“보통은 그러면 당황하는데 은혜씨는 때리더라구요. 서로의 눈빛으로 몰입했다는 걸 알았던거죠. 그때부
터 ‘톱니가 맞아들어가기 시작했구나’ ‘더 잘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스캔들이 났을 때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고.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24살까지 시청자였거든요.매일 시사 사회 연
예 모든 뉴스를 봤는데 언제나 그러더라구요. 그냥 관례구나 생각해요.”
요술램프를 문질러 마법의 지니가 나온다면 첫 번째 소원으로 소원을 백개로 늘려달라고 하겠
다는 그저 보통의 남자, 주지훈. 행복을 끄집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이루어질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권혜리기자 heri@
사진=백수원기자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