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시간을 내서 읽어보고 싶어서 여기 옮겨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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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단한 며칠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미리 준비하고 챙기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미친
듯이 준비하는 나쁜 버릇을
이 나이가 되도록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과 친구하지
말라는..ㅡㅡ;;;)
어쨌든 막판 몰아치기로 밀어부친 세미나를 무사히 마치고.. 잠시 한가한 틈입니다.
그 와중에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것 하나!!! 무언지는 다 아시죠?^^
지금 가만히 다시보기를 해 보니
정말 다이나믹한 19,20회였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본방에서 보지 못한 수많은 은유들로 넘쳐나는 장면들이 제법 있었는데요
어설프긴 하지만 그 문학적 자취를 따라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궁>에는 상당히 많은 문학, 철학 작품들이 직접적, 간접적으로 인용되고
디테일한
소품으로서 문학이 차지하는 자리가 실로 정교하기 때문에
그걸 캐내는 재미가 만만찮은 것이 사실입니다.
<궁>에
나오는 문학적 은유들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필연적으로 작가의 시점과 의도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요
이 시점에서 저는 그 시점과 의도를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요즘 우리 마클 들마방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혼란들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
같아요.
1. <효녀 심청>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채경
남길아빠의 이마에 붙은
빨간 딱지를 화악 잡아떼며
결연히 주먹을 움켜쥐던 1회의 채경이 생각나시나요?
사채꾼들에게 저당잡힌 아빠를 온 몸으로 막으며
산발이 된 채 약혼지환과 빨간 딱지를 움켜쥐고 운명의 궁으로 향하던 채경의 슬픔은
아버지의 개명세상을 애타게 바라며 공양미
삼백석에 꽃다운 처녀의 몸을 판 아이
차마 그리운 그 세상을 뒤로 한 채
서러운 다홍치마를 뒤집어쓰고 인당수 푸른 물에 뛰어든
심청에 다름 아니었기에
그 고전적 비장함이 저를 몹시도 울렸습니다.
또한,예비 황태자비 교육을 받기 위해 궁으로 가는 날, 자책하는
남길아빠를 뒤돌아보며
"내가 뭐 효녀 심청이야? 죽으러 가? 걱정 마."
라며 입술을 당차게 깨물던 그 아이를
보며
아, 21세기의 심청 버전은 꽤 다이나믹하겠구나 하는 기대를 시청자에게 심어주었지요.
인당수에 빠져서 죽어야 할 심청이 죽지 않고 가게 된 곳은 수정궁이라는
용궁이었고
거기에서 자신의 전생과 현세 그리고 미래를 보며 하루를 지내게 됩니다.
운현궁에서 과거의 평범한 여고생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미래의 황태자비로서의 교양과 예절을 익히던 채경처럼..
채경을 태운 검은 리무진이 친영례 전에 거처하게 될 운현궁으로
갔을 때
리무진 밖으로 조심스레 내밀던 채경의 발을 기억하시나요?
채경의 작은 버선발이 잠시 허공에 머물던 그 순간은
심청이
몸을 날려 인당수에 빠지기 전
허공에 애타게 머물렀을 바로 그 찰나의 버선발이 아니었을까요?
전 그렇게
보았습니다.
심청은 연꽃에서 환생해서 왕비가 됨으로써 다시 이 세상으로 나오고
잔치를 베풀어 심봉사를 찾음으로써 이야기의
매듭이 지어집니다.
채경 역시 친영례 이후 황태자비가 되었고
그 아이의 가족은 이제 경제적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버린다..이건 신에게 여러 의미가
되는데요
채경이라는 운명적 존재가 그의 앞에 나타남으로써
신은 그동안의 가식적이면서도 외로운 삶을 버릴 것이다 라는 예시를 주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단순하게 보자면 늘 황태자의 자리를 버리고 나가려는 신의 내면을
한마디로 드러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버림받을 운명에 처해있던 그 애처로운 실내화는
채경의 재능과, 그에 앞선 따스한 품성으로 인해 멋지게
변신하는데
그 변신이라는 것이 바로
미운 아기 오리에서 멋지게 백조로 변신하는 채경에 다름아니라는 말입니다.
도금이 아무리
반짝인들 순금만큼 귀한 것이겠습니까..
신은 그 실내화를 보고 단번에 채경의 순수성, 그 순금의 귀함을
알아냈고
그것이 신의 마음을 강하게 울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살며시 그 실내화에 발을 넣어보게 되는 것입니다.
평민 채경이
황태자 신을 사로잡는 이 순간에 적당한 말은 이것입니다.
진실의 힘..바로 이것!
율에게도 그 의미는 대단했겠지요.
비록
그 선물이 율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번뻑이는 도금으로 가득찬 비싼 선물들 속에
무모할 정도로 떳떳이 몇천원짜리 실내화를
자랑스럽게 내놓으며
선물에 대한 설명까지 끝까지 하던 씩씩한 채경의 모습은
화영에 의해 굴곡되어진 여성관을 과감히 깨뜨리는
사건이었으니까요.
병적인 집착과 자살로 인해 보호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성인 어머니와는 너무도 다른 그녀의 모습..
그 이끌림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이것 역시 진실의 힘..
효린도 지난 20회에서 마침내 채경의 실내화를 인정하잖아요.
그때 미세한 신의
변화를 효린도 눈치챘을 것이고
그래서 더 황태자비 자격 운운하며 채경을 깎아내리려고 신에게 이야기 했는데요
아마 효린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승마장에서 신이 오리의 환생 어쩌고 하는 진골들을 보기좋게 한 방 먹인 이유가
단지 부인의 험담을 하는
그들이 못마땅해서라고 생각한 효린은
신의 내면에 있는 바른 인간관을 알지 못 했던 거지요.
21세기에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있냐는
그 말..
모든 인간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탑재한 개념있는 황태자라는 것을요.
여기에서도 우리는 미운 오리가 주인공인
일인칭 시점으로 일관되게 채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 미운 오리가 하나도 밉지않고
그 아이가 벌이는 엉뚱한 일들을
통쾌하게 바라보며 웃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까지는 작가의 시점도 미운 오리 채경과 일치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3.<신데렐라>라는 대상으로 신에 의해 비춰지는 채경.
6회인가요,
그 유명한 탱고씬이..
거기에서 채경의 벗겨진 구두를 향해 앉은 걸음으로(그것조차 마들 앉은걸음인 울
리봉이..ㅋㅋ)
채경을 향해 다가오는 신이 보일 것입니다.
정성스럽게 채경의 발에 구두를
신겨주던 신의 섬세함에 우리 모두 꼬르륵 넘어가던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이 드라마의 시점은 채경에게서 신에게로 넘어가게
됩니다.
신은 벗겨진 구두를 다시 채경에게 신겨줌으로써
채경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날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시선을
순식간에 신으로 꽂히게 하는데 성공해 버립니다.
이제 시청자의 눈은 신을 따라가고 그를 엿보고 훔쳐보기에 여념이 없게 됩니다.
그것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시점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우린 잘 몰랐고
또 알았다 하더라도 그의 옆에 대부분 채경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은 분산되지 않았지요.
이때,작가의 시점도 자연스럽게 신에 대한 일인칭 시점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그걸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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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기까지 쓰고 일단 올립니다.
에효~~ 19, 20회에 나온 작품의 시선들을 훑어보려 했는데
아직 꺼내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저의 귀차니즘이 도지기 전에 이어서 써야겠습니다.
음..요즘 채경의 행동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하시는데요
그것이
개연성이나 극적 리얼리티 때문인 것도 맞지만
혹..드라마(연출, 혹은 작가)의 시점이 다중적이고 분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품아닌 소품으로 중요시되고 있는
문학작품의 시점으로 바라보며 관찰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우린 일차적으로는 보여지는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청자이지만
왜 그렇게 보여졌나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면
각자의 입장 차이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쓰는 이 글들이 비록 하찮은 것이지만
마클 들마방의
사랑하는 님들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날마다 많은 일들로 들썩거리고
수없이 많은 스포로 가슴이
찢어져도
전 늘 이 장소에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밤을 새서라도 이 시리즈를 완성할 생각입니당~~~
이왕 커피에
절어버린 몸, 같이 한잔 하시며 느긋하게 즐겨보자구요(정글숲님 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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